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두물머리를 찾은 겨울 철새 고니.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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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밥 먹는 모습가까이서 보고 싶어네가 좋아하는 두부 된장국 먹는 모습놋쇠 숟가락이 되어 느끼고 싶어따뜻한 쌀밥 숟가락 위에 올릴 때창밖에 흰 눈이 내려꼭 네가 올 것 같은 밤이야내가 먹던 숟가락 네 손에 쥐어 줄 거야흰 눈이 앞산을 물들이는 거 봐한 숟가락 교대로 밥도 먹고 국도 먹을 거야눈 오는 밤엔 네가 꼭 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구들은 따뜻하고 낮에 쓰다 멈춘 시가 있지두 줄만 더 쓰면 돼나란히 누워 팔 베게 하고 남은 두 줄 함께 쓰는 거야세월이 흰 눈에 덮여 사라져도 너를 기다려국경 너머 철조망 너머 눈이 내려기다리는 내 마음에 눈은 쌓이고 쌓여
※ 곽재구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서울 세노야] [와온바다] 등이 있으며 산문집 [포구기행]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시간의 뺨 위에 떨어진 눈물] 등이 있다.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순천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