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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세계 경제 위기설과 한국 경제의 진로 

내수 진작에 장·단기 정책 역량 총동원할 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미국 경제 헤게모니 약화로 ‘4대 먹구름’ 드리워져
흑자재정 등 내수에 상처낼 수 있는 정책은 삼가야


▎1월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 둘째)가 ‘파이낸싱 격차 해소’ 세션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계경제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이 그 비관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세계 경제의 ‘4대 먹구름’이다. 4대 먹구름은 ▷브렉시트 ▷글로벌 금융 긴축 ▷중국 성장 둔화 ▷무역 분쟁이다. 이렇게 먹구름이 많기에 번개가 한 번만 치면 세계는 경제적 폭풍에 휘말리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러한 비관적 시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IMF의 2018년 4월 전망 자료만 보더라도 세계 경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됐다. 즉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9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과 2019년 1월 전망 자료에서는 세계경제성장률이 2017년을 고점(高点)으로 2018년부터는 점차 하락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불과 6개월 새 세계 경제의 경기 고점이 2019년에서 2017년으로 당겨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기존 예측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 나머지 세계 경제가 이를 따른다는 논리에 익숙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나홀로 성장’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글로벌 경제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원인으로 2000년 이후 산업 측면에서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었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녹색경제·스마트경제 등 작은 산업들은 있었지만, 1990년대의 IT 혁명에 견줄 만한 ‘성장 동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존 핵심 산업으로 신흥국들이 진입하지만 선진국들은 위로 올라갈 새로운 산업이 없었다. 결국 선진국에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둘째, 세계 경제를 끌고 갈 선도국가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브레턴우즈체제 하에서 달러화의 기축(基軸)통화 역할이 세계 경제를 먹여 살렸지만, 그 한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유동성 공급이 가져온 결과다.

그렇다고 미국이 했던 역할을 중국이 이어받을 수도 없다. 중국이 한때는 미국과 함께 ‘G2’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역시 신흥국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고 있는 중국은 자체의 문제만으로도 힘에 버거워하고 있다.

2019년 세계 경제 전망: ‘블랙스완’의 현실화


▎중국 선전(深)시의 한 휴대전화 소매점 앞에서 판매원이 5G 서비스를 홍보하는 표지판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예상되는 주요 경제권의 부침을 살펴보면, 우선 그동안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는 경기 사이클상 하강 국면 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경제에 큰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호황이 너무 오래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 동행지수나 선행지수를 보면 이미 미국 경제의 하강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은 트럼프노믹스의 한 축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반발력이다. 정치적으로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전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기존의 경기부양과 관련된 지출의 역(逆)기저효과와 급격하게 높아진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더 이상 실물경제의 확장은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권은 중국이다. 그러나 우리 수출의 최대 시장인 중국이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IMF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2018년 6.6%에서 2019년 6.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요인은 내부적 요인이다. 최근 중국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소비 및 투자가 가라앉고 있으며 수출도 2018년 4분기에 들어 하강세가 완연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과도한 기업부채와 부동산 시장 버블, 그림자 금융 증가 등 ‘3대 회색 코뿔소’라 불리는 버블이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는 장기간 중국 경제를 괴롭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버블의 해소는 구조조정밖에는 방법이 없고, 구조조정은 곧 경제의 침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IMF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와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가 지속된다면, 향후 5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3%포인트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면, 올해만 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유럽 경제가 품은 뇌관은 역시 브렉시트다. 아직은 정치적 타결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노딜(No Deal)’ 브렉시트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럴 경우 영국과 유로존을 넘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일본 경제의 한계는 2019년에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점증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도 문제고, 국가부채/GDP 비율이 240%(선진국 평균치는 100% 수준)로 급증한 탓에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보여준 성장력의 관성효과로 일본 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는 사실 신흥국 및 개도국의 불확실성이다. 최근의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디폴트 사태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단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 이후 7년여 간의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2016년 12월을 시작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해 왔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자금은 양호한 안전성에 수익률이 개선된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신흥국의 실물경제지표는 아직까진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다. 동유럽 지역을 제외하면 2019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IMF는 전망한다. 그러나 거시적 안전성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2018년부터 대부분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고, 상당수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아세안 국가들이 외환 디폴트의 위험 징후가 뚜렷해 보인다.

한국 경제, ‘외풍’ 막을 중추 산업이 없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향후 세계 경제의 하강은 불가피하다. 이제 회복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얼마나 빨리 하강하는가’일 뿐이다. 그 속도가 빠르면 말 그대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한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외 리스크 요인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리스크다. 중국 자체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는 오래전부터 동조화돼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이 내는 경상수지 흑자의 절반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의 노출도는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14.9%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외에 우려되는 한국 경제의 리스크들은 대부분 국내적인 문제다. 우선 체력 고갈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단순한 경기 하강 압력만으로도 버티기가 버겁다. 성장잠재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잠재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잠재성장률이 중진국 단계를 넘어서면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하락 속도는 너무 빠르다. 한국과 선진국 간의 잠재성장률 격차는 2000년 3%포인트에서 2010년 2%포인트, 그리고 현재는 1%포인트 내로 축소됐다. 이렇게 빠르게 저성장 국가가 됐다는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산업경쟁력의 고갈일 것이라 생각된다. 주력산업인 제조업이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전반적인 제조업 경쟁력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의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 순위를 보면 중국은 2005년 세계 17위에서 2015년 한국을 제치고 4위, 2016년 미국을 넘어 3위로 부상했다. 이미 철강과 유화 등 기초 제조업은 중국에 크게 밀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과 거제의 몰락으로 대변되는 우리 조선업의 어려움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요약하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내재적 리스크는 바로 대외 충격을 받아주고 버텨주고 흡수할 수 있는 중추 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공급 측면인 산업에서 경제의 추락을 막아줄 힘이 없다면, 수요 측면에서 희망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요 부문별로 볼 때, 소비를 제외하고는 크게 기댈 수 있는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일단 설비투자의 경우 예상되는 경로는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산업이 대내외 과잉공급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신규 투자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특히 국내 설비투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도 시장의 위축에 대응해서 생산능력의 조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하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건설 투자다. 건설 투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축 부문의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건축시장은 이미 미분양이 넘치던 가운데, 부동산 시장 경기가 급랭하면서 수요마저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유일하게 내수 경기를 받쳐주고 있는 소비의 경우에도 취약점은 쉽게 발견된다. 우선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간 불균형 문제를 들 수 있다. 확장적인 정부 예산안이 민간 소비를 보완하고 있으나,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지 않아 정부 소비가 민간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특히 고용시장의 불안,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민간 소비의 회복은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들을 고려해 본다면 2019년 한국 경제가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경제성장률은 2018년에 비해 하락할 것이다. 문제는 그 하락폭인데 중국 경제의 향방에 달렸다.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18년의 2.7%보다 낮은 2.5% 정도를 예상한다. 2019년 2%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이후 2년 연속 감속 성장을 한다는 의미다.

공공 일자리 확대도 단기적으로는 필요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되고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어려움에 빠진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로벌 위기는 외생 변수인 만큼 우리 힘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 다만 피해를 덜 입도록 경제 맷집을 길러야 한다.

우선 정부는 내수 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팽창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2018년 말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나 세수입이 지출을 넘어서는 흑자재정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수에 상처가 갈 수 있는 정책은 조심해야 한다.

둘째, 소비 회복세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소비 진작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민간 고용 창출력을 높여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이 더 냉각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 혹자는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비난하지만 단기적인 대응으로 그것만큼 좋은 정책도 없다.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셋째,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 수출 경기가 급랭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중장기적인 경쟁력 고갈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제성장의 원천은 산업이고 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도 산다. 광주형 일자리가 됐든 조선업의 M&A가 됐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의 경우에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의 동반 부진 가능성에 대응해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전략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위기의 징후는 금융시장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 이동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기초체력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적극적인 리스크 축소 노력이 가속화돼야 한다. 마지막은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만, 금융 경색에 대비해 부채의 절대적 규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그리고 기업과 가계가 모두 어려워진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다. 최근 경제부처와 국책기관이 낙관적인 경제인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시각처럼 위기 없이 잘만 넘어가 준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민간은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외환위기가 힘들었던 것은 외환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기업과 가계가 빚에 허덕이면서 경제가 파국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 만약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이번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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