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배영대 전문기자의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2)] 구글 명상 프로그램 ‘내면 검색’ 만든 차드 멩 탄 

“하루에 한 번씩 호흡하라!” 

구글의 ‘내면 검색’ 수업, 수강 등록 30초 만에 정원 채울 정도로 인기
명상은 수도자들의 전유물 아냐… 현실에 발 디뎌야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0회 ‘위즈덤 2.0’ 행사에 참석한 차드 멩 탄. / 사진 : 배영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업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현대적 ‘기업 명상’ 분야에서도 단연 앞서나가고 있다. 2007년부터 구글 사내에서 명상 교육을 시작했는데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이 첨단 IT 기업에 인류의 오래된 ‘명상 문화’를 접목시킨 인물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차드 멩 탄이다.

대개 IT기업과 명상을 얘기하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잡스가 미국 IT 분야의 1세대 명상가라면, 흔히 ‘멩’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차드 멩 탄은 2세대 명상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멩이 구글에 도입한 명상 프로그램 이름은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다. 웹 검색 기업 특성에 맞춰 ‘검색’ 용어를 활용해 작명한 것인데, 검색이란 이름은 같아도 그 방향이 달라졌다. 웹 검색이 내 밖에 있는 정보를 찾아헤매는 활동이라면, 내면 검색은 내 안의 보석을 찾는 침묵 혹은 침잠(沈潛)이라고 할 수 있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주의를 돌리는 일이다.

마음챙김의 출발은 집중력 향상


▎‘위즈덤 2.0’ 2014년 행사 당시 차드 멩 탄(오른쪽). / 사진 : 차드 멩 탄
“만일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서 성공을 위한 도구로 명상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구글 초기부터 검색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멩이 전혀 새로운 ‘내면 검색’ 교육을 시작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이었다. 명상이 인간의 삶과 비즈니스 모두에 유익하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가져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했다 한다. 명상을 통해 비즈니스도 잘하고 행복과 평화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 ‘내면 검색’을 교육하는 차드 멩 탄. / 사진 : 차드 멩 탄
샌프란시스코에서 3월 1~3일 열린 ‘위즈덤(Wisdom) 2.0’ 행사장에서 만난 멩의 인상은 그가 붙인 자신의 별명처럼 유쾌해 보였다. 구글 엔지니어 시절 그는 명함에 ‘정말 유쾌한 친구(Jolly Good Fellow)’라는 타이틀을 새기고 다녔다고 한다. 시종 웃음 띤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위즈덤 2.0’이 처음 열린 10년 전부터 그는 이 행사에 깊이 관여해 왔다. IT와 명상의 만남을 추구한 ‘위즈덤 2.0’의 창립 취지에 그처럼 잘 어울리는 모델을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위즈덤 2.0’을 만든 소렌과 나는 동기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각종 스트레스에서 오는 괴로움을 없애는 일이죠.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되면서 성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해답은 친절(kindness)과 연민(compassion)이 사람을 성공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구글에서 운영할 때 소렌은 같은 동기로 ‘위즈덤 2.0’을 준비했습니다. 이 콘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죠. 지혜와 공감을 나누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위즈덤 2.0’ 콘퍼런스의 목적이었습니다.”

구글과 ‘위즈덤 2.0’에서 주로 하는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멩은 마음챙김 명상의 특징을 집중력 향상이라고 했다.

“마음챙김 명상은 어떤 일이 발생하는 모든 순간에 대해 즉각 판단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볼 수 있는 집중력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격정적인 감정을 제어 못해 인간관계가 어긋나는 경험을 누구나 하며 산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어느 사회에서나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걸 방지하려고 명상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훈련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찰력을 키우려는 것인데, 멩은 그 같은 명상의 출발점이 집중력 향상이라고 보는 것이었다.

“명상은 감정 과잉을 고해상도로 인식하는 일”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0회 ‘위즈덤 2.0’ 메인 행사장의 내부. / 사진 : 배영대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휴대폰에서 손을 못 떼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현대인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멩이 지적한 대로 집중력일지도 모른다. 멩은 집중력이 향상돼야 최종 목표인 통찰의 경지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멩이 제시한 명상은 어렵지 않았다. 어려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씩 호흡하라!” 이것이 그가 제시한 명상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명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제풀에 꺾이기 마련이다. 하루에 한 번 호흡 하는 것을 규칙으로 정해놓으면 이 약속은 지키기 쉽다. 한 번 호흡을 할 줄 알면 두 번, 세 번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호흡을 할 때도 너무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제대로 숨을 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쓴 탓이다. 멩도 그런 경험을 했는데, 그 후부턴 지나치게 잘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저 앉아 있는 동안 웃으며 자기 몸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식이었다. 그렇게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명상 자세를 취한 차드 멩 탄. 세계적 IT기업 구글에 2007년 명상 교육 프로그램 ‘내면 검색’을 처음 도입했다. / 사진 : 차드 멩 탄
엔지니어답게 그는 명상에서도 과학적 표현을 좋아하는 듯하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명상에 대해 ‘감정에 대한 깊은 인식’이라고 말한다면, 멩은 이 말을 “감정의 과잉을 고해상도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또 “감정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순간의 느낌과 그 사이의 모든 미묘한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현재 멩은 구글을 은퇴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멩이 그만둔 후에도 구글의 ‘내면 검색’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은퇴하고 나서도 강의 수가 계속 늘었는데 그래도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들으려면 대기번호까지 받아야 하고, 등록 시작 30초 만에 모두 매진된다고 합니다. 강사들도 이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충원되기에 외부 강사 초청 예산이 줄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것도 성공의 또 다른 증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챙김 명상법을 처음으로 표준화한 사람은 존 카밧진 박사다. 멩은 카밧진이 개발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와 대니얼 골먼 박사의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이론 등을 벤치마킹해 자신의 ‘내면 검색’을 만들었다.

카밧진은 구글의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명상의 효과를 보려고 굳이 수도사가 되거나 직장을 때려치우거나 가족을 내팽개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마음챙김 명상이 점점 더 확산되는 배경과 관련해 시사하는 점이 많은 발언이다.

“명상은 보통사람들 삶과 공조해야”


▎마음챙김 명상을 처음 표준화한 존 카밧진.
멩 자신도 그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멩은 자신의 저서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명상이 산속의 머리 깎은 사람들이나 뉴에이지 신봉자들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명상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현실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삶과 관심사에 공조를 이뤄야 한다”고 밝혀 놨다.

첨단 IT기업이 선도하던 마음챙김 명상 바람은 이제 전통적인 산업 쪽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드(Ford), 나이키(Nike), 아멕스(Amex) 등 전통적 산업들에도 마음챙김 명상이 퍼지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은 마음챙김 명상의 효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퍼지는 것이죠. 또 비즈니스의 성공과도 연관이 돼 있습니다. SAP라는 기업에서 ‘내면 검색’ 프로그램의 경제적 가치와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멩은 마음챙김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 평화로 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하면 대개 처음엔 농담처럼 받아들였으나 계속 그런 말을 하자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모든 사람이 명상의 가치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멩은 말했다. 달라이라마가 “만약 세계의 모든 8세 아동들이 명상을 배운다면, 한 세대 만에 세계의 폭력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말로 들렸다. 멩은 2020년 3월 19~20일 서울에서 열릴 ‘위즈덤 2.0 코리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스기사] 마음챙김 3단계 호흡 훈련 - 마지막 날숨에 동료의 행복을 담아라

차드 멩 탄에게 평상시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마음챙김 명상의 예를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구글 다닐 때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멩의 상사였던 카렌 메이(Karen May) 부사장의 이야기였다.

구글의 직원들이 대부분 카렌을 좋아했는데 심지어 카렌에 의해 해고를 당했던 이들까지도 그랬다고 한다. 그 비밀은 카렌이 단체 미팅을 하건 개인 만남을 가지건 그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데 있었는데, 명상과 관련해서 주목할 것은 구체적으로 세 번의 호흡 훈련이었다.

첫 번째 호흡은 나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해 숨을 내쉬는 것이다. 주의 집중은 감정 조절을 향상시키는 기초다. 두 번째 호흡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한 숨이다. 마지막 세 번째 호흡은 앞 선 두 번의 호흡이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함을 준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쉬는 것이다.

멩은 세 번째 호흡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도 기원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팅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이 행복하기를…’하고 기원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행복의 기원이 습관이 되면 어떻게 될까. 직장 생활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행복을 기원하는 나의 순수한 선의를 무의식적으로 포착해 신뢰를 갖게 되고 이는 곧 고도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중앙콘텐트랩 - 학술기자 20년 외길을 걸어온 국내 굴지의 학술전문기자다.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불전국역연수원·민족문화추진회·도올서원 등을 거쳐 서강대 철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대한제국 120년, 다시 쓰는 근대사] [실학별곡, 신화의 종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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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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