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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 핫 피플 6人(4)] ‘뉴 LG’ 이끌 구광모 LG 회장 

R&D·혁신으로 DNA 개선 나선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올해 6월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그룹 4代 총수로… 외부 수혈 등 파격 인사로 새 바람 불어넣기에 전력

▎구광모 LG그룹 회장. / 사진제공·LG그룹
2018년은 LG그룹에 희비가 교차한 해다. 지난 23년간 LG를 이끌던 구본무 회장이 올 5월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만 40세의 구광모 회장이 새 수장이 된 것이다. 국내 4대 그룹 최초로 ‘4세 경영’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다. LG가 4세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 기획의 경험을 쌓았다.

2015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IT 동향에 관심이 많아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글로벌 부문을 이끌었다.

구 회장의 경영수업 기간은 12년으로 선대 회장에 비해 짧다. 제2대 LG회장이었던 구자경 명예회장은 1950년 입사해 20년간 근무한 뒤 1970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구본무 회장도 20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50세이던 1995년 회장직을 맡았다.

다소 짧은 실무경험 때문에 구광모 회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LG그룹은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 부문과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고 강조했다.

LG사이언스파크, 구광모호(號) 중추기지 되나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올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디스플레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LG그룹
LG는 ‘구광모 체제’ 조기 안착을 위해 구본무 회장 별세 한 달여 만인 6월 29일 당시 구광모 상무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했다. 사장이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깼다. 구 회장 취임 2주 후에는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공동대표 부회장으로 내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11월 2일에는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의 주식 일부를 상속 받으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명실상부한 그룹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임직원들은 ‘대표’로 부른다는 전언이다. ‘회장’이라는 직위보다 LG를 대표하는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전문경영인들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입사 이후 선후배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식사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며 겸손·배려·원칙을 자주 강조한 선대 회장의 가르침이 배경이라는 것이 LG그룹 측의 설명이다.

2014년 2월 LG테크노콘퍼런스에서 당시 구본무 회장은 “서울 마곡에 큰 연구단지를 세우고, 최고의 근무 환경과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줄곧 연구개발(R&D)를 강조했던 구본무 회장의 의지는 8개월 후 ‘LG사이언스파크’로 구체화됐다.

그해 10월 착공 후 3년6개월 만인 2018년 4월 개관한 LG사이언스파크는 총 4조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33만7000평) 규모로 20개 연구동이 들어선 LG사이언스파크는 구본무 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쓴 곳이다. 수시로 공사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확인했고 그의 마지막 공식 외부 일정도 지난해 9월 LG사이언스파크 마무리 건설 현장 시찰이었다.

LG사이언스파크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구광모 회장의 첫 현장 방문지기 때문이다. 선대 회장의 마지막 행사 장소가 후대 회장의 첫 공식 경영활동 무대가 된 셈이다.

지난 6월 29일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그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하며 그룹 현안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취임식은 물론 취임 기념 사내방송도 생략하는 등 사내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9월 12일 전격적으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졌듯 저 또한 우선순위를 두고 챙길 것”이라며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 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첫 현장 행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대 회장의 마지막 시찰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R&D 부문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구광모 체제’ 아래 R&D 부문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에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공동 연구공간인 ‘조인트랩(Joint Lab)’과 중소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또 7월에는 LG전자가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전문업체인 로보스타(Robosta)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8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해외 첫 인공지능 전담 연구소를 설립했다. 앞선 5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해 자율주행 부품, 인공지능, 로봇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 및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LG가 R&D 부문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구 회장의 경험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 회장은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학업 대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두 곳에서 약 1년간 근무하며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살펴보고 현장 경험을 쌓았다.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적극 추진과 국내는 물론 북미·일본 지역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스타트업 발굴 강화를 강조했다. LG그룹의 R&D 집합소인 LG사이언스파크가 구 회장이 이끌 ‘뉴 LG’의 중추기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파격 외부 인사로 변화 예고한 구광모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평양에서 북한 이용남 내각부총리 등 관계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1월 9일 재계를 술렁이게 만든 인사 소식이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 3M의 신학철(61) 수석부회장이 LG화학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이다. LG화학 측은 신학철 부회장 영입 배경에 대해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릴 정도로 신 부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4년 평사원으로 3M 한국지사에 입사한 그는 기술영업, 소비자사업부 본부장을 거친 뒤 1995년 3M 필리핀 사장으로 부임해 기울어 가던 필리핀 법인을 회생시켰다. 그 공으로 3년 뒤 미국 3M 본사에 발탁돼 본사 전자소재사업부 부사장, 산업용 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을 거쳐 2011년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구 회장은 3M 차기 회장 후보 ‘0순위’에 꼽혔던 신 부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 영입은 LG그룹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LG화학의 뿌리는 창업주인 고(故) 연암 구인회 회장이 1947년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그간 내부 승진을 통해 CEO를 앉혔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창립 이후 첫 외부 인사 CEO다. ‘순혈주의’ 관행이 깨진 것이다. 신 부회장 외에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외부 영입 사례가 있지만 그룹의 모체에 외부 인사가 처음으로 부임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LG화학 실적이 견고한 편이라 CEO교체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며 “구 회장의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취임 당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고객 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LG Way에 기반한 선대 회장의 경영 방향을 계승 발전시키는 동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해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신 부회장 영입을 통해 변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셈이다.

3M 혁신 유전자, LG에 수혈?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이재웅 쏘카 대표(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3M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다는 점에서 LG화학을 비롯해 그룹 전반의 DNA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3M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통한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3M CEO를 역임한 조지 버클리는 3M을 놓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창조하고, 고객이 필요한 곳에 반드시 존재하면서, 혁신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헌신을 하는 회사”라고 극찬했다. 혁신의 결과물은 접착 테이프의 보통명사가 된 ‘스카치테이프’와 미국 AP 통신이 선정한 ‘20세기 세계 10대 히트상품’에 오른 ‘포스트잇’이다. 3M은 지금도 최근 1년 내 개발된 신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가 돼야 한다는 ‘10%룰’과 총매출의 30%는 최근 5년 이내에 출시한 신제품에서 나와야 한다는 ‘30%룰’을 지키며 혁신의 대명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16년 10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만으론 안 된다. 실행과 상용화가 중요하다. 그러자면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를 리드하려면 혁신문화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이라며 “혁신을 가로막는 관리자가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3M에선 혁신문화 육성이 경영의 첫 번째 책임으로 돼 있다”로 밝힌 바 있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LG그룹에 신학철발(發)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오는 11월 말 혹은 12월 초로 예상되는 그룹 정기인사의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그룹 안팎에서는 구 회장 취임 후 첫 인사가 변화와 안정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관심이 높았다. 신 부회장 영입으로 세대교체와 동시에 상당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선친 구본무 회장도 취임 첫해인 1995년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에 달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전례가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 영입 발표는 3M 측에서 신 부회장의 퇴임과 함께 신규 부회장 선임 인사가 필요해 시점을 맞춰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라며 “정기인사에 대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1995년 선대 구본무 회장 취임 당시 LG그룹 임직원은 10만여 명, 매출액은 30조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LG그룹 임직원은 22만2000명(국내 13만7000명, 해외 8만5000명), 매출액은 160조원대에 이른다. 선대 회장은 LG그룹의 매출 규모를 5배로 키웠다.

불혹을 맞은 젊은 총수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메시지는 명확하다. 연구하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이다. 40대 구광모 회장이 보여줄 파격 행보가 성장을 거듭해온 LG를 어떻게 도약시킬지 주목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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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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