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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목민관 열전] 김상호 하남시장의 ‘도시 성장통 처방전’ 

“‘40만 하남’ 걸맞은 시민참여 거버넌스 만들 것” 

미사·감일·위례 덕 인구 11만 명 ‘훌쩍’… 교산은 이제 시작
개발과 보존, 신도시와 원도심의 조화라는 황금률을 소통에서 찾는다


▎하남유니온파크 물놀이장에서 만난 김상호 하남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백 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경기도 하남시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15만 명 안팎을 오가던 인구수는 최근 4년 새(2014~2018년) 26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 역시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2014년 입주를 시작한 미사강변도시를 필두로 신도시급 택지가 세 군데나 조성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역에서 한 블록 떨어진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서도 주민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하남시 한가운데 위치한 교산동·춘궁동 일대가 3기 신도시(교산지구)로 지정돼 도시계획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남시는 총 사업비 수조원을 투입해 8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는 2028년이면 인구 40만 시대로 돌입하리라는 전망이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후보시절 ‘40만 하남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서는 듯한 분위기다.

급격한 성장에는 그만한 성장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지만 교통·교육 등 충분한 기반시설이 받쳐주지 못한 까닭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신도시 개발에서 소외된 원도심 주민들은 도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게다가 하남시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시의 생활권을 사분오열하고 있어, 주민의 이해를 결집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이런 여건 속에서 올 7월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성장통을 경감시킬 묘안을 찾아냈을까. 김 시장은 우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일이 급선무였다”고 돌이켰다. 월간중앙은 8월 9일 하남 미사강변도시 인근 랜드마크인 유니온파크에서 김 시장을 만났다. 피서차 이곳을 들른 주민들은 김 시장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유니온파크를 찾은 한 주민은 “도시는 새것인데 기반시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김 시장은 “내년에 보건소와 도서관, 청소년 수련원이 차례로 지어진다”며 “먼저 입주부터 하고 기반 시설을 만들어가는 통에 이런 불편을 끼쳐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시장은 “하남시의 숙제는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이뤄내는 것”라고 당면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 “결정부터 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탑-다운’ 방식으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게 지난 1년간의 시정에서 얻은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원도심에 3·5호선 환승센터 설치할 것”


▎김상호 시장이 하남시 지도를 들고서 분절된 하남 생활권을 연결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올 초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인 춘궁동 주민들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사전에 현장 분위기를 파악했을 텐데, 현장 방문을 강행한 까닭이 뭔가?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한 날 밤새 잠을 못 이뤘다. 해당 지역에만 4340명의 원주민이 살아간다. 신도시는 이들 원주민의 생활터전을 강제로 수용하는 일이다. 지역주민들이 갖는 고통과 당혹스러움, 분노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분들의 비난과 분노를 받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감정이 가라앉은 덕인지 개인 김상호가 아닌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그렇게 표현한 거라고 말씀해주시더라.”

올해 1월 하남시는 3기 신도시 개발 예정 지역인 춘궁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주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 시장을 향해 날선 비판과 함께 밀가루 세례를 퍼부었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 주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보상가격은 턱없이 낮고, 매매에 따른 양도세는 그대로 물어야 하는 탓에 분노의 화살을 애꿎은 하남시장에게 돌렸던 것이다.

시 차원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일부나마 해소할 방도는 없나?

“그래서 지난 6월 5개 신도시(하남·남양주·과천·고양·부천) 지자체장이 모였다. 신도시 원주민들이 적정한 보상을 받도록 공동대응키로 하는 등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갖기로 했다. 어제(8월 8일)는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을 초청한 가운데 셋째 모임을 열었다. 지자체장들은 양도세를 줄이는 쪽으로 조세법을 개정해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 주지시켰다.”

이런 주민들의 반발에도 3기 신도시 조성이 하남에 필요한 건가?

“하남시는 ‘한 지붕 네 가족’으로 불린다. 생활권이 미사강변도시와 위례신도시, 원도심, 그리고 농촌동(개발제한구역)으로 나눠져 있어 나온 말이다. 나는 시장으로서 하남시를 하나로 묶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산신도시가 들어서는 자리가 하남시의 정중앙이다. 이곳이 개발되면 비로소 하남시 권역이 하나로 연결된다. 서울 강남권을 지나는 지하철 3호선이 감일지구를 거쳐 교산신도시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 강동구를 지나는 지하철 5호선이 내년 말 원도심 지역까지 연장 개통한다. 또 5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센터를 또 원도심인 덕풍동 지역에 건립하도록 했다. 하남을 하나로 묶는 인프라가 완성되는 셈이다. 나아가 원도심과 신도시가 ‘플러스 섬(Plus Sum)’ 관계가 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혈관이 생긴다고 해서 피가 자연스레 도는 건 아니지 않나. 전철과 도로가 뚫린다고 해서 자연스레 한 도시라는 정체성이 생겨날까?

“하남은 유서가 깊은 도시다. 하남의 중심부인 ‘교산’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있는 광주향교의 ‘교(校)’에서 따온 것이다. 또 교산지구 내 춘궁동에는 한성백제 시절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성산성(二聖山城)도 있다. 일본 고고학자들도 이성산성을 방문해 일본 구마모토현의 기쿠치성(鞠智城)과 흡사하다고 평가한다.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이 기쿠치성을 지었으리라고 추정하더라. 그리고 지난해 감일지구에선 한성백제 시대 최고위층 석실묘 52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하남이 초기백제 왕궁지로 조명을 받고 있다. 지금으로 치면 국립현충원과 같은 개념이다. 이렇게 ‘하남의 기억’들을 복원하는 일이 하남시민을 결속하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미사리 일대도 역사유적으로 유명하다.

“하남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른다. 전국에 어느 도시와 견줘도 흔치 않은 경우다. 그만큼 터가 좋다는 말이 아닐까. 한마디로 명당이라고 하고 싶다. 미사리 선사유적지는 1960년에 일찌감치 발견된 뒤, 최근까지도 새로운 유물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근현대사에선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이 묻힌 구산성지, ‘생각이 바뀌어야 새 사람이 되고, 새 사람만이 새 나라를 견인할 수 있다’는 교육철학으로 유명한 김용기 장로의 가나안농군학교도 자리한다. 1962년 세워진 가나안농군학교는 이후 새마을운동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장기적으론 시의 동남부권역이 감일고분~광주향교~이성산성~유니온파크~미사리조정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관광벨트가 될 거라 기대한다.”

‘한성백제 수도 하남’ 증거 속속들이


▎하남유니온타워 전망대에서 김상호 시장(오른쪽 첫째)이 ‘백년도시 하남’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올 4월 코스트코가 들어서면서 지역의 명소로 각광받는다. 반면 원도심 소상공인들의 우려는 클 것 같다.

“인구 26만 명 도시에 대형쇼핑몰이 과도하게 들어와 있는 게 사실이다. 하남시는 소상공인들과 함께 비대위를 구성, 대책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또 이분들이 어떻게 다시 자립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사회적 경제센터를 통해서 이분들이 협동조합을 꾸리도록 도와드리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역화폐 ‘하머니’도 올 4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했다. 지역상권에 숨통을 트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6월 말 기준으로 1인당 판매액(7465원)은 경기도 기초단체 중에서 가장 높다. 40억원 어치를 발행했는데 그 중에 30억원이 판매됐다.”

주민들이 호응하는 비결이 있을까?

“촘촘한 그물망처럼 지역 화폐 유통 네트워크를 다진 게 주효했다고 본다. 하남시는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3대 풀뿌리 서민금융기관(농협·신협·새마을금고) 모두와 제휴를 맺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보완 조치를 통해 하남시 소상공인 분들이 따뜻한 경제를 체감토록 하고 싶다.”

교산신도시 외에도 개발 프로젝트들이 줄을 서 있다. 스타필드 하남 옆 17만6000㎡(약 5만 평) 부지, 하산곡동 일대 캠프 콜번(24만1000㎡·7만3000여 평) 부지 등이 당장 개발을 앞두고 있다. 개발에 따르는 갈등 해소는 하남시 시정의 중요한 목표로 부상할 것 같다.

“우리 지역은 오랫동안 개발제한에 묶여있었던 만큼 개발 열망이 높다. 이 개발의 열망을 보존의 가치와 지혜롭게 연계시켜야 한다. 시장이 정책을 내리꽂는 탑-다운 방식으론 도시의 지속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대의기구인 시의회만으로 주민들의 여론과 고충을 수렴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를 거버넌스의 다른 한 축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지난해 시장 취임 후 3대 시민참여 조례(백년도시위원회·시민감사관·공공갈등심의위원회)를 제·개정했다. 그렇다고 의회를 우회하겠다는 건 아니다. 의회는 의회대로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된다.”

개발과 보존 논리는 보통 평행선을 달리지 않나?

“2014년 건립된 이곳 하남유니온파크·타워가 좋은 예다. 지상만 보면 어린이들에게 인기 좋은 물놀이장이지만, 사실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처리시설(소각시설 및 음식물류 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한 곳이다. 유니온타워는 하남시민이 사랑하는 전망대이면서, 동시에 소각시설 굴뚝이기도 하다. 덕분에 미사·감일·위례지구를 동시에 개발하면서도 혐오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 환경부·감사원과 전국 지자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까지 호평을 받았다.”

건설하는 데 들인 비용이 적지 않았을 텐데.

“미사·감일·위례 택지개발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관련 법률에 근거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최근 LH는 지상 설치 비용보다 지하 설치 비용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하남시에 소송을 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3개 지구에서 택지개발을 하면서 20조원에 육박하는 매각대금을 취득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상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고서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었겠나. 지하에 설치해 신도시의 가치를 그만큼 높인 덕에 가능했던 이익이다. 사회적인 갈등비용을 고려해도 공공기관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이다.”

“시민참여 기구로 의회 기능도 강화될 것”

이런 문제들을 푸는데 3대 시민참여 조례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우선 백년도시위원회는 시 중요정책 현안사업에 대한 자문과 제안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참여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모시고 5개 분과에 각 10명씩 모두 50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도시계획 밑그림을 그릴 때 시에서 선택지를 만들어서 위원회 자문을 받고, 의회에서 최종 의결하게 되는 식이다.

공공갈등심의위원회에선 공공갈등관리 대상사업과 공공갈등관리 관련 자치법규 정비, 공공갈등 영향분석 시행 여부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하남시의원 분들을 비롯해 공무원, 시민단체, 대학교수 등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마지막으로 30명의 시민감사관은 시 자체감사에 참여하는 등 시정 감사활동을 한게 된다.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유혹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내부뿐만 아닌 외부의 감시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시민참여 3대 조례로 탄생한 위원회들은 올초까지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런 만큼 ‘김상호 표 시민참여 거버넌스’의 효과를 가늠하기엔 일러 보인다. 다만 지난달 그가 직접 선발 면접에 참여한 ‘제1대 하남시 청소년의회’를 소개하는 모습에서 시민참여를 고민하는 그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최근엔 청소년의회를 만든 게 가장 뿌듯한 성과로 여겨진다. 기대가 크다. 모범생들로만 이뤄진 의회를 바라지 않았다. 제가 중·고등학생 지원자 100여 명을 4시간 동안 직접 면접을 보면서 심혈을 기울여 선발했다. 선발된 의원들끼리 호선으로 의장을 뽑는데,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뽑혔다. 뿌듯했다. 이들 청소년의회 구성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안전 문제 등 실생활 현안에 관심이 많더라. 앞으로 청소년 이슈뿐만 아니라 주요 시정에도 의견을 개진하도록 할 예정이다.”

청소년의회를 말하는 표정이 아주 환하다.

“이들의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 아닌가. 희망이다(웃음).”

임기가 마무리되는 3년 후 하남시는 어떤 도시로 변모하게 되나?

“3년 후면 대부분의 개발 구상이 완성된다. 교산신도시는 지구 지정과 보상이 원만히 진행돼 사업이 본격화되고, 미군 공여지(캠프 콜번)와 창우동 개발사업(H2)도 첫 삽을 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씨를 뿌린 시민참여와 자치의 경험이 쌓여, 보다 촘촘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 하남=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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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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