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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실체와 배후 

북 타도 외치는 그들··· 엘리트 집단인가 몽상가인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동영상 촬영, 가상화폐 거래 등 국내 활동 흔적도 뚜렷
“상당 기간 유지될 것” vs “오래 못 갈 것” 전망 엇갈려


▎자유조선에게 습격당한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전경. / 사진:AP/연합뉴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5일 전인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공격한 ‘자유조선’이라는 단체에 대한 미스터리가 증폭됐다. 이들이 왜 북한 대사관을 습격했으며 어떤 정보를 탈취했고 누구에게 넘겼는지, 그리고 이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제대로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자유조선이라는 조직의 실체는 있다”며 “많은 나라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탈취한 자료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아닌 연방수사국(FBI)에게 넘겼다고 국정원이 확인해 줬다”고 덧붙였다.

자유조선은 3월 26일 홈페이지에 “마드리드 대사관의 어떤 정보도 돈이나 다른 이익을 위해 특정 단체와 공유하지 않았다”며 “다만 미국의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하에 잠재적 가치가 매우 큰 특정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페인 고등법원이 3월 26일에 공개한 수사 문건의 내용과 일치한다. 문건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사건 다음 날인 2월 23일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이동했다. 에이드리언 홍창은 여기서 비행기로 미국 뉴저지주 뉴워크 공항에 도착했다. 4일 후인 2월 27일, FBI와 접촉한 에이드리언 홍 창은 자신을 북한 해방을 위한 인권조직의 회원이라고 밝히고 스페인 대사관 습격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 습격 전에 북한 대사관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했던 사실도 밝혔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3월 27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FBI가 스페인 수사관들로부터 대사관 침입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명단을 넘겨받았고, 스페인 당국의 요청에 따라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FBI는 공식 언급을 피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자유조선이 확보한 자료는) 제재를 우회해 유럽의 사치품 수입에 필요한 연락처와 문서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치품 수입은 전 스페인 대사였던 김혁철의 주된 임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김혁철 미국담당 특별대표는 올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과의 사전 교섭을 담당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암호화된 전문(電文) 해독에 쓰이는 컴퓨터가 도난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상화폐로 후원받지만 재정은 빈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현지 북한대사관 외벽에 자유조선의 로고와 낙서가 그려져 있다. / 사진 : 채널뉴스아시아 수미샤 나이두 기자 트위터 캡처
의문점이 드는 대목은 ‘왜 정보기관인 CIA가 아닌 FBI에게 중요한 자료를 넘겼을까’이다. 이은재 의원은 “해외의 북한 대사관마다 외화벌이를 하는데 예전처럼 밀수가 쉽지 않으니 요즘은 계좌 해킹 등의 수법으로 돈을 빼간다고 한다”고 전했다. “작년 한 해만 이 같은 수법으로 약 360억원을 빼돌렸다고 한다. 유추컨대 자유조선이 확보한 정보가 미국 내 범죄행위와 관련 있기 때문에 FBI에게 건넨 것이 아니었나 싶다.” 정보·첩보에 특화된 CIA와는 다르게 FBI에는 금융 범죄 부문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조선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2017년 말레이시아의 한 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탈출을 주선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이들 단체의 이름은 ‘천리마민방위’였다. 이들은 2017년 3월 초 ‘천리마민방위’ 명칭의 도메인을 개설했지만 현재까지도 소재지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번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으로 에이드리언 홍 창이 자유조선의 일원임이 밝혀졌을 뿐이다. 홈페이지 서버의 위치 역시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추적이 안 되도록 은닉한 상태다.

자유조선은 세계의 여러 정부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한솔을 피신 시켰다고 주장했을 당시 이들은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며 “갑작스레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에게 급속히 응답을 주신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님께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던 자유조선은 올해 들어 홈페이지 게시글이 늘어났다. 외부활동도 2월 북한 대사관 습격, 3월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낙서 등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도 근거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월 28일, 자유조선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3·1절을 맞아 ‘자유조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한 하얀 저고리와 검은 한복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7분35초 분량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동영상도 올렸다. 이 여성은 북한 말투를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이 선언문을 낭독한 장소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영상 초반부에 등장하는 팔각정 뒤로 유리보호각에 덧씌워져 있는 원각사지 10층석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이고, 3·1운동 벽화, 독립선언서가 새겨진 대리석 등이 등장한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자유조선 회원들이 한국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유조선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3월 28일,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내용에는 “우리는 보안상 한국 거주 중인 그 어떤 탈북민과도 연계를 맺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를 한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인 2월 28일에 탑골공원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자유조선이 활동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는지도 관심사다. 자유조선은 자금 조달의 한 방편으로 익명 블록체인 비자(G-Visa)를 발급하고 있다.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단체는 3월 17일부터 자유조선 임시정부 자격으로 해방 이후 자유조선을 방문하기 위해 20만 장의 익명 블록체인 비자를 한정 발급한다고 밝혔다.

입국비자는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로 발급되며, 비자마다 발급 아이디 번호가 매겨지는 무기명 비자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1000번째 비자(ID #1000)까지는 각 비자당 발급 비용이 1이더리움(ETH)이며, 최대 20만 장으로 발급 수량이 제한돼 있다는 약관을 제시하고 있다. 비자 유효기간은 2029년 3월 1일까지다.

올해 4월 17일 기준, 현재까지 발행된 비자의 숫자는 125개로 총 82명이 보유하고 있다. 1명이 여러 개의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총 거래는 127번이 이뤄졌다. 가장 최근에 마지막으로 비자가 팔린 날짜는 4월 10일이다. 1 이더리움은 현재 약 19만2000원이다.

블록체인 비자를 살펴본 한 전문가는 “중간에 미승인이 됐지만 빗썸과 거래 내역이 있다”고 말했다. 빗썸은 국내 최대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소다. 이는 국내에서 자유조선 비자를 구매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문가는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통해 전자시민권을 발행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꾸준히 비자 구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부를 통해 실제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내부에서 자체 구매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들에게 드리우는 미국의 그림자


▎자유조선은 2월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 제목의 글을 통해 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을 인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모금 수단을 가상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고른 걸로 봐 관련 전문가가 속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 전문가는 “이 단체의 계좌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블록체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조선은 비자 구매와 함께 가상화폐로도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으로 직접 후원하는 주소도 공개해 놓은 상태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비트코인 후원 송금 주소를 보면 비트코인 후원은 2017년 3월 8일 처음 이뤄졌다. 최근 이뤄진 마지막 거래는 4월 5일로 약 0.0061 BTC이 들어왔다. 가장 최근 출금한 날짜는 올 2월 27일로 약 1.0214 BTC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총 60번의 거래가 이뤄졌고 4월 15일까지 총 후원받은 비트코인은 14.3095 BTC다. 현재 1 비트코인은 약 600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남은 비트코인은 0.0866 BTC으로 최근 시세 기준으로 약 50만원 수준이다.

전 세계적인 활동 범위에도 불구하고 모금 잔액을 비춰봤을 때 이들의 재정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배후는 미국이다. 최근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의 호세 마리아 이루호 탐사보도팀장은 국내 한 언론에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관련 글을 기고했다. 그는 “대사관 외부 보안 카메라에 찍힌 괴한들의 사진과 도주 차량이 바퀴 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계 두 명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며 “스페인 정보국에 따르면 이들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거대한 촉수를 펼치고 있는 CIA의 협력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사관 습격에 CIA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박 대표는 2004년 에이드리언 홍 창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하는 단체인 ‘리버티 인 노스 코리아(Liberty in North Korea, LiNK)’를 설립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에이드리언 홍 창은 북한 정권을 향해 ‘21세기에 저런 야만적인 정권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남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기억했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박 대표와 함께 대북전단 살포 행사는 물론 광화문에서 열린 대북 관련 집회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표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홍 창은 2010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CIA 입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 대표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 휴민트(HUMINT, 정보원)와 관련해 탈북민 대표로 박 대표를 비공개 특별 초청했었을 당시 에이드리언 홍 창을 봤다는 것이다.

[엘파이스]와 인터뷰한 전직 해외공작원도 “FBI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은 CIA 연계설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외교 문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란 뜻이다.

재정 규모, 지지 수준이 운명 결정할 듯


▎지난 3월, 자유조선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34초 분량의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에이드리언 홍 창의 변호를 거물급 변호사가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에이드리언 홍 창의 변호를 맡은 이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지냈던 리 월로스키 변호사다. 월로스키의 이력을 차치하고서도 그가 소속된 보이스 쉴러 플렉스너 로펌은 1998년 미국 정부 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반독점법 관련 소송과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사이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하는 소송에도 참여했다. 미국 내에서도 일류 로펌으로 손꼽힌다.

스페인 법원이 대사관 습격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 에이드리언 홍 창 등 두 명의 변호를 맡은 월로스키 변호사는 3월 27일 외신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자유조선에) 협조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적을 일상적으로 즉결처형하는 잔혹한 정권에 맞서 반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자유조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은재 의원은 “재정적 지원만 있으면 상당 기간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에 나온 스콧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우리가 과거에 봤던 것과 다른 전술을 쓰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라며 “이들이 쓰는 전술 중 흥미로운 부분은 북한 지도부의 편집증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조직이 북한 내부에 영향력이 있는지 여부는 북한 지도부에 실질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유조선은 3월 31일, ‘우리의 존재’라는 제목의 또 하나의 글을 게시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큰일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우리는 폭풍전야의 침묵을 지킬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적의 사실들을 지지하고 인내해서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자유조선의 이런 시도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일지, 새 역사의 서막을 여는 행위일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가늠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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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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