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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그랜드 CEO in KOREA(3)]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전파하는 최태원 SK 회장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존재 이유 아니야”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제로섬게임 탈피해 다 함께 잘사는 자본주의로의 전환
1년에 100번 직원과 토론하는 소통행보로 행복경영 방점


▎최태원 SK 회장은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소통을 즐긴다. / 사진:SK
"아마 우리 회사 임원들은 두 배로 힘들 거예요.”

재계에서 질투의 시선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SK다. 그러나 SK CEO들에게는 다른 기업에서 하지 않는 문제의식이 언젠가부터 뇌리에 새겨져있다. 보편적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에 실적은 알파이자 오메가다. 자기가 맡은 회사의 단기 실적이 개선되면 임원은 승진과 인센티브를 보장받고, 저조하면 집에 갔다. 즉 얼마나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이윤을 많이 창출하느냐가 능력 평가의 거의 전부였다.

이 기준에서 논하면 최태원(59) SK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자들은 비교우위를 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장 최근 자료(2017년)에 의하면, 그룹 자산은 192조6000억원, 매출액은 158조원이다. 2018년 증시 폐장일(12월 28일) 시점에서 SK의 시가총액(108조7758억원)은 삼성에 이어 2위였다.

‘2019년 경제 환경은 더 엄혹해질 것’이라는 비관론에 SK도 동의한다. 캐시카우(cash cow)였던 SK하이닉스도 2018년과 같은 초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SK에선 “작년처럼 고깃국에 쌀밥 먹던 시절과 비교할 순 없어도, 당분간은 김치에 밥 세끼는 먹을 순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반도체는 아직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치킨게임’으로 가도 생존할 자신이 있다. 그 외 SK는 통신·에너지·케미칼 등 계열사의 폭이 넓다. 특정업체가 부진해도 다른 계열사에서 영향을 덜 받는 구조다. M&A(인수·합병)로 그룹의 덩치를 키운 효과다.

이렇게 견고한 플랫폼과 해자를 쌓아놓은 SK에서 왜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대기업에서 으레 나오는 엄살 혹은 신중함의 스탠스일까. SK 내부자들의 발언을 자세히 경청해보면 ‘힘들다’의 결이 다름을 알 수 있다.

“SK만 좋아선 안 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2018년 4월 중국에서 개최된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 사진:SK
SK그룹의 방향성을 예측하려면, 이제 반드시 입력해둬야 할 용어가 하나 있다. SV(Social Value), 사회적 가치가 그것이다.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며,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을 기업경영에 관철했다.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존재 이유가 아니며, 국가나 사회가 품고 있는 고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기업과 기업가의 책무라고 여겼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추구는 곧 최종현 선대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야말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프레임이다.

최 회장은 2014년 10월 책을 한 권 펴냈다. 제목은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아예 ‘사회적 기업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설파했다. 2012년 SK 주최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서 최 회장은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은 정밀해졌고, 확신은 짙어졌다.

얼핏 모호한 개념일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관해 최 회장은 이렇게 구체화했다. “기업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만들어내야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자본주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의 진화이자 변주다. 초기 자본주의는 경쟁자보다 잘 사는 것이 목적이었다. 빼앗지 않으면 뺏기는 제로섬게임으로 시장과 고객을 설정했다. 이겨서 생존하고자 혁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주의에서 SK는 ‘함께 잘 사는’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들과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을 혁신의 개념으로 재정립했다.

이를 실행하는 방법론에서 최 회장은 3가지를 제시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는 ‘공유 인프라’ ▷사회적 가치 창출 전문가와 함께 협력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이 그 알맹이다.

첫 번째로 언급된 DBL 경영은 기존의 경제적 가치에 사회적 가치를 합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SK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까지 행복하게 하자’는 지향이다. SK의 CEO들이 중점적으로 고뇌하는 핵심 지점이기도 하다. 이제 SK에서 인정받는 경영자가 되려면 실적만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국가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시야에 넣어야 한다.

최태원 회장은 철학적 경영을 꾀한다. 사유를 통해 얻어낸 결론을 현실에 투영시키고자 한다. 2019년 1월 그룹 신년사에서 그는 “우리의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 척도는 사회적 가치”라고 발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SK그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회계 툴(tool)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시행 중이다. 주요 계열사 정관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문구를 반영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SK 구성원을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에 관한 기여 부분을 50%로 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쉽게 말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는 SK에서 성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사평가에 사회적 가치 50% 반영


두 번째 개념인 공유 인프라는 SK의 자산을 외부에 공개해서 시너지를 내는 혁신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SK에너지의 주유소들이 경쟁사 GS칼텍스와 손잡고, ‘물류 허브’를 구축한 것이 한 가지 사례다. 그렇게 나온 것이 주유소 기반 택배 서비스 ‘홈픽’이다.

SK하이닉스도 공유인프라 포탈을 만들어 반도체산업 생태계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회원 가입만 하면 반도체 관련 120여 개에 달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세 번째 개념인 사회적 기업 생태계는 인재의 발굴과 자본의 축적으로 집약된다. SK는 2012년 KAIST와 함께 세계 최초로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과정을 개설했다. 2년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며, 사회적 기업 전문가를 100명 이상 양성했다. 1~3기까지 졸업생 93%가 창업했고, 42개의 사회적 기업이 운영 중이다. 이 중 15억원 안팎의 외부 투자를 받은 사회적 기업도 10개에 이른다. 최태원 회장은 종종 교육현장을 찾아 졸업생들에게 선배 경영인으로서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 고등교육재단에서 연세대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인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생태계는 SK만의 힘으로 생성될 수 없다. SK와 같은 지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SK는 이를 SPC(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라고 부른다. SPC에 참여한 기업은 130개 이상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SK 나름의 회계 툴(tool)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해오고 있다. SPC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을 만들었다.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와 오광성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공동 운영위원장이다.

예를 들면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환경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에 관한 기업의 공헌도를 숫자로 바꿔 평가하는 것이다. 이명행 SK PR팀 부장은 “가령 과거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었다. 이것을 친환경 재질의 빨대로 교체해 생산한다고 치자. 이러면 제작비용은 상승할지 몰라도 환경에는 그 이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도움이 되는 총량을 SK가 만든 회계 시스템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SK는 SPC 제도를 통해 얻은 가치를 324억원으로 측정했다. 이에 대한 인센티브 등의 명목으로 참여기업들에 지출한 금액은 73억원이었다.

SK는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 전용 ‘민간 펀드’를 결성했다. 유망한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2017년 12월 사회적 기업 전문 사모 투자신탁 1호를 결성했고, 첫 투자자로 참여했다. SK행복나눔재단이 40억원을 투자했고 총 130억원 규모다. 운용은 IBK투자증권이 맡았다. 2018년 11월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사회적 기업 전용 민간펀드를 추가했다. SK가 60억원, 신한금융이 90억원을 투자했다.

“1년에 100번 직원들 만나겠다”


▎SK텔레콤은 카셰어링용 자율주행차 시연에 성공했다. SK는 차량 공유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는 행복 창출과 연결된다. 임직원들이 행복해야 사회적 가치도 유의미하다는 합리적 귀결이다. 1월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9 신년회에는 최 회장을 포함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등 그룹의 포스트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신년회는 회장의 신년사 발표란 의례적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CEO들의 대담을 사내방송을 통해 생중계했고, 최 회장이 마무리 발언을 했다. 토의 주제인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예측 가능한 테마였다. 여기에 하나가 더 올라왔는데 ‘사회와 SK 구성원의 행복’이 그것이었다. 대담 주제도 ‘행복을 이야기하다’였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4가지 행동 원칙을 제시했다.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꿀 것 ▷인사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기여도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 ▷SK 구성원의 개념을 확장할 것 ▷인사하기, 칭찬하기, 격려하기 등 작은 실천 방법을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란 용어를 즐겨 쓴다. 그가 생각한 딥 체인지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한정되지 않았다. SK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까지 포괄한 개념이었다.

이날 최 회장은 이른바 ‘꼰대’를 경계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리, 권위를 생각하고 꼰대가 돼버리면 성숙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조직화가 완결된 대기업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SK의 신년회가 파격적이고, 최 회장이 꼰대문화 탈피를 외쳐도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조직을 위해 할 말이 있어도 상사가 걸려서 못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최 회장은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을 2019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임직원과의 토론을 100번 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렇게 최고 경영자와의 만남이 정례화하면 마음의 경계가 풀릴 개연성도 그만큼 올라간다. 정말 최 회장이 듣고 싶고, 들어야 할 현장의 이야기들이 나올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1년에 100번 임직원들과 만나려면 3~4일에 1번씩은 이뤄져야 한다. 그 첫 단추로 최 회장은 2일 신년회, 4일 ㈜SK 직원들과의 만남에 이어 8일 종로구 서린 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행복토크’를 열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즉석 질문을 받았고, 바로 답을 줬다. 언론에서 화제가 된 최 회장의 줄무늬양말도 이때 공개됐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토론에서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 특유의 스타일인 솔직담백함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내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은 꽝이다. 그렇다고 여러분한테 나처럼 하라고 말하면 내가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웃었다. 최 회장은 이런 소통을 통해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2일 신년회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임직원들은 공장 점퍼를 입고 참석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이라는 세간의 비관론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SK는 정유→통신→반도체로 시대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렇기에 ‘반도체 이후 SK가 내놓을 카드가 무엇인지’에 관한 궁금증은 한국 경제,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일 수 있다.

미래의 SK는 모빌리티 회사


▎라스베이거스 CES에 마련된 SK그룹 전시부스에 관람객들이 몰렸다. SK는 모빌리티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SK는 2019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처음 참여했다. 그룹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공동으로 ‘자동차 기술관’에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SK가 마련한 주제는 ‘모빌리티’였다. 전시 부스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모인 장소에 만들었다. SK 미래 사업의 중추가 어디를 겨냥하고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SK 임원들은 2018년 여름, ‘이천 포럼’에서부터 자율주행차에 관한 심화학습을 했다. SK 관계자는 “차체만 빼고 SK의 기술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SK텔레콤은 5G 통신과 T맵 같은 콘텐트, SK네트웍스는 차량 렌트나 공유에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오면 SK와 현대자동차와 보완 관계가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기술과 콘텐트를 놓고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격전이 펼쳐질 수 있다.

SK가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CES에서 협업 부스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SK의 5G 통신망과 SM의 콘텐트를 결합시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장착시키겠다는 상상력의 발현이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독일 폴크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나카 미치아키 일본 릿쿄대학교 경영대학원 비즈니스 디자인과 교수는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란 저서를 통해 자동차 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직면했다고 적시했다. ‘자동차란 무엇이었나’에 관한 근본적 물음부터 시작했다. 미래 자동차는 자동차, IT, 전기·전자를 총 망라하는 기기로 변화할 것으로 봤다. 구글·애플·아마존·인텔·소프트뱅크 등이 이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공유’란 개념도 일상화될 것이다. 책은 일본 신경제연맹 보고서를 인용해 2015년 시점에 승차 공유 시장의 규모가 약 1억6500억 엔이었는데 2020년엔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을 주행하는 차의 전체 주행거리 중 4분의 1이 자율주행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승차 공유 시장을 선도하는 우버는 2016년 매출만 약 7조원에 달했다. 우버는 겉으론 택시회사지만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가 본질이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1월 이 우버의 최대주주가 됐다.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한국에선 통신사 SK가 승차 공유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SK는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 점유율 1위 회사인 쏘카의 2대 주주다. 쏘카는 2018년 1월 말레이시아로 진출한 상태다. 이어 SK는 동남아시아 승차 공유 시장에서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그랩에도 투자했다.

모빌리티 이외에도 SK가 2020년까지 역량을 집중하기로 설정한 분야는 5가지 분야다. ▷반도체 ▷에너지 신(新)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ICT ▷모빌리티가 그것이다. 여기에 8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반도체는 대한민국 산업의 쌀이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에 걸쳐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1초에 고화질 FHD영화 11편을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D램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SK하이닉스 외에도 SK머티리얼즈, SK실크론 등 반도체 소재 기업들과의 시너지도 SK의 기대요소로 꼽힌다. 궁극적으로 SK는 반도체 핵심소재의 해외업체 의존도를 축소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지난 1월 최태원 SK 회장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SK
에너지 신(新)산업 분야는 LNG,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 발전 분야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그룹의 ICT 역량을 접목시켜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화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시스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유럽 시장에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SK는 2018년 7월 미국의 제약·바이오회사 앰팩 인수를 결정했다. SK케미칼에서 분할돼 출범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를 출시했다.

차세대 ICT 분야에선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할 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ICT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한다. SK텔레콤은 2019년까지 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스마트홈 에너지관리 솔루션 등 접목 가능한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 5G 상용화와 맞물려 자율주행차 등 안정성이 중시되는 분야에서 해킹 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콘텐트 분야에서도 SK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플랫폼 개편과 콘텐트 확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연합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OTT인 ‘옥수수’는 지상파의 콘텐트를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향하는 여정에 SK가 나선 셈이다. 생존과 번영 이상의 가치를 전파하는 회사를 최태원 회장은 꿈꾼다. 해외에서도 SK의 행보를 주시한다. 지난 1월 스위스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조지 세라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SK가 선보인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은 기존의 일회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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