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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2030세대의 부동산 직접 투자 분투기 

“스펙·커리어만 관리하다 ‘렌트 푸어’ 될라” 

경매·셰어하우스 등 1000만원 내외 소액 투자법 ‘인기’
‘젊은 부자’ 열망과 ‘내 집 마련의 막차 타야 한다’는 불안감 교차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근 번화가 벽면에 원룸 매물을 알리는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10월의 서울 신촌 일대의 빌딩은 취업 준비 관련 모임을 갖는 젊은이들도 북적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때쯤 하반기 공채 일정을 속속 내놓기 때문이다. 덩달아 서울의 각 대학 온라인 게시판도 대기업 면접 스터디 모임을 제안하는 글들로 후끈 달아오른다. 신촌에서 모임 공간 임대업을 하는 한 사업주는 “주말 시간대는 일주일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10월 5일 토요일 중견기업에서 다니는 임민지(28·여·가명)씨도 신촌 이대역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지만 가는 목적은 여느 대학생들과는 달랐다. 임씨가 향한 모임의 주제는 부동산 경매였다. ‘종자돈 1000만원으로 부동산 경매 시작하기’란 이름을 내걸었다.

모임을 만든 사람은 김진옥(36·여)씨다. 김씨는 참석자들로부터 수강비 5만원을 받고 2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한다. 한 달에 2~3회 열리는 모임에는 매번 10명 안팎의 20~30대 사회인들이 참여한다. 이날도 임씨가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수강생 7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씨는 경매 전문 강사라기보다는 개인 투자자에 가깝다.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경매 투자를 시작했다. 김씨는 1년여 동안 다가구 주택과 상가 등 건물 네 채를 경매로 매입했다. 임대수익에 시세차익을 더하면 평균 수익률이 30% 달한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택매매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구입자 20만2112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23.9%(4만8362명)를 차지했다. 30대 이하의 주택 매입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감정원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경매 학원 커리큘럼은 세분화 중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30대 직장인이 숙소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에어비앤비
이는 최근 몇 년 새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재테크는 결국 부동산’이란 인식이 청년층에도 퍼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Kstat)이 올해 6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을 묻는 질문에 20대 응답자 중 24.5%가 부동산 투자를 꼽았다. ‘창업’ ‘상속 및 증여’ 등 제시된 방법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의 관심은 소자본 투자 기법에 쏠리게 마련이다. 부동산 경매뿐 아니라 월세로 임차한 집을 여행객들에게 단기 임대하는 방식도 있다. 숙박비를 월세로 지불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액이 거의 들지 않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들 사이에서 ‘서둘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과 ‘더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의 ‘마지막 차’를 타야 한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젊은 부자’를 향한 열망은 경매 학원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10월 3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의 한 경매학원에는 10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30~40대 직장인들부터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2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강사는 “인터넷 강의 등을 포함해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20% 가량 늘었다”며 “특히 부동산에 관심 많은 20대 수강생들이 늘어난 것이 예전에 보지 못하던 현상”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최근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빚을 못 갚아 경매에 넘겨 물건이 늘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다 보니 “싼값에 똘똘한 매물을 구할 수 있는 경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000만원 안팎의 소액 자본으로 부동산에 뛰어든다는 건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김씨의 모임에서도 같은 취지의 질문이 쇄도했다. 김씨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경험을 풀어놨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을 4억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2억7000만원은 대출받고, 1억9200만원은 기존 세입자 전세 보증금으로 메웠다. 제가 들인 돈은 800만원에 세금 1000만원을 더해 18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경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시가보다 낮게 낙찰받아도 명도비용이나 취득세·저당권 등 부대비용을 더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투자 컨설팅업체 ‘미래를 읽다’의 최진곤 대표는 “최근 경매를 배우는 수강생이 많이 늘어났다”면서도 “하지만 경매로 물건을 낙찰받아 수익을 내기란 무척 어렵다”고 지적했다.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민형(33·가명)씨도 같은 생각이다. 김씨는 20대 초반부터 경매 투자를 시작해 2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매물의 감정평가액이 실제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는 함정을 경계한다.

“집값이 오르는 동네는 관행적으로 ‘업계약서’를 쓴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거다. 감정평가가 매물 인근 지역의 (신고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이뤄지다 보니,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

“통장에 돈 방치, 무책임하다고 느껴”


▎소액을 투자하는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보이는 2030 청년들이 늘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입찰자들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앞서 부동산 경매 모임에 참석한 임씨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원룸에서 산다. 산 중턱에 있지만 새로 지은 건물인 데다, 평수도 다섯 평이 넘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주고 살던 두 평짜리 고시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할 터였다. 그러나 임씨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막연하게만 갖고 있던 위기감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섯 평짜리 원룸 전세가격이 1억1000만원이었다. 집주인이 그것도 아쉬웠는지 월세로 5만원을 더 달라고 하더라. 공인중개사에게 들으니 2년 전만 해도 같은 평수에 6000만원을 받던 곳이었다. 반면에 2년 동안 월급을 꼬박 모은 돈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전세금 8000만원은 어떻게 메웠을까.

“다행히 주택도시기금에서 운용하는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 을 받게 됐다. 1.2% 저리에 대출한도인 8000만원까지 모두 빌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34살이 지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단다. 이대로라면 서울에선 남의 집에 사는 것조차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임씨는 우연한 기회에 부동산 경매 모임을 알게됐다. 그는 평소 사람들의 소모임을 중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즐겨 썼다. 임씨와 비슷한 또래들도 많이 이용하는 앱이다.

“검색창에 생각 없이 ‘부동산’을 입력해봤는데 스무 개가 넘는 모임이 좌르르 쏟아지더라. 모임 운영자들 다수가 나이 지긋한 전문 강사들이었다. 가급적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 곳을 고르다 보니 김진옥씨를 선택하게 됐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김진옥씨 가구는 지출을 제하고도 매달 500~600만원 정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은퇴자금 마련은 물론 노후생활도 유복하게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왜 과거형일까. 김씨는 “작년에 접한 [부의 추월차선]이란 책을 읽고 머리를 강타당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책을 보면 ‘휠체어 탄 부자는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백만장자가 됐는데 나이가 이미 70대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돌이켰다.

[부의 추월차선]은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가 된 미국의 사업가 ‘엠제이 드마코’가 2013년 낸 책이다. 이른 나이에 부를 일군 비결도 흥미롭지만, 부를 대하는 나름의 철학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드마코는 책에서 “부는 자유와 선택이지, 8만 달러짜리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부란 “인생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예·적금통장에 1억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년이 지나도 세금까지 떼면 이자수익은 8만~9만원이다. 그 돈이면 월세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다. 부자를 탐욕스럽다고 욕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돈에 무책임한 거다. 다소 심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자유를 옥죄는 죄라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 투자’에 뛰어드는 2030세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온라인에서 집주인과 여행객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숙박업체가 아니어도 빈방만 있으면 숙박료를 받고 방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착안해 월세로 집을 임대한 뒤 그 집을 에어비앤비 사업장으로 쓰는 모델이 생겨났다. 집 매입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공유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청년들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알바비’ 밑천으로 삼은 대학생도


▎지난해 7월 서울시 구로구 행복주택에서 열린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이승(26·가명)씨는 보증금 5000만원을 걸고 방 4개짜리 주택을 월세로 얻었다. 자신이 사는 방을 제외한 3개를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에게 1박에 10만원을 받고 빌려줬다. 제각기 다른 시간대에 사는 해외 고객들의 문의에 밤낮 없이 응해야 하고 매일 청소일에 시달리지만 고생한 대가는 분명하다. 에어비앤비 수수료(20%)에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도 400만원이 남았다. 한 달 만에 한 학기 등록금을 번 셈이다.

박씨는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1~2만원씩 모아온 예금통장을 처음 깼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달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쳐 2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래도 부족한 돈은 부모님께 빌렸다. 박씨에게 어렵게 돈을 융통하면서까지 투자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제대 후 1년간 홍콩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그런데 다섯 평도 안 되는 원룸에 이층 침대를 놓고 네 명이 생활해야 할 정도로 공간 활용도가 높더라. 한국에서도 통하는 수익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 공부하고 큰 기업에 취업해도 ‘렌트 푸어’를 면하기 어려울 바에야 내 돈으로 투자해서 부동산 수익을 일구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에어비앤비 투자가 마냥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현행법을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도시민박업으로 분류된 에어비앤비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의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주는 것만 합법이다. 원룸이나 상업시설인 오피스텔을 임대해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며, 내국인을 받아서도 안 된다.

2015년 이런 에어비앤비 사업의 불법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온 뒤 비슷한 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등록 공간 다수가 원룸 등을 임대하는 불법 영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단속이 심해졌다며 처분하고 싶다는 글이 에어비앤비 운영자 온라인 카페에 속속 달린다.

대안으로 비슷한 방식의 ‘셰어하우스’도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2명 이상의 개별 거주자가 한 집에 살면서 사적 공간은 분리하고, 거실·화장실·욕실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1인실에 월 40만~50만원인 셰어하우스는 보증금이 없는 학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이 주로 이용한다.

직장인 이주영(29)씨는 어학원이 밀집한 강남역 일대 방 3개짜리 낡은 빌라를 대출을 끼고 구매할 계획이다. 보증금만 부담하면 셰어하우스에서 나오는 월세로 금융비용을 충분히 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성세대에 견줘 세상 물정에 어두운 2030세대지만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더는 믿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불패 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집 한 채는 가지겠다”는 열망이 젊은층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는지 모른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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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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