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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차 한잔] 첫 뮤지컬 연출 나선 ‘만능 아티스트’ 신성우 

“세상과 불화하던 때 연기로 사람을 배웠죠” 

유주현 중앙SUNDAY 기자 yjjoo@joongang.co.kr
1992년 데뷔 후 음악, 연기, 조형예술까지 종횡무진
“예술은 삶과 100% 일치해야… 언젠가 음악으로 돌아올 것”


▎올해로 한국 초연(初演)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아티스트 신성우가 연출에 나선다. /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1992년 ‘내일을 향해’로 가수로 데뷔했던 신성우는 1998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배우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연출가로는 첫 도전이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1월 8일, 휴식시간을 어렵사리 쪼개 ‘배우 겸 연출가’ 신성우를 만났다.

예술적인 감성이 중심이 되는 가수나 배우와 달리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설득력이 필수인 연출 데뷔에 바짝 긴장하고 있지 않을까. 오해였다. 10년 동안 [잭 더 리퍼] 각종 버전의 대본과 영상을 “걸레가 되도록” 연구했다는 신성우에게선 ‘근거 있는’ 자신감이 물씬 배어나왔다.

“한국판을 각색했던 왕용범 연출이 10주년을 같이 하는 게 원칙이죠.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참여하지 못하게 됐어요. 제작사 쪽에서 제게 맡아 달라 했을 때 처음엔 고민했어요. 혹시라도 작품을 훼손하면 안되니까요. 그런데 다른 연출자가 와도 배우들과 부딪치기 쉽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끼리 10년 동안 호흡을 맞춰 왔는데, 그 세월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울 테니까요. 그럴 바엔 내가 하자 싶었죠.”

[잭 더 리퍼]는 2009년 체코에서 ‘살인마 잭’이라는 이름으로 초연(初演)했지만, 2010년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게 대대적인 각색을 거쳐 새롭게 거듭났다. 이후 네 차례 앙코르 공연이 모두 흥행한 특별한 이력의 작품이다.

그는 연출자를 배우와 달리 ‘관객 입장에 서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무대에 올리기 전 가장 처음 공연을 평가하는 관객이 연출자라는 말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캐릭터를 구현한다면, 연출은 무대 아래에서 상관관계와 개연성을 명확하게 짜놓는 게 일이죠.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네요. 배우나 스태프가 놓치기 쉬운 사소한 부분까지도 관계성을 설명해야 하니까요. 2010년·2013년·2016년 버전의 대본과 영상 기록 전체를 비교 분석했어요. 배우들에게 스토리적 개연성과 캐릭터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주고 싶었으니까요. 각자 개성이 센 배우들이라 장면마다 연기 패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다소 길긴 했어요.”

그는 2016년부터 백석대 뮤지컬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총감독하고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등 경연 출전을 이끌면서 간접 경험을 쌓아왔다.

“학생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친구들이라 재미있어요. 용어나 걸음걸이부터 시작해서 정지 상태나 호흡 소리마저도 대사라는 것도 가르쳐야 하죠. 선생이라기보다 선배 입장에서 가르치려 해요. 제자들에게 ‘졸업하면 같은 무대에 서자’라고 말하는데, 이번 무대에서 이뤄졌어요. 학교에서 성실한 친구 한 명을 데려왔습니다.”

“10주년 공연, 캐릭터 본질 되찾는 게 목표”


▎신성우가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주인공 ‘잭’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주인공 ‘잭’에 대해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상징과 같다”고 설명했다. /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주인공 ‘잭’으로 출연하지만 연습할 짬은 잘 나지 않는단다. 그는 “잠시라도 틈이 날 때 ‘한 번만 더하자, 나 좀 끼워줘’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어떻게든 끼어들어가야 해요. 익숙한 역할이지만 배우들 간의 약속이 있으니까 많이 해봐야 알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데뷔작 [드라큘라]에서 외운 대사를 기억해요. 작품이 끝난 뒤에 털어버리지 않고 한동안 되새김질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쉬는 기간에도 역할을 놓지 않는 습관이 지금 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그만의 해석으로 추가되는 장면이나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다. “글자 하나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를 바로 세우는 것”이 이번 시즌을 책임지는 연출가로서의 목표라고 한다.

“10년 동안 배우들의 역량으로 완성시킨 작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오면서 캐릭터의 선명성이 흐려진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 시즌엔 그간 수많은 공연으로 훼손된 캐릭터를 바로 세우고 확실히 정리하는 시즌으로 잡았어요. 캐릭터의 본질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거죠. 기존에 공연을 보셨던 분들은 말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추가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다음 시즌으로 돌리려고 해요. 10주년 기념 공연만큼은 각색자인 왕용범 연출을 존중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잭 더 리퍼]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과 2013년 일본에 진출해 ‘개막전 손익분기점 돌파’ ‘유료 객석 점유율 81.5%’ 등 한류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 일본에서의 신성우 개인의 인기도 한몫했다.

“일본에서 지금도 ‘공연 왜 안 하느냐’고 성화예요. 제 생각에 일본 분들이 숙명적인 러브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잭 더 리퍼]는 작품의 힘이 남달라요. 일본 뮤지컬은 일본 음식처럼 자극이 덜한 편인데,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 [잭 더 리퍼]에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끼신다고 합니다. 도쿄 아오야마(青山) 첫 공연 때 관객들이 30분 동안 기립 박수를 치며 안 나가시더군요. 객석에 불을 켜고 이제 퇴장하라고 안내방송을 해야 했죠. 40여 회 공연하는 동안 매 회 그랬습니다.”

‘잭’, 모든 이의 내면에 도사린 악마


▎1993년 4월 ‘하이틴 톱스타 페스티발’ 무대에 오른 신성우가 팬들과 악수하고 있다.
“19세기 말 런던. ‘달콤한 와인에 취한’ 화려한 낭만의 도시의 뒷골목으로 공장의 재 가루가 눈처럼 흩날리고 거리엔 굶어죽는 노동자로 넘쳐나던 모순된 사회. ‘연쇄 살인마’의 등장은 반복되는 뉴스에 지루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흥미진진한 이슈였다. ‘다음 살인은 얼마나 더 끔찍해질지’ 은근히 기대하는 군중심리는 ‘더 보여 달라’며 사건을 원하고, 그런 대중의 취향을 좇아 신문기자 ‘먼로’는 특종을 ‘만들어낸다’.

형사 ‘앤더슨’은 범인을 잡고자 살인 현장을 연출해야 하고, 의사 ‘다니엘’은 생명을 살리는 장기이식을 연구하지만 장기를 구하려면 살인을 해야 한다. 저마다 실존적 모순에 시달리는 역설의 세상이다. 살인마 ‘잭’을 잡아야 한다고 도시 전체가 들썩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잭’을 강렬히 원하고 있다. ‘잭’이 특정인물이 아니라 영어권에서 이름을 모르는 남성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는 사실은, 결국 살인마는 그의 등장을 기다리는 모든 이의 내면에 있는 악마임을 환기시킨다. ‘내가 바로 잭’인 것이다. 그를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이유다.”

몇 해 전 [잭 더 리퍼] 공연을 처음 보고 쓴 리뷰 기사의 한 대목이다. 당시 양파껍질처럼 다층적인 스토리 라인에 복잡한 인물 관계도의 퍼즐을 맞추는 데 꽤 골치 아팠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신성우 연출도 이 해석이 맞다고 했다.

“잭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상징 같은 것이죠. 사실 가르쳐주면 안 되는 건데.(웃음) 잭은 다니엘과 앤더슨과 먼로, 또는 관객의 배면(背面)이기도 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극에서도 그렇게 존재하기 위해 2013년 버전을 많이 활용하려고 해요. 2016년 시즌엔 마치 다니엘의 배면으로만 존재하는 걸로 보일 수 있게 연출이 됐거든요. 저는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잭과 다니엘을 분리시켰죠.”

‘잭 더 리퍼’는 10년 동안 여러 차례 각색을 거치고 한국판 만의 음악을 추가해 원작과는 전혀 다른 무대가 됐다.

“10년 전에는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배우들이 10년 동안 완성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제가 제안해서 추가된 장면들도 있죠. 체코 원작에는 잭만 있고 다니엘과 앤더슨도 없어요. 우리가 관계성을 만들려고 창조한 캐릭터에요. 원작에 담긴 곡들은 우리와 안 맞는 것들도 많았고요. 새로 다 작곡해야 하나 싶었는데, 원작 작곡자가 자기 곡 중에 맞는 것은 뭐든 써도 된다고 다 보내주더군요. 그래서 원작보다 선율 좋은 곡을 많이 넣었어요.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은 곡이 많죠. 체코 제작자도 우리 버전이 너무 좋다며 그대로 공연하고 싶다더군요.”

이번 공연엔 [잭 더 리퍼]의 대명사 신성우 외에 2명이 더 ‘잭’으로 나선다. 김법래와 서영주라는 색깔 있는 배우들이다. “법래는 안개 낀 거리를 걸을 때 안개가 주는 공포 같은 느낌이죠. 동굴 속처럼 울리는 저음의 무게가 굉장하잖아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안개 끼어 있으면 못가는 느낌이랄까요. 영주는 평소엔 선량해 보여도 배우로서 텐션 잡으면 중성적으로 왔다갔다하는 묘한 느낌이 있고요. 이번에 그런 매력들을 잘 보여줄 것 같아요. 저요? 저야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시겠죠.(웃음)”

“예전에 불이었다면 지금은 난로”


▎2016년 12월 결혼식장에 모습을 드러난 신랑 신성우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태어난 아들 ‘태오’가 이제 막 돌을 지난 참”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1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하지만 10년 전의 인간 신성우와 지금의 신성우는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새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고, 집을 지어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고 있다.

“40대에서 50대가 됐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땐 ‘나 어떡해, 늙었어’라고 투덜대잖아요. 오히려 저는 지금이 더 좋아요. 예전에 불같았다면 지금은 난로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 식으로 변한 것 같네요.”

1992년 데뷔 당시 신성우는 ‘고독한 테리우스’였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혜성처럼 등장해 뭇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노래할 땐 야수처럼 포효하다가도, 무대에서 내려오면 별말 없이 우수에 찬 눈빛만 반짝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천생 연출가’처럼 논리정연한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뮤지컬하면서 바뀌게 된 거죠. 음악은 혼자 책임지면 되는데, 연기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못하는 부분에선 다른 배우에게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예전엔 세 마디밖에 안 했어요. ‘예, 아니오, 싫어요.’ 별로 말하기 싫었으니까요. ‘말해봐야 뭐해, 바뀔 것도 없는데’ 이런 비관적인 생각이었죠. 그런데 말을 하니까 이해를 하게 되고 서서히 바뀌는 게 있더군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뮤지컬이나 드라마에서나 처음에 좋은 안내자들을 만나서 도움을 많이 받은 덕이죠.”

지난해 태어난 첫 아들은 이제 막 돌이 지났다. 데뷔 초엔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던 그가 지난해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머슴 포스’로 아이도 보고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며 혼자서 김치까지 담는 모습에 생경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아들 태오가 이제 돌 지나고 8일 됐어요. 태오 낳고 많이 변했죠. 일단 다른 사람한테 전화가 오면 좀 이따 전화해도 되는데, 집에서 오면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바로 받아요. 태오가 태어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꿈도 이뤘죠. 어머니랑 함께 산 시간이 인생에 얼마 안 되거든요. 나이 먹다 보니 그런 게 있더군요. 새해가 되면 어머니한테 감사해요.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계셔주시는 것만 해도 어딘가요.”

뮤지컬 무대에서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가수로서의 신성우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당분간 가수 컴백은 쉽지 않을 모양이다.

“예술이란 건 삶과 100퍼센트 맞물려야 하거든요. 음악인으로서 생활패턴이 아닌 상황에서 음악을 생산하는 건 거짓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만들려면 그쪽 포지션으로 생활패턴이 아예 바뀌어야 하죠. 음악이 내 생각 안으로 깊이 들어와야 하는데, 사람들과의 약속인 연기를 하면서 음악인으로 존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요. 언젠가는 그런 패턴이 분명히 오겠죠. 뭔가 계기가 있다면 연기를 쉬면서라도 할 것이고요.”

대표곡 ‘서시’가 음악과 삶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예다.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지금도 널리 불리지만, 음악에 젖어서 살던 시절 동료와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노래라고 한다.

“밴드 멤버끼리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어요. 폴 메카트니가 자다가 일어났을 때 들리는 멜로디를 잡아서 만든 게 ‘예스터데이’였던 것과 마찬가지죠. 머릿속을 스치는 멜로디가 있기에, 멤버에게 ‘내가 부를 테니 네가 기타로 코드를 정리하라’고 했어요. 그런 노래는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제작자는 ‘며칠까지 납품하라’는 식으로 노래를 요구해요. 그렇게 음악을 할 바에는 싫다고 했죠. 그럴 때 마침 뮤지컬을 만나게 됐고요.”

사실 그는 뮤지션이기 이전에 조각가이기도 하다. 중앙대 조소과를 나온 그는 꾸준히 그룹 전(展)에 참가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 교토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혼자이고 싶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귀소본능처럼 조각 작업실로 달려가요. 예전엔 개인 작업실이 있었는데 건물에 사이비종교 기도원이 들어오는 바람에 방을 빼고(웃음), 요즘엔 퇴촌에 있는 선배 작업실을 빌려서 쓰죠. 노래랑 똑같아요. ‘서시’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뚝딱 만들어지는 작품도 있고, 몇 달 걸려서 만드는 작품도 있어요. 예전에는 혼자이고 싶을 때 음악 스튜디오로 달려갔는데 지금은 조각 작업실로 가게 됐네요. 아마 이런 시간들이 다시 음악으로 가는 상황이 되면 조각품처럼 음악도 나올 거라 믿어요.”

“음악도, 연기도, 조각도… 예술은 모두 하나”


▎냉전시대 세계 체스 챔피언십을 소재로 한 뮤지컬 [체스]에서 신성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조각 작업에서 그의 테마는 ‘시간의 흐름’이다. “중력 따라 흐르는 시간은 미래, 반작용으로 무중력상태로 지향하는 시간은 과거, 현재 상태의 내 사고의 상황을 발췌하는 게 내 작품세계”라는 그의 설명이다. 어렵다고 하니 최근작의 사진을 보여준다.

“존재 자체가 흐르는 곳에 있지 않나요. 그런 의미를 찾는 자체가 재미있어요. 이건 지난번 개인전에 냈던 ‘모반’이란 작품이죠. 씨앗 껍질을 형상화해서 어머니의 태반을 표현한 거예요. 어머니가 40년 전에 구입하셨던 자개장 문짝을 오브제로 이용해 거기에 접합한 작품이죠. 그 당시 우리 가족에게 자개장의 의미가 컸거든요. 이 정도면 우리가 먹고살 수 있는 집안이 됐다는 의미였죠. 이제 새집을 지으며 그걸 버려야 되는 상황이 되니 슬퍼하시더군요. 그래서 어머니께 그 시간을 돌려 드리려고, 슬퍼하시는 어머니를 현재의 시간으로 발췌해서 형상화한 것이죠.”

조각가는 물론 뮤지컬 배우로, 연출가로 늘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그이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신성우의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로커’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냐고 물으니 뜻밖에도 아직이란다.

“남들이 다 보는 건 나중에 봐요. 몰려가서 볼 필요 뭐 있나요? 라이브에이드 콘서트 장면은 레이저 디스크도 갖고 있고, 어릴 때 생중계 실황으로 봤었어요. 이태원에 가면 위성 TV로 보여주는 데가 있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밴드 다 나왔네’ 하면서 봤죠. 중3때부터 밴드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라이브 에이드’까진 아니더라도 로커로서 콘서트에 대한 욕구가 불끈불끈 샘솟지 않을까.

“하고 싶죠. 특히 여기 올림픽공원에 들어오면 더 그래요. 제가 공연하던 곳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콘서트를 10년 이상 못했는데, 음악을 안 한 시간 동안 제 음악을 기다려준 분이 있다면 그간의 제 인생을 담은 노래를 새로운 형태로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 것 갖고 나와서 ‘추억팔이’ 하는 건 딱 질색이죠. 음악인으로 복귀할 거면 새로운 음악을 보여드릴 겁니다. 가수가 아닌 그런 음악인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그에게 음악과 조각, 연기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냥 똑같은 예술일 뿐이다.

“조각이 숟가락이면 음악은 젓가락이죠. 똑같은 개념인데 방법이 다를 뿐이에요. 예술을 어떤 직업군으로 분류하면 예술의 본질을 절대 이해 못해요. 가수가 그림 그리는 걸 보고 ‘가수가 노래나 하지 그림으로 사기 친다’는 시선으로 보면서 그런 시선을 아이들에게 교육한다면, 다음 세대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시선이 될 거에요. 배우는 배우일 뿐, 뮤지컬·영화·드라마 배우가 따로 있지 않아요. 배우가 노래하지 말라는 법도, 노래하는 사람이 배우가 되지 말란 법도 없죠. 뭔가 영감이 떠오른 걸 해소해서 남에게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으면 그게 예술이라 생각해요. 예술을 바라볼 때는 편협한 시선이 아니라 그냥 하나로 보는 게 이해하고 느끼고 행복을 가져가는 양이 클 겁니다.”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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