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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특집 | 정치 변수] 어느 쪽도 유리한 선거 아니다? 

제2의 ‘3당 합당’으로 판 뒤집힐까 

보수 대통합 이어 安 신당까지 합쳐 여야 일대일 가능성도
선거제 개편으로 비례 감소 예상되는 與 “1당 내줄라” 우려


▎21대 총선이 임박했지만 여야 어느 쪽도 확실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4·15 총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결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후 복병을 만났다. 비례투표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다.

그렇다고 야당이 유리한 것도 아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불안감이 보수진영을 통합 테이블로 끌고 나왔으나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변수가 터져 나왔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정계 복귀다. 보수진영은 안 전 대표까지 함께하며 중도·보수 대통합 꿈을 그리고 있지만 안 전 대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무래도 더 급한 쪽은 야당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신년 간담회에서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며 “불신과 의심을 버리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한 통합 의지를 보였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신년하례회 직후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통합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대화’와 ‘중단’이 1~2일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다. 1월 9일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구성돼 통합 작업에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2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끝나자 새보수당이 1월 15일 ‘당 대 당’ 통합 논의체를 만들자고 한국당에 공식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보수 재건과 혁신 통합을 향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양당 간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며 “새보수당과 한국당이 합의한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 보수를 개혁하고, 새 집을 짓자)’에 입각한 양당 간 ‘보수재건과 혁신통합 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전략 파트 관계자는 새보수당에서 ‘당 대 당 통합협의체’ 구성 카드를 꺼낸 이유에 대해 “통합 과정에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협상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새보수당의 승부수”라고 해석했다. 여기에서 ‘주도권’이란 ‘보수재건 3원칙’의 완전한 수용을 의미한다.

1월 14일, 황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이튿날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유 의원은 당대표단·주요 당직자 확대연석회의에서 “상식적으로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면 정말 탄핵의 강을 건너고, 탄핵을 극복하는 통합이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보수 통합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한국당이 새보수당과 선(先)통합하면 새보수당 계열의 반대로 우리공화당과는 함께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새보수당보다 거리가 가까운 우리공화당을 끌어들여 당내 입지를 확고히하려는 황 대표의 포석을 새보수당도 이미 감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승부수 던진 새보수당, 黃 수용 여부는 불투명


▎2015년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만난 황 후보자(오른쪽)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치권에서는 보수 대통합을 총선의 최대 변수로 꼽지만 실현 가능성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보수진영 내에 ‘탄핵’을 둘러싼 뿌리 깊은 감정을 해소할 인물이나 묘안이 선뜻 눈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수 대통합 관련 장밋빛 전망은 계속 펼쳐지고 있다.

1월 10일, 4선의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부산시당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뭉치고 단결하고 야권이 대통합한다면 4·15 총선에서 제1당은 물론, 150석을 넘을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닥 민심은 최악”이라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세력을 하나로 좁혀드리는 게 보수 유권자를 위한 배려”라고 말했다.

현재 여권은 보수 대통합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진보진영은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 측면이 있어 야권연대에 성공했지만, 보수진영은 감정의 골이 깊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제1원칙은 좋은 후보를 공천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의 기류는 다소 다르다. 서울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여권 예비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국민의당 후보가 중도·보수표를 상당 부분 잠식한 측면이 있다”면서 “보수통합 후보가 나오면 8년 만에 일대일 구도가 되는 것인데,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고 경계했다.

보수 대통합과 연계해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는 인물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연일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황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일단 새로운보수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나아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우리공화당 등 야권 여러 정파와 단계별로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안 전 대표가) 오셔서 자유 우파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역시 “‘변혁’을 하던 10월 초와 11월 말, 같이하자는 이야기를 문자로 드렸는데 답을 못 받은 상황”이라고 공개했다. ‘보수 빅텐트’에 안 전 대표를 끌어들임으로써 중도진영까지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안 전 대표는 당장은 보수통합에 큰 관심을 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올초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한 이후, 안 전 대표는 인터뷰 등을 포함해 언론에 2번, 측근을 통한 입장 발표 1번, 토론회 영상 메시지 1번 등 총 4차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안 전 대표의 메시지 가운데 ‘보수’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미래’란 단어는 27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고, 그다음이 ‘혁신(9번)’이었다.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보수 진영과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김도식 전 비서실장을 통해 밝힌 야권통합 논의 관련 메시지에서도 안 전 대표는 “야권 통합은 세력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안철수계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1월 14일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여부에 관한 질문에 “거의 확실하다”며 “당명을 바꾸고 신당 창당하는 것은 1주일이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진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언급 일절 없는 安의 의중은?


▎1년여간의 해외 체류를 마무리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 사진:연합뉴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제2의 ‘3당 합당’ 탄생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독자 신당을 창당한 뒤 보수정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중도·보수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양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극적으로 이벤트를 연출할 수 있다”며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후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안 전 대표는 총선보다 대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쫓기듯 통합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이끌었던 것처럼 독자적으로 총선을 완주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38석을 얻었던 20대 총선 결과에 못 미치는 20~30석만 차지해도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대일 양자 구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라면 민주당에 승산이 더 있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통합을 통해 양자 구도가 만들어지면 힘들게 이뤄낸 선거제 개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선거만을 위한 인위적 이합집산은 오히려 국민에게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편된 선거제를 놓고도 여야의 ‘주판알’은 바삐 움직인다. 국회는 21대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전체 47석 가운데 30석에 ‘캡’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월 14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선거제도가 바뀌어 비례대표를 10석 가까이 양보한 셈이 됐다”며 “지역구에서 그 이상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감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1월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당 위성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로) 20석 가까이 가져가고, (한국당이) 단순 비례대표로 대여섯 석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전망대로라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으로만 최대 25~26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 중에서 한국당이 3분의 2에 해당하는 20석을 차지하고, 정당별 득표율이 적용되는 나머지 비례대표 17석 중에서 5~6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의 계산이다. 또 ‘5~6석’은 한국당 정당 득표율을 30~35%로 가정했을 때의 가능한 의석수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20석 가까운 차이로 승리한다 해도 비례대표 의석 싸움에서 역전되면 제1당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이 원내대표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당 득표에서 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이 집토끼로 불리는 30%가량의 보수 유권자만 잡는다면 총 의석수에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국당이 전체 253개 지역구에서 현재 의석수(108석)보다 적은 80~90곳만 차지하더라도 비례위성정당 명의의 15석, 정당별 득표에 의한 5~6석 등 총 100~110석 확보가 가능해진다. 100석 이상의 제1야당은 물론이고, 지역구 성적이 기대 이상일 경우 원내 제1당도 노릴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123석의 민주당이 1석 차이로 한국당을 따돌리고 원내 1당 지위를 차지했다.

“1당 지키려면 지역구에서 20석 더 얻어야”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당은 이 같은 ‘그림’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이 추진 중인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 명칭 사용에 제동을 걸자, 심재철 원내대표는 “한국당 앞뒤 혹은 중간에다 무엇을 끼워 넣을지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조합의 정당 명칭을 제출할 경우 선관위로서도 계속해서 불허 방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에서 최근 실시한 비례대표 투표 조사에서 민주당은 34.9%, 한국당은 31.8%, 정의당은 13.6%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 조사에서는 41.5%를 기록했으나, 비례대표 조사에서는 그보다 6.6%p 하락한 34.9%에 그쳤다.

이번 조사만 보면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상당한 수혜를 보는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득표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는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월 4~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무선전화(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연동형 비례제 하에서 마땅히 손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구 승리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한국당보다 최소한 20석은 더 확보해야 제1당 지위를 지킬 수 있다”며 “결국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둬야 전체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110석을 얻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전체 112석 중 3분의 2가 조금 넘는 82석을 획득했다.

채진원 교수는 “뭐니뭐니해도 결국 승부처는 전체 지역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이라며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20대 총선과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전체 의석수에서 한국당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점쳤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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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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