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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차 한잔] ‘연기하는 구도자’ 영화배우 한석규 

“시대에 안주해 온 게 아닐까 부끄러웠다”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3월 개봉 영화 [우상(偶像)]에서 출세에 눈먼 도의원 역할
“생존 위해 비겁함으로 폭주하는 인물… ‘나는 다를까’ 되묻게 돼”


▎3월 8일 서울 소격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석규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사는 걸 보여주는 게 내 연기의 목표”라고 말했다. / 사진:CGV아트하우스
한석규는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는다. 1990년 KBS 22기 공채 성우에 합격하면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왜 배우가 아닌 성우였을까. 과거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밝히 길, “얼굴에 자신이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시대 배우였던 박중훈만큼 패기 넘치는 얼굴도, 최민수만큼 비교 불가의 캐릭터도 아니었다.

1998년 작 [8월의 크리스마스]는 배우 한석규의 얼굴을 만든 작품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진사 ‘정원’은 사회초년생 교통단속원인 ‘다림’(심은하 역)을 만난다. 정원은 어떤 감정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따금 다림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영화평론가 심우일은 이렇게 평가한다. “연기란 성격의 창조와 묘사를 위해 과장된 몸짓이나 표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석규는 일상에서 겪을 법한 내적 아픔에 집중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찾아온 사랑과 늙은 아버지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아픔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심우일은 ‘보통배우 한석규’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그의 ‘보통얼굴’에선 안경도 중요한 비중을 맡는다. 2030세대 사이에서 ‘한석규 안경’이란 별칭으로 인기를 얻을 정도다. 그런데 이 안경을 벗는 순간, 배우 한석규는 돌변했다. 같은 미소인데도 안경 없는 그의 얼굴엔 광기가 서린다. 이듬해인 1999년 비밀정보기관 요원으로 등장했던 영화 [쉬리]가 대표적이다. 가까이는 스스로 “연산군의 마음을 가진 세종”이라고 표현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의 ‘이도’, 교도소를 지배하는 악질 범죄자 ‘장익호’ 역을 맡은 영화 [프리즌](2016) 등이 있다.

3월 20일 개봉하는 영화 [우상]에서도 한석규는 안경을 영리하게 사용한다. 극중 인물이 살인을 결심하는 순간,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번뜩인다. ‘의도된 연출이냐’는 질문에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모든 본성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우상]은 2월 7일부터 10일간 진행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받았다. /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평론가 김세나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배우로 단연 한석규를 따라올 사람이 없고, 포효하는 짐승의 얼굴 역시 그를 단번에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고 추켜세운다. ‘통약 불가능한’ 한석규의 얼굴은 그의 연기론과도 맥이 닿는다. 그는 2008년 [시네21]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연기를 왜 하냐….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인간의 모든 본성을 평생 많이 해보고 싶다. 악한 것, 비겁한 것. 영화적으로 멋있게 비겁한 게 아니라 정말 비겁한. 나는 아직까지 선한 이미지의 연기를 많이 한 것 같아서.”

그런 그가 드디어 “비겁하기 짝이 없는 인물을 만났다”고 말한다. 3월 20일 개봉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에 등장하는 전도유망한 경남도의원 ‘구명회’가 주인공이다. 구명회는 청렴하고 도덕적인 이미지 덕에 유력한 차기 경남도지사로 꼽히던 인물이다.


▎유력한 차기 도지사로 꼽히던 구명회는 아들의 뺑소니 사건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러나 아들이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계기로 구명회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어떻게 해서든 도지사가 돼야겠다는 일념뿐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아버지인 ‘우중식’(설경구 역)이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면서, 애초의 구상이 어그러진다. 급기야는 실종됐던 피해자의 아내 ‘련화’(천우희 역)가 뺑소니 목격자로 정체를 드러낸다.

“구명회가 집에 도착해 지하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그의 선택이 시작된다. ‘헉! 시체다. 죽였대, 아들놈이. 누가 봤어? (시체는) 뒤져봤어? 정말 죽었네.’ 그리고 아들을 만난다. ‘누가 봤냐. 술 먹고 그랬냐. 어떡하지, 자수할까. 아냐, 잘하면 완전범죄가 되겠다.’ 이렇게 계속 선택한다. 그것도 아주 병든 반응들이다.”

구명회의 속내를 들려주던 한석규는 별안간 벌떡 일어섰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직접 재연하기 시작했다. 뺑소니 목격자이자 피해자의 아내인 ‘련화’(천우희 역)가 구명회의 집에 들어와 가족을 죽이곤 그의 목숨까지 노리는 장면이다.

“련화를 설득하는 척하면서 손을 이렇게 뒤로 뺀다. 그리고 휴대전화 전원을 슬쩍 켠다. ‘녹음해서 (도지사 선거에) 써먹어야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인물이다.”

사실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기자 여럿이 위 장면을 보고서 ‘휴대전화 불빛이 켜진 건 알겠는데, 구명회가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털어놓은 터다. 한석규는 이수진 감독과 나눴던 고민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 감독, 이거 조금만 보이게 하자’ 그랬더니 ‘선배님, 반짝만 해도 관객은 알 거예요’라고 하더라. ‘물론 반짝하면 알지. 그런데 모를 수도 있어….’ 이 감독이 한참 생각하더니 ‘선배님, 반짝하면 녹음 중인지 압니다’라고 다시 말하더라. 시사회 끝나고 말했지. ‘거 봐, 당신 때문에!’”

그는 “속상하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웃음기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수진 감독은 그렇게 친절하게 보여주는 걸 과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한국 영화를 접하면서 가진 나름의 생각을 연출로 풀어낸 것 아니겠나. 어렵긴 하지만, 관객들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로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우상' 대본을 보고 정곡이 찔렸다”


▎한석규는 영화 [우상]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부끄러움’을 꼽았다. / 사진:CGV아트하우스
관객들이 가장 처음 느낄 법한 궁금증은 뭘까. 줄거리를 읽다보면, ‘왜 하필 도의원일까’란 생각이 먼저 든다. 보통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은 서울시장 후보나 대통령 후보처럼 전국구 선거를 배경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구명회는 청와대 로고가 박힌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시사회장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도의원은 시의원 다음으로 낮은 곳이다. 그러나 도의원 구명회가 가진 인지도는 이미 도지사 이상이다. 그 속내엔 무엇이 들었을까. 아마 청와대일 것이다. 동료 도의원이 ‘자네는 드라마가 있잖아’라고 추켜세우지 않나. 구명회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으로 올라간다는, 자신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싶은 것 아닐까.”

이 감독이 말한 동료 도의원은 구명회의 정적(政敵)에서 후원자로 변모하는 인물이다. 초반엔 중국에서 학위를 딴 한의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깔보지만, “아들이 살인을 해도 되레 지지율이 오르니” 버틸 재간이 없었을 테다. 미천한 신분과 끊이지 않는 고난을 이겨내고 개천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용. 정적까지 사로잡은 ‘구인회 드라마’의 본질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드라마’는 산업화세대의 자랑이기도 하다. 용까진 아니라도, 한두 평 쪽방에서 시작해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한 이야기는 집집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 드라마가 잘못된 걸까. 왜 이수진 감독은 구명회를 궁지로 몰아넣는 걸까.

한석규는 얼마간 숙고하는 표정을 짓더니 벗어둔 안경을 썼다. “사실 답하고 싶지 않다…. 같은 액션이라도 리액션은 사람마다 다르다. 달라야 건강한 사회 아니겠나.” 관객들이 틀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될까 걱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비겁하다고 비난할 순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남는 게 옳다’고 생각할 때 비겁해지는 것이다. 그는 “답을 할 수밖에 없겠다”며 입을 열었다.

“사람이 비겁해지는 기준은 부끄러움이다. 내 삶을 갈림길에 놓는 문제에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의 신호가 온다. 그걸 무시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마취가 돼간다. 한 번 무시하고, 두 번 무시하고, 세 번 무시하면 그때부턴 하나도 안 부끄럽다. 구명회는 사람을 죽이면서 선을 넘었고, 그 뒤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부끄러움의 신호는 한석규가 이번 영화 [우상]을 선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우상] 제작이 확정되지도 않았던 때, 이수진 감독이 보낸 대본을 읽고 이미 출연을 결심했다. “왜 이렇게 투자 받기도 힘든 시나리오를 썼나. 지금 사회 속에 우리 모습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 이거지. ○이다, 해봅시다!” 그는 출연을 결심했을 무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마음속에서 질문이 연달아 나왔다. 왜 출연하고 싶었나?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구명회란 비겁한 인물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나? 여기서부턴 배우로서 제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지금 용감하게 살고 있는 건가, 되물었다. 이 시대에, 한국에서, 연기자로서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시대의 그 사람, 그거 그리는 게 영화인데. 그런데 이수진 감독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를 하는구나. 한마디로 ‘정곡을 찔렸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고 싶다”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노총각 사진사 ‘정원’ 역을 맡은 한석규.
이수진 감독은 “살아남는 걸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인간 한석규로서 나름의 답은 있지 않을까. 그는 “선대 현인들이 엄청나게 고민했고, 이미 답을 다 해줬다”면서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구절 하나를 소개했다.

“한 부자가 있었다. 그는 꿈꿨다. ‘나는 뿌리고 수확하고 심는 데 나의 돈을 써서, 열매로 나의 창고를 가득 채워 부족한 것이 없게 하겠다.’ 행복한 꿈을 꾸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죽었다. 귀 있는 자들이여, 들어라.”(마가복음 63장, 일부 변형)

영화 속 구명회의 행적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런 것도 같다”며 성경 구절을 구명회의 행적에 대입해 읊었다. “구명회가 있었다. 어느 날 죽을 위기에 닥쳤다. 살고 싶어 무슨 짓이든 해서 살아남았다. 기뻤다. 그런데 그날 밤 죽었다. 나한테도 대입해볼 수 있겠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놈은 인기를 얻고 싶었다. 어느 날 최고의 인기를 얻고 기뻤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그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의 끝을 곱씹었다.

“부자는 그날 밤 죽었다. 오늘 밤이든 내일 밤이든 상관없다. 어쨌든 죽는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할 때 불행해진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사는 걸 보여주는 게 내 연기의 목표다. 테크닉적으로도 중요한 이야기다. 지금 나한테 액션을 가하는 상대 연기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생생하게 리액션할 수 있다.”

한석규의 연기 궤적을 짚어보면, 현재에 집중한다는 그의 다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제비족 청년 ‘김홍식’ 역을 맡아 대중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이 48.7%에 달했다. 1995년 영화 [닥터봉]을 시작으로 1999년 [쉬리]까지 “충무로에서 한석규를 거쳐 가지 않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3년간의 공백기 끝에 2003년 영화 [이중간첩]으로 복귀했지만, 대중은 예전만큼 주목하지 않았다. 흥행부진은 2000년대 내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영화평론가 강성률은 “IMF 구제 금융 이후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일상성을 강조하던 한석규의 시대가 끝이 나고 개성을 극단으로 몰고 간 송강호·최민식·설경구의 시대가 왔다”고 진단한다.

한석규는 2011년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그린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성공의 문법은 과거와 달랐다. 글자를 만드는 건 한석규가 맡은 세종이었지만, 반대파를 온몸으로 저지한 ‘강채윤’ 역은 배우 장혁이 맡았다. 장혁의 행보가 더 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면서, 서사에 재미와 풍부함을 주는 데 성공했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 결과다.

그의 말을 빌리면, [우상]은 시각적으로도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나름의 상징을 담고 있어 대본만 봐선 단숨에 이해하기 어렵다. “잘못했다간 밑천이 다 드러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특히 천우희가 연기한 ‘련희’는 여자 연기자로선 두려운 역할이다. 외양으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그 친구가 연기를 왜 하는지 알 것 같다. 제가 (천)우희보다 15년 먼저 했나. (설)경구보다 5년 먼저 했을까. 제겐 후배들이지만, 100년, 200년 흐른 뒤에 보면 같은 시대를 연기한 배우들이다. 과하게 표현하면 존경할 만한 연기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천문'으로 최민식과 20년만의 재회


▎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 출연할 당시의 한석규와 최민식.
시사회장에서 한 기자가 “영화 제목이 우상이라기에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그룹을 다루는 줄 알았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도 “저도 아이돌 좋아한다”며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그 역시 우상을 가져본 적이 있을까.

“그런 건 없다. 다만 제게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면 어머니다. 6살, 아니 그것보다 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저를 극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초등학교 내내 극장을 드나들었다. 10살 무렵에 영화 [별들의 고향](1974)을 봤으니까. 1968년에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도 기억난다. 눈이 뒤집히더라. 주인공이 마지막에 해변에서 상반신만 땅 위로 내놓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지 않나. 여기가 혹성이 아니라 지구였단 걸 보여주는 거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알겠더라.

저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 같이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다. 어떤 영화는 같이 보면서도 ‘이거 애들이 이해할까’ 싶은데, 나름대로 보더라니까.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훈련이 되고, 나름의 영화관이 생기는 거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에서 한석규와 최민식이 각각 세종과 장영실 역할을 맡았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는 1월 말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촬영을 끝냈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그린 영화로, 하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한석규가 세종을, 최민식이 장영실을 만났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서울의 달]과 [쉬리]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한석규는 다시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 최민식을 꼽기도 했다.

“절친한 선배지만 자주 보지는 못한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도 세 편의 영화밖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나마 [히트] 이후에는 작품 자체가 별로라 두 사람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지도 않았다. (최)민식이 형과 좋은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그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로 맡게 되는 세종 역할이다. 전작과 비교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부담은 없을까.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처럼 온화한 미소로 돌아와 있었다.

“예전엔 액션에 정신이 팔렸다면, 지금은 리액션에 집중한다. 그렇게 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예전엔 내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자라온 환경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연기자를 하고 싶다’란 마음이 든 거다. 연기자는 뭔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선택 당하는 직업이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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