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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한반도 진출, 中 속내는 

北 ‘동북4성’ 편입 노린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김정은, 북·미 협상 지렛대로 중국 활용…반대급부로 경제 영토 내주나
文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중첩되는 일대일로 접근에 신중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환담하는 모습.
새해 첫날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훈춘(琿春)에서 관광객 100여 명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걸어서 건넌 뒤 북한의 나선(나진-선봉)특별시를 관광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도보로 두만강을 건넌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말 그대로 두만강의 ‘수상 관광통로’가 개통된 것이다.

훈춘은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나선특별시, 동쪽으로 러시아의 연해주와 맞대고 있는 국경 도시다. 훈춘에서 동쪽으로 15㎞만 가면 동해를 만난다. 훈춘 취안허(圈河) 통상구에서 북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를 지나 나선특별시의 나진항까지는 53.5㎞ 밖에 되지 않는다. 훈춘은 중국-북한-러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전략요충지이다. 훈춘에서 새벽에 닭이 울면 중국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 주민들이 잠을 깬다는 말도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훈춘의 인구는 현재 28만 명이고 이 중 조선족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훈춘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지린성에서 가장 큰 탄광과 두 번째로 큰 금광이 훈춘에 있다. 이곳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 채굴량만 연간 500만t에 달한다. 황금 생산량도 연간 1t에 달하며 동(銅)은 4000t 정도다. 텅스텐 저장량도 11만t 이상으로 추정된다. 훈춘엔 인삼·녹용·송이버섯 등 특산물도 유명하다.

중국 정부와 지린성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훈춘에 ‘투먼장(圖們江·두만강)지역 국제 합작시범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범구는 90㎢ 면적에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중국 정부는 훈춘의 배후 도시들인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을 잇는 ‘창지투(長吉圖) 개방 선도구’ 개발 사업도 벌이고 있다.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 사업은 두만강 유역에 있는 3개 도시를 연결해 대규모 산업과 물류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창춘-지린-옌지-투먼-훈춘을 잇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개통된 상태이다.

중국 정부는 훈춘에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를 보강 공사를 통해 새롭게 완공시켰다. 이에 따라 훈춘 취안허 통상구에서 나진항까지 운행하는 데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9년 나진항 1호 부두와 2010년 나진항 4~6호 부두를 50년 동안 사용할 권리를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또 훈춘과 나선 경제특구를 연결하는 신(新)두만강대교도 완공시켰다. 2016년 11월 개통된 새 다리의 정식 명칭은 ‘중조(中朝) 변경 취안허 통상구대교’다.

중국 정부가 훈춘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 것은 나진항 때문이다. 나진항은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부동항(不凍港)이다. 훈춘에서 나진항을 통하면 중국의 동해 출구가 된다. 훈춘은 중국 동북지역의 내륙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계지인 셈이다.

중국 정부가 훈춘 개발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동북 3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과거 만주라 부르던 동북 3성은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남북한의 통일, 러시아의 극동 개발 전략, 일본의 동해 진출 전략 등에 맞서려면 자국의 동북 지역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유리하다. 과거 일본이 이 지역을 먼저 점령했던 것도 지경·지정학적 전략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도 중국의 동북 3성에 대한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다.

훈춘은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훈춘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중국이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최적지 중한 곳이다. 훈춘은 또 러시아의 군사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지역이다. 특히 중국은 훈춘을 통해 나진항까지 군사력을 확대할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 나진항을 통해 자국 동북지역 자원과 화물을 남부 산업지역으로 운반하면서 남방수송로 보호를 명분으로 동해에 해군력을 상주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중국 해군 함대가 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할 경우, 미국으로 볼 때 배후의 허를 찔리는 셈이다. 일본으로서도 자국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동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가 출몰한다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옛 소련은 1970년대까지 나진항을 군사항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소련은 나진항을 통해 미국과 전쟁 중이던 베트남에 전략물자를 수송하기도 했다.

시진핑 ‘운명공동체’ 언급, 노림수는?


▎2018년 7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과 기념 촬영하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훈춘을 비롯해 북한과의 접경지역 거점도시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북한과 연결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라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경제를 자국에 종속시키고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 나아가 일본까지 교역을 확대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경제와 물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월 7~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비롯해 지난해 1차(3월 25~28일), 2차(5월 7~8일), 3차(6월 19~20일) 등 모두 3차례 만남을 통해 북·중 혈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시켰다.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시 주석은 새해 들어 중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인 김 위원장을 극진하게 예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견 조율이라는 목적 이외에도 향후 북·중 간의 관계가 더욱 밀착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으로 북·중 관계의 앞날을 개척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북·중 관계의 향후 발전을 함께 잘 이끌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번 방중은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북·중 전통 우의를 공고히 하고 북·중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으며 북·중 우호 관계가 날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지도자 간의 4차례 정상회담에서 ‘운명공동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중국과 조선(북한)은 운명공동체이자 변함없는 순치(脣齒, 입술과 이)의 관계”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그동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거론하면서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운명공동체라는 것은 안보는 물론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이 운명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 북한 정권과 김 위원장의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국가급인 훈춘 취안허 통상구에 이어 지난해 11월 훈춘 사퉈쯔(沙坨子) 통상구를 국가급으로 승격시켰다. 통상구(口岸, 커우안)는 세관과 시장의 기능을 겸하는 국경 통로구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가급(1급)과 성(省)급(2급)으로 구분된다. 취안허 통상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은 연간 60만t이나 된다. 훈춘 시내에서 11㎞ 떨어져 있는 사퉈쯔 통상구는 북한의 함경북도 경원군 통상구와 연결된 곳으로, 화물처리능력은 연간 10만t 정도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지린성 지안(集安) 통상구를 국가급으로 승격시켰다. 지린성 상무청은 “지안 통상구가 북·중 국경 가운데 부지 면적과 건설 규모 면에서 최대이고 통관 속도 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북한 등 남쪽 개방에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압록강 중류에 위치한 지안 통상구의 총 대지면적은 10만2000㎡, 건축 면적은 1만3900㎡나 된다. 지안 통상구는 북한의 자강도 만포시와 연결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안 통상구가 중국 정부가 러시아·중국·몽골을 잇는 경제 회랑에 북한을 연결하는 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창춘-퉁화-지안-평양을 잇는 800여㎞ 구간에 고속철 건설과 함께 고속도로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지안-평양 구간은 400여㎞로 현재 낡은 철도가 깔려있는 상태이며, 2010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때 이 구간을 이용했다.

동북3성 개발 요충지는 신의주 인접한 랴오닝성


▎2018년 5월 방중 당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해변을 산책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북한과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개발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곳은 랴오닝성 단둥(丹東)이다.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도시다. 인구 245만 명인 단둥은 과거부터 북·중 교역의 중심지였다. 북·중 교역은 대부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단둥에서 거래되는 대북 교역 규모는 연간 38억여 달러(약 4조 2400억원)로 전체 북·중 교역액의 70%를 차지한다. 현재 단둥에 대북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 기업은 400여 개에 달하며 120여 개의 북한 무역회사가 상주하고 있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은 5000여 명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해 놓았다. 이 다리는 총길이 3026m, 폭 33m, 왕복 4차로의 사장교(斜張橋, 교각 탑에서 비스듬히 친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는 구조)이다. 중국 정부는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해 북한에 접속 도로정비 등의 건설을 위해 6억 위안(약 98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시는 북한과의 교역 확대에 대비해 외곽에 신청(新城)이라는 신도시를 개발했다. 단둥시는 시청을 이곳으로 이전했다. 신청엔 고급 고층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다. 단둥 주재 북한 영사관도 이쪽으로 이전해 왔다. 단둥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계측기 단지도 옮겼다. 중국 정부는 신압록강대교가 있는 지역에 출입국사무소(國門大廈)와 세관까지 세워 놓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북한과 연결하겠다는 중국의 의도는 랴오닝성 정부가 지난해 8월 27일 작성한 ‘랴오닝 일대일로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 방안’이라는 문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와 랴오닝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단둥을 관문 삼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한국·일본·러시아·몽골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 회랑’을 조성함으로써 이 지역을 운명공동체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문건에서 단둥-평양-서울-부산을 철도와 도로, 통신망으로 상호 연결하겠다면서 이 연결의 성격을 남부 항구로 직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를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부산까지 뻗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문건은 또 신의주와 단둥 사이 압록강의 황금평에 있는 북·중 경제구, 단둥의 북·중 호시(互市)무역구를 단둥의 중점 개발, 대북 경협의 중요한 지지대로 만들겠다고 명시했다. 적절한 시기에 단둥특구를 건설하도록 노력하고 선양·다롄·단둥의 공항과 북한 및 러시아 극동 도시 간 항공편 운항도 강화하기로 했다. 랴오닝성 정부는 “중·북 지도자의 중요한 합의를 지도로 삼아 대북 협력을 견고하게 계획한다”고 밝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반도로 진출하려는 계획이 시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임을 밝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개발을 랴오닝성을 중심으로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서울과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 협력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랴오닝성 정부는 이를 위해 단둥-훈춘-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철도 건설과 단둥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연결되는 해상 통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횡으로는 북·중 접경지역을 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고, 종으로는 중국과 한반도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문건은 일대일로 동북아 관문의 지위가 두드러지는 시기를 2030년으로 명시해 이번 계획을 2030년까지 완성하는 것이 목표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12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동북아경제권’을 주창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한반도 진출은 미국과의 패권 다툼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임을 증명한 셈이다.

과거 김정일, 中 경제 전략 상당히 불신


▎2018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신압록강대교와 북한 신의주. 북한 측 도로 등 기반시설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북한 연결은 낙후된 동북 3성의 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신(新)동북진흥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북 3성의 경제는 중국에서도 유독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북 3성은 1990년대까지 중공업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산업 구조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침체에 빠졌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신동북진흥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는 1조6000억 위안(약 263조원)을 투입해 동북3성의 산업 구조조정과 첨단 산업단지 조성, 창업 지원, 민생 보장 및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동북 3성 지방정부도 중국 정부가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신동북진흥전략 핵심가치로 선정하고 제조업을 통한 지역발전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동북 3성에선 다롄-선양-하얼빈, 선양-단둥, 창춘-훈춘, 다롄-단둥 등이 고속철로 연결됐다. 네이멍구와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도 개통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북한과 연결하려는 속셈은 북한을 자국의 경제권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자국의 대북 전략을 ‘입술과 이가 서로 의지해서 미래를 열어간다(脣齒相依 活未來)’는 새로운 표현으로 미화하고 있다.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이 북한 경제를 거대한 원심력으로 끌어들인다면, 북한은 중국의 ‘동북 4성’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교역에서 9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과의 교역은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에 따라 급속한 감소세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해 1~11월 중국의 대북 교역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2.9% 감소한 22억 달러(약 2조46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국의 북한 수입은 88.6% 줄어든 1억9175만 달러(약 2140억원)에 그쳤다. 중국의 대북 수출도 20억1000만 달러(약 2조2500억원)로 33% 감소했다.

북·중 간의 공식적인 거래는 이처럼 대폭 감소했지만 밀무역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중국 도시들에선 밀수로 들여온 북한산 제품이나 농수산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국가 기관을 통해 대대적으로 밀수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이를 묵인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론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척하면서 비공식적으론 밀수를 눈감아주는 방법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중국을 상당히 불신해왔다. 김정일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 사람들의(중국인들의) 경제 전략이 영토나 제도나 경제 분야에서는 동북 3성이 아니라 조선을 염두에 두고 동북 4성으로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보인 적이 있다.

김정은도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중국과 거리를 두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북·중 관계는 최악이었다. 북한은 이 기간 중 4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고, 각종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인 김정남도 화학무기로 독살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면서 태도를 바꿨다.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으로 달려간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16일 북·중 접경도시인 신의주를 현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발하라며 건설 계획을 지도한 것도 같은 행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김정은은 신의주 건설 사업을 2022년 김일성 생일(4·15)까지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文 일대일로 동참? 위험한 도박


▎2018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단둥과 마주보고 있는 신의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외개방을 염두에 두고 2002년 입법·사법·행정 자치권을 부여하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했던 곳이다. 하지만 초대 특구 행정장관인 네덜란드 화교 출신 양빈이 탈세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김정일은 집권 후반기인 2010년에도 신의주의 위화도와 황금평에서 경제특구를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김정은이 신의주 개발을 국가적 사업으로 다시 선포한 의도는 향후 제재 해제 등 대외환경 호전에 맞춰 북·중 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북한 연결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 경제협력 계획인 한반도신경제지도의 서울-평양-신의주-단둥 고속철도 연결 계획과 중첩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17일 파푸아뉴기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공동 건설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공동 건설 제의는 북한 진출을 한·중이 함께 하자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전략적 이익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는 없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가 완화 또는 해제되지 않는 한 북한과 연결되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요원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을 고려해야만 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저지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신식민지 정책’인 것이 드러났다.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 중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 또는 운영권을 넘기는 국가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고 있는 국가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자원 확보를 비롯해 영토 등 핵심이익의 보호, 지정학적 이득, 미국과의 패권 경쟁 등을 고려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화경제권에 편입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만을 실현하고자 중국과 손을 잡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을 깨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오해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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