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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경제 레이더] 투자 발목 잡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그늘 

곳간 문 닫고 해외로 떠나는 기업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이후 국내 투자 줄고 해외 투자 급증
저임금 일자리 되레 감소…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1년으로 확대해야


▎2018년 여름 폐업한 서울 종로구의 한 노래방. 입구에 1년 넘도록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채 비어 있다. 노래방 점주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폐업을 결정했다. / 사진:임성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해왔다. 2019년 5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에서 문 대통령은 “분명히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9년 5월 14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해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신년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다. 정책을 달성할 핵심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소득을 증대시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위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에도 단위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은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단위임금이 상승한다. 따라서 주 52시간 근무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수단 중 하나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 두 가지 정책수단을 도입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과 같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9년 12월 20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가구의 소득 상승, 빈곤율 감소,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 분포의 변화’를 발표한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2019년 5월 21일 고용노동부 개최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임금소득 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으로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인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9.0%로 2017년 6월(22.3%)과 비교해 3.3%포인트 감소했다.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하위 20%와 상위 20%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임금 5분위 배율이 2017년 6월 5.06배에서 4.67배로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경제 좋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1월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연설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제도다. 과다 업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를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한 결과, 근로자의 여가가 예전보다 증가하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직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300인 이상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8.8%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여가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발생한 부정적 효과를 간과한 해석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많이 포함된 소득 하위 20% 가계의 전년 동기 대비 월 근로소득 변화율을 저조한 순으로 순서를 매기면, 가용한 총 63개 분기 중 1위는 2018년 4분기로 -36.8% 감소했다. 2위부터 6위까지 2018년 1~3분기와 2019년 1, 2분기가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포함됐는데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월 근로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한 1위부터 6위 시기가 모두 최저임금을 급상승시킨 이후란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가계 구성원 중 최저임금을 적용받았던 근로자가 최저임금 급상승으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되어 근로소득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상승은 주로 아파트 경비원과 같은 단순노무직 종사자와 커피숍 종업원과 같은 서비스직 종사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물가도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한국은행의 경제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17년 10월 113.81에서 2018년 10월 121.16으로 6.46%나 인상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체 285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24.4%가 가격을 인상했고, 가격 인상률은 평균적으로 9.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약 4.9% 감소했다. OECD 35개국 중 가장 빠르게 감소했다. 즉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 전에 한국은 OECD 국가 중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가장 빠르게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은 많은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필자가 있는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 3개월 이하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포함된 300인 미만 기업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게 되면 약 25만3000개의 일자리, 약 3조8000억원의 임금소득, 약 6조7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약 4만5000개의 기업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부정적 효과 외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분야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투자 부문이다. 단위임금 상승으로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려고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건비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이끌 매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예상은 관련 통계를 통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국내 투자 변화율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2018년 1분기 전 대비 후 급격하게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1분기 19.8%에서 2019년 1분기 -17.4%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2019년 3분기에 -2.6%를 겨우 회복했다. 건설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1분기 10.7%에서 2019년 1분기 -7.2%로 크게 감소했다.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나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프 1 참고)

갑자기 커진 인건비 부담, 기업 투자 부담 가중


인건비 급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숙박 및 음식업에서의 외국인 투자 변화율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2018년 1분기 전후 대비 급격하게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 투자 통계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업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3분기 1058%에서 2018년 3분기 -95%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지속해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다가 2019년 3분기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래프 2 참고)

반면 단위임금 상승으로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필요한 노동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이 분포된 제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 변화율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2018년 1분기 전 대비 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2분기 -20%에서 2018년 2분기 226%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2018년 3분기와 2019년 1분기에도 각각 127%, 142%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다 2019년 3분기에 들어서면서 -32%를 기록했다. (그래프 3 참고)

제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를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조업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변화율은 전체 제조업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제조업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변화율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2018년 1분기 전 대비 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2분기 -21%에서 2018년 2분기 299%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2018년 3분기와 2019년 1분기에도 각각 177%, 130%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다 2019년 3분기에 들어서면서 -39%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제조업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변화율은 제조업 대기업의 패턴과 조금 다르다. 제조업 중소기업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직후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지 않고, 2019년이 되어서야 증가 폭을 크게 확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1분기 -23%에서 2019년 1분기 232%로 급증했다. 2019년 2분기에도 106%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다르게 반응을 보인 이유는 대기업의 경우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따른 대응을 곧바로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주로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중소기업은 2019년까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를 투자대상 국가별로 살펴보면, 대중국 투자의 경우 전체 제조업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대중국 해외 직접투자 변화율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던 2018년 1분기 전 대비 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이 2017년 2분기 -56%에서 2018년 2분기 245%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2018년 3분기와 2019년 1분기에도 각각 135%, 184%의 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다 2019년 3분기에 들어서면서 -37%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더 좋은 기업투자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주요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내세울 게 아니라 부작용과 문제점을 정확히 식별해서 보완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긍정으로 포장 말고 부작용도 바라봐야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결정되었지만, 2021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면,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된다. 따라서 주요 경제지표들의 조정을 통해 이미 현실화했거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1년부터는 ‘물가상승률+실질GDP 성장률(경제성장률)+소득분배 조정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소득분배 조정률은 경제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이므로 실질GDP 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해야 된다. 2018년, 2019년과 같이 소득분배 조정률이 실질 GDP 성장률을 넘을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단, 숙박 및 음식업과 같은 영세한 업종에서는 이러한 방식조차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정보통신업의 경우 1.5%인 데 반해 숙박 및 음식업의 경우 34.4%나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제4조에 명시된 것과 같이 업종별로 구분하여 영세한 업종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 또는 ‘실질GDP 성장률’만 적용하고,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실질GDP 성장률(경제성장률)+소득분배 조정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미국·일본과 같이 탄력근무제를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밝힌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1년 적용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겠다는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부족하다. 계도기간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탄력근무제를 1년으로 확대하여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보다 완화해야 한다.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포함했지만,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부의 인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심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 동의를 얻을 경우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동의가 자발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고용노동부에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경제학 박사)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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