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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경제성장률 진짜 1%대로 추락? 

연봉 3000만원 일자리 7만1000개 생기지 않을 수도 

조장옥 전 한국경제학회장, 서강대 명예교수 choj@sogang.ac.kr
해외 수요 감소와 정책 실패 따른 고용여력 위축 등이 주원인인 듯
주52시간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올바른 길인지도 살펴봐야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입장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연말이 되면 다음해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기관마다 예측치를 발표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약간은 자조 섞인 푸념이 있듯이 경제의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것은 우연에 불과하다.

물론 예측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오차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예측 기관들이 그와 같은 방법에 따라 예측치를 제공하는지는 의문이다. 기관마다 나름의 예측 모형에 따라 예측치를 생산해 낸다. 이때 각각의 예측 모형은 특유의 가정(假定)과 관계식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관들의 예측치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다.

2019년의 실질 GDP 성장률 예측치가 [표 1]에 나타나 있다. [표 1]에 따르면 2018년에 2019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가장 높게 예측한 기관은 OECD로 2.8%였고 가장 낮게 예측한 기관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로 2.3%였다.

그리고 [표 1]에 나타나 있는 15개 기관이 2018년에 예측한 2019년의 실질 GDP 증가율 평균은 2.58%였다. 2018년의 2.7%에 비해 0.12%포인트 낮다. 2018년 대한민국의 GDP는 1782조2689억원이었다. 2019년에도 2018년과 같은 증가율로 증가한다면 연말 우리의 GDP는 1830조3902억원이다. 예측의 평균과 같이 2.58%로 증가한다면 1828조2514억원이다.

예측의 평균치가 정확하다면 성장률이 0.12%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2조1388억원만큼 GDP가 2018년에 비해 덜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일자리로는 7만1291개, 5000만원을 받는 일자리로는 4만2774개가 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황이 갖는 여러 부정적인 효과 가운데에서도 실업의 증가는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표 1]에 나타나 있는 15개의 기관 가운데 8개 기관이 2019년의 성장률 예측치를 하향조정했으며 그 결과 2019년의 실질 GDP 증가율의 평균 예측치가 2.58%에서 2.49%로 하락했다. 결국 2018년에 바라본 2019년의 경기보다 2019년에 들어와 체험한 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2019년 1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의 역성장을 했다.

이에 노무라 증권은 2018년의 예측치 2.4%를 지난 4월에 1.8%로,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1.8%, ING그룹은 1.5%로 하향조정했다. 예측이 갖는 부정확성을 고려한다 해도 이러한 예측치가 등장한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잘못된 정책은 불황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모든 경제는 변동하면서 성장한다. 이를 연구하는 거시경제학은 연구 주제를 크게 경제성장과 경기변동으로 구분한다. 경제성장이론은 잠재성장률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100년, 1000년 혹은 그 이상의 긴 기간에 증가 또는 감소하는 요인과 경로를 연구하는 거시경제학의 분야다.

그리고 경기변동은 단기 곧 보통은 5년, 길어야 10년 이내에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중심으로 위 또는 아래로 벗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경기변동 이론은 그와 같은 단기변동의 원인, 전파 경로, 주기와 진폭을 연구하는 거시경제학의 분야다.

경기변동을 연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그 원인인데 이를 최초 충격이라고 한다. 실제 경제에서 최초 충격은 매우 다양하나 크게 나눠 수요와 공급, 정책 그리고 일반 대중의 기대(예상)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경제와 같이 개방화의 정도가 큰 경우 수요 충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해외 충격일 것이다. 즉 외국의 경기가 나빠져서 우리의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든가 반대로 외국의 경기가 좋아져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경기변동이 발생한다.

우리의 주된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요의 감소나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는 대표적인 해외 충격이다. 부정적인 해외 충격이 주어지면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 산업의 고용과 투자, 생산이 감소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당연히 고용과 투자, 생산이 증가한다. 수요 충격으로 선호(preference)에 주어지는 충격 또한 존재한다. 즉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와 여가에 대한 선호도가 자주 변한다. 그와 같은 변화는 소비와 노동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경기변동을 유발한다.

최근의 경기변동 이론으로 실물경기변동이라는 것이 있다. 실물경기변동 이론에서는 생산기술에 주어지는 생산성 충격을 경기변동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생산성 충격이란 그야말로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생산성에 주어지는 충격이다. 예를 들어 생산 활동에서 노동자들이 항상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마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공급 충격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급 충격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기함으로써 원유 가격이 치솟는 것은 생산원가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부정적인 공급 충격의 하나이고, 지진·가뭄·홍수 등 자연재해 또한 공급 충격이다. 나아가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으킨다든가, 정치적 소요가 일어나면 공급에 차질이 생김으로써 공급 충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변동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정책이다. 특히 잘못된 정책은 가장 중요한 불황의 원인으로 꼽힌다. 요사이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여러 정책 곧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반강제적인 정규직화, 정권과 노동조합과의 결탁, 법인세 인상 등은 대표적인 정책 충격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 무지한 정책들임에 틀림없다. 때로 정책의 실패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은 잘못된 정책 대응이 초래한 재앙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공황은 1929년 10월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초래된 위기는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적절히 대응했다면 2008년의 위기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주장이다.

경제에서 거의 모든 거래는 ‘기대’가 바탕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한 장면. 위기 때 베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연준은 통화량을 25% 이상 크게 감소시켰고 그 결과 급속한 물가 하락 곧 디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가속적으로 경기를 침체시켰다. 나아가 많은 은행이 파산하고 불황은 공황으로 진행됐다.

이 와중에도 미국 정부는 불황보다는 재정적자를 더 염려했다. 그 결과 1932년에는 재정수입법(Revenue Act of)을 제정해 중산층과 저소득 계층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 또한 무지의 소산이었음에 틀림없다. 대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1933년 미국의 실업률은 25%, 실질GDP는 26%나 감소했다. 이와 같이 정책이 경기변동의 원인이 되거나 변동을 확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마지막으로 경기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일반 대중의 기대(예상)다. 예를 들어 미래에 쌀값이 오르리라고 기대되면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쌀을 구입함으로 현재의 쌀값이 상승한다. 반대로 쌀값이 하락하리라고 기대하면 현재 쌀을 구매하지 않고 미래로 이연(移延)한다. 따라서 현재의 가격이 하락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호황이 기대되면 미리 투자가 이뤄지고 반대로 불황이 기대되면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한다. 이와 같은 기대(예상)의 장난을 케인즈는 ‘동물적 영감’이라고 칭했다.

경제에서 거의 모든 거래는 기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면 실제로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하락하는 현상, 이를 거시경제학에서는 자기실현적 기대(self fulfilling expectations)라고 부른다. 경기변동에는 자기실현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모든 경제위기는 자기실현적 기대를 과소평가함으로써 발생한다.

원인이 그 자리에서 소멸하면 경기 변동은 일어나지 않거나 작은 규모에서 그친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원인 곧 충격일지라도 경제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이 거시경제의 특징이다. 즉 거시경제는 소위 일반 균형의 틀을 통해 분석해야만 한다. 한 경제는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며 모든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시장 또는 한 유형의 경제주체에 발생한 충격 곧 경기변동의 원인은 다른 시장에서의 변동으로 전이된다. 때로는 작은 변동이 상상 이상의 큰 변동을 야기하는데 이를 나비효과라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경기변동의 최초 충격(원인)이 경제 전체로 퍼져나가는 경로를 전파 경로라고 한다.

노동시간 감소→자본생산성 하락→투자 감소… 고용 감소!


▎5월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금 각종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는 많은 경기변동에 관한 논문들은 대부분 전파 경로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경기변동의 전파 경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자. 원유는 많은 산업과 기업의 생산요소이므로 생산비를 끌어올린다. 생산비의 증가는 제품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가격의 상승은 제품의 판매량을 떨어뜨린다. 이는 다시 고용의 감소를 초래하고 경기는 침체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경기변동의 심화는 정책당국이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거나 일반 대중의 기대가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전환될 때 멈추고 경기는 다시 회복된다. 물론 이때 어떤 정책이 최적인가는 일반적으로 말해 경기변동의 원인과 크기 그리고 경제구조에 따라 다르다.

특히 경직적이거나 노쇠한 경제구조를 가진 경제에서는 불황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에 유의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 경제에 함의하는 바가 작다고 할 수 없다.

2019년 대한민국 경제는 불황으로 진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불황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최초 충격이 무엇인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순간 불황의 최초 충격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외 충격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세계 양대 경제 대국 사이의 무역 분쟁,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의 불황 국면, 반도체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수요 감소와 가격 경쟁력 약화, 이란 핵 문제에 따른 미국의 제재에 따른 유가 상승 등 현재 해외로부터의 충격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다음으로 해외 충격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책의 실패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마치 점령군처럼 비정규직의 무조건적 정규직화를 표방했다. 당선되자마자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호기롭게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그 다음으로 추진된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29%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자영업이 초토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최저임금을 매년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7~8%를 인상했는데 거기에 더해 2018년 16.4%, 2019년 10.9%를 인상했으니 최저임금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자영업이 피폐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아이러니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도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임금이 오르면 고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과연 증가시키는지 정도는 따져 봐야 하는데 그마저도 게을리한 것이다.

문 정부의 정책 실패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전을 축소·폐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 정책을 표방했다. 독일의 사례도 보지 못했나? 독일도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비용만 들이고 비싼 전기를 쓰고 있지 않나?

그리고 노동시간은 함부로 손대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면 자본생산성이 하락하고 투자가 감소한다. 기계를 설치해 놓았는데 돌릴 손이 없으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투자가 감소하고 기계설비 축적이 둔화하면 노동생산성이 감소한다. 따라서 고용이 감소한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았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분명하지 않은가. 법인세 인상도 섣부른 정의감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세계에서 개방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에서 기업은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은 법인세를 인하하는 와중에 우리는 인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일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그런데 우리는 22%에서 25%로 오히려 인상했으니, 전혀 친고용적인 정책이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불황은 해외 수요의 감소와 정책 실패에 따른 공급능력 곧 고용여력의 위축이 원인이다. 다시 말해 수요와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한 결과다. 해외 수요의 감소를 누구 때문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는 따져 봐야 할 것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난 2년의 경제정책은 전혀 사리를 따져보지 않은 무분별한 것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왜 힘들었는지 한 번 정도는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경기변동은 기적 낳을 수 없어


▎각종 상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 거리. 대다수 상인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 사진:연합뉴스
6·25 전쟁 이후 현재까지 한국 경제를 돌이켜 보면 경제성장이 경기변동의 문제보다 훨씬 중차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3년 우리나라의 GDP는 미화로 13억 달러였으며 1인당으로는 66달러였다. 그리고 2018년에는 1조6198억 달러였으며 1인당으로는 3만1370달러였다. 65년 동안 명목GDP가 1246배, 1인당으로는 475배 증가했다.

이와 같이 경제성장은 기적을 낳는다. 그러나 경기변동이 기적을 낳는 경우는 없다. 앞에서 정의했듯이 경기변동은 잠재 GDP에서 위 또는 아래로 벗어났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단기적인(일시적인) 순환 변동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겪었던 우리의 경기변동 가운데 1997~1998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등을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현상인 경기변동은 흘러가고 나면 대부분 잊힌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현재 우리의 경기위축이 과거와 다르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초 일본을 닮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는 매우 과열돼 있었다. 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1985년부터 5년 새 일본의 도시 부동산 가격 지수가 3배, 니케이 지수 또한 3배 상승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은 구조조정 중이었다. 여러 곳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폐쇄했으며 1991년 1월에 발생한 제1차 이라크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불황이 엄습했다. 이제 일본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등장했다.

일본 경제가 미국 경제를 압도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 불황에 진입한 다음, 20년 이상 장기불황을 겪는다.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반면에 미국은 정보통신산업의 혁명에 힘입어 역사상 가장 긴 호황을 맞이한다. 미국의 불황은 짧았지만 일본의 불황은 20년 이상 지속됐다. 왜 그와 같은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전자산업은 일본인데 왜 미국에서 정보통신산업의 혁명이 일어난 것일까?

경기변동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의 유연성이다. 임금이나 가격의 경직성이 크다거나 정부의 개입 혹은 노동조합 때문에 노동 투입량의 조정이 쉽지 않으면 불황은 그만큼 깊어지고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지난 몇십 년의 경험을 보면 너무나 명확하다.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이후 발생한 불황이 3~4년 이상 지속된 경우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1990년 초반 이후 소위 ‘잃어버린 20년’ 곧 장기불황을 경험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와 같은 불황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무엇이 이와 같은 차이를 낳았을까? 경제의 유연성이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가장 유연한 경제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경우 고도성장 과정에서 쌓인 경직적인 제도적 모순의 역효과가 1990년대 초반부터 폭발한 것이다.

되짚어 봐야 할 ‘잃어버린 20년’의 교훈


▎4월 24일 서울 중랑구 봉화산 옹기테마공원에서 열린 ‘2019 일자리 종합 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채용공고문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주목해야 할 것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다. 소위 ‘하야시-프레스콧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200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프레스콧 교수와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하야시 교수의 주장이다.

이들은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자본과 노동의 낮은 생산성에서 찾고 있다. 일본에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생산요소의 생산성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장기불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즉 1990년대부터 일본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8년부터 시작해 1993년까지 토요 휴무제를 점진적으로 도입 완료하고 공휴일을 증가시킴으로써 전체적인 노동시간이 감소했다.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노동투입량이 감소하면서 자본생산성이 감소했다. 자본생산성의 저하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자본량을 줄였다. 자본량의 감소는 다시 노동생산성을 감소시켰다.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고용이 감소하고 불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설에 더해 일본 정부의 정책 대응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불황에 대한 1990년대 일본 정부의 정책 대응은 소극적인 것이었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했으나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염려해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염려한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불황은 지속되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만 쌓이게 됐다.

다음으로 일본의 금융정책 또한 적극적일 수 없었다. 당시 일본의 이자율은 0%에 근접했기 때문에 팽창적인 금융정책으로 이자율을 더 하락시킬 여지가 작았다. 따라서 일본은 금융정책에 관해서도 소극적이었다.

일본의 경우를 되짚어 보면서 기시감(旣視感)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공휴일을 무분별하게 늘리고,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고,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무작정 정규직화하고, 법인세 인상하고, 그나마 경쟁력 있다는 대기업 때려잡고, 매년 추경을 찔끔찔끔 습관적으로 편성하고….

이 모두 자본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인데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그렇게 미워하면서 왜 이렇게 일본을 닮아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불황이 이전의 불황과 다른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일본과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부터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불황이 일본형 장기불황이 아니라 미국형 단기불황으로 끝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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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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