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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 나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못살겠다, 바꿔달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최순실 존재 몰랐다고 모든 공직자 국정농단 공범 취급하는 건 난센스
■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국민 의견이 가장 중요… 국격·화합 등 고려해야
■ 이념·진영논리에 의한 편가르기식 정치로 온 나라 분열되고 국민은 분노
■ 새 대표는 국민 뜻 받들어 文 정권 폭정 저지와 우파 통합·혁신 앞장서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월 12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자신의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504호. 44평(145㎡)쯤 되는 사무실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자원봉사자, 캠프 참모진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사무실에 지지자들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누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을 돌릴 때는 시골 오일장이 연상될 정도였다.

빨간색 넥타이·머플러·셔츠·스웨터·모자 등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의 손을 굳게 잡았다. 사무실 한편에서는 “황교안! 황교안!” 하는 연호(連呼)가 터져 나왔다. 박수가 곁들여지자 사무실은 이내 후끈 달아올랐다.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62) 전 국무총리는 그로부터 2주 뒤인 1월 29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시, 함께, 대한민국! 국민 속으로, 황교안!’을 슬로건으로 내건 그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겠다”며 정권과 각을 세웠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뒤인 이날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후보 등록 보름 뒤인 2월 27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기호 1번 황교안, 기호 2번 오세훈, 기호 3번 김진태 후보 삼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정우택·안상수·주호영 의원 등은 전당대회 일정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출마 의사를 접었다. 이들은 이날 베트남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전당대회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20여 분 늦게 시작됐다. “잠시 얼굴만 보게 해달라” “손은 꼭 잡아보고 싶다”는 지지자들의 청(請)을 황 전 총리는 외면하기 어려웠다. 황 전 총리는 일일이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월간중앙과 만난 황 전 총리는 “1월 입당 후 민생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국민은 굉장히 살기 힘들다고들 한다. 아주 심한 말로 ‘못살겠다. 제발 바꿔달라’고도 한다”며 “당원들도 그렇고 소상공인들도 그렇더라. 어제도 우리나라에서 거래가 가장 왕성하다는 부산 자갈치시장에 갔는데 그곳에조차 손님이 하나도 없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분들도 살기 어렵다고 한다. 정말 안타깝다”며 “경제를 망가뜨린 이 정부에 강력하게 대응해서 민생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황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대면(對面)과 서면(書面) 복합 형태로 진행됐다.

“진짜 상대와 제대로 싸워달라는 요구 많아”


▎2016년 1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 사진:연합뉴스
2017년 5월 정권교체 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많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각계각층의 국민을 만나 귀한 의견도 많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군사문제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랜드연구소(2018년 9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후버연구소 등을 방문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대화할 기회도 마련했다. 그 전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의 발전상을 돌아봤고, 달랏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2017년 11월). 그리고 자유우파의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청년·여성들과 많은 만남의 기회를 갖고 적극 소통하기도 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공직에 들어선 황 전 총리는 서울지검 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대구고검장·부산고검장 등을 거친 뒤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어 국무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을 역임한 뒤 여야 정권교체 직후인 2017년 5월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헌법재판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그로부터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

“전국에 계신 당원들에게 인사드리고, 민생 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청취했다. (민생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저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시다는 걸 느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침체에 빠진 자유한국당을 다시 일으켜 달라는 당부 말씀이 많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그 밖에도 당내에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당 밖에 있는 진짜 상대와 제대로 싸워 달라는 말씀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국민의 큰 기대에 응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뿐이다.”

밖에서 봤던 한국당과 안에서 보는 한국당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밖에서 볼 때는 당이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침체된 분위기이고, 계파 갈등 등으로 분열이 있는 것처럼 비쳤다. 입당 후 여러 의원들, 당협위원장들, 전국 각지의 당원들을 만나 봤다. 자유우파와 당을 다시 세우겠다는 열정이 충만할 뿐 아니라 계파 갈등 같은 것도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지지율도 많이 회복되고 있는데, 당원 모두가 화합·단합해 강력한 대안(代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저도 온몸 바쳐 헌신할 것이다.”

여당은 물론이고, 한국당 일각에서조차 ‘황교안=박근혜=국정농단’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暴政)으로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자면 우리끼리 분열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 반드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국민만 바라보는 대안·정책, 미래비전을 준비하는 강력한 제1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서 모든 공직자를 국정농단의 공범인 것처럼 지탄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렵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오늘(1월 15일)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입당 회견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그 어떤 책임과 반성도 없었다”고 논평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정치 경력도 전혀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탄핵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은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朴 오랜 수감생활은 안타까운 일… 나름 최선 다해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황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황교안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그으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박 전 대통령이 병약한 몸으로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하고 계신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2월 7일 TV조선에 출연해 “자기를 법무부 장관과 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 중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수인번호(503)조차 몰랐다?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황 전 총리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수감 직후부터 허리 통증을 이유로 책상과 의자 반입을 요구했지만, 황 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았던 시기에는 반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그해 7월에야 반입됐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부정적 견해를 비침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은 황 전 총리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피·비리 등 병역 관련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다. 군대는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이다. 장관·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명백하게 밝혀진 사안이다. 가난한 고물상 아들로 태어나 ‘흙길’만 걸었던 제가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병역기피를 어떻게 했겠나?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 정밀검사까지 실시해 고도 담마진(蕁麻疹, 두드러기)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거다.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늘 국가와 국민에게 빚지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기부나 봉사활동으로 계속해서 갚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1년9개월이 지났다. 국정을 평가한다면?

“특정 부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잘못된 정책’으로 ‘예고된 실패’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지금 경제실정, 민생파탄, 안보불안 상태에 빠졌다. 정치가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으며,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정책을 만듦으로써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는데,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의존해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정치 보복성 조치들, 방송·공공기관 등 각 분야에서 시행된 이른바 ‘캠코더(문재인 대선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등 이념과 진영논리에 의한 편가르기식 정치로 온 나라는 분열되고 있으며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이 정권의 망국적 정책과 부당한 조치들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이 정권이 반성하지 않고, 망국의 길을 고집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국민과 함께 거리로 나서 나라 바로 세우기의 선봉에 서겠다.”

북·미 정상회담 ‘스몰 딜’에 그치면 북핵 인질 될 수도


▎2월 8일 양평군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연찬회에 참석한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왼쪽부터).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은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2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기대한다(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황 전 총리는 북·미가 아닌 미·북으로 표현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 미국은 제재를 완화하는 종전선언, 이른바 ‘스몰 딜’은 우리 국민을 북핵의 인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 등 굳건한 한·미동맹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도 논의되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범(汎)보수 진영은 지리멸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원인)와 해결책은 무엇일까?

“문제와 해결책이 같은 지점인데, 그건 바로 국민 신뢰다.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이유는 분열 때문이다. (범보수 진영은) 계파라는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녀 보면 대다수 국민·당원들이 ‘제발 우리끼리 싸우지 좀 말고, 당 밖에 있는 진짜 적(敵)과 제대로 상대하라’는 말씀들을 하신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에게 기대는 풍토가 여전하다. 사람 중심이 아닌 헌법적 가치로 통합해야 한다. 자유우파 진영 본래의 가치로 통합하고 과감하게 혁신함으로써 국민 신뢰 회복의 최선봉에 서겠다.”

황 전 총리는 풍부한 국정 경험에서 비롯되는 안정감 등이 장점인데 반해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가 자유한국당의 확장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 신뢰 회복 여부가 자유한국당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2020년에 치러지는) 다음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민생 파탄 심판’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파탄에 (우리도) 망했다’고 하소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수권(受權)정당의 모습을 자유한국당에 바라고 있다. 그것이 확장성의 핵심이며 국민 신뢰 회복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힘들어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나. 이를 통해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국민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내년 총선에서 여권과 진검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범보수 통합은 필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당원들은 분열된 자유우파가 통합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막아주기 바라고 있다. 자유우파 통합은 단순히 총선 승리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시대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며 미래를 망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폭정과 맞서기 위해서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단합하고 총력을 다해야 할 시기다. 제가 그 투쟁의 맨 앞에 설 것이다. 헌법적 가치에 뜻을 같이한다면 폭넓게 함께할 것이다.”

전직 자유한국당 다선 의원은 범보수 통합과 관련해 올가을 정국을 이렇게 전망했다. “찬바람이 불면 범보수 대통합 국민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비록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라 하더라도 내년 총선이 보수 대 진보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지 않으면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합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하지 않을까?”

헌법 가치 같이한다면 폭 넓게 함께해야


▎2월 1일 대구 달서구청 일자리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 분 전직 대통령이 모두 수감돼 계신 건 국가적 불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병약한 몸으로 2년간 수감돼 있기에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국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화합과 국격(國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민생 현장에서 많은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나?

“지금까지 들은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최악의 민생 파탄’이다. 모두들 ‘정말 살기 힘들다, 제발 좀 바꿔달라’고 말씀하신다.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무모한 실험이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문재인 정권만 민생 파탄을 모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폭발 직전이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저지하는 일에 제 목숨이라도 걸 생각이다. 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2·27 전당대회 승패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번 전당대회는 분열로 인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 자유우파의 통합과 단합을 위한 장(전환점)이 돼야 한다. 저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당원들에게 진심과 열정, 그리고 비전을 알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당을 이끌 건가?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장들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 모든 고통과 불안의 뿌리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다. 대한민국의 힘찬 재도약을 이끌겠다.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로 역동적인 상생의 시장경제를 재건하겠다. 또 당당하고 원칙 있는 대북관계, 튼튼한 안보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정착시키겠다.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는 강한 야당, 정책정당을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당 정책위원회와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정책 역량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아울러 자유한국당의 통합과 화합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탕평인사를 시작으로 당의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통합정책협의회’를 운영할 생각이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당원에게 사랑받는 정당을 만들 계획이다. 국민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정당을 만들고, 모든 당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열린 정당으로 이끌고자 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데다 원외(院外) 신분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떻게 극복할 건가?

“정치 경험은 없으나 대신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새 정치를 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당원·국민도 새 정치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계신다. 입당 후로 쉴 새 없이 당원과 소통하고, 민생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살아 숨쉬는 정치를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을 잘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원외 인사도 당대표를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원내대표와 역할 분담을 잘하고, 당 중진들과도 호흡을 맞춰 나가면 당을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국민·당원들이 이번 새 대표에게 바라는 건 두 가지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 저지와 자유 우파 통합·혁신이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자유한국당이 대안정당·정책정당·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

“모든 게 최악,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다음 날인 2017년 5월 10일 청와대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국내 정당사(史)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총재 시절’을 제외하면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실상 최초의 원외 신분 당대표였다. 2004년 한나라당 탈당 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한 이 전 의장은 그해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신기남 의장이 부친의 친일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원외 인사 신분으로 의장직을 승계했다.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는 원외 인사 신분으로 세 차례나 당대표를 맡았다. 그는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2010년 민주통합당, 그리고 지난해 바른미래당 당대표에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 계열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최초다. 박 전 의장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같은 해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전 대표를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2017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선에서는 패했으나 당대표 선거에서는 승리했다.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경우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가 원외 신분으로 대표를 맡은 바 있다.


▎2013년 9월 4일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뒤로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이 지나가고 있다.
장관 출신의 전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외 신분으로 당 대표가 되면 아무래도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천하의 박희태 대표도 중진 의원들을 다루는 데 애로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원외 신분일지라도 차기 대선을 노릴 만한 미래권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국민과 당원에게 인사말씀을 전해 달라.

“존경하는 당원·국민은 지난 설 명절에 즐거움보다 어려움이 더 많다고들 하셨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우리 아들딸들, 직장을 잃어 어깨가 더 무거워진 우리 아버지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무서워 명절 대목에도 가계문 닫는 상인 여러분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졌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현 정권의 경제 실정으로 엄청나게 힘드실 것이다. 경제성장률도 최악, 실업도 최악, 소득분배(양극화)도 최악인 게 저들이 말하던 ‘나라다운 나라’인가? 그동안 자유우파 진영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꿔 드리겠다. 막말 대신 품격, 분열을 끝내는 통합, 말뿐이 아닌 실제 대안, 국민 중심 미래정당, 강한 제1당으로 가는 길에 황교안이 앞장서겠다. 여러분의 기대와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가 선봉에 서겠다.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린다.”

[박스기사] 황교안은 누구? - 꼼꼼하고 일 처리 돋보이는 독실한 크리스천


▎황교안 전 총리와 부인 최지영씨의 연애시절 한 장면. / 사진:황교안 경선후보 캠프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 펴낼 정도로 공안 업무에 정통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정부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2년여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이어 2015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는 국무총리로 내각을 이끌었다. 특히 2017년 3월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부터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두 달 동안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꼼꼼하면서도 합리적인 일 처리가 돋보이는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난 황 전 총리는 검사 시절 공안통으로 꼽혔다. 그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공안 업무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적(利敵) 논란이 있었던 통합진보당 해산도 황 전 총리의 법무부 장관 재직 때 이뤄진 일이다.

황 전 총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2005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 불법 도청을 지시·묵인한 혐의로 전직 국정원장인 임동원·신건씨 등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에는 예상과 달리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서 검사장으로 곧바로 승진하지 못함에 따라 이른바 ‘공안 홀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차동민·조근호 전 고검장 등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한 총장이 발탁되자, 황 전 총리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전 총리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도 유명하다. 황 전 총리가 교회 전도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부인 최지영씨가 한 기독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다.

“법대를 졸업한 남편은 검사가 됐다. 남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신학을 하겠다고 서원(誓願)했다.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고, 그 약속대로 대학 졸업 후 다시 신학교 3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래서 남편은 교회에 가면 전도사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정가에서는 “황 전 총리의 결심이 섰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전격 입당한 황 전 총리는 14일 뒤인 같은 달 29일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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