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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미·중 패권 경쟁 속 동아시아 정세는 ‘안갯속’ 

경제전쟁 휴전 대신 외교·안보·군사 전선 불 뿜는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파푸아뉴기니 APEC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대놓고 상호 비방전… 거대 패권국 사이에 낀 아·태 국가들 ‘고난의 행군’ 불가피

▎지난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 사진:연합뉴스
최근의 미·중 관계를 비유하자면 미국의 소나기 펀치에 휘청거리며 녹아웃 직전이던 중국이 어떻게든 클린치로 엉겨 붙으며 버티다가 공(gong, 징)이 울린 것 같은 형국이었다.

현지시간으로 12월 1일 저녁 5시 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막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1년 1개월 만에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만찬을 곁들인 미·중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 오후 8시경에 끝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올랐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중국에 편리한 부분만 브리핑했지만 곧 백악관이 회담의 개요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금 전, 양측이 ‘고도로 성공한 회담’으로 평가한 회담을 마쳤다. 매우 중요한 것은 시 주석이 인간미가 넘치는 훌륭한 제스처로 펜타닐(일명 차이나 화이트)을 관리 물질로 지정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그 의미는 펜타닐을 미국에 판매하는 사람(중국인)은 중국에서 법적으로 엄벌에 처한다는 것이다. 무역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1일 2000억 달러어치의 제품에 대해 현재 부과하고 있는 추가 관세 10%를 동결하고, 25%로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구체적으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매우 많은 농업, 에너지, 공산품, 또는 기타 제품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해, 양국 간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우리 농가로부터 즉시 농산물을 사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의 전문은 또 양국의 후속 협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즉각 구조개혁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적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 및 절도, 서비스 및 농업 분야 등이다. 양측은 이 시한이 지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0%의 추가관세를 25%로 끌어올린다. 또 북한에 대해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김정은도 함께하는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경의를 표시했다. 시 주석은 또한 이전에 승인되지 않았던 퀄컴에 의한 NXP 세미 컨덕터스 인수 계획을 다시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이다. 우선 미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펜타닐 문제였다. 펜타닐은 미국판 아편이라고 불리는 약물이다. 19세기 중반에는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퍼뜨려 아편전쟁이 벌어졌지만, 이번엔 중국에서 수입되는 펜타닐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규모 폭동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항구에 적재돼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 / 사진:연합뉴스
다음으로, 전 세계가 주시한 무역전쟁에 관해서는 중국 측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지혈(止血) 여행’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응급처치로나마 ‘지혈’을 하기에 분주했다. 지혈이란 2019년 1월 1일부터 25%로 인상되는 2000억 달러 상당의 대미 수출품의 관세를 현행 10%로 묶는 것이다.

만일 1월부터 25%로 인상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격감해 ‘중국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불리는 전국의 중소 영세 기업이 붕괴된다. 동시에 중국 기업 및 외자기업의 중국 철수가 가속화되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등지로 제조공장을 이전시키거나 일부 작업공정을 이전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2월 5일의 춘절(春節, 설 연휴)을 앞두고, 중국 기업은 종업원에게 보너스를 지불하지 못하고, 해고나 이직되는 노동자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락, 부동산 가격도 폭락해, ‘중국발 리먼 쇼크’를 향해 달려간다….

이런 현상을 중국에서는 은밀히 ‘1월 위기’라고 부르며 극도로 두려워했다. 그리고 1월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일대일 결투’에 달렸던 것이다. 이른바 중국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 회담이다.

회담 결과, 중국은 어떻게든 1월 1일의 ‘25% 관세 발동’을 막을 수 있었다. 단, 미국은 ‘90일 이내에 해결하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즉, 12월 한 달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개월간의 집행유예일 뿐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무사히 춘절을 맞을 수 있게 됐다. 14억 중국인에게 가장 소중한 춘절이라는 대형 연휴가 경제위기로 무산되면 중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규모 폭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를 한시름 놓게 한 G20 정상회의 미·중 회담에 이르기까지는 파란의 11월이었다. 그것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닷새 앞둔 11월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에서 시작됐다. 이날 신화통신은 전화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며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트럼프_ “나는 시진핑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께서는 중국 국민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 양국 국가원수가 직접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나는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다시 만나 몇 가지 중대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회담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미국은 미·중 무역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대중(對中)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양국 경제 단체는 교류 및 협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는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한다.”

시진핑_ “다시 한 번 총통 선생(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중국 측은 이미 중·미 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원칙적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나와 총통 선생이 달성한 중요한 공통인식에 기반, 중·미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촉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나 역시 총통 선생과의 좋은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총통 선생과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중·미 관계와 그 외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차분하게 의견을 교환을 하고 싶다. 우리 두 사람은 중·미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중·미의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해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중국은 곧 제1차 국제 수입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이는 중국의 수입 증가이며 개방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중·미 양측은 협조와 협력을 통해 경제무역의 난제를 풀어 나가는 성공의 선례로 삼기를 희망한다. 양국 경제단체는 접촉을 강화해 양측의 중요한 문제 협상을 추진하고, 중·미의 경제무역 문제를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타결하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도 적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총통 선생과 김정은이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치적 해결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 것을 찬양한다. 미·북 양측이 각각의 중요한 논점을 고려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더욱 진전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이런 대화가 있고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2일 중간선거와 관련한 대량의 트위터를 올리면서 이 회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지금 중국 시진핑 주석과 길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이야기했다. 무거운 무역 문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논의는 아르헨티나의 G20에서 일정에 포함된 정상회담으로 옮겨 간다.”

중국과 新냉전 원치 않는다는 트럼프의 진심


▎지난 9월 남중국해에서 미국 군함 디케이터함(왼쪽)에 중국 군함 란저우함이 초근접한 장면을 미 해군이 공개했다. / 사진:gCaptain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없이 바쁜 중간선거 직전에 시진핑 주석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중국과의 신(新)냉전을 원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거쳐 9일에는 2017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미·중 외교안보 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렸다. 미국 측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티즈 국방장관이, 중국 측은 양제츠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웨이펑허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대표를 맡았다. 두 사람은 형식적인 이상론을 폈다.

양제츠_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G20 기간에 갖는 정상회담의 의의는 중대하다. 중·미 양측은 대화를 강화하고 밀접하게 협력해서 성심성의껏 준비하며 회담의 적극적인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자 최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다. 양국은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거대한 협력의 여지를 갖고 있다. 동시에, 어떤 분야에서는 견해차가 있다. 역사와 현실이 증명하고 있는 것은 협력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며, 윈윈을 통해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미래로 간다는 것이다.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리공승에 있다. 양측의 경제무역 분야에는 문제가 있지만 양국의 경제시스템이나 산업구조 발전단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웨이펑허_ “중·미 양군(兩軍)의 관계는 중·미 관계의 중요한 일부다. 양군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광범위한 공통 이익을 가지고 있으며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대화를 강화하고 상호신뢰를 증진하며 상이점을 컨트롤하고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양군의 관계를 양국 관계의 안정장치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품페이오 국무장관은 협력(cooperation)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남중국해, 대만,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 등에서 견해차는 있지만 북한 문제를 비롯해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 것이다. 마티스 국방장관도 “중국에 대해서 적의는 없다”라고 전제한 다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안보 문제에서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국제법에 준거한 남중국해를 만들어 나간다고 하는 정론을 말했다.

39분에 걸친 이날 기자회견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 마티즈 장관은 ‘트럼프 정권의 양심’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두 고위 당국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신냉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중국을 회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1월 중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트럼프 정권의 대중 강경파 그룹의 필두이며 진심으로 중국을 무너뜨리려는 것처럼 비친다.

10월 4일에 허드슨 연구소에서 실시한 ‘반중(反中) 강연’은 중국을 떨게 했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행으로 동아시아 정상회의와 파푸아뉴기니 APEC에 참석해서 다시 한 번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었다. 우선 11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는 중국 대표인 리커창 총리가 먼저 발언을 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미국의 강온 양면 전략과 중국의 고민


▎11월 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 회담. 양제츠와 웨이펑허는 온건 이상론을 펼쳤다.
“세계 정세는 불안정, 불확정 요소가 늘어가고 있으며 보호주의, 일국주의가 대두되고 글로벌리즘이 좌절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기하고 싶은 것은 첫째로 글로벌리즘을 견지하는 것이다. 둘째, 자유무역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의 경제 일체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넷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섯째, 정치적 안보대화의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평온한 남중국해는 각국이 원하는 곳으로 지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남중국해 최대 연안국가로 60% 이상의 해상무역 화물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다.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결연히 유지하고 보호한다. 어느 나라보다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남중국해 행위 준칙’의 교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가능하면 향후 3년 이내에 정리하고 싶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다시 중국을 염두에 둔 강렬한 스피치를 했다.

“여러분(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인도·태평양 지역이 대국이든 소국이든 번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모두 동의하듯이, 제국이나 침략자 등은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존재할 곳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불참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아시아·태평양 비전은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이웃을 존중하는 것만을 추구하며, 주권과 국제법에 따른 질서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어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리커창 총리에서 시진핑 주석으로 바통이 넘어갔다. 11월 15일 밤 8시5분 시진핑 주석은 파푸아뉴기니의 잭슨 국제공항에 내려 아이불 부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 16일 수도 포트몰레스비에서 다다에 총독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오닐 파푸아뉴기니 총리와 ‘독립대로’ 인도식에 참석했다. 독립대로란 국회의사당과 APEC의 주 회의장인 포트몰레즈비 국제회의센터를 잇는 총 1060m의 6차선 도로로,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완성됐다. 그 목적은 일대일로의 유익함을 APEC회의에 참여하는 21개국 지역 대표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중국지원’을 나타내는 기념비가 세워졌고, 독립대로의 양쪽에 오성홍기가 내걸렸다.

중국, 파푸아뉴기니와 태평양 섬에 공들이지만…


▎1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시진핑 주석은 이어 태평양 도서 8개국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시 주석은 8개국 정상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같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친구들이다. 중국은 섬나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섬나라에서의 수입을 확대할 것이다. 첫째, 상호 평등을 견지한다. 둘째, 상호이익과 협력을 견지한다. 셋째, 국민의 우의를 견지한다. 넷째, 상호 방조를 견지하겠다.”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각국 정상은 입을 모아 일대일로에 적극적인 참여를 언급했다고 한다.

중국이 파푸아뉴기니나 태평양 섬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만과의 ‘오셀로 게임’(국교를 뒤집어 가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이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5월 취임한 이후 중국은 산토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의 5개국과 수교를 맺었다. 남은 국가는 17개국인데 그중 6개국이 오세아니아 지역이다. 중국과 수교하면 신속하게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군사적인 이유다. 미·일이 태평양의 패권을 두고 다툰 태평양전쟁(1941~1945)을 자세히 연구하고 있는 중국은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을 줄여가는 것이 대만 통일과 남중국해 지배에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다음 날인 18일 오전에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시대의 기회를 파악하고 함께 아시아태평양 번영을 도모한다’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세계의 대세를 확실히 인식하고,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미래의 방향을 명확히 해 시대의 명제에 답할 것이다. 첫째, 지역경제 일체화를 추진하고 개방형 아시아태평양 경제를 구축할 것이다. 둘째 이노베이션 발전을 견지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셋째, 호련호통(互連互通)의 네트워킹을 완비해 연동을 발전시키며 촉진시킨다. 넷째, 파트너십 관계를 견지하고 심화시켜, 공동의 도전에 대항해 나가겠다. 중국은 이미 수십 년 전에 7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켰으며, 2020년에는 전면적인 탈빈곤 사회를 실현할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로서 2020년 이후의 협력 형태를 만들어 갈 책임을 지고 있다. 지역의 경제 일체화를 위해 개방형 세계 경제의 큰 방향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 역시 APEC CEO 서밋에서 26분간 중국을 의식한 강렬한 스피치로 응수했다.

“지난해 이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전을 제시했다. 발언 가운데 다양한 문화와 많은 다른 꿈을 가진 주권국, 독립국이 함께 번영하고 자유와 번영을 구가한다는 말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안전 위협에 직면해 있는 지역 문제에도 동맹국과 파트너국 모두 함께 맞서서 그들의 주권을 지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년간 미국 기업은 1500항목 이상, 61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투자를 이 지역에서 선언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누계 투자액은 1조4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 액수는 한·중·일 누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 미국은 우리의 번영에 불가결한 바다와 하늘의 자유를 계속 지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국제법이 허용하고, 국익이 요구되는 경우는 어디서든 항공과 항행을 계속할 것이다. 방해는 우리의 결의만 강화시킬 뿐 결코 코스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독립전쟁 직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부채와 외국의 간섭이 독립을 통해 얻은 모든 것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에도 모든 나라는 주권을 위협하는 부채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국익을 지키고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처럼, 항상 ‘자국 퍼스트’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보다 좋은 선택사항을 제공하고 있으며, 파트너를 부채의 바다에 빠뜨리는 일은 없다. 독립을 협박하거나 양보하게 할 일도 없다. 미국은 오픈되고 공정하게 행동한다. (일대일로처럼) 벨트를 너무 꽉 조이거나 편도 티켓만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미·중의 대립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내걸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소재로 한 작품. / 사진: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인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분명히 다르다. 중국은 바로 그 점에 착안해 굳이 펜스 부통령을 무시하는 형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아르헨티나 결전에 대비했다.

결국 APEC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일본경제신문](11월 19 일자)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한두 가지 항목에서 합의하지 못했으며, 대신 의장성명을 낼 것이다’. 의장국인 파푸아뉴기니의 오닐 총리는 정상회의 폐막 후 이렇게 말했다. 회견에서는 정상선언 포기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십 명의 기자로부터 항의를 받는 장면도 연출됐다. (…) 선언문을 둘러싼 미·중의 대립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중국 대표단 4명이 문안 수정을 요구하며 파푸아뉴기니의 팻 외무·무역장관에게 면회를 요구, 집무실로 돌입했다고 18일 보도됐다. 중국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제로 침입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오전 파푸아뉴기니는 ‘다각적 무역체제’ 항목을 삭제하는 등 미국의 안을 다듬은 의장안을 각국에 제시하고 양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상회의 폐막 직전까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미국에 파푸아뉴기니가 굴복했다’(외교 소식통)고 한다. 그러나 강압적인 진행에 중국뿐 아니라 복수의 국가 및 지역이 반발하면서 결국 선언문 채택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미·중의 대립으로 찢어지고 농락당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비명’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처음으로 돌아가, 미·중 대결은 끝난 것이 아니라 2019년 춘절 이후로 미뤄졌을 뿐이다. 새해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가, 4월에는 제2회 일대일로 서밋 포럼이 각각 베이징에서 예정돼 있는 만큼 시진핑 정권이 트럼프 정권과 타협할 여지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새해는 초반부터 ‘격동하는 돼지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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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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