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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강서 PC방 엽기살인 쇼크! ‘분노공화국’ 처방전은? 

“범정부 차원의 분노 관리 컨트롤타워 필요”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계층 간 사회갈등 심화될수록 흉악범죄 증가… 정서 안정, 유대감 형성 돕는 지역사회 체육관·미술관도 확충해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살인 혐의자 김성수씨가 10월 22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무 살 청년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누군가에게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순식간이었다. 그를 쓰러뜨린 남자는 칼로 청년을 무참히 살해했다. 응급실에 온 피해자를 본 담당의사는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며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며 잔혹한 범죄의 참상을 밝혔다. 온 국민이 공분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얘기다.

피의자 김성수는 범행 후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겠다는 의도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심신미약자의 행위를 처벌할 때는 형을 낮추게 돼있고, 살인을 했을 때도 감경 요소로 인정되면 훨씬 적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유아 강간을 저지른 조두순도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음이 인정돼 내 후년 출소를 앞두고 있고,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정신질환으로 감형됐다.

10월 22일부터 3주 동안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진행한 법무부의 판단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였다. 11월 15일, 법무부는 “김성수가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 왔지만 범행 당시의 치료 경과 등에 비춰 봤을 때 정신병적 상태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번 감정 결과로 재판에서 김성수가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개연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어떻게 사소한 시비로 인해 극악무도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냐는 의구심은 남아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오랜 시간 응축돼 왔던 분노가 작은 사건으로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일들이 원인이 된 개인적 분노와 열등감, 좌절감, 낮은 자존감을 외부로 돌리면서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노가 쌓였던 것”이라며 “누적된 스트레스가 뇌관 형태로 있다 피해자와 주고받은 몇 마디 대화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었던 피의자의 사소한 경험 속에 축적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또 “김성수가 새겼다는 문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의 왼쪽 목에는 10㎝ 남짓한 크기의 검은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일각에서는 김성수의 문신이 일본 만화 [나루토]에 등장하는 닌자 부대의 표식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나루토는 닌자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만화로 키시모토 마사시가 1999년 연재를 시작해 2014년 완결됐다.

사회가 키운 분노…강력범죄로 이어져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건물에서 3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모습.
곽 교수는 “인지심리학에서 인간의 머릿속에 조직화된 인지적 개념이나 도식을 ‘스키마(schema)’라고 한다”며 “스키마는 행동 스크립트와 유사하다. 어쩌면 만화를 통해 접했던 폭력적 성향이 자각하지 못한 채 행동으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그를 평범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기억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했다. 조용한 성격 속에 스스로 분노를 키워 갔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별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있는 점도 사회적 분노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서구 PC방 사건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 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5986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4934명, 2014년 2962명,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으로 4년 새 20% 넘게 늘었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묻지마’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진다. 경찰청 ‘2016년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6년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자 2만 7071명 가운데 범행동기가 ‘우발적’ 요인으로 분류된 범죄자는 8343명에 달했다. 가정불화·현실불만·부주의 등 다른 요인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30.8%)을 차지했다. 상해·폭행 등 폭력범죄자(38만965명)의 범행동기에서도 ‘우발적’ 요인이 13만7411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범죄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분노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돼 있다. ‘갑질 논란’ ‘층간소음’ ‘주차 시비’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5년 4월 우리나라 성인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정도가 자신은 분노·우울·불안 등으로 불행하다고 답했다. 그중 42%는 스스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했고, 그중 11%는 실제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에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고 유대감 해체, 과잉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이 과정에서 타인을 시기, 질투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표 의원도 “지난 20~30년간 우리사회가 경쟁 위주로 사회가 운영되다 보니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적 병리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런 상황에 취약한 개인들은 분노가 축적되고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이 분노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표 의원은 “이는 사건 발생 시점에서의 사회적 특성이기보다는 오랫동안 축적돼 온 분노가 특별한 계기를 만나 터져 나오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 통제가능한 수위 넘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한 시민이 국화와 쪽지를 놓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강서구 주차장 전처 살인사건’도 대중의 공분을 자아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살인사건 피의자인 아버지 김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해 아내와 이혼 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전처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를 막을 기회는 있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은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으로 지정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2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아버지 김씨를 체포하고 재범 위험성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김씨는 13점 만점에 8점인 A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재발우려가정으로 지정됐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전화번호를 자주 바꿔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은 “경찰은 선정된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해 필요에 따라 방문 또는 전화 모니터링을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감시나 제재가 아닌 피해자에게 안부를 묻는 수준”이라면서 “게다가 3개월간 신고 이력이 없는 경우 재발우려가정에서 해제하기도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부처간 공조시스템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가 가정폭력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위험군에 있다는 사실이 공유됐더라면 미연에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표창원 의원은 더욱 심각한 분석을 내놓았다. 표 의원은 “한국 사회의 분노지수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학교, 경찰, 병원 등이 수용할 수위를 넘어섰다”며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 같은 분노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자살예방위원회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 의원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령 총리실 산하 관련 조직을 신설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법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며 “범죄가 표출되면 처벌의 문제로 생각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식으로 방치해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차원의 예방 노력과 함께 사회적 소통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중화로 단문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습관이 자리 잡은데다 무인 결제기의 확산 등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이뤄지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교수는 “오프라인 차원의 공적 영역인 지역사회 체육 시설이나 도서관, 미술관 등이 잘 완비돼 있는 북유럽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결속감이 강하고 범죄율도 낮은 편”이라며 “법·정책·제도와 함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라는 아늑한 울타리와 비빌 언덕들이 한국 사회에도 더 많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분노조절 가능해”


▎10월 22일에 발생한 강서구 아파트 전처 살인사건의 혐의자 김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심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분노가 타인에 의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분노 감정은 이미 나에게 있다. 누구나 마음속의 화약을 갖고 있다. 단지 타인이 와서 불을 붙이면 터지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개인 스스로 자신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개인이 정신의학과를 찾아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그러나 요즘 한쪽에서는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반인들에게 문턱을 낮춘 심리 카페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라는 친근한 공간에서 기본적인 심리 상담이 진행하는 형태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2011년 서울 홍대앞에 문을 연 심리카페 ‘멘토’는 현재 전국에 12개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늘어났다. 김화숙 멘토 대표는 “10~30대 연인,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최근에서 회사원들이 단체 방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성격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해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하면 심리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그 검사결과에 따라 상담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20분~1시간 동안 상담해 주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를 방문했다가 친구나 지인과 함께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은 관계의 문제다. 자신과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고 배려한다면 서로 부딪칠 위험성은 떨어진다. 카페를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심리카페가 병원 치료로 이어지기 전에 병을 예방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자부한다. 그는 “현대인들 대부분이 우울과 불안감을 안고 산다”며 “일상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닐지라도 심리상담은 현재보다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카페처럼 일반인들이 상담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곽금주 교수는 “미국은 학교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고 학교에 심리상담사가 상주한다. 기업에도 상담가가 근무하고 있다. 성과 향상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보건교사가 심리 상담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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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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