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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이슈 돋보기] 조국의 검찰개혁론 허와 실 

쪼개고, 감시하고, 다그쳐서 개혁한다? 

인사·감찰권으로 조직 통제하고 수사역량 떼어내 공수처·경찰과 경쟁
감정적 불신에서 비롯된 ‘해체 만능주의’로 권력 남용 만연할 수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개혁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가 꿈꿔온 검찰개혁은 실현 가능할까. / 사진:오종택
조국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강력한 검찰 개혁론자로 꼽혔다. 그가 검찰 지휘권자로 임명되면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리란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조 장관은 그동안 저서와 기고문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의 국회 통과에 집중하는 한편, 인사권으로 조직을 개편해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그가 공개적으로 지금의 여당 인사들과 함께 주장한 검찰개혁은 권력 분산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내부 반발에 부딪혀 표류할까.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 딸의 입시 의혹 수사와 맞물려 검찰개혁의 앞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단언했다. 5분 남짓한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9차례 반복했다. 취임 첫 공식 행보였던 현충원 참배에서도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가장 관심받는 분야는 그의 첫 검찰 인사다. 그의 가족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일찌감치 인사권을 통한 검찰 통제를 강조해왔다. 2010년 출간한 [진보 집권 플랜]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을 쪼갠다고 하면 검사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너 나가라’고 하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을 쪼개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검찰의 권한이 전혀 아니다”라며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금지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검찰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고위간부 인사에서 공석으로 둔 검사장 여섯 자리를 채우는 인사를 예상보다 빨리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전·대구·광주 고검장과 검사장급인 부산·수원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자리가 비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공판부 출신, 40대 검사의 이례적 승진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의 명맥을 이어 왔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와해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장관의 인사권으로 검찰 통제”


▎조국 장관은 새로 구성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에 민변 출신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왼쪽)을 임명하고,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 검사(오른쪽)를 지원단에 파견했다.
조 장관이 취임 직후 구성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서 이런 의지가 엿보인다. 우선 비(非)검찰 출신이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황희석(53, 사법연수원 31기) 법무부 인권국장에게 단장직을 맡겼다. 민변 대변인과 사무차장을 지낸 황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법무부 탈(脫)검찰화’를 위해 2017년 9월 임명됐다. 민변은 최근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는 철저한 검찰개혁을, 정부에게는 진정한 평등을 위한 개혁을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검찰개혁에 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또 이종근(50, 사법연수원 28기) 인천지검 2차장 검사에게 파견 근무를 지시해 검찰개혁 추진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 차장검사는 2017년 8월부터 2년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조 장관과도 함께 일하게 됐다.

지난 추석 당일에 조 장관은 고(故) 김홍영 전 검사 묘소를 참배했다. [진보 집권 플랜]에서 그는 “권력 지향성 없이 묵묵히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검사들이 제법 있다”며 “그런데 이런 검사들이 조직의 핵심을 쥐고 있지는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꾹 참고 묵묵히 조직 내에서 버텨 주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는 묘소 앞에서 “고인은 상사의 인격모독과 갑질,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며 “부하 교육 차원이라고 볼 수는 없는 비위 행위로 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 교육과 승진 문제를 살펴보고 특히 다수 평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의 나이에 목숨을 끊었다.

조 장관은 추석 전 검찰 조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임은정(45, 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언급하면서 “검찰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는 많은 검사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무·검찰의 감찰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 주문하기도 했다.

임 검사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기소된 날 하루 뒤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5년 성폭력 검사들을 조용히 내보낸 검사들에 대해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1년 3개월이 넘도록 뭉갰다”며 “어떤 고발장들은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치는 모습이 ‘역시 검찰 공화국이다’ 싶어 익숙하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국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현장 검사를 콕 집어 그가 내놓은 검찰 개선안에 귀를 기울여 보라는 지시는 수사의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조 장관은 공식적으로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지시했다. 대신 형사부·공판부 강화·우대 방안 등을 수립하라고 했다. 또 취임 직후 구성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기존 정책기획단이 협의해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신속히 발족할 것도 주문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는 비법조인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검찰청 형사부·공판부 검사에게도 문호를 열도록 했다. 위원은 40세 이하 검사와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 공무원, 시민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도록 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구성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다. 1기 위원회는 2017년 8월 구성돼 1년간 활동했다. 법무부 탈검찰화와 검찰 과거사위원회 설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내 성폭력 전수조사, 공안 기능 재조정 등 권고안을 제시해 상당수가 현실화했다.

조국의 검찰개혁 완성은 ‘공수처’


▎지난해 6월 21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 장관이 취임 직후 구성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법안 통과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관련 법안은 지난 8월 사개특위가 해산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진보 집권 플랜]에서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핵심’에 첫째는 공수처 신설, 둘째는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이 있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대해서는 “‘대검 중수부를 떼어내 검찰 조직 바깥에 두는 것이라 보면 된다”며 “그곳(대검 중수부)이 검찰과 정치권력의 ‘거래’가 발생하는 출발점”이라고 해석했다. ‘공수처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은 간단하다”며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 사람을 대통령에게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공수처의 기소 대상은 대통령을 포함해 각 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국회의원 등이 빠졌다.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서도 ‘여야가 동수로 2명씩 추천하는 대신 공수처장은 5분의 4 동의를 얻어 최종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한다’로 정리됐다.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제외한 국회 몫 4명에 대해 여야가 어떻게 나눌지 결정한 내용이다.

다만 대검은 공수처 신설 후 기존 검사들의 수사 범위를 조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향후 조국 장관의 정책 추진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검은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갈 당시 “대상에 따라 형사 절차를 이원화할 경우 쟁점과 증거가 동일함에도 기관 간 사건 처리 결과가 같지 않을 수 있다”며 “수사만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영장청구권을 공수처 파견 검사에게 주는 것은 여러 법리적인 쟁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주는 대신 예외적으로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조 장관과 검찰 조직의 충돌 지점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부분이다. 조 장관은 [진보 집권 플랜]을 통해 “검사의 수사지휘권 때문에 경찰 전체를 검찰의 하부 기관처럼 여기거나 사법경찰관리 개인을 인격적으로 지배하려는 행태가 나타났다”며 “수사권을 경찰과 나눠 갖도록 하면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대해서 “‘지휘’라는 개념보다 ‘상호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유지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당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유지하면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고 자율적인 영장청구권을 주는 유형’과 ‘수사지휘와 영장청구권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줄이거나 축소하는 방안’ 중 어느 쪽에 (입장이) 가까운가”라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윤 총장은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은 소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며 “강제수사 영장청구는 소추에 준하는 것으로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닌 거의 기소가 확실한 경우에 할 수 있는 일로 모두 (검찰 수사의) 본질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경찰에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과는 결이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는 더 거세다. 울산지검장으로 지난 8월 퇴직한 송인택 변호사(법무법인 무영)는 “수사권을 경찰에 어떻게 떼어 줄 것인가로 개혁 논의가 옮겨 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0년 전 형제복지원 문제를 처음 제기하고 수사를 하다 외압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김용원(63, 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도 “아직도 경찰 수사 능력이 검찰보다 떨어진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이 지금까지 했던 권력 남용을 경찰에게 넘겨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국과 검찰 충돌 지점은 수사권 조정


▎지난 1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검찰개혁, 국민이 도와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통해 검찰에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진 조 장관이 ‘조직의 수장’으로 내부 반발 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진보 집권 플랜]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어서 재판까지 갔더라면 분명히 무죄가 나올 사건”이라며 “개인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반대 정파를 절멸시키겠다는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집행하기 위해 검찰이 노 대통령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2011년 펴낸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는 강력한 검찰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네덜란드 화가 헤라르트 다비트(1460~1523년)의 작품 ‘캄비세스의 재판’을 소개한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의 왕 캄비세스 2세가 뇌물을 받은 법관을 산 채로 껍질을 벗기는 형벌을 내린 뒤 그의 아들을 후임자로 임명해 아버지의 인피(人皮)를 깐 의자에서 업무를 보게 하는 장면이다.

조 장관은 “고금을 막론하고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자가 부패하면 그 사회의 기강은 뿌리째 썩어 버린다. 개명 천지에 검사의 가죽을 벗길 수는 없지만, 인피를 벗기는 형벌에 준하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검사가 있다면 ‘너 나가라’고 하면 된다”는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민과 사회를 분열시키는 발언”이라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과거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시 평검사들이 했던 행동이나 평검사 회의를 통해 선출된 권력에 했던 행동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나 장관의 인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조국 장관이 마치 상명하복 원칙 자체가 검찰 조직 내에서 사라져야 할 폐습으로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라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지시가 아닌 한 검사는 복종할 의무가 있고 검찰 제도상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민상 중앙일보 사회1팀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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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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