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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지정된 멸종위기종두루미는 봄과 여름에는 시베리아, 중국 북부, 몽골 북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매우 추운 겨울에는 한국, 일본, 중국 남부로 겨울나기(월동)를 위해 날아오는 겨울철새다. 강원도 철원평야가 가장 큰 월동지고, 다음이 경기도 연천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중국 창강 하구에 약 1200마리, 일본 홋카이도에 1000마리, 우리나라에 어림잡아 700마리 등 통틀어 고작 2900개체 정도가 전 세계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두루미는 사람과 검독수리 외에는 천적이 없으나 약골이거나 어린 것은 삵이나 여우 등의 먹잇감이 된다. 강한 잡식성으로 식물성 먹이로는 곡식 낟알, 갈대 순, 도토리, 풀씨가 있고, 동물성 먹이는 미꾸라지·지렁이·다슬기·새우게·개구리·도롱뇽·달팽이·잠자리·도마뱀 등이다.번식기의 수컷은 단정이 더 붉어지고, 부리를 사방 문대며, 화려한 춤으로 구애한다. 번식지에서는 짚이나 마른 갈대를 땅바닥에 쌓아 올려 커다란 접시모양의 둥지를 지어서 한 배에 2개의 알을 낳지만 그 중 한 마리만 가까스로 살아남는다고 한다.마지막으로 재두루미 설명을 간단히 덧붙인다. 재두루미(Grus vipio) 역시 두루밋과의 새이다. 몸길이는 약 119㎝로 두루미보다 좀 작고, 암수 모두 몸이 회색이며, 머리와 목은 흰색이고, 눈 주위는 붉으며, 부리는 황록색이다.먹이를 찾을 때는 긴 목을 S자 모양으로 굽힌다. 날아오를 때는 날개를 절반 정도 벌리고 몇 걸음 뛰어가면서 활주한 다음 떠오른다. 10월에 날아와 탁 트인 평원·논·하구·갯벌에 크게 떼를 지어 곡식 낟알, 풀뿌리 등을 먹으며 겨울을 지낸다. 중국·몽골·러시아에서 번식하고, 환경 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흑두루미는 총 중에 유난히 키가 작고, 온 몸이 흑색이며, 머리와 목만 희다.해·산·물·돌·구름·솔·영지·거북·학·사슴이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십장생(十長生)이라 부른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두루미는 땅에서 생활하고 좀처럼 나뭇가지, 소나무 따위에 절대로 앉지 않는다. 그러므로 십장생 자수나 십장생도의 소나무 위의 학은 결코 두루미가 아니라 어슷비슷하게 생긴 황새(stork)이거나 백로(heron)이다. 그리고 “학이 곡곡 하니 황새도 곡곡 한다”는 말은 주견(主見)이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할 때를 비유한 말이렷다.그리고 두루미를 ‘천 년을 사는 학’이라 칭송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80여 년을 살 뿐이라 한다. 어쨌거나 두루미 당신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노니, 모쪼록 꿋꿋이 버티고 살아남아 차디찬 겨울엔 안심하고 이 땅에 들러서 당신들의 조상이 그래왔듯이 세세만년(歲歲萬年)의 복을 누려주시게나.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