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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지극정성 부성애 퉁가리·동자개 

 

퉁가리 가시에 찔리면 피 나고 퉁퉁 붓기까지
동자개, 잔가시 없고 살집 있어 매운탕으로 인기


▎흔히 ‘빠가사리’로 불리는 동자개.
퉁가리는 급류가 흐르는 야트막한 자갈밭에 사는지라 놈들이 휘젓고 돌아다녀도 물살에 퉁가리가 어른거려 쉽사리 사로잡기가 힘들다. 게다가 맨손더듬이로 잡으려 하지만 비늘이 없어 미꾸라지처럼 썩 미끄러운 것은 물론이고 가시(침)에 찔리기에 엄두도 내지 못 한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돌 가장자리에 머무는 까다로운 습성이 있어서 ‘메방’이라고 부르는 ‘돌땅’(돌이나 망치 따위로 고기가 숨어 있을 만한 물속의 큰 돌을 세게 쳐서 그 충격으로 고기를 잡는 일)으로 잡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두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아 오므려 쏘이지 않게 살짝 건지거나 낚시, 족대로 뜨는 방법도 있지만 주로 보쌈으로 잡는다. 보쌈이란 양푼이 만한 그릇에 먹이를 넣고 물고기가 들어갈 만한 큰 구멍을 뚫은 보(천)로 싸서 물속에 가라앉혔다가 나중에 그 구멍으로 들어간 물고기를 잡는 원시적인 방법을 이른다.

퉁가리는 메기목(目), 퉁가리과(科)의 민물고기(담수어)이고, 퉁가리과에는 퉁가리 말고도 엇비슷하게 생긴 퉁사리, 자가사리가 있다. 퉁가리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固有種, endemic species)으로 생김새가 메기(catfish)와 비슷하지만 체색이 다를 뿐더러 크기도 훨씬 작다. 몸의 색깔은 고루 황갈색이고, 아무런 얼룩무늬(반문,斑紋)나 얼룩점(반점,斑點)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몸길이는 10~13㎝이지만 아주 큰 놈은 15㎝에 달한다.

퉁가리는 물이 맑은 하천 중·상류의 모래자갈이 많고 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급류, torrent)에 살기에 ‘Korean torrent catfish’란 별명이 붙었다. 야행성이고 육식성이라 야밤에 잔물고기나 물속곤충(수서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그리고 남달리 가슴지느러미피부에 묻혀 있는 예리하고 단단한 가시돌기가 있고, 가시 안쪽 가장자리에는 1~3개의 톱니(거치, 鋸齒)가 있으나 성장하면서 점점 작아진다. 톱니에 찔리는 날에는 심한 통증에 펄펄 뛰게 된다.

퉁가리(Liobagrus andersoni )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 특산종으로 눈은 아주 작고, 머리가 위아래로 눌려져 납작하며, 몸 뒤편으로 갈수록 양옆으로 납작해진다. 다시 말해 머리와 주둥이는 상하로 납작하고, 몸통은 좌우로 편평하다. 또 몸 양옆에 한 줄로 늘어선, 물살 세기나 수압·수온들을 느끼는 측선(옆줄)은 흔적만 남았거나 숫제 없다. 위턱과 아래턱 길이는 비슷하고, 입은 옆으로 찢어지며, 이빨이 있고, 입 주변에 나는 입수염은 4쌍으로 그 중 2쌍은 머리길이와 거의 같고 다른 2쌍은 그보다 짧다.

산란기인 5~6월이 되면 물살이 세지 않은 수심 20~30㎝에 있는 돌 밑에 암컷이 알을 달라 붙이고, 이후 수컷이 수정시켜 수정란이 부화할 때까지 지킨다. 알은 8일 정도 지나 부화하고, 1.5㎝ 정도로 자란 새끼는 이미 다 자란 성어(成魚)와 비슷해지며, 2년 뒤에 어엿한 성체가 된다.

퉁가리는 비린내가 적어 매운탕으로 쓰지만 쏘가리 낚시 미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맑은 물에서 자라 강의 오염에 민감한 편이라 최근에는 서식지가 줄고 마리 수도 점차 적어지는 실정이다. 세상에 그런 처지가 아닌 생물이 어디 있으랴. 사람만 해도 수돗물 먹기를 꺼려 휘발유보다 비싼 생수를 마시고, 미세먼지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늘어나는 추세가 아닌가! 이런 지구를 떠날 수도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매운탕 재료는 물론 관상어로도 키우는 동자개

서로 과(科, family)까지 다르지만, 퉁가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자개를 살펴본다. 동자개(Tachysurus fulvidraco)를 낚시로 낚아 올리거나 잡으면 가슴지느러미에서 ‘빠각빠각’하는 소리를 내기에 흔히 ‘빠가사리’라고 한다. 한국·중국·베트남·라오스·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살고,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강 하구에 출현한다.

동자개는 메기목, 동자개과에 속하는 육식성 민물고기이다. 몸길이 25㎝ 정도로 퉁가리보다 크고, 체색은 우중충한 황색 바탕에 긴 암갈색의 큰 반문이 있다. 등과 몸의 옆면 중앙과 배의 폭이 넓으며, 모든 지느러미에는 검은 색을 띠는 부분이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물론이고 등지느러미에도 가시가 있고, 입가에 역시 네 쌍의 수염이 있으며, 그 또한 비늘이 없다.

덧붙이면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의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극조, 棘條)는 크고, 보통 때는 눕혀두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곧장 바짝 끝을 세운다. 가슴지느러미의 극조에는 퉁가리처럼 안팎으로 톱니 모양의 거치가 있다.

동자개(Korean bullhead)는 머리가 큰데다 지느러미들이 삐죽삐죽 솟아나 무섭게 보인다. 주둥이는 끝이 뾰족하고, 눈은 머리의 앞부분 위쪽에 치우쳐 있으며, 아래턱(하악, 下顎)이 위턱(상악, 上顎)보다 약간 짧다. 입수염은 4쌍으로 위턱 것이 더 길다.

퉁가리와 다르게 유속이 느린 강의 중·하류에 모래와 진흙이 많은 곳에 산다. 야행성이며 주로 수서곤충이나 물고기의 알, 새우 따위의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 수컷이 가슴지느러미극조로 강바닥에 굴을 파 산란실(産卵室)을 만들면 암컷이 그 안에 알을 낳는데 수정이 끝나면 수컷은 알이 부화해 독립할 때까지 지킨다. 퉁가리와 동자개 수놈들의 부성애는 알아줘야 한다!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있는 가시에 찔리면 그 또한 엄청 아프다. 다행히 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이 쫙쫙 베여나갈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 탓이다. 그러나 퉁가리 가시에 찔리면 피가 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찔린 자리가 퉁퉁 붓기까지 한다.

동자개는 잔가시가 없고, 살집이 깊으며, 비리지 않아 매운탕으로 인기가 좋아 전국적으로 양식되고 있는 담수어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상어로도 많이 기른다고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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