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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전문기자의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10)] 명상을 주제로 한 국제불교박람회 

상생의 지혜 찾는 수행, 종교·문화 경계가 없다 

MBSR·MSC 등 영미권서 유행하는 마음챙김 프로그램 포용
마음챙김의 따뜻한 주의와 관심, 자신을 돌보는 데 먼저 대입해야


▎2019년 11월 15~1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야외 행사. 관람객들이 경주 골굴사에 전해지고 있는 선무도(禪武道)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서울국제불교박람회
한 해가 저물고 다시 새해가 온다. 어김없는 자연의 순환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무소유]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의 글도 도움이 된다. 소설가 정찬주가 최근 펴낸 [법정 스님 인생응원가]를 이쪽저쪽 뒤적이면서 다시 그의 정신세계를 떠올려봤다. 정찬주는 20여 년 전 샘터사에 근무할 때 법정 스님의 원고를 담당하며 직접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인연은 다양할 수 있다. 법정 스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도 무수히 많을 터인데, 아마 종교인으로서의 법정보다는 ‘명상 수필가’로서 더 가깝게 느끼는 이도 많을 듯하다.

“우리는 ‘내 것’이라고 집착한 것 때문에 걱정하고 근심한다. 자기 자신도 영원한 존재가 아닌데 자신이 지닌 것들이 어떻게 영원할 수 있을 것인가.” 언뜻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는 법정 스님의 문체는 평범한 말에 담긴 어떤 힘을 느끼게 한다. 평범 속의 비범이라고 할까.

법정 스님의 글은 오늘날 영미권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현대 명상과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불교라는 종교를 의식하지 않고도 한 편의 성찰적 수필처럼 읽히는 점에서 그러하다. 기독교 국가인 영미권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명상은 불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특정 종교와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명상을 위해 불교 신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명상 방법에서 불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의 오래된 전통 요가에서부터 태국·미얀마 등 남방불교권의 위파사나, 한국의 전통 참선 등이 두루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참선 혹은 선이란 말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한국 불교계에서도 요즘은 참선 대신 명상이란 용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 동양의 전통 수행이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제 다시 역으로 동양이 서양의 명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13년째 이어온 ‘서울국제불교박람회’라는 행사가 있는데, 올해의 공식 주제를 ‘명상’으로 내걸었다. 조계종 주최로 11월 15~17일 기간에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이 행사는 불교 관련 산업이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기존의 차원을 넘어 명상을 주제로 한 본격적인 콘퍼런스를 별도로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콘퍼런스는 3가지로 구성됐다. ‘죽음에 관한 명상(Being with Dying)’, ‘마음챙김 자기연민 명상(Mindful Self- Compassion·MSC),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MBSR)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명상을 망라해놓은 셈이다. 3일간의 행사 일정 중 3종의 명상 프로그램을 하루에 하나씩 배치,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대 명상의 주요 흐름을 압축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

“명상의 A부터 Z까지 다 보여주고 싶었다”


▎1.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참가한 티베트 승려들이 전통 수행법인 ‘샌드(모래) 만다라’를 시연하고 있다. / 2. 성찰적 글을 많이 남긴 법정 스님. / 3. 김영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연출감독.
이 행사를 기획한 김영수 연출감독은 “박람회의 주제를 명상으로 잡고 한국 최대의 ‘명상 쇼’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명상의 A부터 Z까지 다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명상의 모든 것을 3일간 행사에서 실제 다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MBSR 하나만 해도 기본적으로 8주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 동안 하루에 8시간씩 명상 체험에 할애함으로써 적어도 각각의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행사에서 MSC 분야를 맡은 서광 스님, MBSR 분야를 맡은 안희영 한국MBSR연구소 소장은 모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며 ‘미국식 명상’을 배우고 왔다. 이들이 하는 현대 명상의 공통점은 ‘마음챙김’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국내외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서울국제불교박람회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챙김이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든지 간에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말한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여 MBSR이나 MSC 같은 명상이 미국에서 널리 유행하는 상황이다. MBSR은 1970년대 말에 서양 의학과 접목해 환자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의료명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이후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MSC는 2010년 무렵 창안됐으며, 마음챙김의 따뜻한 주의와 관심을 다른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먼저 대입해보는 훈련이다.

서광 스님은 “명상은 궁극적으로 자리이타, 즉 나도 이롭게 하고 상대방과 내 주변도 이롭게 하는 상생의 지혜를 찾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며 “MSC에서 굳이 자기 연민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기를 너무 방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광 스님, 효림 스님과 함께 11월 16일 MSC 시간을 진행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정신의학부 카렌 블루스 교수는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이야기했다. 청소년 교육에 MSC를 도입하는 방식을 연구해온 카렌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만 마음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자기 혼자 속앓이하는 고통에 성인과 청소년이 따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명상에선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는 말도 했다. 청소년용 명상은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게 좋다는 제안으로 들렸다.

아시아 첫 ‘MBSR 국제 인증 지도자’ 과정 개설


▎2019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명상’을 주제로 내걸고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현대 명상을 콘퍼런스 형식으로 소개했다. 사진은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 관련 토론회. 왼쪽부터 붓다락키따 스님, 안희영 한국MBSR연구소 소장, 민진희 JAI요가명상 원장, 전현수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사진:배영대 기자
11월 17일 MBSR 시간을 맡은 안희영 소장은 MBSR 명상 체험을 지도한 후에 다양한 전문가 토론을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붓다락키따 스님, 전현수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민진희 JAI요가명상 원장 등이 참여했다. 붓다락키따 스님은 위파사나 수행의 관점에서, 전 원장은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민 원장은 요가의 시각으로 각기 마음챙김 명상의 의미를 풀어냈다.

문화는 서로 주고받게 마련이다. 마인드풀니스라는 이름의 현대 명상이 서양에서 한국으로 왔다면, 한국에서 숙성된 마음챙김은 이제 다시 또 서양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광 스님은 [치유하는 유식 읽기] [단단한 마음공부] 등 저서를 통해 불교 ‘유식학(唯識學)’을 심리학의 일종으로 새롭게 풀어내고 있는데, 이를 마음챙김 명상과 연결해 서양에 다시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희영 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 마음챙김센터(Brown Mindfulness Center)와 협약을 맺은 사실을 이번 행사 중에 공개했다. 이 센터의 ‘MBSR 국제 인증 지도자’ 과정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MBSR연구소에서 대행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브라운대학의 마음챙김센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MBSR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수업의 공식 명칭은 ‘MBSR 지도자 기반 과정(MBSR Foundations)’이다. 한국의 마음챙김 명상은 새로운 도약의 실험대 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열린 ‘마음챙김 자기연민 명상(MSC)’ 관련 토론회. 왼쪽부터 효림 스님, 서광 스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카렌 블루스 교수. / 사진:배영대 기자
마음챙김이 무엇을 또 새롭게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보는 연습일 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법정 스님의 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지각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는 표현도 가슴에 와 닿는다.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월간중앙과 중앙선데이에 모두 공급합니다.

[박스기사] 불교의 선(禪)과 현대 명상의 목적 - 더불어 어울리는 조화·중도 자신을 버릴 때 이뤄진다


▎혜거 스님.
불교 전통 참선과 현대 명상은 겹치는 부분도 있고 갈라지는 부분도 있다. 겹치는 공통점을 더 많이 찾아보려고 하는 인물 중에는 탄허 스님의 제자인 혜거 스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한국명상지도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가 펴낸 [천 년을 이어온 마음 수련법]은 참선과 명상의 접점을 되새겨 보게 한다. 원래 전통 참선 수행 지침서인 [좌선의(坐禪儀)]를 혜거 스님이 우리말로 풀어냈는데, 현대 명상의 용어를 함께 사용하며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좌선이나 참선이나 명상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행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혜거 스님의 표현처럼 성숙한 삶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한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자신과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무수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뜻하고, 이것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불교 수행의 핵심을 조화와 중도로 풀어내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불교 수행의 핵심은 조화다. 그 무엇이든 지나쳐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된다. 조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버릴 때 이루어진다. 중도란 좌우의 양 끝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집착하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난 가장 적절한 상태를 말한다. 곧 부처가 제시한 바르게 사는 여덟 가지 길, 즉 8정도와 같은 개념이다.”

※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중앙콘텐트랩 - 학술기자 20년 외길을 걸어온 국내 굴지의 학술전문기자다.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불전국역연수원·민족문화추진회·도올서원 등을 거쳐 서강대 철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대한제국 120년, 다시 쓰는 근대사] [실학별곡, 신화의 종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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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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