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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심층 인터뷰] 강명세(세종연구소 정치 분야 수석연구위원) 박사가 말하는 불평등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4월 총선에서 저소득층 소외되면 포퓰리즘 정당 출현할 것”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실패… 저소득층이 문 정부 지지할 이유 별로 없다”
“문 정부 비교 대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아닌 자신의 촛불 공약”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월 총선 이후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영화 [1987]에 나오는 배우 김태리의 대사다. 그 후 30년이 흘렀다. 2016년 겨울, 다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기어코 권력은 교체됐다. 그러나 2020년 총선 전야,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허무, 냉소와 마주해도 유권자 시민이 세상을 바꿀 거의 유일한 통로는 선거다.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원 다수가 ‘어떤 세상을 원하느냐’는 의사 표시다. 그동안의 선거는 그때뿐이었다. 정당은 선거철에만 머슴을 자처할 뿐, 당선되자마자 군림했다. 그들을 뽑아준 계층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결과였다.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지역구가 수두룩하니 보스 정치, 계파 정치가 득세했다.

강명세(64)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투표를 통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평생 연구해온 학자다. 2020년 4월 총선은 부분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특정 계급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당의 의회 진입 가능성이 다소나마 올라갔다. 그러나 1월 14일 성남시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강 위원은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다. 그의 책 제목처럼 불평등 민주주의의 가속화와 포퓰리즘의 세력화를 경계하고 있었다.

한국 선거의 계급배반 투표 성향


▎2019년 12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이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뚫고 가결됐다.
책 [불평등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미국 등 세계의 화두는 불평등의 심화와 양극화다. 정치학자들은 문제의 원인이 정치에 있다고 본다. 정치인이 누구를 대변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 대표성에서 차이가 발생하면(가령 정책을 만들 때 소수의 고학력자는 과잉 대표되고, 다수의 저학력자는 과소 대표되는 식으로), 그것이 곧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선거는 대표성을 굴절시키는 ‘계급배반 투표’ 성향이 강했다. 이를테면 경상도 농민이 보수 정당을 찍는다. 왜 그럴까?

“정치는 사회의 갈등을 반영한다. 그 균열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지역주의가 지배적이었다. 박정희(영남) 대 김대중(호남) 구도가 생겨났고,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경상도의 노동자, 전라도의 노동자는 같은 계급이다.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보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2020년이 됐음에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200년 전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사회는 경제적 좌우 대립(못 가진 자 vs 가진 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다. 사회당, 노동당 같은 정당이 없다. 우리나라 거대 양당은 중도를 중심으로 약간 왼쪽(민주당), 약간 오른쪽(자유한국당)의 모양새다. 두 정당이 더 왼쪽,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정당들의 영역까지 모두 반영하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 상황도 한국만의 특수성이다.

“진보를 ‘빨갱이’로 몰아 잡아간 역사가 있었다. 진보가 표출되지 못했다. 다른 사회처럼 경제적 입장으로 나뉘지 않고 우리는 지역주의, 남북관계, 민족주의 등이 결합해 사회적 균열이 형성됐다. 그러나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과거에 힘을 가졌던 민족주의, 지역주의는 힘을 잃어갈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정당들은 부의 재분배나 복지정책에 굳이 공력을 들일 이유가 희박했다.

“안 건드려도 지역주의 표가 나오니까. 저소득층의 요구에 대한 책임성이 없었다.”

강 위원 책에서 공개한 데이터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한국은 고소득자의 재분배 선호율(80.6%)이 저소득자의 그것(73.6%)보다 높았다. 이 정도로 고소득자들이 정의로운지 몰랐다.

“민족주의적 속성이 강한 까닭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다. 다수의 한국 고소득 계층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문화적으로 코즈모폴리턴이다. 고학력이고 진보적이다. 이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선진민주주의의 보편적 현상이다.”

우리 국민은 부를 재분배할 의지가 있는데, 정치권에서 뒷받침 못한 게 되나?

“그런 면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졌던 근본적 출발은 유승민이 제기한 ‘증세 논란’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승민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며 박근혜와 각을 세웠던 것은 시민사회의 (재분배) 요구를 나름 반영하려 했던 노력이었다. 보수 정당의 새로운 돌파구였다. 이는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당시 민주당이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경향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유승민의 증세 논란에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것이 지배력 상실의 모멘텀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반공(反共)만 믿고 있었다. 어차피 재분배는 민주당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보수)도 안 해도 되고, 경상도는 지지해줄 것이고, 남북관계에서 강경하게 나가면 지지 기반은 강화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등 보수 정당에서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 사람들은 점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복지 프레임 선점 기회 놓친 보수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 정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와 시장경제를 파괴했다.
만약 그때 유승민 의원 말을 박 전 대통령이 들었더라면 지금의 트럼프와 흡사한 지지 기반(자본가저소득 블루칼라)을 만들 수도 있었을까?

“그럴 수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진보)이 이명박(보수)에게 처참하게 진 후, 장기적인 보수 집권이 전망됐다. 문재인 대 박근혜 대결(2012년 대선)에서도 보수가 승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 보수 집권이 이어졌을 수 있다. 노무현 세력은 스스로 폐족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권력의 사유화’가 불거지자,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층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며 판세가 뒤집혔다.”

집권 3년 차임에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견고한 듯하다. 복지 정책으로 저소득층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실패했다. 최저임금제 인상은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저소득층이 지지할 이유가 별로 없다. 지지율은 호남의 견고한 지지, 남북관계와 사회·문화적 이슈에서 진보적인 고학력자들이 기반이다.”

현실적으로 65세 이하 노인층, 20대 청년층에서 복지라는 명목의 정책 혜택을 받고 있다. 선심성 포퓰리즘 여부를 떠나서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주도 재분배이기도 하다. 저소득층이 여당에 표를 던질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나?

“사람의 정치적 선호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현금성 복지를 누려도 (수혜가 아니라) 권리로 생각할 뿐이다. 저소득층이 민주당을 ‘우리의 정당’이라고 생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뒤집어 봐서 저소득층이 ‘민주당이 계속 집권해야 복지 혜택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투표장에 갈 필연성이 생기지 않겠나?

“그럴 수 있다. 다만 60대들은 이미 반공과 지역주의의 사회화가 많이 됐다. 정치적 선택이 굳어지지 않은 20대들은 정부의 사회정책 강화에 대한 보답으로 표심이 현 정부를 향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포퓰리즘적인 컬러가 있다고 보는가?

“다분히 있다. 그러나 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지지가 필요하다. 정치인은 지지를 얻기 위해 불법이 아닌 이상, 계산법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촛불’을 과도하게 해석한 면이 있다. 촛불은 다양한 이해의 집합임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 성장, 검찰 개혁 등을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4월 총선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불완전한 형태로 도입됐다. 부의 재분배를 돕는 방향으로 작동할까?

“정치공학적 이유로 별 효과가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됐다. (재분배를 중시하는 정당 의석 숫자가) 기껏해야 4~5석 늘어날 텐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정의당 의석은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학습이다. ‘찍어주니까 바뀌더라’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조금이나마 늘어날 것이다. 그들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다음 선거에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저소득층 투표율은 이전보다 높아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생겼고, 양극화가 심화했다. 양대 정당이 엄청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이러면 투표율이 올라간다. 민주당은 남북관계, 한국당은 지역주의를 동원할 것이다. 그렇게 해선 저소득층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꺼내야 성공할 수 있다. 트럼프가 그렇게 성공했다.”

“문 대통령, 중도층에 다가가기 어렵게 됐다”


▎유럽은 인종 혐오에 바탕을 둔 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이다. 헝가리에서 극우 성향 정당을 지지하는 집회 장면.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은 없는 셈이다.

“저소득층이 잠재적으로 원하는 바를 개발할 수 있는 정당이나 정치적 리더십이 없는 한, 그들 계층이 특별히 더 투표에 참여할 유인은 없다. (전략적 투표를 하려면) 노동조합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하거나, 굉장한 정치적 지식이 필요하다. 노조원처럼 조합교육을 통해 자신의 한 표가 무슨 힘을 가졌는지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보통의 비정규직이나 투표일에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투표의 인센티브를 주기에 (거대 양당은) 역부족이다.”

반대 진영은 ‘총선 아니면 문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 방도가 없다’고 한다. ‘촛불 정신을 계승했다’는 정부에서 왜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될까?

“세계적으로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단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사태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갈등이 일반인들로도 번지면, 사회통합에 실패하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통합에 실패했고, 갈등이 확산했다.”

강 위원은 불평등 민주주의를 지적했지만, 민주주의와 양립하는 시장경제는 불평등이 필연이다.

“그렇지만 시장경제가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체제는 민주주의다. 역설적 결합이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그동안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와 결합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경제의 부작용으로 생성된 불평등을 완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정부의 지지 기반은 자유주의다. 사회·경제적 진보는 정의당에 가깝다. 아주 소수다. 자유주의자(문 정부)가 재분배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은 ‘미스매치’다. 정부의 공약과 정책은 민주당의 이념이나 물적 기반과 배치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를 자유주의자로 규정하기에는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하면 너무 그런가.(웃음) 장하성, 김수현 등이 시장경제에 잘못된 진단을 내려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차근차근 중도층을 보듬어가면서 했더라면,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문 대통령은 더욱더 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겠다.

“(대통령으로선) 지금 그게 최선일 수 있다. 중도층에 다가가기 어렵게 됐다. 말은 포용하겠다고 하겠지만, 지지층 결집이 (문 정부의) 최선의 길이다.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초기 때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문 정부는 늘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낫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과거 보수 정부가 아니라 자신의 촛불 공약과 비교해야 한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의회정치가 흔들릴 수 있겠다.

“안철수도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다당제의 모습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면 다양한 이해를 대통령이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가 문제다.”

만약 총선에서 범야권이 다수를 점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올 것이다. 반문연대가 (과반 세력으로) 의회에서 구성되면, 현 정부가 3년 동안 해온 모든 것이다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리더’ 기다리는 우파 포퓰리즘의 잠재력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소득 재분배를 악화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경계했다.
범보수 진영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향후 대선에서 이기려면 강 위원이 강조한 저소득층 포용 방안을 어필해야 할 시점 아닌가?

“보수 포퓰리즘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를 해주지 않으면 선거가 힘들다. 남북관계, 지역주의로만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다당제로 갈 것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이슈에 보수 정당도 보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까지 3개월 남짓 남았는데,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저소득층 타깃 공약은 떠오르는 게 없다. 선거 전략적으로 봐도 나이브한 것 아닌가?

“지금 보수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보수세력의 문제는 선거 국면임에도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내재적 불안정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와의 중첩성 탓에 중도층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한국 보수 정당에는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같은 존재감이 안 보인다.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것도 있겠지만, 새로운 지향점으로 나가는 카리스마나 리더십이다. 그런 정치인이 보수세력에 부족하다.”

리더십도 없지만 전략도 없는 것 같다.

“굉장히 수구적인 모습이다. 보수 정치의 반대중적이고 엘리트적인 면은 비판해야 한다. 그들은 공정이나 정의 문제에 대해 책임성과 반응성이 너무 부족하다.”

양극화 사회가 포퓰리즘을 잉태할 수 있다고 봤다.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포퓰리즘은 정의가 여러 가지다. 첫째, 피아를 강조하는 점이다. 기득권을 몰아내야 할 국민의 적(악)으로 간주하는 전략이다. 둘째, 정책적 차원에서 나쁘게 얘기하자면 ‘표만 얻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장기적 고려 없이 단기적 이익만 취하는 것이다. 가령 남미처럼 돈을 퍼주는 포퓰리즘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시장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유럽의 포퓰리즘은 남미와 다른 양상이다.

“유럽은 극우 포퓰리즘이다. 우리 사회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족의식이 매우 강하다.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은 굉장히 가까운 사이다. 우리 경제가 현재는 중국과 잘 맞지만, 지속적으로 가다 보면 중국에 의해 한국 사회의 고용구조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한국에서도 극우 포퓰리즘이 나타날 수 있다.”

민족주의적 정서에 의한 포퓰리즘은 우파 진영에서 나타나는 것인가?

“그렇다. 태극기 부대도 극우 포퓰리즘적 현상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돼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지면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저렴한 북한 노동자들이 남한으로 내려올 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저숙련 일자리는 자연히 북한 노동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데서 오는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 강화될 수 있다.”

좌파 쪽에서 포퓰리즘이 발현된다면?

“좌파는 남미식 포퓰리즘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같은 케이스다.”

유럽 저소득층은 진보정당과 극우 포퓰리즘, 2개의 선택지를 갖는다. 한국도 이렇게 흘러갈 수 있을까?

“주로 숙련 노동자들로 이뤄진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있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한다. 이들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저소득층 사람들조차도 민족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포퓰리즘의 잠재적 기반이다. 이것이 작동할 경우 극우 포퓰리즘이 갖는 흡입력이 클 수 있다. 위험한 현상이다.”

향후 한국에 르펜(프랑스의 극우 포퓰리스트) 같은 정치인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아직은 극우 포퓰리즘을 주도할 만한 정도의 자질 있는(선동) 정치가가 없다. 그러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적절한 공급자로 튀어나오면, 엄청난 잠재수요를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포퓰리즘의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2020년 재선에서도 통할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보여준 모습, 러스트벨트(미국 오하이오, 미시간 등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중서부 제조업 핵심지대)에 대한 꾸준한 관심, 타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압박, 내셔널리즘, 미국 우선주의를 견지하고 있고 이것이 먹힐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하에서 저소득층은 좋은 일자리는 못 구하고, 복지 명목으로 주는 돈만 받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금 현실이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소득 하위계층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의도치 않은 정책 결과다. 시장 기능이 약화하면 공적 기능이 강화한다. 공적 기능은 소득 지원 같은 것이다. 이는 현실적 대응이지만 최선의 정책은 아니다. 재분배와 더불어 시장 혁신이 필요하다. 직업 교육 등 노동시장에 재편입될 수 있는 사회복지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연대한 것은 나름 합리적인 전략 아닐까? 민주당이 중도를 챙기면서 정의당에 진보를 맡기는 일종의 소연정 같은 방식으로 비친다.

“사회 개혁을 위한 정의당과 검찰 개혁을 목표로 한 민주당의 연합이다. 민주당이 핵심 정치 개혁 목표로 정한 검찰 개혁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정의당과) 협력이 불가피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정의당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협력했지만, 조금 나이브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선거제 개편을 통해 얻게 될) 실질적 보상은 예상보다 훨씬 덜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치 개혁에 전력하다 보니 저소득층 보호에 소홀했다.”

정의당은 잃은 것도 상당해 보인다.

“자기 정체성이 훼손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진중권은 왜 그래요?”

강명세 수석연구위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진중권은 왜 그래요?” 진보 진영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문 정부의 모순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가하는 배경을 물은 것이다. “원래 자기 신념이 옳다고 믿으면,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로 듣고 있다”고 답을 건넸다. 그랬더니 별말은 안했지만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강 위원도 인터뷰 내내 한국의 좌우 정당과 유력 정치인들을 향해 피아 구분 없이 할 말을 했다. 어느 진영에서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말들이었다.

강 위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7월, 세종연구소에서 ‘해고’된 전력이 있다. 당시 연구소는 3년 계약 기간이 만료된 그에게 재계약을 제의하지 않았다. 연구 업적과 기여도에서 미달했다는 것이 당시 사유였다. 강 위원은 불복했다. 한국의 정치·사회학자 270여 명도 강 연구위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성명서에는 “노동과 복지, 정당과 선거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 성과를 남긴 대표 정치학자인 강 박사가 해고 통보를 받은 데 대해 양식 있는 학자들이 공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작 강 위원은 “지식인은 할 말을 하는 성향이 있지 않으냐”고 짧게 말했다. 다만 성명서와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연구를 질책하는 당시 분위기에 그가 맞서다 일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위야 어찌 됐든 강 위원은 돌아왔고, 세종연구소 정치 분야 수석연구위원으로서 26년째 학문을 계속하고 있다. 전 정부와 각을 세웠다고, 강 위원이 현 정부에 우호적인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독고다이’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러나 어느 편도 아니기에 그의 말은 객관성이라는 무게감을 지닌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지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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