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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해외동향] 美·中·日·EU 경제가 한국에 미칠 영향 

복지 위주의 재정 기조는 금물 

G2 중 미국은 경제성장 둔화 조짐, 중국은 버블 붕괴 경고등
EU 성장률은 바닥 뚫고 지하실로, 일본도 아베노믹스 한계 직면


▎8월 15일 미국 증시가 장·단기 채권금리의 역전현상으로 폭락했다. 독주하던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요즘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점점 가라앉고 있다’고 느낌이 확연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도 점점 우울해지고 있다. 특히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그렇다. 2018년 4월 IMF 보고서에서 3.9%이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7월 보고서에서는 3.2%로 무려 0.7%p나 떨어졌다.

IMF만이 아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등의 국제기구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그리고 두 마리 고래(미국과 중국)의 국가의 명운을 건 무역전쟁 때문이다. 이런 국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최근 주요 경제권들의 실상과 전망을 살펴보려고 한다. 아울러 대외 의존성이 높은 한국 경제에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가늠해 보고자 한다.

미국 경제, 잔치는 끝났다?


▎중국 허베이성 스좌좡시의 아파트 밀집 지역. 중국 부동산은 과잉공급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대세는 ‘G2’라는 단어로 요약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은 중국이 탈락하고 미국이 독주하는 ‘G1’으로 가는 모양새다. 왜 유독 미국만 경기가 좋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겠다. 가장 큰 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과 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한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금융시장, 제조업에서의 구조조정이 철저한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지면서 경제 내 비생산적 부문이 사라지고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중국, EU 등의 거대 경제권들도 구조조정을 했지만, 미국만큼 전격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은 적극적인 통화정책(2008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사상 최장기간의 제로금리 지속)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했다. 그 덕분에 경제가 탄력을 받으며 10년 동안의 경기 확장 기간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도 성장이 둔화되는 변곡점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2.1%로, 지난 1분기의 3.1%에서 1%p 떨어졌다. 물론 소비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경기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출이 위축되고 투자가 생각보다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을 끝내고 수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강한 시그널로 판단된다. 많은 경제연구기관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경기 하강이 연착륙과 경착륙 가능성 모두에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미국 경제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격인 미 연방준비제도(FEB, 미 연준)의 금리정책 방향성이다. 지난 7월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하했다. 이것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말대로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닌 중간조정 단계(Mid-Cycle)인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중국의 저성장은 세계 경제의 핵폭탄

올해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2%로, 분기 기준으로는 1992년 1분기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세적으로 본다면 2017년 1분기 6.9%에서 계속 하락, 2년 반 만에 0.7%p가 깎인 것이다.

경제성장에 급브레이크를 건 가장 큰 요인은 내수 부진이다. 소비는 2017년까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 9.0%로 낮아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8% 선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의 고성장을 지탱했던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IMF는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미국 정부의 로드맵대로 진행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중국의 총수출 증가율은 2017년 전년 대비 7.9%, 2018년 9.9%에서 올해 상반기는 0%로 주저앉았다. 침체 분위기가 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기에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이 중국 비관론의 근거다.

중국과 같은 고성장 국가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면 잠재돼 있는 핵폭탄이 터질 수 있다. 미국(2019년 GDP 21.3조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규모(14.2조 달러, 세계 GDP 대비 16.3%)인 중국에서 6%대의 고성장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다. 확장적이고 팽창적인 거시경제 정책과 더불어 인위적인 수요 진작, 자국 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특혜 등의 미시정책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에 버블을 양산한다. GDP 대비 150%에 달하는 과도한 기업 부채, 부동산시장의 과잉공급 문제가 그것이다.

이 버블들이 터지지 않는 조건은 자전거가 계속 달리면서(고성장 유지) 기업과 가계가 높은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전거가 서는 순간(저성장) 그 버블은 중국 경제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점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다. 그것은 경기부양책을 말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강도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큰 경기부양책이 나오더라도, 너무 비대해져 버린 민간 부문에 제대로 효과를 낼지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0%대 성장률 EU, 브렉시트를 어찌할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 추진론자다. EU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통합을 통해 미국의 헤게모니를 뺏고자 하던 유럽의 경제 상황도 세계 경제의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지지부진’이 딱 어울릴 상황에 갇혀 있다. 더 나빠질 여지가 없어 보이는 데에도 최근 경기지수가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3%에서 2019년 1분기 1.0%로 둔화됐다. 향후 유로존의 경기 방향성을 예고해 주는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18년 10월 99.9p로 기준치인 100p를 하회한 이후 지금까지도 하락 추세를 보인다. 세부적으로 봐도 역내 주요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들어 0%대로 하락하는 등 경제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우려되는 최대 불안 요인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다. 최근 유럽의 정치적 흐름을 볼 때 영국이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탈퇴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브렉시트가 최대한 EU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완만하고 스마트하게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노딜(No Deal) 브렉시트, 즉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냥 원래 일정대로 탈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이 경우 EU 경제권을 넘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효험이 다해 간다

지금 일본 경제는 나쁘지 않다. 비록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8%로 지난 1분기(2.8%)에 비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가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고용시장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심리를 나타내 주는 소비자 태도지수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가계 부문에서 앞으로 일본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설비투자가 확연히 꺾이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세계 경제 전반의 수요 부족과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일본 경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의 무한공급이 정책의 핵심이었던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데에 있다. 아베노믹스가 완전한 성공을 선언하자면 물가상승률이 최소한 2% 가까이는 올라야 한다. 즉 잃어버린 30년으로 대변되는 디플레이션을 온전히 탈출하지 않고는 지금의 호황은 언제든 바로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월평균 0.5%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1%로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유동성 함정이 우려되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수도 없다. 일본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240%로 상상을 초월한다.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대외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10월 중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5%에서 8%로 소비세를 인상했을 때의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소비세 인상은 즉각적인 가계소비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일본 경제의 주된 성장축이 가계소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소비세 인상이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세계 경제 침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세계 경제가 향후 1~2년 내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전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글로벌 여건이 악화되는 건 치명적이다. 따라서 글로벌 침체에 무게를 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정부는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 재정지출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 쓰임새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 위주의 재정 기조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난을 받더라도 SOC(사회간접자본) 등의 내수 경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지출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재정지출보다 조세감면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기업과 근로자의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조세정책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면에서 지금과 같이 시장의 흐름을 억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선도할 수 있는 영향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시장 수요의 위축으로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부문은 역시 수출이다. 벌써 수개월째 우리 수출은 역성장을 지속 중이다. 앞으로도 수출 경기의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정부는 수출 금융 강화, 수출 품목 및 지역 다변화 지원 등 정책 역량의 상당 부분을 수출 경기 보완에 둬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기존 주력 수출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셋째,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가 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전략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는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서 주요 경제권에 대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통상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외교·통상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기업들도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국제 분업구조의 급변 가능성에 대응해 특정 국가로부터의 원·부자재 조달이 집중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주요 수출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조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정부 및 상대국 정부와 긴밀한 통상협력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업은 공격적인 경영 전략보다는 수성(守城)에 주력하면서 틈새시장에 대한 기회를 엿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불안하고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그만큼 새벽도 가까운 것이 이치다. 그 어둠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겠지만 두려워하고 움츠리기만 해서는 다가오는 새벽을 맞이할 수 없다. 냉정하고 침착하되, 다가오는 새벽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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