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목욕’ 통해 기생충 없애기도여름엔 높은 산에 지내다가 겨울에는 작은 무리를 이뤄 저지대로 이동한다. 단독생활을 하지만 봄에는 짝을 찾아 서로 모여들고, 생식활동이 끝난 가을에는 떼를 지운다. 텃세가 상당히 심해 깩깩 매우 시끄럽게 구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라치면 몸의 깃을 바짝 치켜세우고, 부리를 치켜들기도 하고 엉뚱한 청설모에도 대든다.4~7월에 소나무나 잣나무 위에다 나뭇가지나 풀뿌리 등을 얽어 가장자리 얼개를 두르고, 나무껍질이나 이끼(선태식물) 등을 진흙으로 반죽해 붙여 밥공기 모양의 둥지를 짓는다. 보금자리 안의 알자리에는 보드라운 풀줄기나 이끼, 나뭇잎을 깐 뒤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청록색 바탕에 연한 갈색의 무늬가 있고, 16~17일간 암컷이 포란(抱卵)하며, 부화 후 19∼20일간의 육추(育雛, 새끼를 기름) 기간을 거쳐 둥지를 떠난다.“시인의 귀에는 숲속의 새소리가 어머니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했는데…. 암튼 “케익, 켁, 캬야 캬야”거리며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끌벅적 거친 울음소리를 내지르니 산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린다. 휘파람소리를 썩 잘 내고, 새나 고양이, 염소소리 시늉을 내기도 하며,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길들이면 사람소리도 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기를 공격하는 올빼미나 매 따위의 포식자(捕食者) 소리를 흉내 내는 일종의 짓시늉(의태, 擬態)을 하니 약삭빠르게도 소리로 상대를 기죽이고 혼란시킨다.까마귓과의 새들은 하나같이 영리해 까막까치는 물론이고 어치도 겨울이 코앞에 닥칠 무렵이면 도토리를 물고와 낙엽 밑이나 풀줄기 사이사이에 몰래 갈무리해뒀다가 겨우내 찾아 먹는 습성이 있다.아니나 다를까 겨울 눈이 내리면 영락없이 떼거리로 모여들어 기웃기웃 근방을 서성거리다가 대뜸 바닥을 후벼 판다. 까마귀도 그 짓을 하는데, 묻어둔 것을 죄다 찾아 먹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누가 뭔가를 자꾸 까먹으면(잊으면) ‘까마귀 고기 먹나’라 하고 핀잔을 먹인다.하지만 어치나 다람쥐들이 마저 찾아 먹지 못한 도토리는 그 자리에 싹이 돋아 참나무 숲을 이루니 이렇게 동물과 식물은 서로 멋진 공생(共生)을 한다. 세상에 공짜 없는 법이요, 또 공짜보다 비싼 건 없다지.어치 먹이는 도토리나 곡식 낟알, 나무열매들이고, 까치밥 홍시도 파먹는다. 그러나 새끼들에겐 반드시 송충이·거미·여치·청개구리·개구리·물고기 등 고단백질을 먹여 번듯하게 키운다. 또한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이 높고 장수하는 것도 육류 단백질을 먹은 때문이라 한다. 결국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특히 맹자가 ‘70세가 넘은 이가 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七十者可以食肉)’고 얘기한 것처럼 노인들에게도 귀중하고 요긴한 영양소가 단백질이다.그리고 어치는 몸의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개미집(ant hill) 위에 너부죽이 날개를 쫙 펴고 엎드린다. 놀란 개미들이 기어올라 개미산(의산, 蟻酸)을 닥치는 대로 마구 뿌려 제치니 기생충들이 죽어난다. 이를 ‘개미목욕(ant bathing)’이라 한다. 참 영리한 어치로고! 닭이 온통 밭 흙을 뒤집어쓰는 ‘모래목욕(sand bathing)’도 같은 이치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