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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美·中 기술냉전 원년 서막 오르다 

제2의 핵 경쟁··· AI·5G·양자컴퓨터에 사활 

中, 체제 특성 활용해 AI 인력·시스템 구축… 감시·통제 강화
美, AI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 5G 기술 공개로 추격 무력화 나서


▎미·중 경쟁은 디지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요즘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선 시민들이 건널목을 무단 횡단할 경우 자칫하면 큰 망신을 당한다. 건널목 인근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무단횡단한 사람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뜨며 경고음이 울리기 때문이다. 폐쇄회로 TV(CCTV)의 카메라가 무단횡단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면 공안(경찰)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파악해 얼굴 사진 및 동영상 등과 함께 전광판에 띄워 위법 사실을 알린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영상감시 네트워크인 ‘톈왕(天網)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지역 정부가 전국에 설치한 CCTV 카메라 숫자는 무려 2억여 대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이 카메라들을 통해 국민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가동하고 있는 CCTV는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나이와 인종 및 성별까지 맞출 수 있다. 심지어 1주일 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고, 친척이나 주변인 및 자주 만나는 사람 등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톈왕 시스템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2년까지 6억 대의 CCTV 카메라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톈왕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이다.

중국에선 AI를 이용한 각종 발명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검색 포털인 써우거우(搜狗)는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AI 아나운서’를 만들었다. 신화통신은 AI 아나운서를 활용해 자사 앱과 웨이신(위챗) 공식 계정 등을 통해 중국어와 영어 뉴스 서비스를 보내고 있다. AI 아나운서는 실제 아나운서의 보도 영상에서 목소리와 입술 모양, 표정을 추출,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텍스트 기사를 입력하면 AI 아나운서가 사람의 목소리, 입 모양을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뉴스를 보도한다. 인간 아나운서는 하루 8시간 일하지만 AI 아나운서는 피곤함도 모르고 24시간 일한다. 써우거우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방송사와 함께 손잡고 세계 최초로 아랍어를 사용하는 ‘AI 앵커’를 만들 계획이다. 오마르 빈 술탄 알 올라마 UAE 인공지능부 장관은 “AI를 활용하면 미디어 분야에서 질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의 핵심은 첨단기술 경쟁”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 개발자 대회에서 시연된 얼굴 인식 프로그램.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은 AI 전쟁터였다. 올해 CES의 슬로건은 ‘일상 속으로 들어온 인공지능(AI in everyday life)’였다. 특히 미국의 IT 공룡 기업인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가 AI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구글은 음성인식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출시했다. 아마존도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Alexa)를 활용한 스마트 홈을 전시하고, 자동차용 음성인식 시스템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비디오 채팅 단말기와 자회사 오큘러스의 VR(가상현실) 기기를 시연했고, 애플은 28년 만에 CES에 참석해 스마트 홈킷과 AI 비서인 시리(Siri)를 공개했다.

올해 CES는 중국 IT기업들이 대거 불참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 여파였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참여하지 않았고, 세계 최대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전시장 크기를 대폭 줄였다. 최근 수년간 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CES를 사실상 점령했던 중국 IT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상당한 견제를 받아왔다.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이를 제어하지 않으면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미국의 강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벌여온 무역 전쟁은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니라 기술 패권 다툼으로 볼 수 있다. 이에 2020년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대결하는 이른바 ‘기술 냉전(Tech Cold War)’ 시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중 무역 전쟁이 진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기술 전쟁은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의 이면에는 미래 기술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과학과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다툼이 양국 간 신냉전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도 “미·중 간 패권 다툼의 핵심은 첨단기술 경쟁”이라면서 “첨단 기술 분야는 국가의 경제와 미래, 안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양국은 서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대결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냉전 시대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가 AI이다. 미 의회 산하 국가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발전 속도가 위협적”이라며 “미·중 기술 냉전의 가장 큰 위험은 AI에 있다”고 지적했다. NSCAI는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위원회로 에릭 슈밋 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로버트 워크 전 국방차관이 이끌고 있다. 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21세기를 중국이 지배할 것인지, 미국이 지배할 것인지는 AI 혁신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켄지는 2025년 글로벌 AI 경제 규모가 13조 달러(약 1경5000조원)에서 2030년 15조 달러(약 1경7000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中, AI 통해 21세기 빅 브러더 구축


특히 AI는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간 ‘체제 경쟁’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AI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상용화에선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 우세한 것도 체제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AI를 통해 얼굴 인식 시스템과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른바 ‘21세기 빅 브라더’ 체제를 구축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이런 감시체제를 구축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국민 개개인에게 점수를 매겨 이를 기초로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사회 신용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사회 신용시스템은 개인과 법인에 ‘통합 사회 신용번호’를 부여하고 재판·납세·법규위반 기록 등 국가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통합해 신용도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현재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고 50여 개 정부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유 자전거를 늦게 반납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신용 점수가 깎이고, 대출을 연체하거나 정부에 불순한 발언을 해도 마찬가지다. 점수가 낮으면 여행 자유를 제약하고 이직이나 취업 등에도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채무 불이행 등으로 법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온라인과 지하철 스크린 등에 공개하고 있다. 비행기나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710만 명이 비행기와 고속철 탑승이 거부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체 14억여 명의 국민 중 10억여 명이 사회 신용시스템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사회 신용시스템이 주요 2개국(G2)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조지 오웰식의 디스토피아가 될지, 중국 정부가 밝힌 대로 정직하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지 모르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가장 야심 찬 사회통제 프로젝트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AI 상업화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 통치체제 덕분이다. 중국 정부와 AI 기업들은 취약한 사생활 보호 법규 때문에 많은 양의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14억 명이라는 인구 때문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인 위챗은 월평균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리 카이프 전 구글 차이나 대표는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곧 오일”이라면서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을 통해 축적되는 막대한 양의 소비자 데이터가 중국의 AI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중국은 AI 분야에서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데이터 라벨(AI의 사물인식을 돕기 위해 동영상을 확인하는 작업)’ 분야에서도 앞서고 있다. 중국 지방 소도시에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최근 들어 데이터 라벨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 라벨 회사들은 대도시가 아닌 인건비와 공장 임차료가 싼 농촌 지역에서 주로 창업된다. 이곳의 노동자들도 과거 대도시 제조업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농민공 출신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값싼 노동력 덕분에 데이터 라벨 능력은 미국이 따라올 수 없는 중국의 AI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 반도체로 우위 점하고 있는 美


▎켄 후 화웨이 회장이 2018년 영국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브로드밴드 포럼(MBBF)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화웨이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이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AI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각종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30년까지 AI 산업 규모를 1조 위안(약 162조5700억원) 이상, 연관 산업 규모는 10조 위안(약 1625조7000억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중국 AI 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011개로, 미국(202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은 AI 인재 비율에서도 미국에 뒤지고 있다. 미국은 2만8000여 명의 AI 인재가 국제 AI 인력 풀에 등록돼 있으나 중국의 AI 인재는 1만8000명이다. 하지만 중국은 1999~2017년 전 세계에서 등록된 10만여 건의 AI 특허 중 37%를 차지하면서 미국(24.8%), 일본(13.1%)에 앞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 기간에 AI 기초 연구 논문에서도 37만 편으로 미국(32만7000편)을 앞섰다.

미국이 AI의 기술력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AI 반도체 덕분이다. AI가 실생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AI 반도체가 있어야 한다. AI 반도체는 인간 두뇌를 모방한 칩을 말한다. 인간의 두뇌 속에서 셀 수 없는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AI 칩도 수만 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는 2023년까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53.6% 성장해 연간 108억 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도 2025년 AI 반도체 글로벌 시장 규모가 378억 달러(약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 기업의 순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1위부터 6위까지 엔비디아·인텔·NXP·애플·구글·AMD 등 미국 기업들이었다. 중국의 화웨이는 2018년 12위에서 지난해 7위로 뛰어올랐다. 화웨이의 도약은 중국 정부의 AI 산업 발전 3년 액션플랜(2018~2020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자국을 맹추격해오자 AI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는 등 강력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1월 6일,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미국 기업이 AI 기술로 지리 정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외국에 수출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에는 스마트 센서, 드론, 위성 및 기타 자동화 설비 등에 적용되는 목표 식별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AI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 볼 수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가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출 전반에 광범위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임스 루이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회장은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도움으로 중국이 더 좋은 AI 제품 개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냉전식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을 버리고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고 중국 기업을 억압하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국이 기술 냉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또 다른 분야는 5세대(5G) 이동 통신이다. 5G는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5G 분야에서 미국을 상당히 앞지르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5G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30%로 1위였고, 다음으로 삼성전자(23%), 에릭슨(20%), 노키아(14%) 순이었다. 전체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화웨이(34%), 에릭슨(24%), 노키아(19%), 삼성전자(11%) 순이었다. 화웨이의 매출은 지난해 8500억 위안(약 140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나 증가했다.

5G 시장 점유율 1위 화웨이에 오픈소스로 대항


▎IBM의 50큐빗 프로세서가 탑재된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저온유지장치. 가운데 부분 원통형의 증폭기 안에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 사진:IBM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가 네트워크에 백도어(back door,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할 수 있는 장치)를 심는 방법으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맹국들을 상대로 5G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압박해왔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장비 배제를 선언했지만, 프랑스와 독일 정부 등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도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코어 네트워크(자료 이관을 총괄하는 네트워크) 부분을 제외하고 화웨이에 사업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기술력과 가성비 때문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화웨이에 보조금 및 대출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원)를 지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지난해 5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디. 이에 따라 미국 IT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자국 기술이 일정 부분 포함된 제품을 화웨이에 팔 수 없도록 한 제재 방안의 기준을 미국 기술 2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강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화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는 또 화웨이의 보조금이 세계 2위 통신 장비 제조업체 핀란드 노키아의 17배(최근 5년 기준)에 달한다는 점과 3위인 스웨덴 에릭슨의 보조금이 제로였다는 점을 들며 중국과의 2단계 무역 협상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5G를 담당하는 국제통신정책 특별대표직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보좌관인 로버트 블레어를 임명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청하는 외교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영국·캐나다 등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면 정보 공유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영어권 5개국 정보 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의 일원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 통신 장비 제조업체들에 힘을 합쳐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5G 기술 개발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5G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해 ‘표준화’가 이뤄지면 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한 화웨이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의도다. 미국 정부는 5G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업정보화부는 전국 지급시(地級市, 2급 행정단위로 인구 25만 명 이상인 도시)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중국에는 지급시가 293곳으로, 전체 행정 구역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중국 전역에 5G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전국 12만6000곳에 5G 기지국을 개설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5G 분야에 9000억 위안(약 150조 원)에서 최대 1조5000억 위안(약 255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3대 이동통신사와 방송사인 중국광전 등 모두 4개 사업자를 5G 사업자로 선정했다. 중국의 3대 통신사는 이미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단위 투자로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


▎IBM이 지난해 공개한 16큐빗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 사진:IBM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5G 개발과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계약을 맺고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 첫 5G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향후 6년간 러시아에 연구·개발(R&D) 인력을 3배로 증원하고, 러시아에 신규 연구개발센터를 3개 건립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 분야는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꿈의 컴퓨터’라고 말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속도가 기존 컴퓨터보다 수만 배 빠른 데다 차지하는 면적과 에너지 소모도 적다. 양자컴퓨터는 AI 기술 개발의 촉매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양자의 중첩을 활용한 병렬 처리는 복잡한 요인을 계산해야 하는 AI에 매우 유용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IT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미래형 기술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도 풀어낼 수 없는 암호를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빠르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은 과거 냉전 시대에 미국과 옛 소련이 핵무기 개발을 놓고 다툼을 벌일 때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IBM은 세계 첫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했고 구글은 최근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풀었다며 ‘양자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2019년부터 5년간 최대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양자컴퓨터 개발을 국가 차원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양자컴퓨터의 개발 속도를 올리기 위해 일본과 유럽연합(EU)과의 기술 공동 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를 투자해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앞서 2017년 10월 베이징~상하이에 세계 최장 2000㎞ 구간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2016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양자 위성 ‘모쯔’(墨子)를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칭화대학, 저장대학 물리연구소, 선전의 남방과기대, 상하이 교통대학 등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 알리바바 양자실험실, 바이두 양자컴퓨터 연구소 등 기업 연구소 등을 모두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튼 올해는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술 냉전의 원년이 될 것이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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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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