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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인플레율보다 낮다?’ 퇴직연금 오해와 진실 

‘90%의 덫’에서 탈출하면 5%대 수익률도 거뜬 

저금리 시대,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 투자 피해야
시장별·개인별 최적 포트폴리오 제공하는 상품 각광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0%의 덫’을 극복하면 여전히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소비지물가지수가 2017년 대비 1.5% 상승했으니,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이마저도 확정급여형(DB)을 제외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원금을 까먹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퇴직연금 운용회사 중 적립금이 25조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DB형 1.63%, DC형 0.71%, IRP 0.49%였다. 증권사 중 적립금이 12조원으로 1위인 현대차증권은 DB형 1.42%, DC형 0.25%, IRP-0.68%였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DB형은 수익률이 1.5~1.7%대 수준이었지만 대체로 DC형과 IRP는 마이너스였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재원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는 경우(DB형)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경우(DC형)로 구분한다. 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에 자율로 가입해 퇴직한 뒤에도 계속 적립·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제도 유형별 퇴직연금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DB형이 전체 가입 유형 가운데 55.1%를, DC형이 42.1%를 차지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원인으로 은행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에 편중된 투자 구조가 가장 먼저 꼽힌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가량이 원리금 보장상품과 대기성 자금에 맡겨져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이를 ‘90%의 덫’이라고 부른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187조원 가운데 163조원(86.9%)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또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투자 대기 중인 자금도 6.2조원(3.3%)이 넘는다.

가입자 10명 중 9명 ‘처음 그대로’ 운용


퇴직연금 가입자인 근로자의 무관심도 문제다. 대다수 근로자가 처음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가 제시하는 상품 목록과 설명에 의존해 운용 지시를 한 다음 변경하지 않는 소극적인 운용 행태를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열 명 중 아홉 명(90.1%)꼴로 운용 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 90%의 덫이다.

김동엽 상무는 “퇴직연금 자산을 현명하게 운용하려면(앞에서 지적한) 두 가지 90%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왕 한번 정했으면 됐지, 변경할 필요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적립금의 90%가 맡겨져 있는 원리금 보장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에는 만기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가입자는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만기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정해야 한다. 만기 때 새로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동일할 금융기관의 동일한 금융상품에 재예치된다.

문제는 금리다. 자동 재예치될 때 금리는 최초 가입 당시가 아니라 재예치 시점의 금리가 적용된다. 아예 다른 상품을 찾아보면 더 좋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있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처음 가입했을 때보다 금리가 떨어지면, 실제 운용수익은 기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만기 때 재예치되면 다행이다. 만기 때 같은 상품이 없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운용된다. 만기자금이 단기 금융상품(MMF, MMDA)이나 현금자산(콜금리, CD금리 적용)에 예치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기대수익과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지난해 1월 퇴직연금 내 원리금 보장상품 운용 지시 방법을 개정했다. 기존 방식에 ‘특정금전신탁’ 방식을 추가했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가입자가 운용상품을 직접 고르지 않고, 금융회사에 운용지침을 주는 것이다. 이때 가입자가 지정할 것은 크게 4가지다. 먼저 투자 상품의 종류부터 정해야 한다. 원리금 보장상품에는 예·적금, 금리연동형 보험, 이율보증형 보험 등 다양하다. 상품을 선택한 다음엔 만기를 정해야 하는데, 5년 이내 범위에서 연 단위로 정하면 된다. 다음은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운용 비율을 정하면 된다.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끝나면 금융기관은 금융상품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가입자가 지정한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찾아 만기 금액을 재예치한다. 이렇게 되면 만기 때 이전과 같은 금융상품에 재예치하는 것보단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금전신탁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한해 운용된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수익률을 크게 개선하기 어렵다.

정기예금 이상의 이익을 얻으려면 결국 펀드와 실적배당 상품을 편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장기간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경제 환경과 금리 변화, 은퇴까지 남은 기간 등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간 비중을 기민하게 조정해야 한다. 근로자 개인이 감당하긴 어려운 방법이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종다양’ 랩어카운트 상품이 대안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5월 미국의 ETF 운용사 Global X와 협업한 상품 ‘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을 출시했다. / 사진 : 미래에셋대우
가장 쉬운 방법은 증권사와 투자 일임 계약을 맺고 ‘랩어카운트’ 형태로 맡기는 것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에서 개인과 일대일 계약을 맺고 대신 운용해주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이다.

국내에선 미래에셋대우가 2010년 8월 ‘퇴직연금 랩’이란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다. 미래에셋대우가 고객과 일대일로 계약을 맺고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분기별로 자산을 재조정한다. 가입 가능한 상품 유형은 리스크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나눠진다. 고수익을 추구한다면 주식 비중이 전체 70%로 가장 높은 ‘액티브 70’을, 중수익을 원한다면 주식 비중이 전체 40% 내외인 ‘액티브 40’을 선택하면 된다. 보다 안정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주식 비중이 20~40% 내외인 ‘안정 추구형’과 ‘전략 배분형’을 선택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퇴직연금 랩의 장기성과는 우수한 편이다. 액티브 40의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수익률이 70.1%로, 매년 5.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액티브 40의 운용 규모는 9134억원으로, 2만 명이 넘는 고객이 가입돼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퇴직연금 랩 상품의 수익률은 일임 계약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고객마다 가입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랩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관리의 편의성이다. 가입자가 평소에 신경을 쓸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수료도 저렴하다. 가입 첫해 수수료는 무료이고 가입 5년 차까지 0.05%를 내지만 그 이후에는 0.01%로 낮아진다.

이 상품은 직장에서 가입하는 DC형도 가입할 수 있고 IRP로도 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DC형 가입자의 20%, IRP 가입자의 15%가 퇴직연금 랩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미국의 ETF(Exchange Traded Fund) 운용사 Global X가 협업해 만든 ‘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Global X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인 존 메이어의 명성 덕이다. 그는 유력 투자은행인 UBS와 메릴린치에서 소위 ‘메이어 모델’로 불리는 ETF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8년간 자산을 400억 달러로 불린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존 메이어가 직접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직접 자문을 하는 형태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ETF 포트폴리오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상품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펀드 투자의 장점과 언제든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모두 가진 상품이다.

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은 세 가지 포트폴리오(혁신성장·인컴(income)·밸런스드(balanced)) 중에서 한 개를 선택해 투자하는 글로벌 랩어카운트로, 투자 성향에 따라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혁신성장 포트폴리오는 기존 삶과 투자 섹터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로봇·빅데이터·헬스케어·전기차 ETF에 주로 투자하며, 인컴 포트폴리오는 고배당주식·우선주·MLP·커머드콜 전략 ETF 등에 주로 투자한다. 마지막으로 밸런스드 포트폴리오는 혁신성장과 인컴 포트폴리오에 균형 있게 투자하며, 투자 대상은 국내외 상장된 ETF로 유동성, 자산 규모 등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된 우량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또 세 가지 포트폴리오 간 유형 변경이 가능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민경부 미래에셋대우 WM총괄 부사장은 “이번에 출시한 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은 Global X의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ETF와 한국과 홍콩, 캐나다와 호주, 미국, 중남미를 잇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ETF 네트워크가 결합해 높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금피크 대상이면 DC형으로 갈아타야

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 랩의 가입 금액은 2000만원 이상이며, 중도입출금과 중도해지가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고객 계좌별로 운용·관리되는 투자 일임 계약으로,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며 운용 결과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의 근로조건에 따라 적절한 퇴직연금 유형을 선택해 적립금 규모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단적으로 임금피크제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제도다.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에선 근로자의 근무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해 퇴직급여를 계산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임금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총급여를근무 일수로 나눠 산출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평균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함께 줄어든다.

예를 들어 올해로 근무한 지 30년이 됐고 월급은 600만원인 회사원 홍길동(55)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홍씨가 지금 퇴직한다면 30일분 평균임금이 600만원이므로 거기에 30년을 곱해 계산하면 1억8000만원이 된다.

이번엔 홍씨가 매년 연봉의 10%를 감액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고 5년을 더 근무할 경우 퇴직급여를 계산해보자. 근무 기간은 35년이 되지만, 5년 뒤 월급은 300만원이 된다. 따라서 박씨가 받게 될 퇴직급여는 1억500만원이다. 추가로 일하는 5년간 퇴직급여가 7500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DC형 퇴직연금에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년 임금 총액의 일부분을 근로자 계좌에 적립금으로 넣어주면 근로자가 그 돈을 운용하는 방식이므로, 나중에 받는 퇴직급여 규모는 주로 해당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임금이 줄더라도 적립금 운용수익률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홍씨가 55세에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DC형 퇴직연금으로 변경하고 5년간 연 4%의 수익을 올렸다면 60세 퇴직 시점에 받게 될 퇴직급여는 얼마가 될까.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그해 연봉의 12분의 1이고, 매년 말 납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60세 말에 홍씨가 받게 될 퇴직 급여는 2억4200만원이 된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에 들어갔을 때보다 1억3700만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앞서 설명한 2017년 퇴직연금 통계자료를 보면, 임금 피크에 해당하는 55세부턴 DC형 가입자 수가 DB형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율과 대조적이다. 이미 55세 이상 근로자 상당수가 DC형 퇴직연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퇴직연금 자산 운용사 가운데서도 옥석이 가려진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연금자산 12.3조원 가운데 DC·IRP를 포함한 개인형 연금 규모가 64%(7.9조원)를 차지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2017년 통합 출범 이후 전국 주요 거점에 연금영업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연금 전문가를 배치해 신규고객을 발굴하는 데 힘쓴 점”을 비결로 꼽았다. 또 전국 영업점의 모든 직원이 전문적인 연금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내 연금교육과정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근로환경과 금융시장 여건이 급변하면서 퇴직급여 수령과 운용을 둘러싼 수 싸움도 치열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별, 개인별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낸다면 풍요로운 인생 2모작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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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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