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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전문기자의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3)] 미국 현대 명상 이끄는 잭 콘필드 

“마음챙김 명상 위해 불교인 될 필요는 없다” 

기술에 지친 현대인 스트레스 해소, 뇌 과학으로 효과 입증
종교마다 자기 방식대로 수용…美 학교·기업 앞다퉈 도입


▎미국의 저명한 명상가 잭 콘필드가 지난 3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위즈덤(Wisdom) 2.0’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10년 전 첫 행사 때부터 이 행사의 명상 지도자로 참여해왔다. / 사진:배영대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앉으세요. 눈을 부드럽게 감고, 허리를 바로 세우고, 편안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하세요.”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대형 홀을 가득 메운 2500여명의 청중은 그의 목소리를 따라 자세를 취하고 1~2분 정도 자신의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자신의 리듬대로 움직이도록 지켜보세요.”

미국의 저명한 명상가 잭 콘필드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위즈덤(Wisdom) 2.0’ 행사장이었다. 첨단 IT 기술과 오래된 지혜의 만남을 추구하는 이 행사는 올해 10회째를 맞았다. ‘위즈덤 2.0’을 설립한 소렌 고드헤머의 명상 스승으로 인연을 맺은 그는 10년 전 첫 행사 때부터 이 행사의 명상 지도자로 참여해왔다.

“‘위즈덤 2.0’의 근본적인 비전은 하이테크 세상에 명상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첨단 기술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이 이제 기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고 있는 명상은 ‘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명상’이다. 임상심리학 박사인 콘필드는 1970년대부터 ‘통찰 명상(Insight Meditation)’을 미국 사회에 전파해왔다. 통찰 명상은 동남아시아 불교의 위파사나 명상을 응용해 만들었다. 실제 콘필드는 1967년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한 후 태국·미얀마·인도에 가서 승려 생활을 체험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가 조셉 골드스타인, 샤론 샬즈버그 등 동료들과 함께 1975년 매사추세츠 바르에 설립한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가 미국 현대 명상의 산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불교만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의 집중과 이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수행의 이름을 ‘마인드풀니스’라고 부르는 것이며, 불교와 종교적인 색채는 오히려 배제하려고 했다.

“마음챙김 명상이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과학적인 연구의 공이 큽니다. 존 카밧진 박사와 리차드 데이브슨 박사 등이 마음챙김 명상의 과학적인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불교의 어려운 용어들도 종교를 떠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위해 불교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의회 185명 의원 마음챙김 훈련


▎‘위즈덤 2.0’의 설립자인 소렌 고드헤머가 지난 3월 2019년 행사의 사회를 보고 있다. / 사진:배영대
콘필드는 현재 마음챙김 명상이 미국의 수많은 기업과 학교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확산 추세라고 했다. 뇌과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뇌과학 분야에서 지난 15년 동안 마음챙김 명상 관련 6000개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구글 같은 첨단 IT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대기업들도 마음챙김 명상을 사내에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그런 것 아니라 영국에서도 활발히 전파되고 있다. 콘필드는 지난해 여름에 학생들을 지도하러 영국에 갔을 때 경험했던 일을 들려줬다. “의회 안에 ‘마음챙김의 나라 영국(Mindful Nation UK)’이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영국 의원 185명이 마음챙김 훈련과 사회적 감성 훈련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이 확산하는 이유를 그는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괴로움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아무리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해도 전쟁·기아·가난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합니다. 높은 차원의 기술 발전이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외부적인 기술 발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힘, 즉 마음과 정신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현대화된 불교’로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노우(No)”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불교가 시작될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불교가 교단과 종교의 형태로 발전하기 이전에 이미 마음챙김 명상은 존재했었다는 얘기였다. 부처가 사람들에게 불교를 종교로서 가르친 것은 아니라는 말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민과 친절함을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고, 그런 지혜와 사랑을 마음챙김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콘필드는 지적했다.

그에게 ‘불교의 중심적인 가치가 현대 서양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고 봐도 되는가?’라고 다시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예스(Yes)”였다. 그러나 마음챙김 명상을 위해 불교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마음챙김 훈련에 기독교 신자들도 참여


▎국내에도 명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4일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힐링페어 2019’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명상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
그에 따르면 불교의 형태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미얀마·태국·스리랑카의 불교가 있는가 하면, 동북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도교와 결합한 불교도 있고, 일본에서처럼 ‘신도(神道)’와 결합한 불교도 있다. “종교가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넘어갈 때 많이 변하고 바뀌게 되지만 그 중심점은 변함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불교의 형태는 다양해도 그것들을 관통하는 중심이 있는데 그것을 추출한 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얘기였다.

마음챙김 명상이 불교와의 연관성까지 부인할 수는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기독교 문명이 우세했던 서양에서 마음챙김 명상이 크게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 사회의 반발은 없었는지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그는 요가를 비유로 들어 대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요가를 어느 정도 많이 하나요? 한국의 기독교인이나 불교도들이 요가 하는 사람을 보고 화를 내나요? 아마 극단주의자들만 화를 내고 불편함을 표시할 겁니다. 대다수 사람은 요가가 몸에 좋기 때문에 하지요. 요가를 한다고 해서 힌두교로 개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마음과 생각을 훈련하는 것도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웰빙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뇌과학의 발전이 명상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어요.“


▎2019년 ‘위즈덤 2.0’ 행사장에서 인터뷰하는 잭 콘필드. / 사진:배영대
그가 지도하는 마음챙김 모임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신자들도 참여한다고 했다. “기독교인이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더 좋은 기독교 신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면 그들만의 방식과 언어로 이해하고 가르칩니다. 나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3월 19~20일 서울에서 열릴 ‘위즈덤 2.0 코리아’ 행사를 주관하는 유정은 명상앱 마보 대표가 잭 콘필드 초청을 추진중이다.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중앙선데이와 월간중앙에 모두 공급합니다.

[박스기사] 잭 콘필드의 ‘명상 입문’ - 명상은 내려놓는 것, 자신과 싸우는 것 아니다

잭 콘필드의 명상 책은 국내에도 여러 권이 번역돼 나와 있다. 그중에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을 보면 그는 특정 명상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과 감각,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집중하게 하는 것이라면 모두 좋다고 했다. 어느 명상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선택해서 꾸준히 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단 명상을 직접 해보는 일이 필요한데 그 시작은 호흡이다. 호흡 명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안정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어도 되고 의자에 앉아도 된다. 어떤 자세든 안정되면서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압박감 없이 몇 분간 고요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등을 똑바로 세우되 너무 경직되지 않으면서도 위엄 있는 자세가 좋다.

편안한 자세를 취한 다음에는 어깨에 힘을 빼고 손을 편안하게 무릎에 얹어 놓는다. 콘필드는 명상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명상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난다든지 몸이 불편해지면, 불편함을 자각하면서 자세를 바꾸면 된다. 편안한 자세를 취했으면 눈을 부드럽게 감는다. 눈을 살짝 뜨고 시선은 2~3m 앞 아래쪽을 바라봐도 된다.

자, 이제 이런 편안한 자세로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시킨다. 초보자는 1~2분 정도 해 볼 것을 권한다. 머리부터 어깨-가슴-배-다리-발까지 자기 몸 각 부위의 감각을 느껴본다.

그런데 잠깐에도 온갖 생각이 오고 간다.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콘필드가 제시하는 명상의 첫 가르침은 이때 시작된다. 내가 지금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 중에 떠오르는 각종 생각이나 계획이나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즉각 그것을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면서 호흡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명상의 기술이란 바로 마음의 방황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중앙콘텐트랩 - 학술기자 20년 외길을 걸어온 국내 굴지의 학술전문기자다.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불전국역연수원·민족문화추진회·도올서원 등을 거쳐 서강대 철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대한제국 120년, 다시 쓰는 근대사] [실학별곡, 신화의 종언]이 있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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