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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전문기자의 대학총장 열전] 실천공학기술자 키우는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국내 최초 5G ‘스마트 러닝 팩토리’, 21세기형 실학으로 대학 미래 이끈다 

이론과 실습 50:50, 타 대학보다 10~20학점 많은 150학점 따야 졸업
상위 15% 뽑아 상위 5% 인재로 배출… 취업률 80% 국내 최상위권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이 10월 8일 캠퍼스 내 중앙공원에 설치된 대학 상징물 앞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국내 최고의 ‘실천공학기술자’ 양성 대학으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 대학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코리아텍, KOREATECH)는 공학 계열과 인적자원개발(HRD) 특성화 대학이다. KTX 천안·아산역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주변이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코리아텍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병천면에는 ‘병천 순대’로 유명한 아우내 장터가 있다. ‘두 개의 내(川)를 아우른다’는 뜻의 아우내는 경상도와 한양을 이어 주는 길목이었다. 아우내 장터는 1919년 4월 1일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한 곳이다. 당시 경성에서 3·1 독립 만세운동을 목격한 유관순 열사는 고향인 천안에 내려와 독립운동 상황을 전파하며 만세운동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아우내장터의 ‘만세’ 함성은 천안 시민과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었다. 인근에 유관순 열사 생가와 기념관, 그리고 독립기념관이 있는 까닭이다.

코리아텍은 그런 역사의 고장에 1991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설립됐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천공학기술자를 양성하고 현장 지도가 가능한 교사(敎士), 즉 직업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대학이다. 28돌을 맞은 대학의 성장세는 놀랍다. 전국에서 가장 취업이 잘 되는 대학, 학부 교육을 가장 잘하는 대학, 학생만족도 1위 대학, 고등교육 패러다임 선도 대학으로 우뚝 섰다. 공학 계열 6개와 인문사회 계열(산업경영학부) 1개 등 7개 학부에 19개 전공을 두고 있다. 한 해 신입생은 900명, 전교생은 4400명이다. 신입생은 100%, 전교생의 70%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한 학기 등록금은 공학 계열이 238만원, 산업경영학부가 167만원으로 일반 사립대의 절반 정도다. 연평균 394만원의 장학금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1년 학비가 100만원에 불과하다.

코리아텍에 입학한 학생들은 4년 내내 공부와 씨름한다. 졸업 학점이 공학 계열은 150학점, 산업경영학부는 140학점으로 일반 대학보다 10~20학점이 많고, 이론과 실기 수업이 50:50이다. 대학생의 낭만은커녕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공부를 시킨다.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 내니 기업체에서 너도나도 데려가려 한다. 청년 취업난 시대에 드문 풍경이다.

학생들이 더 나은 내일로 가는 희망계단 돼야


▎이성기 총장이 지난 6월 20일 담헌실학관에서 열린 졸업연구 작품전시회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 사진:코리아텍
코리아텍은 일본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유명한 가나자와공대나 미국의 올린공대처럼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비상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과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지방대 위기 시대에 코리아텍이 고등교육의 나침반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코리아텍은 여전히 고즈넉했지만 활기가 넘쳤다. 학교 전체가 실리콘밸리의 연구동 같은 분위기였고, 기숙사 신축 공사도 한창이었다. 올해 3월 오픈한 국내 최초의 ‘스마트 러닝 팩토리(smart learning factory)’에서는 학생들의 실습이 한창이었다. ‘대학 총장 열전’을 통해 여러 대학의 변혁 현장을 소개하고 있지만, 코리아텍에선 더 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캠퍼스를 둘러본 뒤 본관에서 이성기(62) 총장을 만났다.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올 3월 코리아텍 리더가 된 그는 차분하면서도 담대했다. “기술과 사람을 잇는 실천공학자를 배출하는 실사구시 정신으로 학생들을 키우고 있어요. 상위 15% 학생이 입학해 상위 5% 인재로 성장해 사회에 나갑니다. 잘 가르치는 게 대학의 기본 책무입니다.”

이 총장의 대학 경영 소신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이 더 나은 내일로 가는 희망계단이 되어야 하고 총장은 계단의 맨 밑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미래와 꿈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책무를 져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대학에 와 보니 어떻습니까?


▎이성기 총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교내 식당에서 학생들에게 ‘천원의 아침 식사’를 배식하고 있다. / 사진:코리아텍
“관료 조직은 일사불란하지만 학교 조직은 일반적으로 수평적입니다. 그래서인지 관료 조직은 스피디한데 대학은 좀 느려요. (웃음) 그게 대학의 장점이고 또 자율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올해 28돌을 맞은 코리아텍의 웅비를 위해 역대 총장들의 비전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리아텍은 특수목적 대학인 만큼 새로운 환경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저는 중점 과제를 크게 네 가지로 잡았어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실천공학 교육기관, 국가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선도하는 최고의 기관, 국제협력 지원 강화 및 통일 한국 대비 대학, 책임 경영 체계 확립입니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실천해야지요. “

실사구시형 공학기술자를 키워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담형’ 인재 양성이 목표입니다. ‘다담’은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의 호인 ‘다산’과 담헌 홍대용의 호인 ‘담’을 따서 지은 겁니다. 정약용은 문과, 홍대용은 이과 쪽에 가까우니 문과적 소양을 갖춘 공학자 양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산업현장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까닭입니다.”

구체적으로 전공이 어떻게 됩니까?

“공학 계열은 기계공학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전기·전자·통신공학부, 컴퓨터공학부, 디자인·건축공학부, 에너지소재 화학공학부가 있습니다. 유일한 인문사회 계열의 산업경영학부는 산업경영과 혁신경영을 공부합니다.”

융합학과 운영하고 新교수법 적용해 대대적 변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파로스팀이 지난 7월 10일 ‘2019 대학생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환호하고 있다. 참가 학생 10명은 우승 상금 5000만원과 함께 해외 견학 기회를 부상으로 받았다. / 사진:코리아텍
대학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서갈 커리큘럼 개편이 한창입니다.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 키워드입니다. 우리는 대대적으로 커리큘럼을 바꿨어요. 각 전공에서 4차 산업혁명 요소 기술을 교육할 수 있도록 72개 교과목을 신설하거나 개편한 게 특징입니다. 융·복합 교육의 핵심 요소인 ‘스페셜 트랙’ 5개를 개발하고, ‘스마트 러닝 팩토리(smart learning factory)’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2개 트랙을 운영 중입니다. 스페셜 트랙은 7~8개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5개 과목과 필수인 ‘빅 데이터 활용’을 이수하면 13~15학점이 인정돼요. 졸업 때 부전공 수준의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를 받게 됩니다. 트랙 내 교과목은 최대 10학점까지 전공 선택으로 인정해 주고요. 이러한 트랙 교과목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목적으로 융합학과를 설치했습니다. 매년 500여 명이 스페셜 트랙을 수강하는데 강의 만족도가 일반 교과보다 월등히 높아요.”

공부를 정말 많이 시키는 것 같습니다.

“실제 다른 대학보다 졸업학점이 평균 10~20학점 많아요. 이론과 실습 비중이 50:50입니다. 상대적으로 실습이 많다 보니 수업시간도 훨씬 많아요. 3학점이 3시간이 아닌 4시간으로 편성됩니다. 반드시 졸업 작품을 만들어 전시해야 졸업할 수 있고요. 또한 인적자원개발(HRD) 부전공도 필수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딴 데 정신을 팔 여력이 없어요. (웃음)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이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학인 이유이기도 하죠.”

코리아텍은 100여 개 연구실을 24시간 개방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구축해놓고 있다. 캠퍼스를 나와 봐야 주변이 논밭이니 마땅히 놀만한 곳도 없다. 재학생의 7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신축 중인 건물이 완공되면 수용률이 더 높아진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다른 대학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천원의 아침’이다. “3000원 정도 하는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합니다. 아침을 먹어야 학생들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하는데 비용은 어떻습니까?

“식비를 빼고 한 학기에 3인실(구관) 기준 34만원입니다. 기숙사는 그냥 잠만 자는 곳이 아닙니다. 매 학기 40명, 연간 80명의 재학생 멘토가 신입생에게 월 3회 이상 ‘또래 상담’을 해 줍니다.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죠. 특히 저학년은 전담지도 교수제를 통해 개별 맞춤형 상담을 해 줍니다. 학생과 지도교수 간 진로설계와 자아 탐색을 하는 ‘공감 아워’ 프로그램입니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성 지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인성과 문제 해결 실무 능력을 갖춰야 진정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신교수법 적용 강좌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배경이다. 학생들이 미리 온라인 강좌 등을 듣고 강의실에서 토의하며 코치를 받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80개 강좌, 현장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PBL(Project 또는 Problem Based Learning) 강좌를 20개 운영하고 있다.

교육중심 대학 1등이 코리아텍입니다. 구체적으로 플립러닝이나 PBL 과목은 어떻게 편성되나요?(※인터뷰에 동석한 이승재 디자인·건축공학부 교수가 직접 답변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1991년에 설립했으며 공학 계열 6개 학부와 산업경영학부 등 7개 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 사진:코리아텍
“제가 플립러닝 과목을 가르쳐요. 내진설계의 경우 지진 강도에 따라 설계를 바꿔야 하는데 학생들이 조사한 내용을 토론해요.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형식인데 교수는 학생들의 토의 방향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력이 몰라보게 신장됩니다. 그게 PBL 과정이기도 하죠.”

플립러닝 교과목을 더욱 늘릴 생각이신지요?

“한 학기에 700~800개 교과목이 개설되는데 그중 플립러닝이 100개 정도니까 꽤 많습니다.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스마트 팩토리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실천공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4차 산업혁명에서 실천공학은 정말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게 스마트 팩토리입니다.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러닝 팩토리는 다릅니다. 스마트 팩토리는 배우기만 하는 곳이지만, 스마트 러닝 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분절하고 돌려보면서 직접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전문가와 문제점을 풀어 가며 작업합니다.”

이 총장은 직접 스마트 러닝 팩토리를 보여 줬다. 현장에 가 보니 990㎡ 팩토리에 제품생산 공간, 로봇 교육공간, VR·AR 공간, 연구개발 공간이 있었다.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이자 국내 최초의 5G 기반이 특징이다. 현장은 전력선통신기술(PLC), 로봇, 센서, 영상, 3D 프린팅, 가상공정, 공정설계, 생산관리의 집합체였다. 우재우 기술연구원은 “주문량과 제품 종류에 따라 자재 투입과 생산량을 알아서 조정해 현장 관리자 없이 AI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제품 생산을 제어·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실습 중이던 윤준석(대학원 전자전공)씨는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사람 손과 같이 섬세하게 글씨를 쓰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로봇 손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로봇과 악수하던 이 총장이 설명을 이어 갔다.

졸업 연구 작품 제작 필수, 전시회도 열어


▎이성기 총장(왼쪽 셋째)이 3월 25일 ‘스마트 러닝 팩토리’ 개관식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둘째)과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왼쪽 첫째) 등 외부인사들과 함께 첨단시설 시연 장면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코리아텍
코리아텍의 자부심이 될 것 같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교육과정은 크게 FMS(유연생산시스템)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로 나뉩니다. 각 세부 과정은 수준별로 기초·심화·응용·융합으로 구성했습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VR·AR 등을 학부생과 기업 재직자 교육에 활용합니다. 올 상반기에만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대기업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1000여 명이 벤치마킹을 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5G 통신망이 특이합니다.

“기존의 LTE 4G 통신망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려 AR과 VR 기술, 텔레이머징 기술 등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웠어요. 5G는 4G보다 전송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요. 교내에 5G 기지국을 22개 설치했어요. 스마트 러닝 팩토리는 융합교육 공간이자 기업 재직자, 직업훈련교사, 특성화고 교사 등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스마트 러닝 팩토리에서 만난 박혜진(산업경영학부 3)씨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졸업 작품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텍은 개교 당시부터 졸업 작품을 의무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졸업 작품은 매년 가을에 전시한다. 해마다 200점이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졸업연구 집중이수제’도 도입했다. 졸업연구를 한층 발전시켜 1개 학기에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제도다. 올해도 10월 16~17일 열린 ‘2019년 졸업연구 작품 전시회’에서 집중학기제 작품과 다학제 작품, 산학연계 작품, 지역사회 기여형 작품 등 작품 40여 점이 선보였다. 이런 특성화 교육에 힘입어 지난 7월 현대 자동차그룹이 주최한 ‘2019 대학생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기계공학부 파로스팀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 우승으로 학생들 사기가 높아졌겠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에서 열린 대회에 11개 대학 12개 팀이 참가했어요. 우리 대학은 10명(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3명, 학부생 6명)이 팀을 이뤄 우승했어요. 무단횡단 보행자 인지, 공사구간 우회, 교차로 신호 인지, 사고 차량 회피, 응급 차량 양보, 하이패스 통과 등 6가지 시험 주행로에서 기술을 평가받았죠. 2위는 성균관대, 3위는 카이스트였어요.”

코리아텍이 성과를 내는 것은 책상머리 교육 탈출 효과가 크다. 코리아텍은 개교 당시부터 이론과 실습 50:50, 산업현장 중심 커리큘럼, 실무경력 3년 이상의 현장 경험자 교수채용, 24시간 랩실 개방 등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을 도입했다. 특히 2012년부터 국내 대학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커리큘럼 일부를 산업체 현장에서 장기간(4~10개월)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최신 산업 동향과 기업요구를 반영한 학업 학기와 산업현장 실습 학기를 통합 시킨 산학협력 교육이다. “고용 미스매치에 따른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과 과도한 스펙 쌓기 시간과 비용을 해소하는 ‘최적의 해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까?

“진로 설정 기회 확대, 실무능력 강화, 전공역량 강화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기업체는 우수 인재를 조기 발굴해 채용비용을 절감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이죠. 3~4학년 재학생의 16%가량인 360명이 매년 참여합니다. 취업률이 일반 학생보다 6.7%포인트나 높아요. 1인당 실습지원비는 장학금을 포함해 월평균 169만원입니다. 실력도 쌓고 돈도 버는 셈이죠. 고용부가 효과를 인정해 최근 4년간 40여 개 대학으로 이 제도를 전파했어요.”

코리아텍은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교육중심 대학 1위’를 차지해 10년간 부동의 1위를 달성했다. ‘공학 계열 평가’에서도 12위에 올라 전국 유수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한 성과는 취업률로 이어졌다. 교육부의 취업률 및 대학 알리미 공시에서 매년 1~2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11일 공시에서도 80.2%로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 62.6%보다 17.6% 포인트 높은 수치다. 취업대상자 833명 중 668명이 취업한 것이다.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 33.4%, 국가 및 공공기관 23.7%, 중소기업 36.7%, 해외취업 1.2% 등이다.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률이 59.4%나 된다. 1년간 취업유지율도 87.4%다. 전국 대학 평균보다 7.4%포인트가 높다. ‘코리아텍=취업’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코리아텍은 올해 입시에서도 강세다. 686명을 모집하는 수시에 5418명이 지원해 평균 7.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승재 입학홍보처장은 “2020학년도 대입 자원이 6만 명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도 우수한 교육환경과 복지,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4차 혁명을 앞서가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시작하는 정시 모집에서는 200명을 선발하며,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한다. 공학 계열 학부는 국어 20%, 수학 35%, 영어 20%, 탐구 25%를, 산업경영학부는 국어 35%, 수학 20%, 영어 20%, 탐구 25%를 각각 반영한다. 공학계열학부에 한해 수학(가)형 응시자는 20%, 과학탐구 응시자는 10%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도 수시 경쟁률 상승, 정시 200명 100% 수능 선발


▎이성기 총장이 ‘스마트 러닝 팩토리’에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가볍고 유연한 로봇팔 ‘엠비덱스(AMBIDEX)’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이 로봇팔은 산학협력으로 개발했으며 지난해 국제로봇 학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실천공학자를 많이 배출하셨는데 사회적 리더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첫 졸업생이 2년 후면 50대가 되는데 조만간 큰 리더들이 나오겠지요. 직업능력개발이란 대학의 특성과 젊은 대학이었기 때문에 일부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창업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학생창업지원센터에 농수각(籠水閣)을 설치했어요. 농수각은 담헌 홍대용이 천안시 수신면에 세운 사설 천문대인데 혼천의와 자명종 등 천문의기를 만들어 보관했던 곳입니다. 그런 창의정신을 살리자는 뜻이지요.”

코리아텍은 평생직업능력 개발과 신중년 훈련교사 양성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술·공학 이러닝 전문교육기관인 ‘온라인평생교육원’을 통해 재직자와 구직자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은퇴 예정이거나 은퇴한 50~60대 신중년을 위한 신중년 훈련교사 프로그램은 인기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로 한 직종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만 50세 이상은 주말 또는 평일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한다. 지방대 위기를 돌파할 평생 직업교육의 새 모델이기도 하다.

이 총장은 고용부 관료 출신이다. 1989년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25년을 몸담았고, ‘관료의 꽃’인 차관을 지냈다. 그는 금수저도, 스카이(SKY )대학 출신도 아니다. 2남 2녀의 장남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국립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976년 철도고 운전과를 졸업한 뒤 철도청에 입사해 부기관사로 3년 동안 일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그리고 1978년 합격했다. 건국대 행정학과였다.

청년 시절 여러 굴곡을 겼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번 결심한 것은 꼭 스스로 책임지고 해내는 성격입니다. 환경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국대 야간을 다니다 2학년 때 철도청을 그만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6살에 군대를 갔다 온 뒤 서울신탁은행을 다녔습니다. 그때 아내를 만났습니다. 고시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은행원이던 아내가 ‘먹여 살릴 테니 해 보라’고 응원해 줬어요. 운 좋게 2년 만에 합격했죠. 29살에 결혼해 32살에 합격했어요.”

왜 은행을 다니다 고시를 했나요? 보통 결심이 아니잖아요.

“저희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께서 어려움을 겪으시는 걸 보고 자라 왔고, 그래서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노동부에서 일하면 그런 부분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

“뛰면서 생각하자” 철저한 자기 노력형 관료 출신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이 무엇인가요?

“제7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고용보험제도를 포함시킨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최병렬 노동부 장관이 강하게 반대했는데 결국 설득해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1995년 7월 시행 후, 고용보험제도가 IMF 외환위기 때 실업자 보호에 기여하는 등 위기극복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근무하면서 일·학습병행제도를 도입한 것도 보람이고요.”

코리아텍과의 인연은 어떻게 됩니까?

“정말 인연이 많아 남다른 감회를 느꼈어요. 2012년부터 3년간 학교법인 이사회의 당연직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전임 총장 두 분을 선임하는 총장 선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요. 2015년부터 2년간 특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고요. 교직원도 아는 분이 많아 가족 같아요.”

철학이나 생활신조가 궁금합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을 마음에 새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게 제 소신이죠. 2012년 고용부 퇴직 이후 2017년에 차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자세가 어느 정도 영향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총장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약자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검사가 되고 싶은 생각도 했었단다. 책상 앞에 ‘뛰면서 생각하자’는 문구를 붙여 놓고 남보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구름 위를 보면 해가 있잖아요. 저는 해를 바라봤습니다. 비 오는 날 비행기 아래를 바라보면 해가 꼭 있거든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청년 시절 영국인 소설가 A.J. 크로닌의 [성채(The Citadel)]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주인공인 앤드류가 청년 의사로 의대를 졸업하고 탄광촌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환자의 생명보다 물질을 더 중요시하는 의료계 현실과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크로닌은 구조적인 문제로 방황하며 어느덧 스스로 성채 안에 갇히고 말지만, 다시 자시 자신을 되찾으며 진정한 의사의 길을 걷지요. 우리 현실도 그렇습니다. 인생은 미지에 대한 도전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난공불락인 성채도 오를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이 총장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 이성기 총장 약력
■ 1957년 부산 출생
■ 1978년 국립 철도고 졸업
■ 1982년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 1995년 영국 런던정경대(LSE) 노사관계학 석사
■ 2010년 숭실대 IT정책경영 박사

※ 주요 경력
■ 행정고시 32회 합격
■ 청와대 고용노사비서실 행정관,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 노무관
■ 노동부 혁신기획관, 국제노동정책팀장
■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 한국기술교육대 특임교수
■ 제6대 고용노동부 차관(2017년 6월~2018년 10월)
■ 제9대 한국기술교육대 총장(2019년 3월~ 현재)

※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고려대 영어교육학과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교육저널리즘으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교육데스크, 정책사회데스크, 사회1데스크, 행정국장, 사회 에디터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마음은 따뜻하고 시선은 엄정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소신을 갖고 있다. 공저[한국의 파워 엘리트]와 역서[멀티미디어 조직혁명]이 있다.

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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