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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66년 만의 개방’ DMZ 평화의 길을 가다 

금강산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사진·글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판문점 선언 첫 성과물… 4월 27일부터 민간에 개방
봄눈으로 희끗한 외금강부터 쪽빛 해금강까지 한눈에


▎금강산 전망대에 올라서면 생경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4월 말인데도 눈이 내려 희끗희끗하다.
4월 27일 비무장지대(DMZ)의 해안 철책 길이 1953년 정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에 개방됐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통문까지 도보로 이동한 뒤 차량으로 금강산 전망대까지 오르는 코스다.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판문점 선언의 첫 결과물이다.

금강통문 앞에서 멈추는 평화의 발길


▎통일전망대에서 금강통문까지 2.7㎞에 이르는 해안 철책을 걷는 방문객들.
2003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이뤄질 당시 금강통문은 북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금껏 닫혀 있다.

그로부터 10년 남짓. 이날 철책 길을 따라 걷던 관광객들은 금강통문 앞에서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방문객들이 해안으로 이어진 초소 사이 통로를 지나고 있다.
통문 앞에서 올라탄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금강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최전방관측소(OP)로 쓰이던 곳이다. 이곳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는 불과 1.2㎞. 봄날 햇볕에 검붉게 그을린 얼굴을 한 군인의 안내로 전망대 옥상으로 올라가자 금강산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봄눈으로 희끗희끗한 채하봉(1588m)과 바다 옆으로 붙은 구선봉(158m), 그 아래 짙푸른 감호(鑑湖), 쉼 없이 파도가 일렁이는 해금강. 3㎞ 남쪽의 통일전망대에서 보던 풍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밀하고 압도적이다.


▎해안 철책을 지키는 초병이 통문을 닫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철책만 없으면…”


▎휴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금강통문 앞에 설치된 이정표.
20여 년 전 크루즈 선을 타고 금강산을 다녀왔다는 박영훈(63)씨는 “산속에 들어가서 본 금강산과는 완전히 다른 절경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감탄했다. 박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철책만 없으면…”이라며 아쉬워했다.

문은 열렸지만 모든 게 자유로운 건 아니다. 군인의 통제에 따라 지정된 코스만 밟을 수 있고, 사진도 허가된 곳에서만 촬영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지뢰 지역 표지판과 24시간 감시 카메라가 분단이 현재진행형임을 실감케 한다. 철조망 너머 쪽빛 바다와 흐드러진 봄꽃, 뛰노는 고라니는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러나 발을 담글 수도, 가까이 갈 수도 없어 더 슬프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임상기(58)씨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 길이 이름처럼 평화를 부르는 길이 되길 바란다”며 소망을 밝혔다.


▎금강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보존 감시초소(GP).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로 비무장지대 내부 11개 GP 중 한 곳씩만 남겨두고 모두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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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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