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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지옥의 경주’ 2020 다카르 랠리 현장 

사망자 나와도··· 질주 본능은 멈추지 않는다 

올해 1월 5일부터 12일간 사우디 7500㎞ 구간에서 열려
42회 만에 한국인 최초 참가… ‘바이크 부문 세계 8위’ 실력자


▎스페인의 카를로스와 루카스 선수가 4륜 구동 자동차 ‘미니’를 몰고 7구간 사막 코스(총 12구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지옥의 경주’ 다카르 랠리가 올해도 사막에서 열렸다. 42회째를 맞은 올해 1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시작된 랠리는 1월 17일 최종 목적지인 키디야에서 골인했다.

랠리는 사막·계곡·산길·비포장도로·밀림 같은 험로에서 이뤄진다. 경주 기간은 길면 20일을 넘기도 한다. 올해 다카르 랠리는 12일간 열렸다. 총구간은 7500㎞, 구간의 75%가 모래사막이다.

다카르 랠리는 프랑스 모험가 티에르 사빈이 만들었다. 1970년대 바이크로 사하라사막 횡단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그는, 극한 모험의 매력에 빠져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 경주를 계획한다. 그 결과 1979년 파리에서 출발해 알제리·니제르·말리를 거쳐 세네갈 다카르에 도착하는 ‘파리 오아시스 다카르 랠리’를 탄생시켰다.

다카르 랠리의 모토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를 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차량으로 사막을 헤집으며 환경을 파괴하고, 경기 도중 인명이 희생당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대회 창시자인 티에르 사빈조차 헬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간 60여 명이 이런저런 사고로 희생됐다. ‘지옥의 랠리’라는 악명을 얻게 된 이유다. 다카르 랠리가 2019년을 마지막으로 남미를 떠나게 된 것도 칠레·볼리비아·파라과이·아르헨티나 등 무대가 됐던 남미 국가들이 연이어 대회 유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0년 대회는 최초로 아시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게 됐다.

대회 창시자도 사고로 목숨 잃어


▎‘락스터 에너지 팩토리 레이싱 팀’의 파블로 킨타닐라 선수가 2구간을 달리고 있다. 다카르 랠리 참가자들은 GPS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각 지점별 거리·방위각·코스 등이 표시된 ‘로드북(road book)’으로 방향을 잡는다.
올해는 모두 다섯 분야에서 자웅을 겨뤘다. Bike(오토바이)·Quad(사륜 오토바이)·Car(승용자동차)·Truck(트럭)·SSV(4휠 오프로드 자동차) 등이다. 60개국 300여 팀이 출전해 목숨을 건 질주를 벌였다.

대회가 중반에 이른 1월 12일(현지시간)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포르투갈 출신 모터사이클 선수 파울로 곤칼베스(40)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떠나 와디알다와시로 이어지는 7구간 276㎞ 지점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대회에는 처음으로 한국인이 참가했다. 류명걸(38) 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랠리의 매력에 빠져 2007년 국내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17년과 2019년 몽골 랠리(4000㎞), 2018년 10월 멕시코 바하 랠리(1500㎞) 클래스1에서 1위를 차지해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바이크 부문 전체 순위 8위에 랭크돼 있다.

이번 대회 바이크 부문에는 158명이 출전했다. 바이크 부문의 4개 클래스 가운데 류 프로가 출전하는 ‘루키 클래스’에는 40명이 포진해 있다.


▎1. 대회 첫날 1구간을 달리던 프랑스 출신 로메인과 알렉산더 선수의 차량에 불이 붙었다. 과열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 2. 2구간 경주 도중 사고를 당한 보츠와나의 로스 브랜치 선수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 3. 3년 연속 다카르 랠리 완주에 도전하는 쌍용자동차가 올해는 코란도를 내보냈다. / 4. 6구간을 달리다 전복된 로메인 선수의 쿼드 자동차를 대회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 5. 트럭 경쟁 부문에 출전한 러시아 팀이 6구간에서 모래 언덕을 넘고 있다. / 6. 유일한 한국인 바이크 주자 류명걸 프로가 1월 6일 2구간을 달리고 있다. 류 프로는 대회 참가를 위해 전세·퇴직금을 털어 비용을 마련했다.
- 글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 사진 AP·AFP·EPA·로이터 / 연합뉴스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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