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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文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함정 

“무늬만 공공기관 자회사 용역업체와 다를 게 없다” 

임금, 고용안전성에서 정규직화 취지와 따로 놀아
정치권 낙하산 인사, 공공기관 퇴직 임원 재취업 창구로 변질


▎사진:© gettyimagesbank
"저는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새 정부의 주요 시책의 하나로 공공부문 고용 구조에 일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대상으로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요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황은 얼마나 호전됐을까. 2019년 7월, 고용노동부는 전환 대상 중 90.1%에 달하는 18만5000명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중 84.9%인 15만7000명이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를 인용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결정이 나고도 아직 실행되지 않은 2만8000 명의 비정규직은 공중에 붕 떠 있는 격이다.

또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18만5000명 중에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만5000명 중 기존 기관이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80.7% 달한다. 나머지 19%에 달하는 3만여 명은 기존 기관이 아닌 자회사를 신설해 흡수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가 이뤄졌다. 대략 46개 자회사에 채용됐다. 노동계는 “자회사 전환은 사용과 고용을 분리한 간접고용”이라며 “현장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식으로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자회사 전환 구멍 열어둔 정부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정규직 전환 방식은 세 가지다.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법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제3 섹터로 흡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채용’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애매한 탓이다. 어떤 조건과 환경일 때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직접고용만 허용되는 생명·안전 업무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등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 없는 가이드라인이었던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초 발표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는 “자회사 상용직 방식은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을 거부하는 방식임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대세로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고용 방식이 피치 못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활용돼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정규직 전환의 편의적 방편으로 쓰인다는 비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 설명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상용직 방식을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정부 가이드라인의 가장 심각한 폐해”라고 지목한 바 있다.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경영상의 부담 때문이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퇴직충당금이 부채로 잡혀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성과급 지급은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기관장이 교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정책 기조가 달라질 경우 규모가 큰 공공기관이 구조조정 우선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며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이런 우려와 문제 인식을 공유한다”고 밝히기도 한다.

정규직 전환은 했지만, 정부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빚는 경우도 있다. 임금이 전보다 더 나빠진 사례다. 인천공항 공사가 2019년 7월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준 자기부상 철도 노동자들이 그렇다. 이들 노동자 62명의 6개월간 인건비는 정규직 전환 전보다 약 9000만원 줄었다. 정규직화가 허울만 좋을 뿐 용역 노동자 시절 대우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어떤 기관은 12 등분한 정기상여금을 매달 급여에 추가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자회사 청소노동자의 경우 기본급이 월 164만8688원으로 월 최저임금보다 10만원가량 적은 실정이다.

결국 신설 자회사가 ‘덩치만 큰 용역회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커지자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 40여 곳에 대해 사업 계약방식, 노동조건 등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자회사와의 계약방식과 낙찰률, 자회사 이윤 등의 운영실태와 자회사 소속 노동자의 임금 및 처우 등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실태조사가 마무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자회사 형태 정규직 전환이 갖는 맹점이 어떻게 드러날지 노동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규직화를 위한 자회사가 ‘용역 회사’에 불과하다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별개로 자회사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갖는 이들은 따로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에 여권 인사들이 밀려든다. 월간중앙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자회사를 만든 공공기관은 총 38곳에 이른다. 이들이 설립한 자회사도 43곳에 달했다. 이 중 9곳에 문재인 정부 및 여당에 관련된 인사가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반복되는 청와대 비서관, 의원 보좌관 출신 내려보내기


▎2019년 6월,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 노조원들이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수광양항만공사 자회사 여수광양항만관리주식회사 대표이사에는 김재우 전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이,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자회사 제이디씨파트너스㈜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제주시 이호·도두·외도동 지역구에서 도의원을 역임한 바 있는 김진덕씨가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면세점·박물관·국제학교 관리소 등의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화하고자 설립된 제이디씨파트너스는 올해에만 11번의 계약직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2018년 11월 한국감정원은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부동산 자료와 가격 조사 회사인 KAB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초대 KAB파트너스 대표에 더불어민주당 영주문경예청 당협위원장이었던 박영기씨가 선임됐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문경시의원 민선 3,4대 의원을 지낸 박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문경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박씨는 문경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문경작물보호협동조합 이사장, 마성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와 부동산 관련 일을 주로하는 KAB파트너와의 업무 연관성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14개 공항과 4개 공항시설을 관리·운영하고자 만든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KAC공항서비스는 문재인 대선후보 노동캠프 팀장과 특보 출신인 이상연 전 민주당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태영 씨는 이 회사의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또한 자회사(LX파트너스) 대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대위에서 활동했고,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성기청 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경비·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케이에스드림의 대표이사인 김남수씨도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김씨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2비서관 등을 거쳤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 캠코시설관리의 송기복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회사 LH사옥관리와 LH상담센터는 두 곳 모두 대표이사가 여권 출신이다. LH사옥관리 김태환 대표이사는 민주당 밀양·의령·합천·함안 지역위원장 출신으로 경남 노사모 대표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김유임 LH상담센터 대표이사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문재인 대선후보 여성본부 상황실장 출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저마다 대선 공신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며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 자리가 한정된 상황에서 신설된 자회사는 뜻밖의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정치권 입김에만 노출되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 퇴직 임원들의 재취업 창구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월간중앙이 분석한 결과, 정규직화를 위해 만든 자회사 43곳 가운데 모(母)기관·단체 임원이 대표로 옮겨간 곳이 23곳에 달한다.

한날 모회사 퇴직하고 자회사 재입사… 공시의무도 위반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5개사 모두 회사 임원을 자회사 대표로 앉혔다. 이 가운데 한국중부발전 자회사 중부발전서비스 염흥열 대표는 2018년 12월 3일 한국중부발전을 퇴직하고 같은 날 중부발전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남동발전 자회사 코엔서비스 안영대 대표는 한국남동발전 퇴직일과 코엔서비스 입사일이 하루 차이다.

한국동서발전의 자회사(EWP서비스) 대표인 정영철 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장은 2019년 5월 8일 한국동서발전을 나와 이튿날인 5월 9일부터 EWP서비스를 이끌게 됐다. 한국남부발전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든 코스포서비스에는 한국남부발전 퇴직 임원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이성선 전 한국남부발전 수석전문위원이 코스포서비스 대표로, 또 다른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해 7월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관광공사의 재출자회사이자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자회사인 지케이엘위드 대표이사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소통실장을 역임한 문태금씨가 2019년 7월 17일 부임했다. 문 대표의 그랜드코리아레저 퇴직일은 2019년 7월 16일이었다. 한국관광공사 전효식 전 국제관광실장도 퇴사한 지 하루 만에 자회사 대표로 명함을 바꿨다. 2019년 6월 말까지 한국관광공사 소속이었다가 퇴직 후 같은 해 7월 1일 자로 케이티오파트너스(주)의 대표로 옮겼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한전MCS㈜ 권기보 대표와 한전FMS㈜ 이병식 대표 역시 2019년 6월 30일 퇴사해 이튿날인 7월 1일 나란히 자회사로 적(籍)을 옮겼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용역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중진공파트너스’ 주식회사의 초대 대표에 조내 권 전 중진공 일자리지원본부장이, 기업은행이 청소·시설관리·운전·청원경찰 등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 승계하기 위한 자회사 ㈜IBK서비스에는 오충환 전 기업은행 중국법인장이 대표이사로 왔다. 기술보증기금이 설립한 자회사 기보메이트 대표이사에는 김주현 전 부산지역본부장이 선임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 지역난방안전㈜과 지역난방플러스㈜에도 모회사의 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특수경비와 현금수송을 위해 콤스코시큐리티를, 시설관리와 환경미화 등의 업무를 위해 콤스코투게더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두 자회사 대표에는 황근하 전 노사협력실장을 선임했다. 그러나 한국조폐공사는 경영 공시 퇴직 직원 채용현황에 황 대표의 채용 사실을 명시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은 최근 5년 안에 퇴임한 직원이 자회사(출자회사) 등으로 재취업한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역시 자회사 케이앤에프파트너스㈜에 오문교 전 인사노무처장을 대표로 임명했지만, 퇴직직원 채용현황에 밝히지 않았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퇴직 임직원이 출자기관 등에 취업하고자 할 경우에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의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재취업이 거부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심사위원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제 식구 심기 관행은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이창원 한성대(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정치권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운법 제정 당시 참여했던 이 교수는 공무원들의 재취업 관행에 대해서도 “공운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세세하고 꼼꼼하게 만들어놨다”면서도 “그러한 것을 뛰어넘는 것이 공공기관에 속한 사람들의 재주”라고 비판했다. 나쁜 관행을 방지하려고 새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 해도 또 다른 꼼수를 써 우회적으로 공공기관을 차지하는 게 정치권과 공무원들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모집 공고나 면접 회의록 등 공공기관 임원을 채용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햇빛(공개)을 통해서 곰팡이(낙하산, 자리 이동)가 서식하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인사 권한과 그에 대한 책임을 연동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등을 유보한 형태의 정규직 전환에 불과”


▎2019년 7월, 민주노총이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규직화 자회사 설립이 정치권과 공공기관의 자리 나눠 먹기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게다가 모기업이 권리만 행사하고 책임은 자회사에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를 불어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대표이사의 출신 성분보다 모자 기업 간의 사업영역 구분과 자회사의 의사결정 범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현재 가장 큰 쟁점”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하지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바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누가 실질적인 사용자인가’라는 고용구조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남 연구위원은 말한다. 그는 지금의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는 “갈등을 유보한 형태의 정규직 전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차별을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방식을 택하는 경우 용역계약 형태 운영을 피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회사도 인력 파견 회사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30여 개의 자회사 정관에는 ‘인력공급업 및 파견업’ ‘근로자 파견업’ 등을 목적 사업을 명시하고 있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모회사 직접고용에 현저히 못 미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신용보증기금은 예산 감소나 미확보, 정부 정책의 변화 등의 사유로 자회사와의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중소기업은행, 중소기업유통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자회사의 쟁의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무늬만 공공기관 자회사일 뿐 ‘용역 업체’와 다를 게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기타공공기관 지정되면 최저임금만 받아야 할 것”

일부 공기업에서는 자회사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법적 위상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기재부에서도 주무부처에서 기타공공기관 지정 요청이 오면 요건을 파악해 검토한다는 입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40개가 넘는 공공기관 자회사를 모두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기재부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당시 노사정 협의체에서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임금 자회사의 경우 기타공공기관 지정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철도공사 정규직과 동종 유사업무를 하는데도 임금은 본사 정규직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기타 공공기관’인 까닭에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 적용을 받아 임금 인상에 제한을 둔다. ‘예산편성지침’에 묶여 최저임금 인상률에 못 미치는 임금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라 처우 개선이 힘들어지고, 예산편성지침을 적용하면 코레일네트웍스처럼 평생 최저임금 수준을 맴돈다”고 현재 자회사 전환 정책에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이런 갈등과 불만을 해소하자면 정규직 전환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소장은 “상시·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 채용 원칙을 확립해 요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언급했다. 당시 약 8만 명의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단기간 쓰고 계약을 해지하는 비정규직 채용 관행은 근절되지 않아 전체 비정규직의 숫자가 더 늘어났다는 게 노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규직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보다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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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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