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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전문기자의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7)] 스트레스·분노 줄이는 소리 명상 

마음에 귀 기울여 성난 호랑이 잠재워라 

너와 나 내면의 피 끓는 감정 다독이기… 잘 듣는 훈련이 기본

▎여행만큼 좋은 휴식은 없다. 마음챙김 명상은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는 일종의 여행이자 휴식의 기술이다. 사진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붐비는 인천공항 모습. / 사진:장진영 기자
연휴를 맞아 여행 다녀온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연휴를 앞둔 8월 말에 어지간한 해외 여행지는 예약이 거의 끝났었다고 한다. 쉴 땐 쉬어야 한다. 잘 쉬는 일이 중요한데 여행만큼 좋은 휴식은 없는 것 같다. 명상도 일종의 여행이다. 산과 바다와 해외로 가는 것도 좋지만 자기 마음속으로 떠나는 ‘마음챙김 여행’도 그 못지않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이런저런 미련과 후회와 걱정이 마음에 가득했다면 제대로 쉴 수 있었을까? 어디에 있든 간에 내 마음속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마음챙김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으로 보인다.

우리는 모두 성공을 기원한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선 잘 쉬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성공은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그 이면엔 스트레스의 어두움도 자리 잡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손꼽히는 성공 모델인데, 그의 고백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저명한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에서 그는 ‘아픈 기억’을 들려줬다. [허핑턴 포스트]를 창업하고 나서 두 해가 지난 2007년 4월 6일 과로로 쓰러졌다고 한다. 책상에 머리를 부딪쳐 광대뼈가 부서지고 오른쪽 눈가를 네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시력을 잃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하는데,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서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스스로 물었다고 한다. ‘이것이 성공인가?’ 그는 다음과 같은 답을 찾아냈다. “성공에 관한 전통적인 정의에 따르면 나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온전한 정의에 따르면 사무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니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허핑턴 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 성공의 절정에서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후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 사진:위키미디어
후회·미련·걱정 가득… 불면증은 또 하나의 현대병


▎저명한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선 명상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수면 전도사’로 나섰다. [수면 혁명]이란 책까지 펴냈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숙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라”며 “잠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성공 비결, 즉 전문성과 창조성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공과 휴식의 리듬이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잠을 자며 쉬는 일도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잠 못드는 현대인, 불면증은 또 하나의 현대병이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맴돈다. 낮에 있었던 아쉬운 일, 내일 해야 할 업무 등이 꼬리를 물고 머리에 맴돈다. 자리에 누워서도 끝나지 않는 스트레스의 릴레이다. 성공을 향유하면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삶의 모순을 줄여 볼 수 없을까.

오프라 윈프리 역시 대표적인 성공 모델인데 그에겐 고통스러운 유년의 기억이 있다. 흑인 사생아로 태어나 외할머니 손에 자라다 아홉 살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했고, 또 열네 살에는 미숙아까지 출산하는 등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슈퍼 소울 선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대담을 하며 느낀 점을 그는 이렇게 풀어놓았다.

“수천 번 쇼를 진행하면서 대화와 깨달음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관심을 받길 원하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 여기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그를 보고 그의 말을 듣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오프라 윈프리 지음 [위즈덤])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고 있다. 소통보다는 갈등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을 잘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갈등과 불통의 이유 아닐까. 마음챙김 훈련은 이에 대한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소리 명상’이 그 역할을 한다. 마음챙김 훈련을 한다고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아직 훈련이 덜 된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양쪽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


▎마음챙김 명상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 마음챙김 듣기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고 했다.
자, 이제 연습을 해보자. 편안한 자세로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의 소리를 느껴 보자. 자동차 소리,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문 닫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등 수많은 소리가 들린다. 이때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 없이 양쪽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느껴 보는 것이 훈련의 포인트다. 우리는 흔히 듣기 좋은 소리, 듣기 나쁜 소리로 분류하곤 하는데, 그런 구분을 하지 않고 모든 소리를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훈련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챙김 명상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은 잘 듣는 일, 즉 경청(傾聽)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남의 말을 잘 듣는 데는 다만 한 가지 목적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자기 속을 털어놓아 모두 비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 자체가 이미 그의 고통을 덜어 주는 행동이다. 남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고통이라도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위대한 행동이다.” (틱낫한 지음 [너는 이미 기적이다])

잘 듣기는 ‘마음챙김 듣기(Mindful Listening)’라고 한다. 마음챙김 듣기는 ‘마음챙김 말하기(Mindful Speaking)’와 짝을 이룬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 마음챙김 듣기와 마음챙김 말하기가 함께 어우러져 ‘마음챙김 대화(Mindful Dialogue)’를 형성한다. 마음챙김 대화는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고 쌍방향의 대화로 진행되는 질 높은 대화다. 성숙한 대화의 출발이 마음챙김 듣기이고, 이는 아무리 사소한 내용일지라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위대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틱낫한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듣기와 말하기와 대화의 중심에 마음챙김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대화의 하모니를 이뤄내는 것인데, 마음챙김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을 챙긴다고 하는 말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배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챙김이란 챙김의 대상이 다른 것이 아닌 바로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진다는 의미다.

마음챙김 듣기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자기 안에 있는 상처받은 내면의 소리도 들으며 부드럽게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챙김 수행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마음을 성난 호랑이에 비유하곤 한다. 성난 코끼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성난 호랑이 혹은 코끼리는 이리저리 마구 쏘다니다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끝내 말썽을 일으키고 만다.

내가 혹시 성난 호랑이가 된 적은 없는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자. 누구나 갑자기 화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를 내기 전과 후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한순간에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 인간 세상의 온갖 불행은 다름 아닌 성난 호랑이를 제멋대로 풀어놓는 데서 출발할지도 모른다. 지금 하는 일을 멈추고 코로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느껴보면서 자기 자신을 찾는 마음 여행을 잠시라도 떠나보면 어떨까.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월간중앙과 중앙선데이에 모두 공급합니다.

[박스기사] 아리아나 허핑턴이 말하는 휴식의 기술 - 수면은 최고의 명상 침실서 스마트폰부터 치우자

제대로 쉬기 위해선 마음이 쉬어야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휴식의 기술이기도 하다. 내 몸과 마음이 지은 모든 행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삶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 목표는 보다 깨어 있고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온전하게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

평소 명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말하는 수행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멈춰 서서 세 번 심호흡을 하라, 이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달라이라마가 말했듯이 수면은 최고의 명상이 될 수 있다. 숙면을 위해선 잘 자는 기술도 필요하다. 오후에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신다든지, 잠자기 힘든 장치를 집안 곳곳에 배치해놓고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잠을 잘 자기 위해 최소한 두 가지를 한다고 했다. 하나는 적어도 불 끄기 30분 전에, 침실에서 모든 첨단 기기를 치우는 일이다. 스마트폰은 수면 방지 부적과 같다고 했다. 다른 하나로 그가 권하는 것은 명상이다. 만약 침대에서 20분 동안 잠을 자려 안간힘을 썼다면, 더 이상 자려고 하지 말고 호흡을 가다듬어 보라는 것이다. 고요한 호수의 이미지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걱정거리나 불안한 생각이 나면 그것을 돌로 생각하고 호수에 던진다. 조금 있으면 호수는 원래대로 잠잠해질 것이다.

※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중앙콘텐트랩 - 학술기자 20년 외길을 걸어온 국내 굴지의 학술전문기자다.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불전국역연수원·민족문화추진회·도올서원 등을 거쳐 서강대 철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대한제국 120년, 다시 쓰는 근대사] [실학별곡, 신화의 종언]이 있다.

201910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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