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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차 한잔] 영화 '미성년'으로 데뷔한 ‘신인 감독’ 김윤석 

“‘나 디테일 살아있어’ 보여주고 싶었다”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어른 같은 미성년, 미성년 같은 어른’ 교차하는 희비극
시나리오 각색에만 5년 걸려… 서른 번 고쳐 쓴 대목도


▎김윤석 감독은 “분노를 그대로 터뜨리기 보단 삭히고 숙성해서 좋은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 사진 : 쇼박스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연출자 김윤석’을 볼 날이 있을 거다.”

김윤석은 2015년 영화 [극비수사] 개봉에 즈음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언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그가 영화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4월 11일 개봉한 영화 [미성년]을 통해서다.

“알아?”(주리, 김혜준 역)

“어떻게 모르냐. (우리 엄마) 배가 불러오는데….”(윤아, 김세진 역)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는 낯설지 않다. 불륜과 임신이다. 영화는 주리의 아빠와 윤아의 엄마가 저지른 일탈을 주리가 알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윤아는 주리의 휴대폰을 뺏어들고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 역)에게 비밀을 폭로한다. 이내 두 가정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소재는 익숙하지만, 소재를 풀어내는 문법은 낯설기만 하다. 이야기의 눈높이부터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영화는 어른 같은 미성년과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교차시키며 ‘어른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와는 아이들의 쓰임새부터가 다르다. 어른의 죄책감을 증폭시키는 기능만으로 소모되지 않는다.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도 결이 다르다. 울분을 토해내거나 극적인 희생을 연출해 카타르시스를 짜내진 않는다. 김 감독은 “분노를 그대로 터뜨리기 보단 삭히고 숙성해서 좋은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만남을 말하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용기 있는 만남이다. 용기를 내서 만날 때 분노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사회에서 만난 그는 “당이 많이 떨어져 있다. 뼈가 아프다는 느낌도 받는다”며 긴장감을 털어놨다. 옆자리에 앉은 배우 염정아가 “감독님이 시사회 아침부터 떨고 있더라”며 가벼운 웃음으로 받았다. [타짜]와 [황해] [1987] 등의 작품에 진하게 아로새겨진 선 굵은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나중에 인터뷰에서 다시 만난 감독 김윤석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장면 하나하나도 허투루 설명하는 법이 없었다. “늘 ‘거 봐, 나 디테일 살아있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전에 본 적 없는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의 팸플릿에는 오래된 경구 하나가 등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로서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뿐이다.’

유대인의 잠언집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그만큼 ‘어른다움’은 어느 시대고 화두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되레 진부하게 느껴질 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데뷔작의 키워드로 ‘성장’을 꼽은 까닭이 뭘까.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술에 취해 코를 골며 자고,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때 어떻게 자기 자존을 지킬 수 있을까를 그려내고 싶더라.”

그는 오래된 화두라서 진부하단 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나온 이야기이고, 미래에도 나올 주제다. 이 정도의 묵직한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다룰 만하지 않나.”

“다 컸다고 생각할 때, 늙기 시작하더라”


▎[미성년]에서 김윤석 감독은 불륜을 저지르고도 무기력과 우유부단으로 일관하는 ‘대원’ 역할로도 등장한다. / 사진 : 쇼박스
김 감독은 올해 만 51세다. 영화 구상부터 제작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한다. [미성년]을 준비해온 나날들이 ‘중년 김윤석’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중년의 고민들이 영화에 녹아들지 않았을까. “내가 어느 순간 무뎌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혹스런 기억들을 떠올렸다.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새 젊은 친구들 노래를 안 듣고 있더라. 우스갯소리지만, 나도 모르게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는 데 입을 가리지 않는 거다. 남 앞에서 거리낌 없이 트림을 하고. 그리고 왜 우리 아저씨들은 무채색 옷만 입을까. 외국 나가면 어르신들도 화사하게 멋을 내는데 말이다. 어른이라는 게 자동차면허증 같은 게 아니잖나. 다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퇴화하기 시작하는 거다.”

김 감독은 극중 주리의 아빠이자 영주의 남편인 ‘대원’으로도 출연한다. 불륜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한 대원은 충남 태안으로 사라진다.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폐업한 지 오래다.

“대원은 고유명사라기 보단 보통명사다. 지금의 중년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름도 ‘집단의 일원’이라는 뜻에서 ‘대원(隊員)’으로 지었다. 대원이 갈 데가 없어서 방파제에 앉아있는데 할머니한테 자릿세를 갈취당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선 어린 불량배들한테 린치까지 당하고. 딱 지금 중년 아닌가. 윗세대와 아랫세대에 끼어서 우왕좌왕하는.”

그렇게 말하는 김 감독은 어떤 노래를 즐겨들을까.

“가수 이소라씨의 신곡인 ‘신청곡’. 이소라씨의 왕 팬이라서.(웃음) 이번 곡은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와 듀엣으로 불렀다.”

‘영화 OST라도 부탁하지 그랬냐’는 질문에 그는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며 씽긋 웃었다.

극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성장하는 인물은 영주다. 영주가 무너지지 않고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이자 동력 가운데 하나다. 김 감독도 “영주가 남편과 바람을 핀 미희(김소진 역)와 만나는 장면이 정말 중요했다”고 지목했다.

“아이를 조산한 뒤 입원해 있는 미희를 영주가 찾아간다. 미희로선 ‘확인사살을 하러 왔나’ 경계한다. 그런데 영주의 손에 보온병이 들려 있다. 직접 쑨 죽이 들어있는 보온병이다. 영주가 스스로의, 그리고 미희의 자존감을 최대한 지켜 내려 한 거다.”

영화 이전에 연극, 배우 이전에 연출자


▎김윤석은 많은 작품에서 추상같은 눈빛을 보여 왔다. 그는 영화 [1987]에서 공안경찰 ‘박 처장’을 연기했다.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윤석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 1888~1953)의 작품 [밤으로의 긴 여로]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원고’라고 할 만큼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도 마찬가지로 어느 가족이 나온다.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파멸해 가는 아버지와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 알코올과 여색에 빠진 형, 그리고 결핵을 앓는 시인 동생. 모처럼 별장에 모여 서로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점차 절망에 빠진다.

“2002년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된 이 작품에 내가 나왔었다. 유진 오닐의 자전적 인물인 막내 에드먼드 역할을 맡았다. 어머니 역을 예수정 선생님께서, 아버지 역을 주진보 선배가 했고. 무려 3시간40분짜리 작품이었다. 2시간 하고 10분 간 쉬는 시간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는 “당시 공연을 앞두고 6개월 동안 죽어라 대본을 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말을 이었다.

“당시 [밤으로의 긴 여로]의 주인공 가족은 살벌함 그 차제였다. 이러다가 ‘즐거운 나의 집’이 절해고도의 감옥과 다를 바 없다는 공포마저 들었다.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면? 이런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윤석은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충무로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연극판에선 1988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시작으로 제법 잔뼈가 굵은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아직도 ‘감독’이란 호칭이 어색하다고 한다. “연극에서는 감독이 아니라 연출자”라고 부르는 탓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배우보다 연극 연출자로서 경력과 마주한다. 동의대 독어독문과 86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4학년 때인 1992년 제15회 전국대학생연극제에서 [견습 아이들](이외수 원작)을 연출해 대상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한 극단 대표의 영입 제의로 이듬해 서울로 진출한다. 2년 뒤인 1995년엔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얼마 뒤 극단 ‘예오’를 창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한 살이었다.

그의 이런 이력에서 연출을 향한 희구가 읽혔다. [미성년]도 연극이 원작이다.

“젊은 연극인들이 창작극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보람 작가가 선보인 희곡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어설픈 구석도 없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저지른 일을 아이들이 수습한다’는 발상이 톡톡 튀더라. 그래서 작가를 찾아가 함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집필을 시작하고서 올해 개봉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장면에 따라선 한 장면을 서른 번 넘게 고친 적도 있었단다.

“기교 부리지 않고 이야기와 연기만으로 한번 ‘찐하게’ 가보고 싶었다. 그런 작품을 좋아할뿐더러 오래 가더라. 세월이 지나서 꺼내보면 또 이런 점이 보이네, 싶은.”

그가 말하는 ‘찐한’ 스타일이 뭔지 다시 물었다.

“한 장면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거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영주가 대원의 불륜을 확인하는 장면이 그렇다. 영주가 냉동실을 뒤지다 얼음 덩어리를 떨어뜨려 발등을 찍힌다. 관객들이 보기에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더니 미희가 운영하는 오리집의 종이봉투가 보인다. ‘아, 이런 흔적을 아무렇게나 노출하는 이 남자가 얼마나 허술한가.’ 드디어 관객들이 알게 된다.”

그가 또 다른 장면으로 예를 들었다.

“유심히 보면 윤아의 목도리를 마지막엔 미희가 두르고 있다. 주리가 입던 분홍색 추리닝을 나중엔 영주가 입고 있고. 그렇게 성년과 미성년의 위치를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려고 했다. 그런 디테일에서 승부를 걸었다.”

같은 맥락에서 말보다 연기자의 얼굴이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그래서 김 감독은 연출을 하면서 ‘배우의 얼굴’에 특히 많은 욕심을 냈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보면 얼굴을 타이트하게 찍은 장면이 많다. 보통 영화들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뺏긴다. 그러면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는 시간이 부족하다. [미성년]에선 정보는 최대한 압축시키고 내면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런 만큼 출연 배우를 섭외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주리와 윤아 역할을 맡을 배우를 물색하려고 공개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김혜준(23)과 박세진(22)이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주인공이다.

“두 사람 말고도 자질 있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잔상이 없는 사람, 서툴지만 흉내 내지 않는 사람을 뽑았다. 그런 사람의 목소리는 지문(指紋)처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서툴러도 흉내 내지 않는 배우가 좋아”


▎소설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에서 김윤석은 척화(斥和)를 주장하는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두 배우와 함께 한 달 반 동안 연습도 했다.

“예산 문제로 영화 촬영을 두 달 만에 끝내야 했다.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예열을 한 거다.”

주리 역의 김혜준은 올해 1월부터 방송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에서 연기력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극중 왕비 역할이 어쩐지 어색하단 이유에서다. 신인 배우로선 감당키 어려운 비판이었을 법하다.

“지난해 4월 [미성년] 촬영을 끝내고 [킹덤]을 했을 거다. 후반 작업 때문에 [킹덤]을 보지는 못했는데, 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럴 수 있어.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진 말자.’ 그저 열심히 앞으로 가면 된다.”

그런가 하면 영주 역을 맡은 염정아는 올해 초 JTBC 드라마 [SKY캐슬]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땡큐 아닌가.(웃음) 한편으론 좀 아쉽다. [미성년]에서 ‘포텐(잠재력)’을 터뜨려야 했는데. 사실 배우 출신 신인감독으로서 한국의 중견 여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주고픈 욕심을 가졌다. 해외 작품을 보면서 ‘우리 배우들도 정말 잘하는데 감독들이 왜 저런 장면을 놓칠까’ 답답했다.”

염정아 역시 지난 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몇 년 동안 마땅히 할 작품이 없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단다. 충무로 영화판이 스릴러·느와르 장르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여배우가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일까. 촬영하다 코피를 흘렸다는 후문도 있었다.

“지난해 2월이었다. 한국이 시베리아보다 더 춥던 날이었다. 춥고 건조해서 코 점막이 터졌다그것도 .겨우 두 번 촬영하고 나서 말이지. 아마 한 20회 차 정도면 ‘우리 감독님 피곤하신가 보다’ 할 텐데, 2회 차에 그러니 머쓱했던 것도 사실이다.(웃음)”

“과감한 결말, 신인 감독의 패기였다”


▎4월 1일 시사회를 가진 영화 [미성년]에 출연한 배우. 오른쪽부터 김윤석·박세진·김혜준·김소진·염정아. / 사진:연합뉴스
문제적 결말도 화제가 됐다. 앞서 “서른 번이나 고쳤다”는 그 결말이다. 시사회장에서도 ‘설마, 어머’ 하는 탄성(혹은 탄식)이 나왔다.

배경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미희가 조산한 아이 ‘못난이’(태명)가 결국 인큐베이터에서 운명을 달리한다. 어른들은 관심도 없다. 수시로 못난이를 찾아 애정을 쏟은 건 주리와 윤아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리와 윤아는 화장한 못난이의 유골을 들고 납골당이 아닌 어디론가 떠난다.

“작가가 마지막으로 써온 엔딩을 보고 ‘내가 이거 신인 감독 때 아니면 못하겠구나’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고. 그 패기로 여기까지 밀어붙였다.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따라와 보라는 거다.”

결말의 의미를 물었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서 스크린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해도 못 말린다. 어른들은 못난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기성세대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더 많이 생길 것이고, 우리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그런 의미로도 읽혔다.”

중학교 2학년인 딸도 [미성년]을 관람했다고 한다.

“막내딸에게 물어봤다. ‘마지막 장면 어떻게 봤냐?’ 그랬더니 ‘뜨악했어. 그런데 그건 내 마음에 있는 여러 가지 답 중에 하나야’라고 하더라. 고마웠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보통 내공이 아닌 듯하다. 아버지를 닮았을지 모른다. 김 감독이 1997년 극단 ‘예오’ 대표로 [부산일보]와 인터뷰한 당시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광인 부모를 둔 탓에 엄마 배 속(?)에서부터 영화에 길들여져 버린 아이. 고교 시절, 영화라는 영화는 죄다 섭렵하겠노라며 극장을 누볐던 아이.’

그의 딸도 아버지의 길을 좇는 게 아닐까.

“평소 딸이랑 연극도 보러 가곤 한다. 그런데 내가 나온 영화 중에는 같이 볼 수 있는 게 얼마 안 돼서.(웃음)” 그를 스타덤에 올렸던 영화 [타짜] [추격자]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었다.

언론 시사회 이후 반응을 체크했는지 묻자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다 끝나고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조용히 살펴볼 거”란다. 물론 “신인 배우 때는 기사 하나, 댓글 하나도 다 뒤져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신인 감독으로서 다음 행보를 물었다.

“일단 [미성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은퇴작이 안 될 것 같고.(웃음) 좀 더 용감하게 과감한 영화를 찍고 싶다. 그런데 [미성년]도 상당히 과감한 영화다. 영화에 나온 네 명의 배우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배우들의 표정에서 다 나왔다.”

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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