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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특별기획] 뉴스위크 일본판이 규명한 혐한(嫌韓)의 오해와 진실 

더 이상 어제의 한국이 아닌데···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경제·군사적 성장에 자신감 얻은 한국, 일본과 대등 관계 구축
일본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한·일 협력관계 이루게 하는 일 쉽지 않아


▎뉴스위크 일본판 표지 사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 문제는 일본 내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확정 판결하면서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됐다. 연이어 일본 정찰기의 위협 비행에 맞선 한국 해군 구축함의 레이더 조준 문제와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에 대한 ‘전범의 아들’ 발언 등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만 가고 있다.

일본에선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일본인들은 한국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여전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대일(對日) 관계를 이용하려는 것일 뿐 결국 자신들이 불리해지면 관계 개선 쪽으로 돌아서리란 기대감 혹은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최근 뉴스위크 일본판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상당수 인식이 실상과 동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발간된 뉴스위크 일본판(460호)은 한국에 대한 특집 기사를 표지로 내세웠다. 표지 제목은 ‘한국 팩트체크’. 한·일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을 분석하는 기사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데이터를 이용해 평가했다. 기사를 투고한 기무라 칸 고베대 대학원 교수(국제협력연구과)는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오해로 생긴 것이 많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의)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오해를 다섯 가지로 압축했다. ▷한국은 일본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싫어한다 ▷한국군은 약하다 ▷문재인 정권은 반일(反日)로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자유주의 정권이 끝나면 반일도 끝난다. 이런 분석을 표지에 실은 이유는 단순하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한·일 관계 악화는 오해로 생긴 것이 많다고 분석했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오류투성이’라는 것이 이 매체가 내린 결론이다. ‘한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올바른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라는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일본 내에서 한·일 관계 악화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바라보는 한국, 그리고 저들의 평가는 무엇일까. 뉴스위크 일본판의 팩트체크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저들의 시각을 아는 것은 일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한 걸음 떨어져서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은 우리 사회의 일본에 대한 정서를 돌아보는 데에도 참고로 삼을 만하다.

일본에 의존하던 한국 산업은 옛말, 수출입 규모 역전


▎2012년 8월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
우선 경제 분야에서 일본인들의 오해는 전후 복구시대를 겪었던 한국의 기성세대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일본이 한국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적대 정책이 비합리적이며, 한국의 국익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 일본판은 ‘현재는 과거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근거는 한국의 무역 점유율 변화다. 1960~1970년대 일본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무역 점유율이 40%를 웃돌아 미국보다 높았다. 그러나 2010년쯤 10%대가 무너지면서 최근에는 7~8%선으로 주저앉았다. 동시에 미국의 교역 규모도 감소했는데, 그중 40%를 중국이 흡수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변모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국제교류 범위가 확대되면서 일본의 무역상대국으로서 지위가 뚜렷하게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우위를 점해왔던 자동차 부품 교역에서도 2012년에 한국의 대일 수입량이 감소하면서 2014년에는 수출입 규모가 역전됐다. 소재산업이나 가전제품 등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띤다. 결국 ‘한국의 산업은 일본에 부품을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은 현실과 맞지 않은 것이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한국이 일본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관계는 이제 과거의 일이며, 보다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됐다”고 봤다.

두 번째로 ‘한국 경제는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지만 여전히 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의존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잡지는 ‘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것이 90년대 이전과 같은 취약함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동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저공 비행한 일본 초계기의 영상.
보도에 따르면 1982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았던 때는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단 한 번뿐이었다. 98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2012년 이후에는 흑자폭이 일본을 앞질렀다.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의 모습은 과거일 뿐이란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이 같은 경제성장이 한국인이 대일(對日) 관계에서 자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에 관한 한국인의 ‘주관적 인식’ 변화에 주목한 것이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도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한 것을 가장 상징적인 예로 꼽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지난해 내려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의 밑바탕이 됐던 판결(파기환송심)이 있었다. 2013년에 박근혜 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강경하게 대응했던 것도 일본은 파격적인 변화로 받아들였다.

일본 내에선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반일로 정권 지지율 상승을 노린다’고 인식해 왔다. 이런 인식은 일면 타당성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에서 9%로 올랐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도 문제로 대일 강경노선을 천명했을 때에도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때부터 이런 흐름이 사라졌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10억 엔의 보상 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을 때 한국 내에서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예측됐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12월 마지막 주부터 1월 첫째 주 사이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한국인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대서특필한 일본 언론들.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앞서 지난해 1월 문재인 정부가 밝힌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뒤집는 새 방침도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뉴스위크 한국판은 이것을 ‘한국인의 자신감’으로 풀이했다. 한국 사회의 여론이 객관적 상황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주관적 인식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관이란 다름아닌 미국과의 관계라고 뉴스위크 한국판은 해석했다.

그 근거로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태도 변화를 제시한다. 우선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중국과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계산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일 양국에 상황에 따른 유인책을 제공한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가 나오게 된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당시 남중국해 관련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던 오바마 정권이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대립하던 박근혜 정권을 압박해 합의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갈등이 격화하는 걸 막았다는 결론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월 8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왕을 ‘전범의 아들’이라고 표현해 일본의 반발을 샀다.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 정권의 경우 초기에는 일본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뉴스위크 한국판은 진단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에 비해 영향력 우위에 있는 일본을 자극할 경우 북한과의 대화 실현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게 일본의 중요성은 경제나 여론의 관심 때문이 아니라 대북 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절대적인 영향력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우호적 태도는 지난해 봄부터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 시기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북·미 관계였다. 트럼프 정권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별개로 아베 정권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 유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것을 트럼프 정권 하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일본의 영향력은 매우 한정적일 것이란 해석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역사인식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서 일본을 배려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문재인 정권이 일본을 배려하게 하는 최대의 유인책을 잃게 했다”고 해석했다.

이런 배경에 비춰볼 때 “반일 정권이 계획적으로 일본을 공격하고 있다”는 인식은 편견에 가깝다고 뉴스위크 한국판은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과 국회의장의 ‘천황 사죄’ 발언,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 등 한국의 일본에 대한 대응은 계획적이라기보다 즉흥적이고 산발적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일본에 대한 배려,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 등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대일 자세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지지를 얻고 있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그러나 이 같은 기대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한국 내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지난 1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일본 대응에 대해 ‘현재보다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45.6%로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37.6%)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보수층에서 더 강하게 대응을 바라는 여론이 46.6%로 적절하다(26.2%)와 가장 격차가 컸다. 진보층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43.6%인 반면 현재 대응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52%로 더 높았다.

일본에 더 강경한 쪽은 한국의 진보가 아닌 보수


▎2016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라오스에서 회담을 나누고 있다. 3개월 뒤 한국 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보수정권으로 돌아가면 대일 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예측은 잘못됐다는 게 뉴스위크가 내린 결론이었다.

군사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은 거의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레이더 조사 문제는 한국의 군사적 자신감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 사건이다. 뉴스위크 한국판에 따르면 90년대에는 일본의 군사비와 방위비가 한국보다 3.1배 많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일본을 앞질렀다. 2017년에 한국의 국방 예산은 일본의 90%에 육박했다. 이는 독일의 군사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팩트체크 끝에 뉴스위크 한국판이 내린 결론은 ‘환상을 버려야 한다’로 요약된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 그렇다. “확실한 것은 20년간 한국은 국력이 커지고, 자신감이 증가되면서 과거와 같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일본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협력관계를 이루게 하는 일이 이제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가야 할 길은 단 하나, 안이한 기대를 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한국’에 그대로 맞서는 일뿐”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전략적으로는 한국과의 교섭으로 해결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쪽으로 선회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의 최대 현안인 역사 인식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1965년에 체결된 청구권 협약의 해석을 둘러싼 싸움이며, 양국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서로 달라 교섭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현실 판단 때문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미국이 압력을 넣어 이뤄진 것처럼, 또한 문 정권이 트럼프 정권 하에서 일본의 영향력의 한계를 보고 대일 정책의 통제를 포기했듯이, 미국과 중국의 틈 속에서 무역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협조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런 한국과 경쟁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일본 자신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구축해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민간교류 단체인 세토(SETO·서울-도쿄)포럼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를 일본 사회에서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관계 악화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자성적 태도가 엿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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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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