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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전방의 오아시스’ 軍 이동마트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이동 잡화점’ 

휴전선 인근 등 40개 지역에 ‘젖줄’ 역할하는 차량 45대 운용
신세대 장병 취향 따라 물품 다종다양… 카드 결제도 가능


▎이동마트가 비구름이 걸린 강원도 양구군 휴전선 인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애인이다, 자꾸 기다리게 되니까.”

국군복지단(단장 김갑수 소장)이 운영하는 ‘황금마차’를 병사들은 이렇게 정의한다. 팍팍한 군대 생활에 숨통을 틔어주는 청량제라고나 할까. 공식 명칭은 이동마트지만, 일반 군 차량과 달리 노란색으로 도색해 ‘황금마차’란 별칭을 얻었다.

국군복지단은 상용 트럭을 개조한 차량 45대를 40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군 마트 설치가 어려운 휴전선 인근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해안 지역 등 격·오지에 위치한 부대를 찾아간다. 이동마트는 하루에 보통 3~4개 부대를 들른다. 장병들 입장에선 일주일에 한 번꼴. 인제군 일대에 이동마차를 운용하는 최민우(53)씨는 “장병들이 보통 한 번에 2만원어치 내외로 쓴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일 기자는 최씨가 운행하는 이동마트 차량에 동승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예정된 소초엔 이르지 못했다. 18호 태풍 ‘미탁’이 올라오면서 태풍경보가 발령된 탓이었다. 이렇게 폭설·폭우가 들이닥치는 악천후 땐 운행을 멈추기도 하다. 해발고도 1000m가 족히 넘는 전방 산악지대라 포장도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을지전망대 인근 소초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상품을 사려고 이동마트 앞에 줄을 섰다. 빈 박스는 물건을 담는 데 사용한다.



▎구매한 물건들은 박스에 담아 생활관 침대 밑에 보관한다.



▎이동마트는 내부가 좁은 탓에 1명씩 들어와 물건을 고른다. 한 병사가 바구니에 컵라면을 담고 있다.



▎3.5t 트럭을 개조한 이동마트는 냉장시설도 갖춰 냉동만두,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국군복지단 인제지원본부 판매담당관인 임상현 상사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관내 이동마트 운행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장병들은 병역 의무자 전용카드인 나라사랑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산다.
이동마트에서도 현금 결제는 ‘옛말’

최씨는 스물다섯 살 무렵인 1991년부터 이동마트 운전대를 잡았다. 최씨는 “30년 가까이 운행하다 보니 장병들이 아들과 비슷한 나이가 됐다”며 “이젠 자식 돌보는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군복지단 인제지원본부장인 차후근 중령은 “험한 산악지형을 운행하는 만큼 되도록 지역 특성을 잘 아는 현지 주민을 담당자로 채용한다”고 전했다. 이동마트 담당자는 차량 유지보수와 물품 발주와 정산까지 전담한다.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이동마트는 음료수, 오래 보관이 가능한 과자류, 라면·치약·칫솔·로션 같은 화장품 등 200여 개 물품을 싣고 다닌다. 비누 외에도 클렌징폼, 샴푸 등 장병들의 다양해진 취향을 반영하는 물품도 추가된다. 군에서 최저 입찰제로 물품을 구매하는 덕에 시중 가격보다 싸다. 다만 담배는 시중 가격과 같다. 군 관계자는 “금연을 장려하는 취지”라고 귀띔했다.

이동마트는 1970년대 후반에 첫 시동이 걸렸다. 긴 세월 동안 변화도 적지 않았다. ‘판매 시점 정보관리(POS, Point Of Sales)’ 시스템이 단적이다. POS 도입 덕분에 격·오지 장병들도 현금이 아닌 나라사랑카드(병역 의무자 전용카드)로 결제한다.

이날 이동마트를 찾은 김동갑 일병은 “와야 할 황금마차가 안 오는 날에는 휴식의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겨울엔 운행이 어려울 때가 많아 한 번에 많은 양을 쟁여둬야 한다”고 구매 요령을 설명하기도 했다.

- 인제·양양=사진·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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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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