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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TV 화면을 통해서 본 김정은의 건강 

심장 혹은 폐가 불편한 듯 

심장에서 피 내보내는 박출률(搏出率)이 정상인 40% 이하일 가능성
트럼프보다 걸음 뒤처진 만큼 호흡 곤란과 수면 장애도 의심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의사의 진찰은 시진(視診)-청진(聽診)-타진(打診)-촉진(觸診)의 단계로 진행된다. 이후 임상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추가 검사(혈액 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신체기능 검사 등)를 진행한 뒤 진단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본 기고에서 TV 화면에 비친 김정은의 모습을 통해 확정적인 진단을 내리기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신문·뉴스 등을 통해 접한 정보와 TV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본 모습을 근거로 한, 임상 의사로서의 경험과 판단에 의한 분석임을 먼저 밝힌다.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만남 직후,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와 의문에 관한 문의가 여러 곳에서 들어왔다.

결정적으로 터커 칼슨이라는 미국 [폭스뉴스] 기자가 판문점에서 양국 정상을 근접 취재하면서 “Breathing heavily and sweating after walking just a few yards. He was breathing through a straw almost, after walking probably 25 yards(몇 야드만 걸어도 숨이 차고 땀이 난다. 그는 마치 가는 대롱을 통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아마 25야드를 걷고 난 후였다)”라고 보도하면서 이러한 궁금증은 크게 증폭됐다.

혈관 계통 가족력 가졌다고 생각해 볼 수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9월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서 말하는 25야드는 22.86m로, 즉 불과 23m 정도를 걸은 후에 노작성(勞作性) 호흡곤란이 관찰됐다는 뜻이다. 노작성 호흡곤란이란 운동 등 노력(勞力)이 들어가는 움직임에 동반되는 호흡곤란을 말한다.

이 증상이 있을 경우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심장 혹은 폐, 또는 두 장기 모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선 심장의 문제로 가장 흔히 심부전(心不全)에 따른 노작성 호흡곤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심부전이란 말 그대로 심장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 심장에 들어오는 혈액을 밖으로 퍼낼 수 없어 심장이 커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움직일 때 숨찬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이러한 심부전을 유발하는 주요 질환으로는 관상동맥 질환이 가장 일반적이며, 조절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된 고혈압, 심방세동, 심장판막 질환, 심장근육 질환(심근병증), 기타(갑상선질환, 빈혈, 콩팥병) 등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사망했으므로 김정은 위원장 역시 혈관 계통 이상 가능성이 높은 가족력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교과서적으로는 직계 남자 65세, 여자 55세 이전에 이러한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가족력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김일성(1912~94)-김정일(1942~2011)-김정은(1984년생) 3대는 가족력에 의한 위험요인이 있다고 하기에는 발생 연령대가 높아서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여러 차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공개석상에서도 흡연을 할 정도의 중증 흡연자인 상황,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고도비만 및 그로 인한 합병증(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보자. 아직 40대도 아닌, 30대로 추정되는 김정은의 나이에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뉴욕심장학회(NYHA, New York Heart Association)의 심부전 분류 기준에 맞춰보면 ‘class Ⅲ’에 해당하는 정도다.

‘class Ⅲ’는 좌심실에서 피를 내보내는 박출률(搏出率)이 정상인의 40% 이하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6월 30일 날씨가 더웠다는 점과 심리적 긴장감을 감안하더라도 자신보다 무려 40세나 많은 트럼프보다도 김정은은 평상 속도의 걸음걸이가 뒤처졌다. 이를 통해 김정은의 호흡곤란 정도가 심각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노작성 호흡곤란이 심장의 문제가 아닌 폐의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면, 터커 갈슨 기자의 의견처럼 폐기종 혹은 천식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폐기종은 촘촘하게 허파꽈리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폐에서 주로는 흡연에 의해 허파 꽈리 벽이 파괴되면서 커다란 공기주머니가 형성되는 질환이다. 그럴 경우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이 효율적이지 못해 앞서 언급한 노작성 호흡곤란이 발생하게 된다.

흔히는 50~60대에 많이 생기는 삐쩍 마른 체형과 동반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40대에도 생길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정상 혹은 비대한 체형과 동반된다. 천식은 폐로 연결되는 통로인 ‘기관지’가 특정한 유발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생긴다. 염증이 발생한 통로가 심하게 좁아지면서 기침, 천명(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특정 질환을 적시(摘示)할 수는 없기에 필자는 표준 질병 분류에 나와 있는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천식, 기관지 확장증을 포함하는 개념인 ‘만성 하기도 질환(Chronic lower respiratory diseases)’ 가능성을 언급하고 싶다.

여러 차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된 바와 같이 김정은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거의 대부분의 폐질환 유발인자이면서 또한 질병을 급작스럽게 나빠지게 할 수 있는 악화 요인이다. 속된 말로 담배는 폐에 ‘쥐약’인 셈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함께 백두산 천지를 오를 때 환갑을 넘은 문재인 대통령은 숨찬 기색 없이 잘 올라갔지만, 김정은은 심하게 헐떡이는 모습에서도 폐 기능의 저하를 짐작할 수 있다.

‘만성 하기도 질환’은 병인(病因)에 따라 적합한 치료제들이 개발돼 사용 중에 있으나, 평상시 조절 또는 급성 악화기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인 스테로이드를 흡입하거나 경구약 또는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김정은의 경우 외부에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투여해서 발생하는 외인성 쿠싱증후군의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겠다. 쿠싱증후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보름달 얼굴, 안면 홍조, 양쪽 어깨의 물소 혹처럼 부풀어오름, 팔다리 가늘어짐 등이 단순히 비만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은은 공식석상에서 가끔 조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는데, 주간 졸림은 수면장애 환자들이 대표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다. 어떤 이유가 됐던 수면의 양과 질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수면장애라고 볼 수 있다.

흡연은 니코틴 중독이라는 이름의 질병


▎7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건강한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면 날아갈 듯 개운한 기분이 들면서 “아~ 잘 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수면 전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로는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이 가운데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10초 이상 멈추거나 50% 이상 감소하는 무호흡이나 저호흡 빈도가 수면 1시간 동안 5회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흔히 본인보다는 같은 침실을 공유하는 가족(주로 배우자)이 자세히 증상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처음에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다가 꺽꺽 하면서 숨넘어갈 듯하기도 하고, 갑자기 몇 초간 숨을 안 쉬기도 한다. 옆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면 푸우우 하면서 깊은숨을 내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고혈압·심부전·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의 뇌심혈관 계통의 후유증을 유발하고, 수면의 질 저하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및 우울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의학적 관점에서 김정은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흡연과 비만인데 필자의 진료실에서도 흔히 접하는 문제다. 살을 빼면서 담배를 동시에 끊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필자는 우선 살을 빼고 나서 담배를 끊는 방법을 추천한다.

수년 전부터 도입된 금연약의 경우 체중 증가가 거의 없다고 보고되긴 하지만 금연하다가 살이 찌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특히 비만인 경우 그러한 경향이 높아서 우선은 한두 달 안에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한 후 금연을 시도하고, 금연 성공 후 추가적인 감량을 시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도 유훈(遺訓)으로 금연하라고 했고, 배우자인 리설주도 금연하라고 잔소리를 한다고 보도된 바 있지만, 잔소리만으로는 금연은 절대 불가능하다. 흡연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고 ‘담배를 왜 끊지 못하느냐’ 혹은 ‘의지박약’이라고 말하는 일반인들이 많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흡연은 엄연한 질병이다. 니코틴 중독이라는 정식 질병 명칭이 있으며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 등과 같은 중독성 질환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끊으려고만 하면 필연적으로 금단 증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다시 흡연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금단 증상을 감소시켜줌으로써 금연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약제가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처방이 가능해져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했다.

더군다나 2015년부터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금연치료 지원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사실상 개인 비용 부담이 거의 없이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고도비만… 비만 대사 수술 대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며 대사증후군과 동반됐을 때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기존에 있던 이들 질환의 급속한 악화를 초래한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명제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식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억지로 운동을 매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장기적 혹은 평생 과제로 삼고 지속적으로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김정은과 같이 굳이 체질량지수(體質量指數, BMI-체중을 신장으로 2번 나눈 값)를 따져보지 않아도 한눈에 고도비만임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심장혈관 질환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비만 대사 수술의 대상이 된다.

이 수술은 2019년 1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급여 기준이 나왔는데, 35㎏/㎡ 이상인 고도비만이거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위식도역류, 제2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등의 대사와 관련된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는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닌 김정은이기에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어서 속히 전 국민건강보험 30년,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자유대한의 품에 안겨 금연과 체중 감량으로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

- 황희진 가톨릭관동대 의대 주임교수, 국제성모병원 건강증진센터장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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