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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해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文의 총선 출구 될까 

40% 지지+정의당과 소(小)연정 = 과반의석 확보? 

범여권은 ‘표의 등가성’ 명분과 사법 개혁안 통과 위해 추진… 한국당은 반대 입장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까지 갈 길 멀어… 결국 의원 수 증가로 절충될 가능성도


▎지난 4월 26일 새벽, 패스트트랙을 놓고 국회에서 민주당 당직자들과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격한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가 연출됐다. 이런 장면이 연말에 다시 반복될지 모른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10월 24일 정치권은 놀랄 만한 장면을 목도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아하 정개특위) 위원장에 선임된 것이다. 6석의 소수정당 정의당이 총 6개 국회 특위 중 가장 알짜라 할 만한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가져간 것은 이례적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8년 9월 2일, 손학규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대표로 선출됐다. 취임 당시 손 대표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내 대통령제와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저를 바치겠다”고 공언했다. 2018년 12월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숱한 의혹에도 9월 9일 임명을 강행했다. 조 전 장관이 10월 14일 사퇴하기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종합할 때, 40% 초반대로 하락했다.

각각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이 세 가지 뉴스는 선거제 개편 법안과 사법 개혁안을 담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입한 순간, 하나로 수렴된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그 당시에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막상 일이 이렇게 진행된 뒤 돌이켜보니 요소요소가 방아쇠였던 것이다.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민주당은 정의당과의 ‘소(小)연정’을 위해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배려했다. 정의당은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案)을 만들 수 있었다. 2019년 4월 30일 선거법안과 사법 개혁안은 ‘동물국회’ 오명 속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때 바른미래당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었던 자당 소속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법특위)위원(오신환, 권은희)을 찬성파(채이배)로 교체했다. 사보임(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의원을 교체하는 절차)의 불법성 논란이 일었지만, 손 대표와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는 밀어붙였다.

그래도 ‘민주당이 설마 제 살을 깎겠느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회의론이 밑바닥에 깔렸었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비행 중이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할 때 얘기였다. 그러나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가라앉히기도 한다. ‘조국 사태’로 순식간에 적잖은 민심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내년 4월 총선 승리가 불투명해질수록 여권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길 수 없다면, 지지 않을 방향으로 ‘게임의 룰’을 변경하고픈 유혹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체 무엇이기에 ‘조국 정국’ 이후를 지배할 정치권 뇌관으로 여겨질까.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있을 터다. 지금의 선거법 개편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착안한 것이다. 독일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 양쪽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기존 총선과 같다. 그러나 득표를 의석수에 반영하는 방식에서 결정적 차이가 발생한다.

가령 대한민국 총선에 총 100석이 걸려 있고, 이 중 지역구 의석 40석이 배정됐다고 가정하자. 개표했더니 지역구 31석을 한국당이 차지했다. 민주당이 8석, 바른미래당이 1석 당선됐다. 그런데 정당투표에서 민주당 45%, 한국당 30%, 바른미래당 5%, 정의당 15%, 기타정당들이 5%를 얻었다. 한국당이 지역구마다 박빙의 승리를 많이 얻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문턱까지 다다른 ‘노회찬의 꿈

그러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작동하는 순간, 한국당은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된다. 왜냐하면 비례대표를 단 1석도 추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지역구 당선자가 이미 31명이다. 반면 정의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0명이지만, 15%의 정당 득표를 바탕으로 15석의 비례대표 의원을 확보할 수 있다. 45%의 정당 득표를 한 민주당은 8석(지역구)+37석(비례대표)으로 다수당이 된다. 한국당의 초과 의석(1석) 발생으로 비례대표 의원의 각 정당 분배 비율에 소폭 조정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이런 구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비례대표 당선자 숫자에 연동하는 비율을 절반(50%)으로 조정했다. 이 탓에 계산법이 훨씬 복잡해졌다. 완전 연동형이 아니라도 기존 거대 양당보다 소수정당들에 유리한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 배경에 관해 정의당과 한국당의 해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윤재설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1표의 등가성”을 강조했다. “국민이 행사하는 1표가 최대한 공평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정의당을 위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당정치의 정상화 차원”이라며 “의원 300명 중 20, 30대는 두 명뿐이고 법률가가 다수다. 사회적 약자, 청년, 여성 등 대다수 국민의 일상적 삶을 닮은 국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성 강화는 정의당의 숙원이었다.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2000년 2월 ‘1인 1표제’에 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역임했을 때였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7월 “1인 1표제에서의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은 유권자의 정당 지지와 후보자 지지가 엇갈릴 경우,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며 “비례대표 의원 선출도 정당의 명부작성 행위에 따라 결정돼 직접선거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위헌 결정했다.

그 결과 지역구 후보 외에 정당에도 투표하는 ‘1인 2표제’가 도입됐고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중 비례대표 당선자가 8명이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 3월 ‘연동형 선거제 적용 시 역대 총선 의석수 변화’를 발표했다. 정의당의 정당지지율 6.9%를 내년 총선 의석으로 환원하면 15석(비례대표 14석)을 얻을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한국당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알레르기’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원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종전 의석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이렇게 300석이었다. 선거법이 바뀐다면 총 의석수 300석은 그대로 두되,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인다. 대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린다.

2016년 20대 총선 득표 결과는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이었다. 그러나 이 결과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입하면 민주당 106석, 한국당 108석, 국민의당 60석, 정의당 14석으로 바뀐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정치지형이 달라졌고, 국민의당은 소멸한 상태라 직접 비교는 무리겠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지점이 그것이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실은 2019년 3월 1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나타난 정당지지율을 의석수로 산출해 봤다. 그 결과 민주당 128석(비례 23석), 한국당 117석(비례 21석), 바른미래당 21석(비례 5석), 정의당 15석(비례 14석), 평화당 15석(비례 1석)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에 가장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시뮬레이션 작업에 관여한 한국당 인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라며 “정의당을 위한 맞춤형 선거법 개정이라서 이렇게 수식이 복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선거법 패스트트랙 결사 저지’를 부르짖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좌파독재 연장 음모”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당 공식 자료를 통해 ‘좌파 민주당과 2중대, 3중대 당들이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는 것은 곧 좌파 영구 독재 재앙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공포와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 이유는 비례대표 의원 분배에서 손해가 극심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 것이기에) 비례대표 분배에서 손해를 본다. 여기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까지 시행되면 손실의 폭은 더 커진다.

비례대표제가 변경되면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6개 권역별로 나뉘게 된다. 이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당선자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또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이들이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포함된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민주당의, 영남에서 한국당의 독식이 불가능해진다.

한국당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비례대표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해야 할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훼손되고, 당 지도부의 코드에 맞는 인물만 비례대표 후보 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반대입장을 견지한다. “결사적으로 막는 데까지는 막아 볼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전략적 모호’에 가깝다. 한국당 관계자는 “수적으로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4월에 ‘동물국회’를 연출했지만,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했다.

한국당은 투 트랙으로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하고 있다. 일단은 사법개혁 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과 연계된 선거제 개편 법안을 반대하되, 통과될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는 포지셔닝이다.

존재감 극대화 꾀하는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은 “탄핵을 인정하면 한국당과 같이 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안으로 ‘비례대표 폐지와 지역구 의원 270석만으로 국회 구성’을 내놨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협상용”이라며 진정성을 낮게 본다. 오히려 한국당의 본심은 ‘의원수가 330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쪽이다.

이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으면 ‘보수 통합’도 유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당의 중진의원은 최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이 각자 총선에 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선거의 철칙을 깰 만한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오히려 흩어져서 각자 생존한 뒤, 반(反)문재인 연대를 하는 편이 보수에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국당 안에선 “선거 제도가 어찌 되든, 그래도 통합은 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수도권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한국당 인사는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취하려다 지역구에서 줄초상난다”며 “4·3 창원 보궐선거에서 보지 않았는가? 보수 통합 없이는 박빙 선거구에서 필패”라고 경고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낙마한 10월 14일을 계기로 한국당의 전략 변경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당은 ‘조국 사퇴’만 외치면 됐는데 타깃이 사라진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이슈가 패스트트랙 법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정국에서 바른미래당, 특히 유승민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바른미래당의 분당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유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결성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14명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유 의원은 10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 “나는 대권 출마 의지가 당연히 있는 사람이다. 지금 보수에, 한국당에 사람이 누가 있나? 내가 보수 후보가 돼야 정권을 빼앗아 올 수 있다.”

유 의원은 “자신 있다”는 단정 화법을 여러 번 썼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도 한국당에도 지지를 거둬들인 무당파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근거 중 하나였다. 한국갤럽 10월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중도(46%, 무응답자 포함)라고 말한 국민은 진보(28%)와 보수(26%)의 비율을 넘어섰다.

유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서도 “3년 전과 바뀐 게 없다. 옛날 세력이 다 살아 있다”며 “그래서 나는 ‘보수 통합’이 아니라 ‘보수 재건’을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과의 관계 복원 조건에 대해서도 인적 쇄신과 더불어 “탄핵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보수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관해 ‘잘못한다(51%, 한국갤럽 10월 둘째 주 여론조사)’가 ‘잘한다’(43%)보다 많아졌음에도, 정작 중도층의 한국당 비호감도(66%, 민주당은 46%)가 줄지 않는 현실에 유 의원의 자신감은 올라갔을 것이다.

황교안, 총선 승리 위해 비박(非朴)결집 용인할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8월 8일 취임 인사차 당사를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 의원은 10월 16일 “선거법은 다수가 숫자의 힘으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지금도 선거법은 합의에 따라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날만 잡히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유 의원의 레버리지가 더 올라간다. 이 제도하에서는 정당의 광고판 역할을 하는 ‘브랜드 정치인’의 존재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승민, 안철수 등이 부각될수록 한국당은 손해다. 한국당에서 본인 뜻과 무관하게 안철수 전 의원 영입설이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2016년 총선의 룰이 유지된다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금 덜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 접전지에서 유 의원계 후보들이 3~5%만 득표해도 한국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당의 한 보좌관은 “총선 룰과 당 지지율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를 보고 황 대표가 유 의원에게 손 내밀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 그 순간 황 대표를 견제할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권 후보가 된다. 한국당 내부자의 분석이다.

“고전적 의미로 친박과 비박을 나누면 친박은 황교안 대표 주위에 포진했다. 반면 비박은 대장이 안 보인다. 10·3 광화문 집회에서 홍준표·오세훈·김무성·이재오 등이 연설했다. 그 정도가 전부인 것이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들어오면 단숨에 비박이 결집할 수 있다. 황 대표가 손을 내민다면, 호랑이를 불러들인다는 각오를 한 것이다. 왜냐하면 총선 승리가 있어야 대선도 있음을 황 대표도 알기 때문이다.”

즉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압도하지 못하는 한, 연대의 불씨는 남는다. 유승민에 생래적 거부감을 지닌 친박 사이에서도 TK(대구·경북)와 달리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이 통합을 지지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총 34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촉진한다고 해도 원내에 진입할 정당은 제한적이다. 3% 이상 득표율을 넘겨야 비례대표 의석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계, 민주평화당과 거기서 나온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는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당선이 그나마 가능성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당의 입지가 총선 이후 더 소멸 수준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심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같은 소수정당이라도 지지층의 결집도에서 이들 정당은 정의당과 비교할 수 없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민평당과 대안정치 의원들이 호남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이낙연 총리를 총선에 투입하는 순간, 호남 민심의 선택을 쓸어 담을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이 난감한 것은 자기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선거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는 딜레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원인 사법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베어 준 셈이다. 원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7년 12월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발의했다. 이를 50%만 반영하는 절충안이 나온 것도 민주당의 현실적 고민이 작용한 결과였다.

패스트트랙은 ‘fast’할까?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공조에 협력한 정당들은 ‘선(先) 선거법 개정, 후(後) 사법개혁안 처리’로 합의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민주당은 이 순서를 바꾸자고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민평당·대안정치는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도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신언직 정의당 대표 비서실장은 “합의에 따라 일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 처리를 뒤로 미루는 것을 공식적으로 양해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법개혁 법안을 민주당이 처리한 뒤, 말을 바꾸면 어떡하느냐는 정의당의 우려가 배어 있다. 내상을 각오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동의했던 정의당이었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안을 10월 29일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스케줄이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렇게 판단하면 민주당도 재간이 없다. 이러면 선거법 개정 본회의 부의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변수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지역구 28석이 사라진다. 호남지역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호남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개연성이 있다. 선거구 획정을 개편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일련의 절차를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시간 내에 닿지 못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도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당시 물리적 충돌에 연루된 고소·고발로 검찰에 송치된 의원은 한국당 59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포함해 총 109명이다. 이미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 의장도 서면으로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을 바라보는 한국당의 시선은 복잡스럽다. ‘조국 사태’ 과정에서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당 내부에서 “이러다가 나중에 검찰의 칼날이 우리 쪽으로 날아들면 속수무책이다”라는 경계론이 일긴 했다. 그러나 워낙에 첨예한 사안인지라 돌이킬 수 없었다. 검찰소환 대상자도 아닌 황교안 대표가 10월 1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두한 것이 한국당 나름의 자구책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40% 안팎의 견고한 지지를 확인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정의당과 민평당 혹은 대안정치 의석수를 보태면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한 총선 결과를 낼 것이라 계산할 만한 환경이다.

그러나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초빙교수는 “3% 이상 득표하는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원이 배당되는 룰이 존속하는 한, 녹색당 같은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은 어렵다”면서 “오히려 보수 기독교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는 의도와 달리 더 강하게 진영논리가 총선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 교수는 “예산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의원수 증가로 갈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의원수를 늘리면 국민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법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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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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