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늦은 해 

 


▎눈 온 날 아침 시골집 뒷마당 장독들이 하얀 털모자를 썼다. / 사진:박종근
윗말 노인은
마지막 남은 자투리땅을 팔고
지난해 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연신 좋아하며 땅을 샀던
감나무집 할머니도
해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남은 그 땅 위에

뒷산자락에서부터 날아온
바람이 쌓이고
눈이 쌓이고

다시 늦은 해가 일어
멀고 고요한 길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 박준 -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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