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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아 또다시 빙하기?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중 한 명인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지난해 12월 24차 UN 기후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과연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얼마나 큰 문제일까요? 툰베리의 말처럼 지금의 어른들이 정말 자녀들의 내일을 빼앗고 있는 것일까요? ‘윤석만의 인간혁명’ 첫 회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전망, 우리의 대응 실태와 문제점 등을 영화 [투모로우](2004)를 토대로 살펴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2012] 등 재난영화의 대가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감독한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인류에게 큰 재앙을 안긴다는 내용입니다.영화는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가 남극에서 빙하를 조사하던 중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기상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급격한 온난화가 갑작스러운 빙하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그의 주장은 각국의 대표들로부터 비웃음만 사고 맙니다.하지만 홀 박사의 경고대로 정말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바닷물의 온도가 내려가고, 급기야 해류의 흐름까지 바뀌어 위도가 높은 지역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도쿄 하늘에선 수박만 한 우박이 떨어지는가 하면 뉴욕은 30m 높이의 해일이 덮쳐 거대한 마천루를 쓰러뜨립니다. 거대한 허리케인과 태풍이 북반구에 휘몰아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벌여 나갑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은 미국 전역을 빙하기로 몰아넣습니다.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지구가 뜨거워져서 문제인데,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거죠. 이는 우리의 통념과 달라 언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정은 매우 과학적입니다. 2004년 미국의 우즈 홀 오션그래픽 연구소(WHO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 [투모로우]처럼 북대서양 조류의 변화로 영국과 북유럽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해 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의 영향도 있지만, 해류의 흐름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해류는 극지방의 차가운 물과 적도의 따뜻한 물을 순환시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그러나 이 순환이 멈추면 고위도 지방의 해수는 더욱 차가워지고 육지의 기온까지 떨어뜨립니다.실제로 1만2700년 전 북대서양의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 시대가 그랬습니다. 당시 영국 땅은 영구동토층으로 변했고, 다른 유럽 지역도 한여름의 기온이 8~9℃로 싸늘했습니다. 겨울에는 영하 20℃ 밑으로 내려가는 소빙하기를 겪었고요. 이 추위는 1000년간 지속했습니다. 이처럼 소빙하기가 시작된 원인은 1만4000년 전쯤에 일어난 급격한 빙하 붕괴인 ‘해빙수 펄스(Meltwater Pulse)’의 영향이 큽니다.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이 쓴 [대멸종 연대기]에 따르면 당시 그린란드 3개 만한 빙하가 한 번에 바다에 빠지며 해수면을 18m나 치솟게 했습니다. 빙하는 서서히 녹아 해수의 온도를 낮췄고 바닷물의 염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서 차가운 물은 밑으로 가라앉고, 염도가 낮은 물은 수면에 머뭅니다. 이는 고위도 지역 해수의 밀도를 변화시켜 적도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결국 극지방의 차가운 물과 적도의 따뜻한 물이 섞이지 않아 지구의 난방 시스템이 고장 나게 된 것이었죠.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질지 모릅니다. 2015년 독일의 알프레드 웨그너 연구소(Alfred Wegener Institut)는 그린란드 인근 해역의 염도가 7%가량 떨어진 것을 관측했습니다.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중이었습니다. 이는 영국과 북유럽에 빙하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합니다. 즉, 온난화가 ‘뜨거운 지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얼음 지구’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영국의 왕립학회장과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를 지낸 마틴 리스 박사는 그의 저서 [온 더 퓨처]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배가 될 때 지구 기온이 1.2℃씩 올라간다는 것은 매우 간단한 계산에 속한다”며 “이보다 이해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더욱 힘든 것은 온실가스와 연관돼 일어나는 해류의 순환과 구름·수증기 등의 변화”라고 경고합니다.
500만 년 간 지금보다 1℃ 이상 높았던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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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홀로세’에서 ‘혼란의 인류세’로그런데 지금 당장 우리의 눈앞에 6번째 대멸종이 다가와 있습니다. 지구의 생태 시계에 따르면 아직 대멸종이 올 때가 아니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이 종말을 앞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피터 브래넌은 “인류의 환경 파괴로 100년 안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며 “이때 전체 생명 종의 7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합니다.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020년까지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개별 국가의 정상들은 적극적 노력을 회피하고 있습니다.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2015년 195개 국 정상이 모여 파리 기후협약을 체결했지만 2017년 트럼프가 제일 먼저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협약의 이행이 불투명해졌습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상태를 만들어야 하지만 다수 국가가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감 조치만 시행하고 있을 뿐입니다.국제회의 등을 개최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온 조인원 전 경희대 총장(현 경희학원 이사장)은 “과학자들의 절대다수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하고 있지만 ‘눈앞의 이익’이 ‘보편적 진실’을 가로막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전시와 같은 전폭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수백만 년간 선조들이 그랬듯 건강한 인류의 터전을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책임이자 의무”라고 주장합니다.마틴 리스 박사는 “기후 논쟁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이해관계가 심하게 뒤얽혀 생산적인 토론을 해본 적이 없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을 부정하는 이들은 더 나은 과학을 요구하기보다 과학 자체를 비난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한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온다”며 “파리 기후협약에서 제시한 2℃의 목표치, 가능하면 1.5℃ 이내에서 기온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아들·딸, 손주들이 직접 그 피해를 볼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후손들은 제때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재앙을 초래한 현세대를 원망하겠죠.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들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미래의 진실’에 눈 감았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죠.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는 16세 소녀의 비판에서 여러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 윤석만 기자/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 -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다양한 출입처를 거쳤다. 2012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경희대에서 미래사회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과학·기술·산업만이 아닌 인간과 문화, 의식과 제도의 측면에서 조망하며 미래인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휴마트 씽킹] [리라이트] [인간혁명의 시대] [미래인문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