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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그랜드 CEO in KOREA(10)]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닥공(닥치고 공격)’ 경영 

“위기는 후발주자와의 격차 더 벌릴 기회” 

‘태·평·두’ 가문경영 통해 회장으로 취임, 전선·전기·제련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기업 키워
기존 사업과 디지털 접목 꿈꿔… 사촌 동생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본격화


▎지난 9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안양 LS타워에서 개최된 ‘LS T-Fair 2019’에서 임직원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사진:LS그룹
"비행기가 이륙할 때에는 바람의 힘을 뒤에서 받지 않고, 맞서기 때문에 뜬다는 것을 기억하라.”

구자열(66) LS그룹 회장의 별명은 ‘야전 사령관’이다. 현장에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결단력이 강하고, 한번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는 기질이 내재해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따르면 구 회장은 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해 7박 8일 동안 650㎞에 달하는 극한의 레이스를 돌파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자전거에 꽂힌 구 회장은 2009년 대한자전거연맹 회장까지 맡았다. 자택이 위치한 서울 논현동에서 경기도 안양 LS타워까지 약 40㎞에 달하는 출·퇴근길을 사이클로 다니기도 했다. 자전거 300대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5대는 100년 넘은 유럽산 골동품이다. 그룹 자회사를 통해 ‘바이클로’란 자전거 체인을 열기도 했다.

이런 구 회장에게 2019년은 계속 불어온 맞바람 탓에 의도했던 레이스가 주줌한 시간이었다. 특히 한·일 무역 갈등은 LS의 핵심이라 할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흔들리게 할 만한 악재였다. 그룹 계열사인 LS니꼬동제련만 해도 1999년 LG금속과 일본 JKJS(일·한연합제련) 컨소시엄의 합작투자를 통해 탄생한 회사다. 2005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구 회장은 매년 4~5월이면 일본을 방문한다. 현지 협력업체 관계자들과의 인맥을 다지기 위함이다. 구 회장은 LG상사 일본지역본부장 출신이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한·일 비전포럼’의 경제 분야 일본 전문가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한·일 갈등 국면이 불확실성에 갇힌 시점이었던 2019년 9월 23일. 구자열 회장은 LS 타워에서 그룹 최고위 임원, 최고기술책임자 및 연구원 400여 명이 참석한 ‘LS T-Fair 2019(연구개발 성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최근 기업 최대 현안인 한·일 무역 갈등의 격화 양상 속에서 결국 연구개발(R&D)과 혁신이 이 난국을 타개할 핵심 열쇠”라며 “주력 사업분야에서 고(高)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 개발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대응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면 R&D 우수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상 모든 조직의 위기는 정체에서 비롯된다. 성장을 멈추는 순간 쇠퇴가 기다리고 있다. LS그룹처럼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일수록 위기에 둔감할 수 있다. 구 회장이 수장으로서 가장 먼저 균열의 징후를 감지하고, 특유의 정면 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사촌 형 밑에서 10년 기다려 경영권 승계

구자열 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이다.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의 넷째 동생이다. 구평회와 셋째 동생 고(故) 구태회(LS전선 명예회장), 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두회(예스코 명예회장)가 LG그룹 계열 분리 때, 함께 나와 2003년 결성한 그룹이 LS다. 세 명예회장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불리는 ‘태·평·두’ 시대는 아들 대(代)인 지금까지도 LS에서 건재하다.

LG는 경영권 분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지속해서 계열 분리를 해왔다. 그 결과 1992년 희성그룹, 1999년 LIG그룹, 2000년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6년 LF그룹 등이 떨어져 나왔다.

구자열 회장의 커리어가 LG에서 주로 쌓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1990년 이 회사 이사대우로 임원이 됐다. 이후 일본지역본부 이사와 LG증권 국제부문 전무이사와 영업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일본에 관한 구 회장의 관심은 이때부터 배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과 LS그룹의 인연은 2001년 LG전선(LS전선의 전신) 재경 부문 부사장에 오른 뒤 본격화됐다. 계열 분리가 된 2004년부터 구 회장은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LG전선 대표이사 부회장(2004~2008년)을 역임한 뒤 2008년 12월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인 LS전선, LS엠트론, LS니꼬동제련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LS가 2003년 LG에서 계열 분리할 때, ‘태·평·두’ 중 가장 연장자인 구태회 가문에서 먼저 회장직을 수행했다. 구태회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이 그룹회장을 맡은 것이다. 구자홍 회장은 2012년까지 10년간 그룹 수장으로서 일했다. 이후 2013년부터 구자열에게 회장직이 돌아왔다. 구평회 가문에서 이어받은 것이다. 그렇게 구자열 체제에서 LS는 7년을 보냈다. LS는 2019년 재계 17위(자산 22조 6000억 원) 기업이다.

기업 규모에 견줘 LS는 상당수 국민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소비재보다 인프라 산업에 주력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L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전선(LS전선), 기계(LS엠트론), 동제련(LS니꼬동제련), 에너지(LS산전)에 집중돼 있다. LS란 그룹명도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에서 따왔다. ㈜LS가 지주회사로 자리하고,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LS와 지분 관계로 얽히지 않은 계열사들도 구씨 일가의 친족경영 체제 아래 있다. LS그룹의 우산 아래 놓여있는 구조다. 시장은 ‘태·평·두’ 가문의 사촌경영 체제에 균열이 가지 않는 한, 기업 지배력이 견고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실제 LS그룹은 구자열 회장의 후계자로 구두회 가문의 장자인 구자은 LS엠트론 사업부문 회장을 사실상 내정한 상황이다.

LS그룹이 LG에서 분할해 나왔을 때,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규모를 떠나 안정적인 알짜회사를 가져왔다는 의미였다. LS그룹의 최대 강점은 ‘높은 진입장벽’이다. 산업의 특성상, 경쟁회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업종을 선점한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 출범 이후 주력 사업인 산업용 전기 및 전자, 소재, 에너지 분야에서 국가기간산업 구축에 기여했다. 핵심 기술의 국산화, 인수·합병(M&A) 등 혁신에 기반을 둔 글로벌 성장 전략 덕분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그룹의 외형을 키울 수 있었다. 분리 당시 매출 7조3500억원, 영업이익 3480억원이었던 LS는 2018년 매출액 22조9015억원, 영업이익 8446억원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총수가 없는 농협·포스코·KT를 제외하면 자산 규모 기준 재계 14위에 해당한다.

장점이 곧 약점인 그룹 포트폴리오


▎구자열 LS그룹 회장(가운데 오른손 든 이)이 10월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위치한 홍치전선을 방문해 산업용 특수 케이블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LS그룹
LS그룹은 현재 50여 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만 약 1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중동 등 전 세계 25개 국 100여 곳에 현지 생산법인, 판매법인, 지사, 연구소를 두고 있다.

LS는 국가기간산업에서 과점의 입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에너지,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전선은 필수다. 가령 국내에서 한국전력과 SKT, KT 등이 있는 한, LS는 안정적 수요처다. 중국·중동·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해외 시장을 개척할 공간이 넓어진다. 글로벌 경제가 호전된다면,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도 확장할 수 있다.

전력 부문 역시 안정성과 기술력에 걸쳐서 오랜 시간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사업이다. 후발주자가 추격하기 어려울수록 해자를 깊이 파놓은 LS산전의 가치는 상승한다. LS산전은 2019년 1분기 전력기기에서 65%, 시설 안전에 필요한 배전반에서 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S니꼬동제련은 그룹에서 가장 큰 실적을 책임진다. 2018년 말 기준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동제련 30.3%, 전선 28.7%, 에너지 21.3%, 기계 13.9%, 기타 5.7%로 나타났다. 니꼬동제련은 전기, 전자 산업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동(銅, 구리)를 다룬다. 이 중 니꼬동제련의 전기동 제품은 런던 금속거래소 최고등급인 ‘Grade A’로 등록됐다. 고순도 99.99% 이상의 제품이다. 전기동은 전선과 통신용 케이블, 배관재 등에 이용된다. LS니꼬동제련의 전기동 생산능력은 연 64만2000t에 달한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2019년 1분기 기준 점유율 58%)다.

트랙터 등 농기계와 생산설비,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부품을 제조하는 LS엠트론은 글로벌 영업을 확장 중이다. LPG 사업체인 E1도 21.6%(2019년 1분기 기준)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경쟁자들의 침입을 차단하는 ‘깊은 해자’는 LS의 장점이자 과제다. 수성(守成)에는 유리하지만, LS 역시 확장할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룹 주력사 대부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 LS도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LS전선은 국내 성장이 더는 쉽지 않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성숙기에 진입한데다 한국전력·KT·SKT 정도를 제외하면 새롭게 LS전선에 수주를 맡길 대형 구매자가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예전 같지 못하다.

LS산전의 매출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마저 위협받는 현실에서 한계에 봉착했다. 2017년 8월 이래 잊을 만하면 화재가 발생한 ESS 설비는 가동 중단되기 일쑤였고, 신규 수주도 차질을 빚었다. 이는 LS산전에 악재로 작용했다. 기업들이 국내에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전 모멘텀이 나오기 힘들다. LS니꼬동제련도 원자재 구리의 가격이 올라가면 부담이 커진다. 프로스펙스로 알려진 LS네트웍스도 내수경기 악화와 아웃도어 시장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LS엠트론은 2017년 알짜사업인 LS오토모티브를 매각했다. 이로써 트랙터 사업 집중도가 심화했다.

LS를 재무위기에서 구한 ‘크리스토퍼 구’


▎LS산전 청주 스마트공장에서 무인운반차(AGV)가 생산된 전자접촉기 완제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 사진:LS그룹
안정성과 위기감이 공존하는 LS에서 구자열 회장은 성향에 걸맞게 ‘공격’을 선택했다. 강력한 구조조정, 글로벌 시장 공략, 미래사업 발굴, 디지털 강화 등의 행보가 그것이다.

구 회장은 2013년 취임 이래 비주력 사업에 관한 몸집을 꾸준히 줄였다. 핵심사업과 관련성이 적거나 수익을 못 내는 사업이 타깃이 됐다. 그 대표적 사례가 수페리어에식스 구조조정이었다. 구 회장의 이 결단 덕분에 LS그룹은 위기를 비껴갈 수 있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LS전선은 2008년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에식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2010년에는 진도와 제주도를 잇는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구 회장은 미국·유럽·중국 등에 분산돼 있던 수페리어에식스 해외 공장을 폐쇄하거나 통합했다. 이밖에 통신 솔루션, 바닥재 사업을 정리했다. LS의 재무구조 약화는 멈출 수 있었다.

내부를 정비한 뒤 구 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에 총력전을 선언했다. 구자열 회장의 영어 이름은 ‘크리스토퍼 구’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구 회장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LS 이광우 부회장 등 LS 수뇌부는 2019년 10월 중국을 방문했다. LS전선 중국법인 중 하나인 홍치전선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주력 생산제품인 초고압케이블, 산업용 특수 케이블 생산 공정도 살폈다.

2019년 5월에는 LS니꼬동제련 공동 출자사인 일본 JX금속을 방문했다. 얀마, 후루카와 전기, 미쓰비시 자동차, 몽벨 등 LS의 주요 사업분야 파트너사 경영진과 기술적, 사업적 협력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2월에도 일본 도쿄를 찾았다. 3월에는 대통령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말레이시아에 갔다.

LS는 계열사별로 전 세계적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력인프라, 스마트에너지, 디지털 전환 분야에 핵심 기자재 및 기술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미래 성장 모델을 설정했다. 초전도케이블, 마이크로 그리드, 초고압직류송전 등 다소 생소하지만,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기술 분야에 뛰어들었다.

LS전선은 초고압·해저·초전도 케이블 분야에서 보유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폴란드·베트남·미얀마 등으로 진출했다. 2018년 6월 인도네시아 AG그룹과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자카르타시 인근 부지에 전력 케이블 공장을 착공하는 데 합의했다. 이어 11월에는 미얀마 틸라와 경제특구에 공장을 준공했다. 2019년 5월에는 폴란드 지에르조니우프시에 전기차 배터리용 부품과 통신용 광케이블 생산 공장을 지었다.

LS산전은 2018년 일본 홋카이도와 한국 부산에 ESS와 연계한 ㎽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일본 미토 메가솔라파크, 2019년 하나 미즈키 태양광 발전소 수주 등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6월에는 일본 모리오카시에 구축되는 50㎽급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LS니꼬동제련은 순도 99.99% 전기동 생산량에서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 규모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대응해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련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인프라산업에 디지털을 입히다


▎LS산전 관계자가 28MW급 일본 치토세 태양광 발전소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LS그룹
산업기계와 첨단 부품을 맡은 LS엠트론은 환경 규제를 뛰어넘는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트랙터를 개발했다. LPG기업 E1은 싱가포르, 휴스터 등 해외 지사를 거점으로 네트워크와 트레이딩을 확대하는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2015년부터 ‘R&D 스피드업’과 디지털 전환을 그룹의 미래 전략으로 강조해왔다. AI, 빅데이터, 스마트 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전통적 제조업 기업인 LS를 디지털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2019년 1월부터 지주사 내에 미래혁신단을 신설했다. 후계자로 꼽히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가세해 디지털 전환 실행 촉진과 계열사 시너지 창출, 인재 양성을 추진 중이다.

LS전선은 전선업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 사업에 착수했다. 제품과 자재에 통신 센서를 부착해 핸드폰으로 위치와 재고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제품 출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이동 경로 추적을 통해 운송 중 도난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LS산전은 청주사업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바꿨다.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 등 모든 설비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 깔았다. 이후 청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은 7500대 수준에서 2만 대로 확대됐다. 에너지 사용량은 60% 이상 절감됐고, 불량률은 1백만 분의 6수준으로 급감했다. 스마트 공장 설비를 위해 LS산전은 2011년부터 4년간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LS니꼬동제련은 온산제련소에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ODS를 추진 중이다. 세계 2위 생산량을 기록하는 온산제련소에 효율성과 안전성, 환경 친화성을 아우르는 글로벌 제련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LS엠트론도 실시간 생산 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및 설비 예방 보전 시스템 활용 등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로 트랙터 연 2만 대 생산 돌파에 성공했다. 8년 만에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

구자열 회장은 2010년부터 전경련 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4년에는 한국발명진흥회장, 2015년에는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정책 심의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했다. 2019년에는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추대됐다. 구 회장은 2011년 사회공헌을 위해 계간지[보보담]을 창간해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보보담]은 한·중·일 문화를 비교하는 인문 풍경 잡지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세계 3대 기업 홍보물 국제 공모전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스트리드 어워드는 2018년 [보보담]에 예술·문화 잡지 부문 은상을 수여했다.

구자열 회장의 下山 시점은?

이렇게 전방위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구자열 회장 앞에는 오를 때보다 더 힘겹다는 하산(下山)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LS는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세 창업주 가문의 그룹 지분율을 4:4:2로 나눴다. 가문의 누군가가 주식을 내놓으면 가문의 다른 누군가가 사들이는 구조다. 이 모든 것은 세 가문의 협의에 따라 이뤄지기에 특정 가문의 독주나 이에 따른 분쟁을 막아왔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으로 구 회장이 아니라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을 지정했다. 현 회장에 일방적으로 힘이 쏠리지 않는 LS그룹의 특수성이 함축돼 있다.

구자열 회장이 차기 그룹 회장으로 유력한 구자은 엠트론 회장을 해외 출장이나 국내 주요 행사에 대동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일종의 경영 수업으로 비치는 것이다. 둘의 동반 출장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이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문 경영이 워낙 견고한 데다가, 사업의 특수성이 강한 탓에 LS는 과도한 내부거래로 빚어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 회장이 최근 투명경영을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구 회장의 장남은 구동휘 ㈜LS 상무다. 지분율로 봤을 때 LS 3세 경영의 선두주자라는 시선을 받는다. 1982년생인 구 상무는 2013년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한 뒤 3년 만에 임원으로 승격됐다. 2017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8년부터 ㈜LS로 옮겼다.

구자홍 회장의 아들 구본웅은 LS그룹 바깥에서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벤처캐피탈 회사 포메이션그룹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아들인 구본규가 LS엠트론 전무, 고(故) 구자명 회장의 아들인 구본혁이 LS니꼬동제련 부사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아들인 구본권이 LS니꼬동제련 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구동휘 상무가 현재까지는 월등히 많다. 구 상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녀인 박상민 씨와 결혼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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