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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알(면)쓸(모있는)신(기한)재(테크)’ | 마지막회] 1%만 살아남는 위험천만 테마주 

소문 믿고 지갑 열면 백전백패! 

작전세력 이슈 엮어 주가 올리고 먹튀... 기업 상태와 실적 개선 가능성 꼼꼼히 따져야

주식 투자로 어떻게 돈을 버나.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기업의 내용은 관계없다. 고점에서 털면 된다. 테마주에 뛰어드는 개인들의 사고 방식이다. 99%가 돈을 까먹지만, 자신은 나머지 1%라고 확신한다. 결국은 새드 엔딩. 그런데도 하고 싶다? 테마주 투자 어떻게 할까.


▎한 직장인이 사설 주식정보 업체가 보낸 테마주 종목 추천 메시지를 보고 있다. 테마주는 주로 작전세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 사진:전민규 기자
주가는 피를 먹고 자란다.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3월 한반도에는 꽃 소식보다 ‘침묵의 살인자’가 먼저 찾아왔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다. 지구 상에서 연간 700만 명의 사람들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다(세계보건기구, 2018). 안타깝게도 이 가운데 60%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란다.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을 덮었지만 웃는 곳도 있었다. 이른바 주식시장의 테마주다. 마스크·공기청정기 등과 관련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위닉스·대유위니아·웰크론·크린앤사이언스 등 대부분의 관련주가 3월 이후 5거래일간 20% 넘게 올랐다.

테마주의 어두운 면은 작전주다. 하나의 테마가 뜨면 단기 차익을 노린 작전세력들이 가세한다(때로는 세력들이 테마를 만들기도 한다). 수급으로만 올려놓은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3월 6일 낡은 보일러를 교체할 때 친환경 보일러 제품만 쓰도록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관련 기업인 대성파인텍 주가가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17.3%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8일에도 4% 가까이 오른 2105원을 기록했다. 이틀간 20% 가까이 올랐으니 투자자 모두 행복할 듯 싶다. 하지만, 7일 꼭지(2245원)에 투자 대열에 동참한 이들은 행여나 흐름이 꺾일까 마음을 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테마 따라잡기를 경고한다. 테마주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멘트다. 그래도 불나방처럼 테마주에 뛰어들었다 크게 데인다. 어떻게 하면 그나마 안전하게 테마주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남해회사, 지금까지 이런 테마주는 없었다


‘테마주’란 영어의 ‘theme’와 주식의 ‘株’를 합성한 단어다. 일본어의 ‘テ-マ株’를 그대로 한국어로 옮겼다. 상장 주식 가운데 하나의 주제를 가진 사건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군을 말한다. 정치·연예·부동산·질병·자원개발 등 종류는 다양하다.

테마주에 작전 세력이 가세해 주가 변동폭을 키우기도 한다. 세력이 인맥 등을 통해 테마주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약간의 수급으로도 주가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다 보니 대형주보다는 소형주, 특히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테마주로 많이 엮인다.

테마주는 주식시장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가장 유명한 테마주는 18세기 영국의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다. 남해회사는 본래 영국 정부가 남미와의 무역을 전담할 목적으로 세운 일종의 공기업이었다. 이건 명분이다. 실상은 영국 정부의 채무상환 이자가 너무 커져서 그것을 떠넘길 차원에서 만든 회사였다. 영국 정부는 1711년 부실채권과 1000만 파운드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전환하고 돈이 되는 노예무역을 독점할 수 있는 특권을 줬다.

당시 남미를 장악한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남해회사의 노예무역이 순탄치 않았다. 특권을 받은 지 6년 만인 1717년에서야 이익금의 25%는 스페인 국왕에게 귀속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1년에 단 한 번 영국 무역선이 페루와 칠레·멕시코를 오가며 교역할 수 있었다. 남해회사는 이 교역으로 이익은커녕 자본금만 까먹었다.

남해회사는 노예무역이 아닌 금융으로 눈을 돌렸다. 영국 정부의 국채를 일정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사들이고, 이 채권을 다시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어 3100만 파운드의 국채를 전액 인수할 테니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했다.

단번에 빚을 청산할 수 있다는 계산에 영국 정부는 남해회사에 권리를 내줬다. 남해회사는 750만 파운드의 상납금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주가를 높였다. 1720년 6월 초, 설립 이후 9년간 주당 100파운드로 시작한 주가가 89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회사들도 불법으로 주식을 발행했다. 시장에 주식 공급이 넘쳐나면서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거품 방지법’을 제정하고 무허가 주식회사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시늉에 불과했다. 남해회사는 주가를 높이고자 의원들에게 로비를 했고,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 1000파운드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남해회사 주식을 안사면 바보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도 이 광풍에 동참했다.

가장 먼저 거품을 눈치챈 정부 관료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관료들이 주식을 판다는 소문에 일반인들도 투매에 동참했다. 주가는 150파운드까지 떨어졌다. 뉴턴은 지금의 2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잃었다.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인간들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며 후회했다.

국내 테마주의 시초는 70년대 후반쯤이다. 당시 이슈는 건설주 테마였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 붐이 일던 시기에 해외 진출 건설사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다. 건설회사 사장이 중동행 비행기표를 끊었다는 소문만으로 그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1978년 후반부터는 주가가 무섭게 빠졌다(사실 그때는 테마라기보다 파동이라는 말을 썼다).

일부는 1984년 북예멘 유전 개발 관련주를 국내 첫 테마주로 꼽기도 한다. 당시 삼환기업이 북예멘 마리브 유전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퍼졌다. 이후 선경(현 SK네트웍스)·유공(현 SK이노베이션)·현대종합상사 등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자원 개발 관련 종목이 6개월간 2~3배 급등했다. 실제로 3년 후인 1987년 12월부터 북예멘 광구에서 원유가 생산됐다.

가장 황당한, 그리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테마는 이른바 ‘만리장성 4인방’이다. 북방외교가 한창 진행되던 1987년 말에서 1988년 초에 주목받았던 4개 종목이다. 당시 대한알루미늄(2001년 3월 상장폐지)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새시를 전량 납품한다’는 소문과 함께 급등을 시작했다. ‘이 공사에 동원되는 인부들의 신발을 전량 납품하게 됐다’는 루머에 검정고무신을 만들던 태화(1999년 5월 상장폐지)가 급등했다. 이어 ‘인부들이 간식으로 호빵을 먹는다’는 루머에 SPC삼립이, ‘호빵을 먹다 체할 때 먹는 소화제는 훼스탈이다’는 소문에 한독약품 주가가 급등했다.

테마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2003년 6월 3일 김시웅 동아건설 사장(가운데)이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후 동아건설 주식은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결국 상장폐지됐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테마주의 시대가 열렸다. 과거 테마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많지 않았지만, 밀레니얼을 전후해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테마주 전파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증권가에 퍼진 메신저는 테마주 기승을 부추겼다.

대세가 된 테마주는 정치 테마주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테마주와 정치인 테마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책 테마주는 정치인이 내세우는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실제 사업이 이뤄지면 예산이 집행되니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그나마 ‘말이 된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 수도 이전 계획’을 공약으로 걸었다. 그러자 계룡건설·대아건설·한라공조 등 충청권 연고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또, 수도 이전 계획으로 자산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충청 지역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충남방적·동양백화점·우성사료 등의 주가가 치솟았다.

2007년 17대 대선의 최고 테마는 대운하다. 이명박 후보가 내건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중소 건설사 주가가 요동쳤다. 삼호개발·이화공영·동신건설 등은 수중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뛰었다. 운하공사를 하려면 수중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치인 테마주는 2012년 18대 대선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유력 정치인의 인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테마주가 판을 쳤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리디스크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은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의 테마주로 엮였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의 궤변을 거쳐 테마주가 탄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작전세력이 가세하기 마련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18대 대선 정치인 테마주 147개 가운데 3분의 1(49개) 가량에 작전세력이 개입했다.

유일한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북 문제’는 빠지지 않는 테마주 아이템이다. 1990년 말 비료·농약 원조 정책으로 남해화학·성보화학·경농 등 비료 제조업체들이 주목받았다. 1998년 11월 금강산관광이 시작되자 현대그룹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 발표 후엔 개성공단 관련 업체들이 핵심 테마주가 됐다. 신원·로만손·좋은사람들 등이 급등했다. 대북 송전주로 분류되는 제룡산업·선도전기·이화전기·비츠로테크·보성파워텍 등은 남북관계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다. 경색될 때는 급락을, 화해 무드로 바뀔 때는 급등했다.

보물 테마주도 있다. 퇴출을 눈앞에 뒀던 동아건설은 최후의 보루로 보물선을 들고 나왔다. 동아건설은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고 2001년 매장물 발굴 신청서를 냈다. 이후 주가는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실상은 그러나 터무니없었다. 발굴 신청서에 ‘500㎏의 금괴와 보물이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었다. 당시 금 시세로는 50억원, 지금 시세로 환산해도 230억원에 불과하다. 선체 조사에만 10억원, 인양에만 수십억원이 들 것을 감안하면 되레 손해 보는 장사다.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 진다.

이후 평생 가볼까 싶은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어마어마한 매장량의 금광을 발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아프리카 말리 금광과 관련된 기업인 현대상사는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그렇게 엄청난 금광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현대상사는 물론이고 이름이 비슷한 현대상선까지 금광 테마주가 됐다.

테마주가 해피 엔딩으로 결론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0년 코스닥을 휩쓸었던 테마는 A&D(인수 후 개발)다. 저성장 상장사를 인수해 사업구조 변경이나 이미지 쇄신 등을 통해 고성장 업체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대표 주자는 리타워텍이다. 가스보일러용 부품을 만들어 오던 파워텍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인터넷지수회사로 리모델링했다. 변신 후 3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00일 만에 162배 올랐다.

그러나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실망감으로 변질, 주가가 폭락했다. 2003년 4월 상장폐지됐다.

반짝 테마로 시작했다가 시장 주도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1992년 외국인에 대한 주식투자가 허용되면서 나타난 ‘저(低)PER(영업이익률)주’ 테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처음 들어와 산 종목은 대기업이 아닌 태광산업·대한화섬 등 중견기업이었다. 당시 생소했던 PER(주가수익비율) 개념을 이용한 투자였다. 저PER는 가치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할 때, 지금도 유용하게 보는 테마다.

실적, 증시의 영원한 숙제


▎지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테마주 가격도 요동쳤다. 우리들제약과 안랩은 각각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테마 대장주로 꼽힌다.
마냥 색안경을 끼고 테마주를 볼 일은 아니다. 해당 테마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번 미세먼지의 경우엔 그래서 반짝 테마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은 미세먼지 이슈를 해결할 만한 방도가 딱히 없다. 무엇보다 외부 요인이 통제가 안 된다.

중국 내 석탄발전소가 이미 2000곳이 넘는데, 향후 2~3년 내 1500곳을 또 짓겠다고 한다. 쓰레기 소각장도 문제다. 200곳이 넘는 소각장 건설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포함한 미세먼지까지 걱정해야할 판이다. “미세먼지 이슈는 계절성을 지닌 테마가 아닌 환경산업의 한 카테고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테마주 투자의 전제 조건은 실적이다. 실적이 따라오지 않는 테마주는 사상누각과 같다. 해피 엔딩으로 끝난 테마주 투자는 테마 열풍 뒤에 실제로 실적이 개선된 경우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테마주 투자는 배당주 투자다. 배당수익률은 기업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을 80%까지 보여주는 지표다. 배당을 한다는 것은 그 회사가 돈을 벌고 있고, 2~3년 후까지도 돈 벌 준비가 돼 있다는 방증이다. 또, 높은 배당수익률은 그만큼 주가가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 까먹을 확률이 그만큼 작다.

※ 고란 - 2003년 중앙일보에 입사, 주로 경제 부문을 담당했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은행에 몸담은 걸 빌미삼아 ‘반 금융인’이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열어갈 ‘토큰 이코노미’에 관심이 많다. ‘암호화폐의 정석’에 해당하는 [넥스트 머니]를 지난해 6월 출간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재테크 및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한 ‘고란의 어쩌다 투자’ 코너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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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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