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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융·복합으로 주목받는 인문사회계 연구자들 

금융에 공학 접목한 류두진(성균관대), AI 로봇 법 문제 다룬 김진우(한국외대) 

한희섭·현성협·이충기 교수, 관광학 분야 국제학계서 두각
‘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교수, 청년세대 연구 논문 인용 많아


▎김진우 한국외대 교수는 “자율주행차·AI는 아직 판례가 적지만 꼭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 사진:한국외대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정보공학부 출신이다. 공학도가 경제학에 발을 디딘 계기는 학부 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경제학 수업이었다. 이 교수의 인품과 경제학의 재미에 매료된 그에게 ‘이준구 교수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7년, 류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신진연구자’로 꼽히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국내 교수들의 최근 4년간(2014~2017년) 국제 논문 실적을 분석한 결과, 류 교수는 사회과학 계열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문이 인용되는 연구자 중 한 명이었다. 39세인 그는 공학도 출신답게 빅데이터·머신러닝·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금융에 접목한 연구로 경제학계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한국 학자로서 외국 시장을 분석하기보다는, 한국 시장을 연구해 해외 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다”며 “지금도 80~90% 이상은 한국 데이터로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의 논문 가운데에는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관한 논문들이 널리 인용되고 있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에 대한 법적 문제를 연구한 논문 등으로 많은 피인용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콘텐트 거래의 법적 쟁점이나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개인정보 문제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문젯거리가 그의 논문 주제가 됐다.

공익법인과 소비자법을 주로 연구하던 김 교수는 “자율주행차나 AI는 아직 판례나 사례가 별로 없지만, 꼭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낯선 용어가 많아 공학 지식을 쌓으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30여 편의 논문을 쓴 그는 요즘도 1년에 8편씩 논문을 쓴다. 거의 모든 논문을 공동저자 없이 홀로 집필한다. 김 교수는 “주중엔 강의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고 주말과 방학엔 논문을 쓴다. 약속도 잘 안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외대는 강의상과 연구상을 동시에 수여하기도 했다.

한류의 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학 각광


▎류두진 성균관대 교수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신진연구자’로 꼽히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사진:성균관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관광학 분야의 국내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 국제 학계에서 활발히 인용되고 있다. 한희섭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 현성협 한양대(서울) 관광학부 교수,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충기 경희대 교수는 지난해 1년 동안 국제학술지 논문 12편, 국내 학술지 논문 13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릴 만큼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논문의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피인용 실적도 사회과학 계열 상위다. 이 교수는 “시의성 있는 연구 주제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공항에서 입국하는 관광객을 하나하나 설문 조사했다. 2012년 여수 엑스포에서 방문객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때는 행사의 방문객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실현율’ 지표를 내놨다.

그는 “1987년 미국 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관광학계 1인자였던 존 크럼프턴 교수 같은 석학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는 관광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연구자로 크럼프턴 교수와 함께 거론되게 됐다”고 말했다.

피인용 실적 상위에는 청년 세대를 조명한 연구자들이 눈에 띄었다. “사회학은 그 사회의 마음을 탐구해야 한다”며 ‘마음의 사회학’을 주창한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그중 한 명이다. 그가 2015년 발표한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 세대’라는 논문은 지난해까지 60회 넘게 인용됐다. 김 교수는 청년 세대를 민주화나 자유 등 추상적 가치보다 생존이 더 중요한 ‘생존주의 세대’로 정의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를 낯설게 느낀다. 공격하고 비판하기보다 그들이 공유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희모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글쓰기를 25년 넘게 연구해온 ‘글쓰기 전문가’다. 정 교수는 인문학 교수 가운데 국내 논문 피인용 실적이 두 번째로 높았다. 원래 문학을 연구하던 그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읽고 쓰기라고 생각하고 글쓰기 연구에 주력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문장이 사라지면서 청년들의 문장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글쓰기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논문이 많이 인용된 것에 대해서도 “읽고 쓰는 능력이 여전히 창의력의 바탕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더욱 주목받는 연구 분야도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학이다. 김영주 경희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인문학 계열 피인용 실적이 세 번째로 높은 연구자였다. 김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어떻게 습득하는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연구한다. 그는 “20여 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로 동아시아에서 한국어 붐이 불면서 한국어 교육 연구가 많아졌다”며 “지금은 BTS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아시아를 넘어 한국어 교육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찾은 유학생을 분석하며 연간 10편 이상의 논문을 내고 있다.

-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최은혜·김나윤 중앙일보 기자 / 이태림·장유경·정하현 연구원, 김여진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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