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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친구 같은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문상덕 기자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독재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이가 결정하게 하자”는 명제가 좋은 자녀 교육을 위한 공식이 됐다. ‘다정함’을 보여주기 위해 부모의 권위를 내려놓는다. 예컨대 아이가 채소를 거부하고 피자를 요구했을 때 순순히 굴복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아이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도 말이다.

부모들이 스스로 권위를 포기하는 건 ‘아이가 부모와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아이는 부모와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부모의 첫 번째 임무가 아이에게 우리 사회의 ‘문화’를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화를 가르치려면 권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때리지 마라, 잘못했을 때는 사과하라 같은 행동 규칙은 설득으로 가르칠 수 없다.

부모가 권위를 포기했을 때 아이들은 부모의 의견보다 또래 친구의 의견을 우선하게 된다. 부모의 문화를 낡은 것으로 여기면서 또래와 인터넷에 의존해 삶의 방향을 찾는다. 색스 박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를 ‘무례함의 문화’라고 부른다. 서로 스스럼없이 욕을 섞어 말하면서도 그걸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무례함을 보이는 것을 되레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독재자 부모’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딱 적당한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잘 표현하면서도 일관되게 규칙을 시행한다. 통제력을 배운 아이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규칙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25년간 진료실에서 9만 건 이상의 진료를 행하면서 그간 미국 가정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옮겼다.

- 문상덕 기자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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