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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임기 만료 눈앞’ 신한·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운명 

실적은 무난··· 관건은 외부의 변수들 

조용병·손태승·김광수 ‘A학점’ 받고 사업 다각화 주력
채용비리 재판, DLF 사태, 중앙회장 선거 등이 연임 여부 영향 미칠 듯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그룹 가운데 신한·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전후 만료된다. / 사진:연합뉴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주기적으로 조찬 회동을 갖는다. 때때로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을 초청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내년 봄에도 이 모임의 멤버는 그대로 유지될까? 금융업계에서는 내년 봄 회장단의 면면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을 전후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외형적인 실적만 보면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조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고,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성공적인 지주사 안착을 꾀했다. 김 회장 역시 체질개선에 나서 역대 최대 수익 실현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점도 남아 있다. 은행과 비은행간 수익 불균형이 대표적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이익에 의존한 금융그룹 실적 고양은 한계에 직면한다. 금융지주들이 해외진출이나 우량 비은행 계열사 인수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이유다. 그나마 신한금융의 비은행 수익이 30%대를 기록했지만 우리·NH농협은 은행 수익이 비은행 수익을 압도한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연임 장애물은 외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회장 모두 크고 작은 악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전망해 봤다.

실적도 혁신도 리드한 3년 “내부 이슈도 없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을 향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신한금융그룹
2017년 3월부터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용병 회장은 2020년 2월 3년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임기가 내년에 끝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올 9월 창립 18주년 행사에서 ‘일류 신한’이라는 새 도전을 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취임 초부터 추진한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이어 ‘일류 신한’을 언급한 것은 연임 의지의 피력”이라고 분석했다. 취임 당시 조 회장은 ▷조화로운 성장을 통한 그룹가치 극대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디지털 신한으로 업그레이드 ▷신한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 등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조 회장의 ‘일류 신한’으로의 도약 천명은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 회장의 3년 임기가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KB금융지주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7년 만에 리딩금융그룹 자리에 내줬다. 당시 KB금융의 2017년 순이익은 3조3119억원으로, 전년보다 54.49% 증가했다. 반면 신한지주는 희망퇴직 등으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순이익 2조9179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취임 초 “국내 1등 금융그룹 자리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조 회장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한 조 회장은 비은행 부문 확장에 무게를 두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그 결과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사업 순익이 37%나 성장한 3215억원으로 끌어올렸고, 2018년 누적 당기순이익도 3조156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KB금융은 순이익 3조689억원으로 1년 만에 ‘리딩뱅크’ 지위를 내려놨다.

신한금융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960억원을 달성하며 KB금융을 1189억원 차이로 제쳤다.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와 아시아신탁을 잇따라 인수하는 과감한 베팅으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것이 1등 자리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도 나왔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이익 비중도 34%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아 수익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해외 순익 비중 10% 달성 ▷혁신금융추진위원회 출범 ▷연금부문 매트릭스 조직 개편 ▷신한퓨처스랩 운영 등 다방면에서 금융그룹사들을 자극하며 업계를 리드하는 금융그룹사로 자리매김했다는 면에서 조 회장의 경영 수완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조 회장의 연임을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꾸준한 몸집 불리기와 실적 개선 등 연임할 만한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지배구조 등 내부적으로 특별한 이슈도 없었기 때문에 큰 결격 사유는 없다고 본다”고 평했다.

그렇다고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건 채용비리 관련 재판이다.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는 채용 청탁자 및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맞추기 위해 101명의 점수를 바꾼 혐의(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1월 13일 열린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에서 조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거나 “구체적인 채용 절차는 실무진의 일이라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1심 결심 공판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 리스크 떨쳐낼 수 있을까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 악재를 물리치고 연임에 성공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 사진:우리금융지주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만료됨에 따라 이번 재판이 차기 회장 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연임이 유력시되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재판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1심 선고가 빨리 나오는 게 유리하다.

신한금융지주 내부 거버넌스(governance)에 따르면 확정판결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이는 5년간 취업이 금지되며 지주 회장 후보로 나올 수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1심 선고 결과가 회장 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1심에서 금고형 이상이 나온다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재판 리스크’를 안은 채 그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심에서 금고형 이상 결과가 나온다면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의 회장직 도전도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임기 만료 2개월을 남겨놓고 퇴임한 위 전 은행장은 당시 이른바 ‘남산 3억원(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축하금 논란)’ 사건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올 6월,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위 전 행장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앞서 위 전 행장은 조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두고 두 차례 맞붙었다. 2015년에는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2017년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직을 놓고 경쟁을 펼친 바 있다. 2015년에는 조 회장이 승리했고, 2017년 경쟁에서는 위 전 행장이 회추위 최종 면접에서 자진 사퇴 의견을 밝히는 바람에 조 회장이 회장직을 거머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은 매주 진행되는 공판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있다”며 “다가올 재판 결과가 연임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올 1월, 지주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도 이목을 끈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6657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면서 지주회사로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측 관계자는 “지난 반기에 이어 경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면서 “손태승 회장 취임 이후 우량자산 위주의 리스크 관리를 지속한 점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올해 순이익이 2조1673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지주사 편입 전) 우리은행 순이익(2조190억원)보다 8% 성장한 규모다.

동양·ABL자산운용과 국제자산신탁의 인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시키는 등 업계의 예상보다 빠르게 지주사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 수익 다각화 기반을 닦는 데 성공했다”며 “내년에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의 계열사 편입도 이뤄질 예정이라 상황은 더욱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뇌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 이익 비중이 가장 높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1523억원으로 그룹 전체 이익의 97%를 차지했다. 평균 70~80% 수준인 경쟁사와 비교해 쏠림이 뚜렷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려 명실상부한 지주사 외형을 갖추는 게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핵심 과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고작 10%로, 신한금융(34%), KB금융(28%), 하나금융(18%) 등에 비해 크게 낮다.

금융당국은 최근 불거진 해외 파생상품(DLF) 사태를 우리금융의 내부 상황에 투영해 설명하기도 했다. 올 10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감에서 “우리은행이 은행에서 지주 쪽으로 가면서 업무 다각화나 수수료 수익 확대 등에 상당히 압력을 느끼면서 조급하게 추진하다가 DLF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이유다.

DLF 사태, 무리한 지주 안정화 탓?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9월 19일 성남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금 전액손실’ 위기까지 갔던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상품은 수익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만기가 11월 12일이었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의 수익률이 2.2%로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DLF의 잔액은 113억원이었다. 만기가 11월 19일인 2개 상품의 경우에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각각 평가일인 14일 -0.33%, 15일 -0.3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률 2.3%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만기가 11월 11일이었던 DLF 상품은 하루 차이로 손실률이 21.5%로 확정됐다. 우리금융 측은 “손 회장이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다각도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밝히며 그나마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 손실률이 감소한 부분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DLF 사태를 놓고 손 회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의 상품 손실로 인해 수장이 바뀐 경우는 드물다”며 “금융지주 내에 역할 분담을 위해 임원 체제를 둔 것인데 특정 사안에 대해 손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지주나 회장에게도 리스크”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임시 이사회에서 초기 지주사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임기 1년의 금융지주회장과 겸직하도록 결정했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임기가 만료된다. 겸직하고 있는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이런 이유로 우리금융지주 상황에선 행장 임기 만료 때까지는 당분간 겸직 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많다.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는 “지주체제로 전환했지만 그룹 내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회장과 은행장 분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흐름도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수장 임기가 짧으면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그룹에 부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의 관측도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장 임기가 내년 12월까지고 지주사 전환이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장 교체는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며 “은행장 임기에 맞춰 회장직도 한시적으로 연임한 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지분 17.3%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가 연임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지난해 새롭게 탄생하는 금융지주 회장 하마평이 무성할 때 겸직을 제안한 인사가 예금보험공사 측 비상임이사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완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금융계 관심사다. 2018년 5월에 취임한 김 회장은 내년 4월, 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김 회장이 보여준 성과는 인상적이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18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8598억원) 대비 41.8% 증가한 규모로, 지주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이었다. 더구나 약 4000억원의 농업지원사업비와 1000억원가량의 사회공헌비를 지출하고도 거둔 성과였기에 뜻깊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반응은 신중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2007년 1조 클럽 후 11년 만에 이전 수준의 손익 회복에 그쳤다”고 현 좌표에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후 취임 1년을 맞은 올 5월 2기 농협금융 운영방향에 대해 김 회장은 ▷체질개선 ▷미래성장 기반 마련 ▷농산업 가치 제고 ▷인재양성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새롭게 제시했다. 9월에는 NH농협 금융지주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가 좌우할 듯


▎올해 5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내 방송에 출연해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농협지주
체질개선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올해 전망은 지난해보다 밝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 1조393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이익을 넘어섰다.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적 개선에 NH농협은행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가운데 85%가 NH농협은행에서 나왔다.

특히 김 회장 취임 직전인 2018년 1분기 은행 비중이 74%였던 점을 고려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은행·비은행 간 불균형이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증권·자산운용·신탁 등 크고 작은 매물이 나올 때마다 각종 인수합병(M&A)을 고려하는 이유가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도 대출이자 인하를 꾸준히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높은 수익 의존도는 외부 환경에 따라 지주 전체의 이익 규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은행·비은행 간 수익 불균형에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이 붙고 있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처럼 임기 2년을 마치고 1년 더 연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시 변수는 있다. 내년 1월 31일께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2018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김 회장이 내정되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독립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임원 추천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내이사에는 농협중앙회 출신이 포함돼 있었다.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일정 부분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NH농협금융지주는 임기 만료 40일 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한다. 현재 임원추천위원회에 포함된 5명 모두 내년 3월 31일 전에 임기가 끝난다. 누가 농협중앙회장에 뽑히느냐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외부 변수도 개입할 여지가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등을 거친 김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는 고교-대학 선후배 사이다. 이런 점을 이유로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권 주요 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대 금융지주 회장이란 자리가 한두 가지 요소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며 “실적이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변수에 의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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