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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황교안 대망론의 行路 

정권 탈환 기대주로 주목… ‘강경 보수’에 갇히면 거품 될 수도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신데렐라식 급부상은 ‘박근혜 추락’과 동전의 양면적 속성 지녀
공안검사·강경우파 등 극우 이미지 극복 여부가 성패 결정할 듯


▎황교안 후보가 2월 14일 대전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한 뒤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 사진:김성태
'황교안 대세론 맞설 비박계 대항마 누구냐’, ‘황교안 대세론 확산, 전대 출마 선언한 날,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옥중 박심(朴心) 파장…황교안 대세론 흔들리나’, ‘양강구도 급속 재편…황교안 대세론 흔들릴까(뉴스1 2월12일).

1월 15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격 입당 이후 정리해 본 언론 보도의 흐름이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황교안 대세론’. 하지만 ‘순풍에 돛 단 모양새’ 만은 아니다. 그에 대한 기대만큼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찮은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초반만 해도 황교안 대세론은 순풍을 타는 듯 보였다. 전당대회(전대) 룰과 날짜를 둘러싼 후보간 샅바싸움에서 이미 그 실체가 뚜렷이 드러났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두 차례만 TV토론을 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리자 황 전 총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특정 후보를 위해 TV토론을 최소화해 검증 기회를 안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하지 말고 그냥 추대하라”고 발끈했다. 그는 최소한 4번의 TV토론을 요구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선관위가 정한 절차대로 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랫동안 당내 선거관리 실무에 관여했던 당 관계자는 “이런 논란 자체가 초반 판세가 황 전 총리로 상당히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순풍에 돛 단 출발 그러나…


▎황교안·오세훈·김진태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가 2월 14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월 27일 전대 날짜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이 겹치면서 불거진 연기론 논란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 역시 황 전 총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전대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연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대 보이콧’까지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럼에도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초 일정대로 강행을 결정했다. 이에 심재철·안상수·오세훈·정우택·주호영·홍준표 등 6명의 예비후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보이콧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전대를 당이 부활하는 기회로 만들기보다 특정인을 옹립하려는 절차로만 밀어붙이는 모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 전직 의원은 “어떤 명분으로 치장하든 결국 열세인 후보들로선 시간을 좀 더 벌어보자는 속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속내를 더듬었다.

이런 논란 와중에 ‘황교안·오세훈·홍준표 보수 잠룡 빅3’의 진검승부라는 긴장감은 사라져버렸다. 당 일각에선 ‘어대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은 지난해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 나온 “어차피 당대표는 이해찬”이라는 뜻의 ‘어대이’의 한국당 버전. 한국당 역시 “어차피 당 대표는 황교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대황’은 쑥 들어갔다. 황 전 총리를 겨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작심 발언, 반쪽 전당대회 위기 국면에서 사실상 비박 단일후보로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세 등에 초반의 순풍이 거센 역풍으로 몰아치는 형국이다.

과연 ‘정치 초년생 황교안’은 요동치고 있는 선거판의 거친 풍파를 뚫고 당권 고지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설사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이 보다 몇 배 더 힘든 2022년 대선의 최후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한 표를 행사하는 자유한국당의 당원, 대의원들도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숙고하는 중일 수도 있다.

“황교안을 (당 대선후보로) 앉히면 처음부터 실패하고 들어가는 거다. 처음부터 ‘우리는 망했소’하고 들어가는 거다.” 유신의 공화당, 5공의 민정당에서 내리 4선 의원을 지낸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이 지난해 가을 한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당시 차기 대권 범보수 1위로 거론되던 황 전 총리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모르는 국민들이 총리하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으니 그러는 것(지지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황 전 총리가 보수진영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한 바탕에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권한대행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이런 배경이 만들어지기 직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그의 정치적 행보나 거취를 주목하지 않았다.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방탄총리’, ‘대독(代讀)총리’, ‘의전총리’쯤으로 불리기 십상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리자 가장 먼저 빼든 카드 역시 ‘황교안 교체’였다.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총리로 지명했다. 이때 동아일보는 황교안 총리가 문자로 해임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참여정부 출신 김병준 기용에 야당들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총리 인준이 불발됐다. 이 와중에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전격 가결했다. 그는 대통령권한대행이 됐다. 격렬한 정국의 흐름 속에서 그에게도 국민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자 보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자진 낙마하면서 분위기가 야권으로 급격히 쏠렸기 때문이다. 그에게 출마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이유로 나서지 않았다. 보수는 크게 낙담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를 ‘보수의 새 희망’이라고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치인 황교안’의 신데렐라식 급부상은 ‘박근혜 추락’과 맞물린 동전의 양면적 속성을 지닌다.

정치적 멍에가 된 박근혜


▎오세훈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가 2월 14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김성태
그러나 한 정치 평론가는 “두 사람의 처지가 뚜렷이 대비될 수록 황교안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망론의 씨앗이 바로 박근혜 정부에서 잉태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법시험 동기의 총장 취임으로 눈물을 머금고 검찰을 떠났던 그는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금의환향했다.

이에 화답하듯,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권 도전세력에 예외 없이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강경 모드였던 검찰에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혼외자 사건’에 휘말린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관여,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 등이 대표적 사례. 야당은 그에 대해 두 차례나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당의 방어로 자리를 보전했다. 이어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갑작스레 사임하자 후임 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법무부 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해 오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 사상 첫 현직 법무부 장관의 총리 지명에 당시 청와대가 밝힌 이유였다. 자연스레 박근혜 정부 기간 내내 국무위원직을 지킨 유일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황교안 가슴팍에는 박근혜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다.” 2월 7일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던진 말이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담긴 발언임에도 대체적 여론은 “맞는 말 했다”로 흘렀다. ‘박근혜의 실패’로 ‘정치인 황교안’이 반짝 떴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 뒷감당도 오롯이 그의 몫이라는 얘기다.

그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다는 야권의 한 인사도 공감을 표했다. “박근혜 실정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황교안 대망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황 전 총리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월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책임의 일단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책임의 한계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정 전반에 대해 농단이 다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부분 때문에 지난 정부가 국정농단 적폐라고 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뭉뚱그려 박근혜 정부의 실패라고 할 게 아니라 사안 별로 공과 과를 철저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정치에 입문하는 첫날 나름 정면돌파의 결기를 보인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발끈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에 대한 큰 책임이 있고, 본인도 의혹 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작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은근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른바 “황나생(황교안 나오면 생큐다)”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황나생’이 맞을까 ‘황나킬’이 맞을까


▎2월 5일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 사진:연합뉴스
한 당직자는 “그가 당권을 잡는 순간, 한국당은 ‘도로 친박당’”이라며 “우리로선 손해는커녕 손 안 대고 코 푸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총선, 나아가 차기 대선 국면에서 여당이 우려하는 프레임은 ‘문재인 심판론’. 하지만 그가 당대표 또는 대선후보로 나서면 선거 구도를 손쉽게 ‘박근혜 심판론’으로 바꿔 오히려 역공을 취할 수 있다. 여기다 친박과 비박의 대결 격화로 2016년 옥쇄 파동이 재현되기라도 하면 “선거는 해보나마나 한 게임”이라고 기대했다.

정가 안팎에 ‘황나생’이 퍼져나가자 황 전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황나킬(황교안이 나오면 다 킬)’이다”며 우스갯소리로 받아 넘겼다. 하지만 당내 우려와 불만은 커지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그의 당권 도전에 대해 “한국당이 2020년 총선을 잘 치러야 하는데 과연 어떤 프레임 속에서 치를 것이냐, 결국 당이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 문제”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오 전 시장도 “도로 탄핵당”, 홍 전 대표는 “탄핵 시즌2”를 반복적으로 거론했다. ‘마크맨’으로 황 전 총리 일거수일투족을 취재 중인 한 기자는 “박근혜와 탄핵은 황교안에겐 빠져 나오기 위해 용을 쓸수록 더 빠져드는 수렁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2월 7일 유영하 변호사의 ‘황교안 공개 비판’ 발언이 나오자 여의도 정치판에선 “황교안이 진짜 박근혜 수렁에 빠졌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 변호사의 이날 방송 인터뷰 요지는 ‘황교안은 친박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요청한 교도소 감방 내 책상과 의자 반입을 ‘나 몰라라’ 한 것, 인터넷에 떠도는 수인(囚人)번호를 모른다고 잡아뗀 일 등을 거론하면서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또 “황 전 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을 통해 여러 번 전해왔는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을 했지만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 변호사의 말은 ‘박근혜의 작심발언’으로 받아 들여졌다. 집권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던졌던 ‘배신의 정치’ 굴레가 이젠 황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그 파장이다. 2017년 전당대회 당시 16만 명 규모였던 한국당 책임당원 수는 불과 1년반 사이에 34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탄핵을 전후 당을 떠나 태극기부대에 유입됐던 상당수 강성 친박 당원들이 대거 돌아온 결과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황교안 비판’이 친박 핵심당원들에게 “황을 찍지 말라”는 교시(敎示)로 읽히면 당장 전대 판도가 출렁일 수 있다.

황 전 총리 측 반응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두루뭉술 의중을 전하는 것은 박근혜 스타일이 아니다”며 “유영하가 자기정치를 위해 친박당을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인사는 “친박 프레임으로 공격받는 황 전 총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거리를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돕는 셈”이라고 거꾸로 해석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2월 9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세를 낮췄다. “저는 최선을 다해서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 없으시도록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 이어 구미에선 한 걸음 더 나갔다. “(권한대행 시절) 특검에서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했지만, 제가 ‘이 정도에서 끝내자’라며 불허했다.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보다 훨씬 큰 일들을 한 것 아닌가.” 수사 연장이 필요한데도 마치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즉각 공격하고 나섰다. “귀를 의심케 하는 황 전 총리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배박(背朴) 낙인의 파장


▎안상수·오세훈·주호영· 심재철·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예비후보(왼쪽부터)들이 2월 10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황 전 총리 인사청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전직 의원은 “황교안으로선 정말 이례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야당의 거센 공세에도 좀체 흥분하거나 논리적 약점을 잡히지 않았던 과거 모습에 비춰봤을 때 특검 수사 연장 불허 발언은 “결코 그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황교안이 감당해야 할 박근혜라는 정치적 멍에는 무겁고 가혹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거 완전히 선거 구도가 뒤집혀버렸네.” 전대 일정 강행에 반발, 보이콧을 선언했던 후보 6명 중 2월 12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만 후보등록하자 당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초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는 모두 8명. 이 중 친박계는 황 전 총리, 김진태·정우택 의원 3명이었다.

반면 비박계는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주호영·심재철·안상수 의원 5명. 동일 계파 내 표 분산을 감안할 때 친박계가 조금 유리했던 상황. 특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보수 잠룡 빅3’, 황교안-오세훈-홍준표 대결로 국한해 보면 계파 구도가 2대 1로 비박계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을 뺀 나머지 비박 모두 출사표를 거둬들임으로써 자연스레 비박 단일화 양상이 빚어졌다. 반면 친박은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 2명. 졸지에 계파 구도가 비박계가 유리한 형태로 역전됐다. 물론 김 의원의 득표력이 판세를 좌지우지할 만큼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당장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국민적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기다 전대 출마로 심의가 유보됐지만 선거 후 당 윤리위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 그에 대한 지지표가 ‘사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당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달리 전망하고 있다. 김 의원이 예상보다 더 많이 황 전 총리 지지표를 잠식해 선거 양상이 상당한 박빙으로 진행될 여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의 밑바탕에는 ‘박근혜의 배박(背朴) 낙인’이 자리하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으로 박심(朴心)이 알려진 다음 날 친박계 당권 주자였던 정우택 의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황교안 후보는 친박인가? 아니다. 그는 친황계를 원한다. 친박은 결국 그에게 굴레일 뿐이다.”

그렇다고 황 전 총리가 ‘내가 진짜 친박이요’라고 적극 외칠 수도 없다. ‘박근혜 프레임’이야 말로 그로선 정말 회피하고 싶고, 피해야 할 ‘정치적 굴레’인 탓이다. 그래서 이제껏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식의 다소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문제는 그간 선거전술로 용인돼 왔던 ‘박근혜와의 적정거리 유지’ 방침이 강성 친박 성향 책임당원들에게 어떻게 인식될 것이냐는 점이다. 자칫 자기 정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단물만 빼먹는 행위로 규정될 경우 친박 표심이 이탈 또는 투표 포기로 ‘황교안 비토(veto)’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뼛속까지 친박, 즉 ‘뼈박’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 입장에서도 바로 이 지점에 최대한 공격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과 탄핵 책임론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황 전 총리를 이미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입당을 환영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당장은 박심이 표심 흔들 정도는 아닐 듯”


▎2013년 11월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앞줄 가운데) 등 민주당 의원들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최근 2년 동안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당이 어려울 때 조용히 계셨는데 갑자기 나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이 대목은 마치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해 주지 않은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 유 변호사의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어 그는 “당원들이 아주 현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공학적, 인위적 단일화가 아니라 황 전 총리의 정확한 실체만 친박 당원들이 알아도 자신에게 표가 쏠릴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읽혔다.

진작부터 ‘박근혜 극복론’과 조기 사면 반대로 황 전 총리와 분명한 차별화를 해온 오 전 시장으로서도 이보다 더 좋은 공격 소재가 없다. 특히 탄핵 과정에서 당을 탈당하는 바람에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상대에게 떠넘길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1석2조’인 셈이다.

실제 오 전 시장은 “유영하 번호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당은 진짜 친박이냐 가짜 친박이냐의 논쟁으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며 “당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다시 퇴행한다는 현실이 암담하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황교안 후보의 한계”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 측은 ‘박근혜 디스(disrespect)’의 파장이 과장된 측면이 크다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처럼, 보수 지지층 입장에선 과연 누가 정권을 탈환해 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진위조차 확인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의 감정 섞인 말 한마디에 보수 표심이 돌아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황 전 총리를 밀고 있는 친박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차기 대선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거는 보수의 기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당원들 입장에선 설사 대안으로 김진태 의원을 염두에 두고 싶어도 정치적 중량감뿐 아니라 당장 징계 심의가 예정된 탓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다고 오세훈을 밀 순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목을 매고 있는 의원들로선 “그래도 고향 까마귀인 친박 황교안이 돼야 다시 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강성 친박 책임당원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 오 전 시장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 것이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덜컥 서울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무산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보수 몰락의 단초가 됐다는 생각에서다. 탄핵 국면에서 탈당했다가 당 지지율 회복세가 두드러진 시점에 복당한 그의 행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하지만 결국 황 전 총리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당장은 박심(朴心)이 표심을 흔들 정도의 파괴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3년 전 진박(진짜 친박) 감별 논란으로 총선을 망쳤던 과거 악몽으로 당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옥중 발언을 이어갈 경우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함께 내놓고 있다.

용꿈 제대로 꾸려면 확장성 한계 극복해야


▎2013년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오른쪽)과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차별화된 자신의 강점으로 ‘확장성’을 꼽았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중간지대의 들토끼, 산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그들(황교안·홍준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파 중 제일 오른쪽에 황교안이 있다면 제일 왼쪽에 오세훈이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극우적 위치에 있는 황 전 총리가 중도외연 확장을 이뤄낼 리 만무 하는 것이다.

실제 집토끼인 친박 핵심 당원들의 열성적 지지로 당권을 잡는다 해도 ‘스윙 보터’인 중도층과 일부 합리적 진보 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는 요원하다. 지역적으로도 보수 본산 TK에만 기대려는 황 전 총리를 강하게 비판한다.

오 전 시장은 “설령 영남의 65석을 석권한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의 122석에서 절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권 탈환은 한낱 꿈에 머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내년 총선을 수도권 압승으로 이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확장성 문제에 대해 정작 황 전 총리는 가타부타 별 말이 없다. 오히려 우파적 색채 강화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전대 출사표를 던진 이후 첫 공개행보가 천안함 방문. “불과 9년 전에 있었던 결코 잊어선 안 될 사건이다. 한국 안보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는 일에서 (당대표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이어 가진 시민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우파 논지를 강화했다. “교육을 개혁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할 수밖에 없다.” 또 “문화계도 좌파에 점령돼 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게 법치주의다” 등 강경 우파에 적극적 손짓을 보냈다.

그의 우파 지향 행보는 보수지지층, 즉 집토끼를 상대로 한 당내 경선의 성격을 고려한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경 보수로 인식되는 태극기부대가 대거 책임당원에 유입된 상황에서 일단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급선무인 탓이다.

대표적 경우가 출사표에 담긴 “무덤에 있어야 할 운동권 철학이 국정을 좌우한다”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하고,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의 ‘공안적 마인드’는 전대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오 전 시장이 보이콧을 철회하고 전대에 복귀한 이유가 당내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에서 비롯된 한국당 퇴행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무성·장제원 의원 등 비박계 상당수 의원들도 급진적 당 우경화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이고 있다.

때문에 TV토론회와 권역별 연설회에서 황 전 총리의 강경 우파 언행에 대해 오 전 시장의 공세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 역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하게 맞받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이 과정에서 이미지가 ‘보수꼴통’에 갇힐 경우 확장성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다.

黃을 기다리는 검증의 관문들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수감 중인 최순실.
“대권 문턱에서 번번이 고꾸라졌던 역대 잠룡들과 마찬가지로, 황교안 대망론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황교안, 그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정적 관계에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만큼 약점이 많고 이를 공략하면 무난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법무장관과 총리 임명 전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그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분들과는 다르다.” 검증 공세에 걸려 낙마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비해 자신은 충분히 예방주사를 맞아 정치적 면역력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냉소적 반응이 제기됐다. 홍 전 대표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군에 못 간 황 전 총리의 병역면제 역풍을 경고했다. “병역문제는 국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묵과하기 어렵다.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월 1억원 전관예우’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황 전 총리는 대형로펌에 영입된 후 17개월 동안 16억원의 수임료와 자문료를 받았다. 법무장관 청문회 때 “전형적인 전관예우” 사례라는 야당 공격에 호되게 당해야만 했다.

오 전 시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해 향후 공세를 예고했다. “저 같은 경우, 법률사무소의 고문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작심하고 ‘초임 변호사의 수임료만 달라’고 해서 500만원만 받고 있다. 제가 황 전 총리보다 경력이 못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검증의 최대 쟁점은 최순실씨가 될 수도 있다. [한겨레신문]은 1월 29일 황 전 총리가 최씨와 이미 7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대서특필했다. 이 녹취록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전날인 2012년 8월 19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이 대화를 녹음한 것을 푼 것이다.

대화 중 최씨가 황 전 총리를 “황교안씨”라며 직접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미뤄봤을 때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부터 깊숙이 관여하면서 최씨와 인연을 맺었고, 이게 장관 총리 발탁 배경으로 작용했음직 하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그동안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최씨의 존재를 알았을 뿐 그 이전엔 최씨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기사 보도 후에도 황 전 총리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최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만큼 녹취록 정황의 진위 여부는 전대뿐 아니라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jwhn20@naver.com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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