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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친일 행위 논란의 진실은 

일제강점기 때 땅부자 된 김지태 유족 도운 건 사실 

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김씨 유족 변론 맡아
靑 “성공보수는 김씨 회사 직원 체불임금 대신 갚는 데 사용”


▎문재인 대통령이 8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회의 도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5일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전수조사 방침을 두고 여야가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전수조사 방침이 전해지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해방 이후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이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반민특위 활동이 이승만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좌절됨으로써 친일 청산 기회를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은 민주당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보훈처가 기존 독립유공자는 친일 여부를 전부 재조사하는 반면,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주려는 것을 우려할 뿐”이라고 한 발 물러났다.

이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일파 김지태씨 유족들의 소송을 맡아 승소, 국가로부터 117억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친일 논란이 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일가의 ‘저격수’로 불린다. 그는 대통령의 과거 행적이나 아들·딸·사위 등 가족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일가의 저격수라는 평판이 따르는 정치인이다.

지난 1월엔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이 동남아로 이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혜씨 가족의 이주 사유가 불명확한 데다 청와대가 함구하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곽 의원은 다혜씨의 부동산 매매 과정도 지적했다. 남편 서모 씨가 2010년 매입한 서울 구기동 빌라를 다혜씨에게 증여하고, 다혜씨는 3개월 만에 판매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또 3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항간에는 문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염두에 두고 태국 자본 타이캐피털그룹이 만든 회사에 취직했다고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스타항공의 설립자는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인데 그는 19대 국회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그 밖에도 곽 의원은 다혜씨와 서모 씨 관련 여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곽 의원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곽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논란… 곽상도가 다시 점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와 관련해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 도착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곽 의원은 7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행적 감춘 채, 정부는 친일·반일 편가르기 해서 어떻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곽 의원 주장의 요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친일파 명단에서 빼 줬고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도록 돼 있음에도 상속인들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으려 했으며 ▷상속인에게 정부로부터 상속세가 부과되자 허위서류를 작성해 재판부를 속이면서까지 상속세가 취소되도록 하는 소송에 변호인으로 직접 참여해 친일파 재산을 지켜 줬다는 것이다.

곽 의원에 따르면 김지태(1908~1982)씨는 1927~1932년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퇴사할 때 전답 2만 평을 불하(拂下)받았는데 당시는 일본인조차 1만 평 이상 불하받기 힘든 시절이었다. 곽 의원은 ““김지태 평전 [문항라 저고리는 비에 젖지 않았다](2003, 석필출판사)에도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는 대목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태씨는 이렇게 불하받은 땅으로 사업체를 사들이고 부를 축적하면서 적산(敵産)기업이었던 아사히견직의 관리인까지 맡은 뒤 전국 10대 재벌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곽 의원에 따르면 친일 행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이용해 김지태씨는 국회의원이던 1952년 국회 국방위원 신분으로 부산 대연동 20여만 평 농지를 헐값에 인수해 재산을 늘렸다. 이 때문에 1960년 4·19 혁명 당시 부정축재자 명단 1호에 올랐고, 당시 부산 학생과 시민들은 김지태씨 집으로 몰려가 ‘악질 친일재벌을 처단하라’며 시위하기도 했다.

김지태씨 친일파 논란은 2012년 대선 때도 주목받았다. 김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를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했다는 게 정치적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은 “김씨가 자유당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으나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하다 제명됐다”며 “이후 박정희 정권 당시 부정축재자로 몰려 강압에 의해 재산을 헌납해야 했고, 부일장학회도 빼앗겼다”고 엄호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환수한 것”이라고 김지태씨의 친일 행적에 초점을 맞췄다.

논란의 인물 김지태씨는 친일파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파 명단에서 김지태씨를 빼줬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김씨 유족들의 사기 소송에 관여했을까. 월간중앙이 팩트체크를 통해 곽상도 의원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친일 의혹’의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①김지태는 친일파다?

곽 의원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김지태=친일파, 고로 친일파 유족의 소송을 도와 그들의 재산을 지켜 준 문재인 대통령 역시 친일파’라는 것이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토착왜구’란 표현까지 썼다. 곽 의원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김지태씨가 친일파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김지태씨의 친일파 여부는 이번 논란의 최대 핵심이다.

2004년 5월 10일 자 [부산일보]의 기사 ‘부산 경제 야사’(23) 인물 편 김지태 ①‘광복 이전 기업 활동’에 따르면 김지태씨는 곽 의원의 말처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입사해서 5년간 근무했다. 또 몸이 아파 회사를 그만두면서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2만 평을 불하받았다. 2년여에 걸친 투병 끝에 병세가 호전되자 김씨는 이 농장을 바탕으로 1934년 부산 직물공장을 인수해 기업인으로 첫 출발을 했다.

특혜 의심… 구체적 증거는 모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
그러나 기사에도 김씨의 친일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럼에도 평사원이 2만 평이나 불하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특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당시 2만 평은 일본인도 엄두 내기 힘든 엄청난 특혜였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특혜 의혹 배경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설(說)은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어쨌든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조선 농민에게 수탈한 땅을 불하받은 김지태씨는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는 군수물자 생산으로 돈을 벌었고, 한때 조선 10대 재벌 반열에도 올랐다. 그럼에도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발간)에는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는 7월 31일 브리핑을 통해 “친일 명단에서 뺀다는 의미는 원래 있었던 사람을 뺄 경우에 뺀다고 표현하는데, 원래부터 (김씨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2005~2009)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인 명단’에서도 김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그가 친일행위의 주도적 위치에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지태씨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 자원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 자체가 곧 친일파의 정황이라는 게 곽 의원의 주장이다. 곽 의원은 그 근거로 일본인도 1만 평 이상 불하받기 어려웠던 때 조선인, 그것도 평사원이 2만 평을 불하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곽 의원은 김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친일행위를 했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김씨는 원래 친일 명단에 없었다”고만 반박했을 뿐이다. 김지태씨 친일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에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②문재인이 친일파 명단에서 김지태를 뺐다?

또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김지태가 친일파 명단에서 빠졌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는데 거기에 김지태 이름이 빠졌다는 것이다.

곽 의원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8월 24일 민주당은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원안에는 친일행위 대상을 ‘은행·회사 등의 간부 또는 직원으로서 우리 민족의 재산을 수탈한 행위, 경제 침탈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각종 경제기관과 단체에 재직한 자 중 침탈 행위에 적극 협력한 자’로 규정했다.

곽 의원은 “이에 근거하면 김지태는 친일 명단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규정이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특별법 개정안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또는 식산은행 등 중앙 및 지방조직 간부로서 우리 민족의 재산을 수탈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중심적으로 수행하거나 그 집행을 주도한 행위’로 친일행위 대상이 축소됐고, 이 기준에 의해 김지태는 <친일인명사전>에서 빠지게 됐다(개정안은 2004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 통과).

노무현 “내 인생에 디딤돌을 놓아 준 은인”


▎김지태씨 유족들이 2012년 10월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민정수석실에는 친일 인사 재산 관련 민원을 받아 처리하는 등 친일 인사 관련 업무도 있었다는 게 곽 의원의 주장이다.

곽 의원의 말처럼 2003년 8월 당시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의 친일행위 대상자 범위는 ‘은행·회사 등의 간부 또는 직원’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2004년 2월 국회 법사위에서 반려되면서 범위가 은행·회사 등의 간부로 축소됐다.

최초 발의 법안이 통과됐다면 직원 신분이었던 김씨도 친일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김씨를 위한 축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씨는 애초에 친일 명단에 포함된 적도 없을뿐더러 당시 법안 소위(小委) 구성을 살펴보면 전체 7명 중 4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범위 축소 등에 노 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소위 위원장이었던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1월 26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특별법은 표면상으로는 친일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그러나 법안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선친인 고 조병옥 박사를 친일분자라고 얘기한 것도 왜곡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친일 문제의 정략적 매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법안은 원초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며 “법사위 반려를 검토할 것”이라고 상임위 통과 불가 입장을 천명했었다.

이처럼 당시에는 국회에서 핫이슈로 다뤄지면서 국민과 언론의 관심도 지대했다.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친일파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셌다.

그럼에도 곽 의원은 친일파 범위 축소가 김지태씨를 위한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최초 발의 법안대로라면 김씨는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각종 경제기관과 단체에 재직한 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학생 시절 김씨의 ‘부일장학금’을 받았던 사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훗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제1부에 ‘은인 김지태 선생’이란 소제목이 있다.

“나는 부일장학회를 운영한 부산일보 사장 김지태 선생을 평생 존경했다. 그는 무려 25년 동안 부산상고 동창회장을 맡아 모교 발전과 인재 양성에 헌신했다. 나는 중학생 때 부일장학금을 받았고 부산상고에서도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다. 둘 다 김지태 선생이 만든 장학회였으니 그분이 내 인생에 디딤돌을 놓아 준 은인이었던 것이다.”

유족 간 소송에서 증거 조작 드러나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곽상도 의원 논지는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힘을 써서 김지태씨를 친일 명단에서 뺐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김씨를 명단에서 뺐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③문재인이 ‘사기 소송’에 관여했다?

또 곽상도 의원은 김지태씨 상속인들이 정부로부터 상속세가 부과되자 허위서류를 작성해 재판부를 속이면서까지 상속세가 취소되도록 하는 소송에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의 표지.
곽 의원에 따르면 김지태씨 사망 2년 후인 1984년 그의 유족들은 김씨가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세 117억원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당시 변호사로 활동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해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이로부터 3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김씨 유족들의 다른 소송에 참여했다. 김지태씨 유족들이 법인세 및 특별부가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변호인으로 나서 승소 판결을 받아 낸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김지태씨 유족들 간에 재산 분쟁이 생겨 새로운 소송이 제기된 과정에서 상속세 취소 소송 때 제출한 증거들이 조작되거나 위증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서울고등법원(2010나54094) 판결 등에 따르면“(상속세 취소 소송 때 제출된) 이 사건 유언증서는 김지태의 사후 유족들이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해 임의로 작성한 것이며, 당시 원고인 김지태씨의 후처는 ‘집안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는 부탁을 받고 위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상속세 취소 소송 때 서류를 제출하고 위증하도록 했다면 소송에 관여한 변호사들도 소송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게 곽 의원의 주장이다. 또 국가가 정당하게 징수해야 할 세금을 부과했는데 김지태씨 유족들이 조작된 증거와 증인을 내세워 세금을 포탈했고, 변호사인 전·현 대통령은 이 세금 포탈을 도와준 셈이라고 곽 의원은 지적한다.

상속세 취소 소송 판결문의 변호인 명단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은 없다. 실제 변론을 맡았더라도 주요 변호사만 기재하고, 변호인 전체 명단을 다 기재하지는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명단에 이름이 없다고 해서 변론을 맡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이유다.

청와대 “문 대통령 깊게 관여하진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8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8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문 대통령이 상속세 소송과 관련해) 공동소송 대리는 했지만 깊게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완전 부정하지는 않았다. 판결문에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업무를 도왔을 가능성은 시인한 셈이다. “깊게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노 실장의 발언은 ‘관여는 했다’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 김씨 유족들은 김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삼화와 조선 견직을 상속받으며 부과된 50억원대 법인세를 취소해 달라고 1987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때 문 대통령이 사건을 맡았고 승소했다.

당시 조선견직은 부산에서는 ‘실크 재벌’로 통했을 정도의 거대 기업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일본이 생사(生絲) 산업 보호 명분하에 수입을 규제함에 따라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당시 조선견직 직원들은 임금체불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7월 31일 “김씨가 애당초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적이 없고, 문 대통령이 유족 변론을 통해 이익을 본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당시 받은 성공보수와 수임료는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김씨 유족 측 회사)에게 지급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내용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께 참모들에게 직접 한 얘기라고 한다. 3월이라면 곽상도 의원이 처음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던 시점이다.

청와대는 또 친일파 명단에서 김지태씨를 빼 줬다는 곽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김씨가) 명단에 없었다”며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즉각 재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도 모르는 청와대는 어설픈 논평으로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면서 “김지태씨가 친일인사 명단에서 빠지게 된 경위를 밝히라”고 재차 촉구했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성공보수를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에게 줬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서는 “돈도 많은 친일파 유족의 채무를 대신 갚아 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씨 유족들은 상속받은 재산으로 훗날(2003~2006년) 재산 다툼과 송사를 벌이는데 체불임금을 대신 갚아 준다는 건 난센스”라며 “친일파 유족들과 문 대통령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은 김지태씨 유족들의 상속세 취소 소송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는 위치에서 소송에 참여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씨 유족들이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도 관여해 승소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유족 측의 증거 조작과 위증을 알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곽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려면 보다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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