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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인터뷰] 시니어 ‘잡(job) 전도사’로 나선 강영규 경우회장 

“퇴직 경찰 80세 넘어도 팔팔, 경험 살릴 일자리 만들어 줄 것”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17년 6월 제22대 회장 취임 후 은퇴자들 ‘인생 2막’ 열어주기 앞장
6월 27~29일 일산 킨텍스에서 ‘제2회 시니어 창업·취업 박람회’ 개최


▎강영규 경우회 중앙회장은 “취임 후 2년 동안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이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었고,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영규(71)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이하 경우회) 중앙회장은 현직 경찰관 시절 예산·경비·경무 등의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경찰청 예산담당관, 경비국장 등을 거쳤고, 2006년 2월 경찰대 학장을 끝으로 제복을 벗었다.

그해 4월 경찰공제회 이사장으로 변신한 그는 2008년 경우회 사업총괄 부회장을 맡았고, 2017년 6월 4년 임기의 제22대 경우회 중앙회장에 선출됐다.

강 회장은 5월 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경우회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나 “오랫동안 경찰에 몸담았지만 수사·교통·정보 파트보다 예산이나 사업 쪽이 적성에 더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시절 기동대원들의 낡은 침상을 교체한 일, 경찰청 예산담당관으로 전국 경찰서 과장들의 관사(官舍)를 마련한 일, 남대문경찰서장 시절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찰서 건물 내에 샤워장 시절을 마련한 일등의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경찰공제회 이사장 시절 현 공제회 빌딩(자람 빌딩)을 짓고자 토지를 매입하고 설계·시공한 일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젊은 경찰들 못지않게 건강해 보입니다. 건강관리 비결이 궁금한데요.

“젊었을 때부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싯적에는 태권도·유도·테니스를 좋아했고, 요즘은 휴일을 이용해서 등산이나 수영, 걷기운동을 주로 합니다.”

현직일 때와 비교해서 지금 삶에 얼마나 만족하나요?

“현직에 몸담고 있었을 때는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외롭고도 힘든 길을 걸어왔지요. 퇴임 이후 그런 사명감과 보람 같은 게 퇴색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년 전 경우회 중앙회장으로 당선돼 전국 150만 경우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한 더불어 잘사는 사회 공동체 함양에 앞장서고 있지요. 또 13만 현직 경찰관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의 삶에 더없이 만족합니다.”

은퇴 후 서강전문학교 총장을 역임하는 등 후진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경찰·법무·교정직 등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시니어 세대가 대한민국의 번영에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라면, 주니어 세대들은 미래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전을 지킬 사람들이지요. 경우회에서는 이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간 70여 명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배이자 전직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취임한 지 만 2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처음 회장이 됐을 때부터 전국 시·도회 및 지역회 회원들을 직접 찾아가 경우회의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올해 1월부터 ‘사랑방 경우회’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회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랑방 경우회’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그동안 중앙회와 지역회 간의 스킨십이 너무 없었다는 점입니다. 구심점이 돼야 할 중앙회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었고, 중앙회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회원들이 많더라고요. 중앙회장이 직접 찾아가 경우회 현황을 설명해 주니 회원들이 크게 공감해 줬습니다.”

찾아가는 스킨십 ‘사랑방 경우회’ 운영


▎강영규 경우회장(가운데)이 지난해 5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시니어창업박람회’를 방문했다./사진:경우회
‘사랑방 경우회’ 운영을 통해 중앙회장으로서 느낀 점은?

“80세인 회원들도 굉장히 정정하시더군요. 일을 시켜만 준다면 잘할 분들인데 일자리가 없대요. 또 젊은 사람들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지는 못하는 분들에게 지역회가 직접 일거리를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할 일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자면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인데 처음에 경우회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어요. 경우회 자체 예산으로 2009년 경인 지역에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한 게 성과가 나자 이후 경찰청·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로 사업 주체가 바뀌게 됐고 국가 사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에는 매년 많은 경우회원들이 선발되고 있어요. 연간 1만여 명 정도의 노인 전문 인력이 전국 초등학교 주변에서 안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건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은 사항인데요. 지하철을 타보면 간간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열차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런 노인들한테 어떤 말도 붙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경우회원들을 ‘지하철 질서 지킴이’로 고용한다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사회 안전을 지키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6월 말 경우회가 ‘제2회 시니어 창업·취업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행사의 취지는?

“퇴직 경찰 대부분이 ‘국가와 사회 안녕 유지에 청춘을 다 받쳤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모든 게 낯설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호소합니다. 또 ‘지금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고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창업·취업 박람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시행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박람회에서는 어떤 성과를 얻었나요?

“지난해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었어요. 프랜차이즈 체인 본사, 창업 컨설팅 및 솔루션 기업 등 100여 개 업체가 참가하고, 1만 여명이 참관했을 정도로 굉장히 큰 행사였어요.”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많이 준비했을 텐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걸로 예상합니까?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려요. 약 2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외식업·서비스·건강·금융 등 130개 사에서 250부스를 차릴 예정입니다. 또 창업 컨설팅뿐만 아니라 구인·구직, 아웃소싱 등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전직 경찰관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유통 분야 등 다양한 기업들과 MOU 체결


▎강영규 경우회장은 “경우회원들을 ‘지하철 질서 지킴이’로 고용한다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사회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제·어디서나 박람회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언제든 취업 정보를 접할 창구는 없나요?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들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박람회를 준비한 것이기도 하고요. 1년 365일 박람회를 할 순 없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창업·취업 정보를 시니어들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홈페이지에 박람회에 버금가는 창업·취업 구인·구직 사이트를 개설해 경우회원들은 물론 일반 시니어들도 쉽게 접근하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시니어들을 위한 다른 정보 전달 프로그램도 모색한다면서요?

“말씀드리긴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만,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합니다. 만일 방송국이 개설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시니어들의 눈과 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직일 때도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수사·정보 파트보다 경무, 예산 편성 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2000년에 경찰청 예산과장을 하면서 복지 쪽에 관심이 많아졌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경찰관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더군요.

2001년도 남대문경찰서장 시절입니다. 당시 관내에 집회·시위가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집회·시위가 끝나면 출동 인력들이 경찰서 근처 사우나로 우르르 몰려가요. 경찰서 안에 씻을 곳이 없었던 겁니다. 현장에서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씻는 것마저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 당장 경찰청으로 달려가 따낸 예산으로 경찰서 지하에 목욕탕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나중에 서장 회의에 가서 얘기하니 전국 모든 경찰서에 목욕탕이 생기더군요.”

전국 경찰관서에 관사를 짓는 일도 추진했다죠?

“경찰은 국가직으로 서울에서 승진을 하게 되면 지방 근무를 의무적으로 1~2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방 발령을 받으면 본인 돈으로 방을 구해야 했죠.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경찰청 예산과장 시절 정부로부터 400여억 원을 지원받아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 과장급 관사를 임대해 지방 근무 경찰관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다양한 기업과의 MOU(업무협약)도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양 주체 간에 수익을 얻고자 전략적으로 MOU를 추진하는데요, 경우회의 MOU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경우회가 맺고 있는 MOU 가운에 돈을 벌려는 MOU도 더러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 경우회원들이 현직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활용할 공간 마련이 우리들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경우회가 기업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죠.”

지금까지 어떤 기업들과 MOU를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편의점 업체를 비롯해 정보통신·생명공학·유통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경우회와 MOU를 맺고, 시니어들의 창업·취업 및 독거노인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함께 시행 또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우회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60세가 되면 퇴직을 하는데 지금은 100세 시대입니다. 앞으로 40년을 더 사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 사회에 진출할 때와 달라요.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인생을 살아야 하거든요.

걱정하는 것을 해결해 주고, 원하는 것을 갖게 해주는 것, 저는 그것이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회원들의 이야기를 다 듣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경우회원들, 나아가 시니어 세대들의 화두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줘야 합니다. 회원들이 고를 수 있는 대안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을까요?

“지금의 60대는 우리 부모님들 세대의 60대와 달라요.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사회 전반적으로는 시니어 세대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죠.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나 창업·취업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이 우리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장 최근에는 시니어 창업 아이템으로 ‘바르게 가게’를 준비했고, 5월에 1호점이 열었어요.”

이마트24와 손잡고 ‘바르게 가게’ 열어

‘바르게 가게’는 어떤 곳인가요?

“공생·공존·공영을 모토로 하는 경우회는 대기업·중소기업들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편의점 업체 ‘이마트24’가 ‘바르게 가게’ 창업에 가장 먼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국 이마트24 편의점 안에 5평 정도의 별도 공간을 임대해 소자본 창업을 돕는 겁니다. 창업은 하고 싶었지만 자본이 모자라 망설였던 분들, 막상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길잡이가 돼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노년세대에 왜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의 노년 세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한 첫 번째 세대’라고 정의되고 있지요.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었던 이른바 ‘과도기 세대’인 거죠. 아이러니컬한 게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살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노년 세대의 공덕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번영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삶의 끝자락에서 많이들 힘들어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6월 중 발족 예정인 가칭 ‘우리같이 캠페인’도 같은 맥락인가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이 140만 명이고,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예요. 사회복지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노인 문제는 초고령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우리나라가 직면할 과제거든요. 경우회가 처음으로 가칭 ‘우리같이 캠페인’을 시행, 사회복지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년 계층에게 IoT(사물인터넷) 기반 돌봄 인형을 제공합니다.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을 제공해 우울증 예방, 치매 예방 등 보살핌 역할을 하는 거죠. 또 어르신들의 활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지자체는 물론 경찰·소방서에 자동 연락이 가도록 했습니다. 고독사를 비롯한 응급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니어 케어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대부분 경찰들이 퇴직하면 기가 죽습니다. 할 게 없거든요. 나도 은퇴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경찰로 살았던 30여 년의 세월 동안 내가 바깥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회한이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현직에서의 경험을 살려 경우회원들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둘 겁니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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