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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지속가능한 지구사회 구축의 길 

더 많은 사람의 ‘행동’ 불러일으키자 

지구온난화 피해 입는 이들의 처지 헤아려야 할 때
온실가스 감축, 조림사업 등 구체적 대책 마련 절실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구사회를 구축하는 길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북극곰이 눈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언(箴言) 중에는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가장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빠지기 쉬운 심리를 지적한 말이지만, 오늘날 특히 의식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인류 생존의 위협’이라고 경종을 울린 것처럼 ‘기후변화가 우리의 대응을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도 해일이 유럽 여러 나라와 인도를 덮쳤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의 북극권이 기록적인 고온에 시달렸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각지에서 일어나는 이상 기후의 원인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지구온난화의 경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국제적 체제인 ‘파리협정’을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12월에 개최한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는 안타깝게도 ‘파리협정’의 상세한 규정을 확립하는 합의를 보류해 과제를 떠안은 채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각국이 협력해 온실가스의 감축을 가속하는 길을 어떻게 해서든 열어야 합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하가 녹아 일으키는 해수면 상승을 비롯해 해일과 집중호우 등의 이상기후 때문에 발생한 피해는 많은 나라의 경제와 산업에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기후변화는 바야흐로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인이 됐습니다.

제가 창립한 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와 분쟁’을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 연구는 태평양 도서(島嶼)국 사람들이 맞닥뜨린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해수면 상승 등의 영향을 특히 강하게 받아 다른 곳으로 불가피하게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주가 현실적으로 어떠한 중대한 의미가 있는지는 누차 간과됐습니다.

경제적 영향 같은 데이터에만 주목하지 말아야


▎2019년 6월 4일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등이 서울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 사진:연합뉴스
많은 섬에는 나고 자란 땅을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기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러한 깊은 정신적 유대가 있는 땅에서 쫓겨나는 일은 자신의 근원적인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고 자란 땅에는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 확보한 ‘물리적인 안전환경’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존재론적인 안도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인간과 땅의 관계성을 기후 변화 대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다뤄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를 생각하면 불법이 설한 ‘사라(紗羅)의 사견(四見)’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같은 장소를 보아도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 비유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우림을 보아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인 생산성의 관점에서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자신의 의식에 없는 것이 자신의 세계에서 결핍된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어느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을 빼앗는 위험성이 발생해도 많은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해 사태가 악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도 경제적인 영향 같은 수치화하기 쉬운 데이터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온난화에 따른 피해로 괴로워하는 각지 사람들을 비롯해 성차별 등 차별 구조로 인해 가장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는 대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9월에 유엔이 개최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는 가맹국 3분의 1에 해당하는 65개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한다는 방침을 표명했습니다.

기후변화 영향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주안점을 두면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한다’는 의욕적인 도전을 지구 규모로 넓히는 일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구체적으로는 ‘파리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발전과 이동 수단, 식료품 생산과 유통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더불어 조림사업 등 온실가스의 흡수량을 높이기 위한 방책에 관해 영지(英智)를 결집해야 합니다.

유엔에서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기후행동정상회의’를 열기 전에 세계의 청년 대표들이 모여 ‘청년기후정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란 쉽지 않지만 청년들이 내놓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희망찬 시나리오를 엮어내어 더 많은 사람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면 지속가능한 지구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길은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그 도전을 달성하는 데 21세기 인류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5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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