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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화제인물] ‘기능한국인회’ 융합 꿈꾸는 이준배 아이빌트 세종 대표 

“투자와 기술전수로 한국 스타트업 성장 돕고 싶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최연소 기능한국인 출신 사무총장, 창업 돕는 액셀러레이터로 2모작 인생… 기술과 경험 갖춘 기능한국인의 가치 이을 후진양성에도 힘써

▎이준배 대표가 자신이 창업한 액셀러레이터 ‘아이빌트 세종’ 앞에 섰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스타트업을 돕는 이 회사를 차렸다. / 사진:한국애드
전국의 기능 한국인이 10월 19일 경북 예천에 모였다.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회장 배명직·㈜기양금속공업 대표, 제8호 기능한국인)에서 연 1회 진행하는 행사인 ‘기능한국인 전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단순히 회원 단합을 위한 친목 도모와 기능한국인회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세미나 목적만이 아니었다. 예천군의 기업유치정책 설명회가 추가됐고, 기능한국인회가 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한국기능한국인회의 이준배 사무총장은 “회원 모두가 기업 CEO이며 그것도 현장형 리더인 만큼 회원사의 단합과 친목이 다양한 사업으로 이어진다. 이날 행사 역시 그런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회원사의 단합이 곧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준배(50) 대표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은메달을 수상한 제88호 기능한국인이다.

2014년 선정 당시 46세로 최연소 기능한국인이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것을 ‘학벌이 아닌 기술로 승부를 거는 길을 선택한 삶에 대한 인정’이라고 확신한다.

1999년 대기업을 그만두고 자본금 280만원으로 ㈜JBL(현재 ㈜신영정밀)을 창업했다. 이후 회사를 연 매출 100억원 규모까지 키웠다. 이후 회사 지분 전부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넘겨줬다. 이 대표는 명예회장으로서 자문을 해주고 있다. 2014년부터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배재대학교와 한국폴리텍대학에서 후배들에게 기술 전수를 해주고 있다.

매출 100억원 회사 넘겨주고 액셀러레이터로 변신


▎이준배 대표는 숙련기술의 사회환원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런 기술의 전수를 통해서 사회가 발전하고, 숙련기술인이 존경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진:한국애드
회사를 물려준 후, 이 대표는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했다. ‘액셀러레이터’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투자유치가 가능한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는 회사 혹은 기관을 의미한다.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은 기술에서 비롯된 경험의 힘을 믿었던 까닭이다. 현재 ㈜iBUILT SEjONG(아이빌트 세종)의 창업자이자 CEO인 이 대표는 2017년부터 사단법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의 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로 창업해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현장형 CEO인 기능한국인은 기술개발과 기업경영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어 누구보다 발빠르게 변화와 혁신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기능한국인회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상상 이상으로 넓다. 2012년 설립된 기능한국인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 차원을 넘어서 회원사 간 융합과 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또한 이러한 고유의 네트워크 장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한국인회 회원사 간 협력의 일환으로 한국기계전,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 등에 걸쳐서 각 분야의 산업 관련 전시회에 공동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숙련기술의 진흥과 홍보를 위해 매년 장학사업 및 산업현장교수 활동, 재능 기부, 진로지도 교육에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기능한국인회 회원의 업종 중에서 제조업이 45%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전기·전자, 재료, 식품가공, 인쇄·목재·가구·공예, 건설, 교육·자연·사회과학, 문화·예술·디자인·방송, 정보통신, 화학, 환경·에너지·안전, 영업·판매까지 다양한 분야에 포진하고 있어 어떻게 협업하고 융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능한국인회에서도 회원들의 이러한 장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숙련기술인이며 대표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접하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회원사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도록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세미나와 강연, 이업종 교류회 등을 개최해 경쟁력 강화와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의 행사가 바로 이러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 특히 기능한국인회의 사무총장을 맡은 이준배 대표의 액셀러레이터 경험은 다양한 업종으로 포진한 기능한국인회의 회원사 간 융합의 고리가 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준배 대표는 2012년 액셀러레이터인 ‘아이빌트 세종’을 창업했다. 이 대표는 99년 창업 이래 혼신을 쏟아 키웠던 회사를 2017년 직원들에게 넘겨줬다. 아이빌트 세종이 정식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된 시점이었다. 2005년 디스플레이 시장의 폭락으로 ㈜JBL이 위기에 처했던 시절에 한마음으로 위기를 견뎌준 직원들을 위한 이 대표의 보답이었다. 당시 위기를 이겨 낸 회사는 탄탄하게 성장했고, 이때의 경험을 발판삼아 이 대표는 2007년, 초기 창업자를 돕는 ‘아이디어 빌트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이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 ‘아이빌트 세종’의 전신이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초기 유망 사업자를 발굴해 투자를 비롯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다. ㈜JBL을 창업해 위기와 고난을 극복해 본 이 대표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창업에서부터 성장을 거쳐 성공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스타트업 기업들과 공유하고, 이들이 더 큰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현재진행형 포부다.

이 대표는 “독특한 창업 아이디어가 성공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오늘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와 사장되고 있다. 이제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시대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모여야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시장을 보는 투자자가 있고 이를 연결해 주는 창업기획자, 즉 액셀러레이터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스타트업은 그리 어려운 걸음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경험은 기능한국인회 회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기술 전수와 인큐베이팅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바로 기능한국인이 경영하고 있는 사업장인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기술과 경험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아이빌트 세종과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모두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로서 서로 맞닿아 있다.

이준배 대표는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가 좀 더 다양한 영역의 회원사로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서로의 영역이 다양해질수록 더 많은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공단 및 유관 단체를 대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매년 열리는 전시회에서도 협회 부스를 마련해 기능한국인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협업해 보도자료 및 방송 송출 등의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기능한국인의 선정 기준이 회사 대표이기에 여러 지자체에 지역에서 성공한 숙련기술인 출신 대표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도 병행하고 있다.

“기술인이 우대받는 세상 열겠다”

이 대표는 “거창하게 4차 산업혁명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계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는 생각보다 짜릿하다. 많고 다양한 가치가 연결돼 유기적으로 작동되고,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더해진다면 그것이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걸음에 기능한국인회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수성가(自手成家)의 시대를 지나 다수성가(多手成家)의 시대를 기능한국인과 액셀러레이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기능한국인회 사무총장으로서 기능한국인의 숙련기술 사회환원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기능한국인은 대표이기 이전에 숙련기술인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 전승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관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기능한국인센터에서 후진 양성의 장(場)이 열리도록 경기도 판교에 건립 예정인 전수센터 운영을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의 역할은 집행부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손과 발이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내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은 것이다. 큰 방향은 배명직 회장님께서 잡으셨으니 그에 따라 성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우리 집행부의 노력을 모아야 한다. 크게 보자면 숙련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숙련기술인이 사회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내부적으로 우리 기능한국인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회원들끼리의 융합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 사무총장으로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회원을 찾아가 만나고, 이야기 듣고,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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