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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경제성장률 6% 시대 끝난다? 

‘회색 코뿔소(부채·그림자금융·부동산거품)’에 가로막힌 중국 경기 부양 

‘D(디플레이션)의 공포’ 속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 상승 등 물가 급등
미·중 무역 전쟁 속 바오우(保五, 경제성장률 5%) 시대 돌입 초읽기


"중국 인구는 14억 명에 달하며 중산층 인구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시장 규모와 잠재력이 거대하며 전망은 매우 밝다. 나는 ‘중국 시장은 이렇게 크니 모두 여기 와서 보시길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다. 중국은 두 팔을 벌려 각국에 시장과 투자, 성장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외국자본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외국기업의 투자금지 대상인 네거티브 리스트를 계속 줄일 것이다. 투자촉진과 보호 등의 제도도 개선할 것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민·형사상 보호 노력을 강화하겠다. 기술 봉쇄나 기술 격차를 확대하지 않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5일 제2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중국에선 국제수입박람회 등 국가급 행사의 경우 권력 서열 1∼2위인 국가 주석과 총리가 한 해씩 번갈아 주재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그런데 시 주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속 참석해 중국 경제의 대외 개방 확대와 외국 자본과 기업들에 ‘러브콜’까지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가 국제수입박람회를 개최한 애초 의도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의 시장 개방 압박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에는 외국 자본과 기업들의 투자에 무게 중심을 뒀다.

시 주석이 외국 자본과 기업들에게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낸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6.4%, 2분기 6.2%에 이어 6.0%를 기록했다. 매 분기 0.2%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 특히 3분기 경제성장률은 분기별 통계로는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4분기 경제성장률도 6%대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1%로 예상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IMF의 전망치와 비슷하거나 그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개혁·개방 1번지’이자 ‘첨단기술의 허브’인 광둥성 선전(深圳)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선전의 경제성장률은 중국 전체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선전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중국 최대 정보통신 기업인 텐센트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본사가 있다. 선전의 올해 1∼9월 경제성장률은 6.6%로, 경제특구로 지정된 1979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 둔화·실업률 상승에 공산당 위기감


중국 정부의 일상화된 통계 조작을 고려한다면 실제 경제 성장률은 공식 발표된 수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리커창 총리는 2007년 당시 랴오닝 성 당서기 시절 “랴오닝성의 경제성장률이 조작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전력 사용량, 은행 대출, 철도화물 운송량 3가지 지표를 대신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리 총리가 제시한 3개의 지표에서 각각 가중치를 더해 지수로 만들고 ‘리커창 지수’라고 명명했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 등 각종 통계의 전문가인 리 총리는 올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6.5%에서 6.0∼6.5%로 낮춰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사실상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런데 서방 경제 연구기관들은 리 총리의 지적처럼 중국 정부의 통계를 믿을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다른 지표를 조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추산하고 있다. 특히 서방 경제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리 총리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통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상황은 각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로선 시 주석이 기치로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시 주석은 ‘2개의 100주년’을 맞아 중국몽이 구현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2개의 100주년은 중국 경제 발전의 2단계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1단계는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먹고살 만한 중산층)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2단계는 2049년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에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물론 중국 공산당 정권은 ‘경제성장률 6%는 반드시 지킨다’는 뜻으로 바오류(保六)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경제성장률 6% 사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공산당 정권 유지를 위해선 적정 수준의 경제 발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민들이 배고프고 삶이 힘들면 정권(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은 실업률과 직결된다. 지난해까지는 창업 열풍과 인터넷·모바일 경제로 불리는 신(新)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 도시 실업률은 4.9%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전통적인 수출 제조업에서부터 첨단 IT 기업에 이르기까지 감원과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또 공식 통계에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 이른바 농민공(農民工)들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도시에서 궁핍하게 생활하는 고학력 저소득층인 이른바 ‘개미족’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정권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출·소비·투자 모두 하락세… 디플레이션 전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서 개막연설을 했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4~5% 전후다. 통계 당국 역시 수년 동안 4∼4.6%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국의 실질 실업률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으며 실제로는 1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재야 경제학자 저우원진은 “중국 같은 나라의 실업률이 4∼5%라는 게 말이 되는가. 진짜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10% 전후의 실업률이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실업률은 5~5.3%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면서 이 기간에 총 1079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취업연구소(CIER)와 중국의 취업 관련 웹사이트인 자오핀(招聘)의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내 외국기업들의 신규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3대 요소인 수출·소비·투자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2129억 달러(약 247조1500억원)를, 수입액은 6.4% 줄어든 1701억 달러(약 197조400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은 3개월, 수입은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16%나 급감하면서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미 수입도 14%나 줄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부진을 거듭함에 따라 둔화하는 중국 경제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도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8%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8%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올 3분기까지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4%에 그쳤다.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대폭 떨어진 49.3으로 둔화하면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수치는 2011년 11월의 49.0 이래 8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다. PMI는 제조업 3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한다. 신규 수주와 생산이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50 밑으로 떨어질 경우 경기 위축을 뜻한다.

주목할 점은 중국 경제가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9월(1.2% 하락)보다 하락 폭이 더욱 커졌을 뿐만 아니라 2016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의 월별 PPI 상승률은 올 7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PPI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이 반영된 지표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선행지표 중 하나다. PPI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이 느끼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급등하고 있다. 올 10월 CPI는 전년 동기보다 3.8%나 올랐다. 10월 상승률은 2012년 1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인 3.4%도 훨씬 뛰어넘었다. 연초 정부가 제시한 3%도 크게 웃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월 한 달 식품류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1.4% 올라 8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9월에는 11.2% 올랐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 Swine Fever, ASF)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1.3%나 상승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만으로도 10월 CPI가 2.43%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통계를 볼 때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중국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170조원 손실 낸 아프리카돼지열병, 물가 상승 이끌어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 내 사육하는 돼지 수는 전 세계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 가운데 돼지고기 비중은 무려 64%에 달한다. 중국인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연평균 5500만t으로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돼지 수는 8월 기준 3억8000만 마리로 ASF 때문에 전년 대비 1억5000만 마리나 줄어들었다.

돼지고기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편안하게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식(主食)이다. 중국 역대 황제들이 민심 안정을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써왔던 먹거리가 돼지고기다.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나 된다.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도 홍콩도 아닌 ‘돼지고기’다. 중국 공정원 원사인 리더파 중국농업대학 동물과학원장은 “ASF에 따른 직접 손실은 1조 위안(약 170조원)으로 추산된다”면서 “산업 사슬 상의 사료와 요식업은 뺀 수치”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각국에서 돼지고기를 싹쓸이하다시피 수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수출된 돼지고기는 880만t으로, 이를 모두 합쳐도 중국의 돼지고기 부족량을 채울 수 없다. 경기 둔화 현상이 뚜렷한데도 돼지고기 가격 때문에 소비자 물가가 도리어 급등하면서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가 경기둔화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때문이다.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은 더욱 떨어져 6%를 사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후 3600억 달러(약 419조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1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 수입품 거의 전체인 1100억 달러(약 128조원) 규모의 제품에 2~25% 관세를 매기고 있다. 양국은 올 10월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일종의 ‘스몰 딜’인 1단계 무역합의를 잠정 도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10월 15일 자로 2500억 달러(약 291조원)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를 30%로 인상하려다 취소했다.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 달러(약 46조~58조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키로 했다.

외자 유치 위해 각종 규제 철폐 잇따라


▎중국 쓰촨성 광안의 한 농가에서 돼지우리를 소독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중국은 11월 7일 1단계 합의에서 미국이 12월 중순 부과 예정인 1560억 달러(약 181조원) 규모의 15%의 관세와 올 9월부터 부과된 112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15% 추가관세 철회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관세 철회 합의를 먼저 발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의도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겨냥해 사실상 자국에 부과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 등 미국의 대중(對中) 강경파는 중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 금지 ▷환율조작 금지 ▷미·중 무역합의의 이행 강제 체제 확립 등의 요구 사항을 관찰하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단계적 관세 철폐에 합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8일 “중국은 관세 철회를 바라겠지만 나는 어느 것에도 합의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고 밝혀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에 따라 양국은 부분적 관세 철회나 보류 등의 카드로 일단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는 내용의 ‘스몰 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국 경제는 경기둔화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6% 사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 10월 15일 ‘외자은행관리조례’를 수정한 것도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중국 정부는 수정 조례에 따라 앞으로 자국에서 외국 자본으로만 된 은행이 설립돼 영업하는 것을 정식으로 허가했다. 중국 정부는 또 ‘외자보험관리조례’도 개정했다. ▷해외 영업 이력 30년 이상 ▷중국 내 운영 2년 이상 등 외국 보험사의 중국 영업을 위한 규정을 삭제했다. 11월 5일에는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미세먼지 저감 목표까지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각종 대책 가운데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인민은행은 10월 21일 자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4.20%로 고시했다. 9월과 같은 수준이다. 5년 만기 LPR도 9월과 같은 연 4.85%를 유지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1년 만기 대출금리를 기준금리로 써왔으나 8월부터 LPR을 사실상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8월과 9월 경기 부양을 위해 LPR을 연속으로 내렸다. 인민은행은 또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은행권의 지급준비율도 인하했다.

이처럼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던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른바 ‘회색 코뿔소’ 때문이다. 회색 코뿔소는 뻔히 보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뜻한다.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는 정부·기업·가계의 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 등이다. 시 주석은 올해 들어 각종 회의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1만2000곳 국영기업 눈덩이 부채에 진퇴양난


▎10월 11일 미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대 회색 코뿔소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부채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국의 총부채는 219조1000억 위안(약 3경 6400조원)이나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는 2008년 138% 이후 2015년 232%, 2017년 243%, 2018년 3분기 기준 253%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GDP 대비 부문별 부채 비중(7월 기준)을 보면 가계 54%, 비금융기업 155.5%, 정부 51%, 금융 부분 43.1% 등이다. 물론 중국의 부채 수준은 G7 국가들보다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다. 일본이 지난해 6월 기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71%로 최대 규모를 나타냈고, 프랑스(314%), 캐나다(290%), 영국(280%) 등으로 중국보다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157.1%로 주요 신흥국보다 2~3배 높다. IMF는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중국의 기업부채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4.4배에 달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업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국유(국영)기업에 사회간접시설 일감을 몰아주고 이들 기업은 빚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부채 중 국영기업의 부채는 120%나 된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부채 상환 부담은 10% 늘어나게 되고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부실 덩어리’라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파악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하 국영 좀비기업은 각각 2000여 곳과 1만여 곳에 달한다. 중국 시장 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 내에 아직 회수되지 않은 은행 대출은 17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이 중 1.81%가 회수 불능 상태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는 1만9000건으로 2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보하이철강은 280억 달러(약 32조원)의 빚을 지며 국영기업 역사상 최악의 파산을 맞기도했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의 채무 부담은 불어난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고 지급준비율이나 대출우대금리만 미세 조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와 올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위한 지출 규모는 모두 GDP 대비 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2015년과 2016년에 GDP 대비 10%였고, 2008년과 2009년 GDP 대비 19%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얼마나 소심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계속될 경우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 주요 경제기관들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MF는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7%로 예상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5.5%까지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05~2011년 7년간의 바오빠(保八, 경제성장률 8%) 시대에서 2012~2017년 5년 간 바오치(保七, 7%) 시대와 2017~2019년 3년간 바오류 시대를 거쳐 내년부터는 바오우(保五, 5%)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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